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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월광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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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로
작품등록일 :
2022.02.16 20:35
최근연재일 :
2022.05.02 09:35
연재수 :
82 회
조회수 :
89,299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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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10,686

작성
22.02.23 14:49
조회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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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글자
16쪽

제8화. 손아래 누나

DUMMY

난처해진 노소자가 얼굴이 발개져서 머뭇거리며 나무 뒤에서 모습을 드러내었다.


하얀 장삼을 입은 노소자는 글공부하는 준수한 도련님 같았지만, 허리에 덜렁거리는 목검을 찬 모습은 누가 봐도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글공부만 하던 서생이 영웅흉내를 내려고 장식용으로 목검을 허리에 차고 으스대는 꼴이었다.


노소자의 어정쩡한 모습을 본 소녀는 웃음을 참지 못하는 것 같더니 이내 표정을 바꾸며 앙칼지게 말했다.


“너는 언제부터 그 뒤에 숨어있었지? 내가 목욕하는 걸 봤지? 똑바로 대답 안하면 단칼에 목을 잘라버릴 테다.”


앙칼진 목소리로 다그치는 소녀를 보니 비취색 옷을 입었고 등에 빨간색 검을 꽂고 있었다. 얼굴은 장난기가 그득했으나 매우 귀여웠고 몸매도 빼어난 미소녀였다.


“아, 아가씨! 나는 그 남자들의 말소리를 듣고 왔을 뿐 아가씨가 목욕하는 모습은 보지 못했습니다.


공자께서는 군자는 볼 것이 아니면 보지를 말고, 들어야 할 것이 아니면 듣지 말라고 하셨는데 내가 어찌 그런 짓을 하겠습니까.”


소녀가 보니 글깨나 읽는 냄새나는 서생 같은데, 말하는 것도 먹물 냄새를 풍겼고, 생긴 것도 순진하게 생겨 거짓말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럼 서당에서 글공부나 할 것이지 이렇게 험준한 산속에서 뭘 하고 있었던 것이냐?”


“나는 단지, 산의 경치를 감상하고 있었을 뿐입니다.”


“단지라니 무슨 뚱딴지같은 소릴 하고 있는 게냐, 닭 잡을 힘도 없는 꼬락서니가 이렇게 깊은 산속에 어슬렁거리다니 죽고 싶어서 환장을 했구나!”


노소자가 자세히 쳐다보니 얼굴은 매우 귀엽게 생겼지만 두 눈꼬리가 약간 위로 올라가서 성질머리가 있어보였다.


그렇지만 나이도 얼마 되지 않는 소녀가 말끝마다 반말이고 말을 함부로 해서 어이가 없었다.


“아가씨, 우린 초면인데 어찌 말을 함부로 합니까? 더구나 아까 두 사람이 뭘 잘못했는지 모르지만 말로 해도 될 것을 눈을 못 쓰게 하다니 요조숙녀가 너무했습니다.”


노소자가 점잖게 하는 말을 듣고 소녀는 의외라는 듯,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노소자를 빤히 쳐다보다가 빙그레 웃었다.


한 쪽 볼에 볼우물이 지어 정말로 깜찍하고 예뻤다. 그래서 노소자도 같이 웃음을 지었는데 갑자기 눈에서 별이 반짝였고 뺨이 얼얼했다.


소녀가 어느 틈에 다가와 상아처럼 하얗고 예쁜 손으로 노소자의 뺨을 세차게 후려갈긴 것이다.


얼떨결에 뺨을 얻어맞은 노소자는 황당해서 어안이 벙벙했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고......


“이 먹물 버러지야, 네까짓 게 뭔데 나에게 훈계를 하는 거냐?


아직까지 부모님을 빼고는 감히 나에게 훈계를 한 사람이 없었는데 무척이나 건방지구나, 어디 한 대 더 맞아볼 테냐?”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다가왔다. 노소자는 이미 당했기에 일부러 허둥대다가 뒤로 넘어져 엉덩방아를 찧자 소녀의 손은 허공을 치고 말았다.


그러나 소녀는 노소자가 일부러 그런 줄도 모르고 엉덩방아를 찧고 넘어진 노소자를 보고 깔깔대고 웃었다.


“앞으로 이 누나의 말씀을 잘 들으면 때리지 않을 테니 너무 무서워하진 마. 난 그렇게 나쁜 여자가 아니야.”


노소자가 일어나 엉덩이를 툭툭 털며 겸연쩍은 얼굴로 소녀를 쳐다보았다. 동굴 속에서 몇 년을 살았는지는 몰랐지만, 나오자마자 처음 만난 소녀가 막무가내라 어처구니가 없었다.


어정쩡하게 서있는 노소자를 보고 소녀는 다정하게 말했다.


“자! 배도 고픈 것 같으니 마을로 내려가서 뭣 좀 먹자.”


소녀는 노소자의 말은 들어보지도 않고,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노소자는 실로 난감했다.


자신보다 어려보이는 소녀가 누나라고 하면서 동생 취급하는 것도 싫었다.


그러나 그동안 너무나도 사람이 그리웠기에 소녀를 놔두고 혼자 가기도 좀 그랬다. 앞서가던 소녀가 뒤를 돌아보고 큰소리를 질렀다.


“먹물 버러지야, 뭘 꾸물대고 있니? 빨리 쫒아오지 않으면 이번에는 엉덩이를 걷어찰 거야, 빨리 와!”


노소자는 성질이 난폭한 소녀와 같이 다니기 싫어서 우물쭈물하며 일부러 천천히 내려갔다. 소녀를 떼어버리고 싶어서 멍청한 척하며 말했다.


“아가씨, 호 혹시 이 근처에 변소가 없나요?”


“변소라고? 호호호 온 산이 다 변손데 어떤 변소를 말하는 거냐? 큰 거냐, 작은 거냐?”


“크 큰 건데요.”


“냄새나는 먹물이구나, 저기 나무 뒤에 가서 볼일을 봐!”


소녀는 옆에 있는 큰 나무를 가리키며 냄새가 난다는 듯이 코를 쥐고 킥킥거리며 등을 돌렸다.


노소자는 소녀가 가리킨 나무 뒤로 가서 소녀의 거동을 보다가 재빨리 나무 위로 몸을 날렸다가 다시 옆의 나무로 몸을 숨겼다.


한참을 기다리던 소녀가 뒤를 돌아보며 웃으면서 말했다.


“아니, 아직도 뭐하고 있냐? 볼일을 보다 잠이 든 건 아니겠지?”


“...... ......”


나무 뒤에서 아무 소리도 나지 않자 소녀는 눈을 부라리고 나무 뒤로 달려갔다. 그러나 노소자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소녀는 나무를 발로 차면서 이를 갈았다.


“요 냄새나는 녀석이 도망쳤구나, 흥! 네 놈이 뛰어봐야 내 손안에 있다는 걸 모르는 구나. 그래, 잡히기만 해봐라, 다리몽둥이를 분질러 버릴 테다.”


노소자가 글깨나 읽을 줄 알았지 무공을 모른다고 생각한 소녀는 주위만 세심히 살펴봤지 나무 위는 쳐다보지도 않다가 욕을 하며 산을 내려갔다.


나무 위에서 웃으며 내려다보고 있던 노소자는 소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나무에서 날렵하게 내려와 천천히 산을 내려갔다.


그러다 갑자기 염화석룡자가 생각나서 주위를 둘러봤는데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 않았다.


“용 형! 어디 있어?”


처음에는 선배님이라고 부르다가 마땅한 호칭이 아닌 것 같아서 언제부터인가 석룡자를 자연스럽게 형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부르는 소리를 듣고 공중에서 날아온 석룡자가 노소자의 어깨에 앉아 물끄러미 쳐다봤다.


“용 형, 앞으로 사람들이 있을 땐 눈에 띄면 안 되니 공중에 있는 게 좋겠어.”


석룡자가 말을 알아듣고 대가리를 끄덕였다.


계곡을 빠져나와 호젓한 산길을 따라 내려오자 좌측 산자락에 마을이 보였다.


양지바른 곳에 집들이 띄엄띄엄 보였고 문 앞에는 어미닭과 새끼들이 몰려다니며 땅을 파헤치고 있었다. 정말 얼마 만에 보는 정경인가. 노소자는 넋을 놓고 망연히 쳐다보고 있었다.


해는 서산에 가까이 있었지만 날씨가 생각보다 더웠다. 계곡에 있을 때는 무척이나 시원해서 초여름인줄 알았는데 더운 걸 보니 때는 한여름인 것 같았다.


오랜만에 사람들이 사는 마을과 집들을 보니 잊고 있었던 그리움이 밀려 왔다.


“아, 아버지는 뭘 하고 계실까..., 그리고 하남삼걸은 어떻게 되었을까?”


노소자가 옛 생각을 하며 고개를 숙이고 마을 앞을 지나는데도 사람들은 밭에서 안 돌아왔는지 한 사람도 보이지 않았고, 이따금 울타리 안에서 개 짖는 소리만 들려왔다.


노소자는 어려서부터 외지에 나온 적이 없어서 살던 마을과 산을 빼고는 어디가 어딘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지금 이곳이 어딘지, 살던 곳으로 돌아가려면 어떻게 가야 하는지를 알지 못했다. 사람들을 만나면 물어보리라 생각하고 터덜터덜 길을 따라 걸었다.


길 양쪽에 늘어선 가로수를 따라 가는데 앞에서 말 한 마리가 누런 먼지를 일으키며 질풍같이 달려왔다.


노소자가 길 한쪽으로 비켜서서 달려오는 말을 바라보니 아까 그 소녀가 타고 있었다. 도둑이 제 발 저리다고 얼른 나무 뒤로 숨었다.


질풍처럼 달려오던 말은 노소자가 숨어있는 나무 앞에서 멈추더니 소녀가 뛰어내렸다.


한 마리의 물 찬 제비가 날아내리 듯 매우 아름다운 몸놀림이었다. 이것만 봐도 소녀는 나이에 비해 뛰어난 경공을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냄새나는 먹물아, 너는 뛰어봐야 벼룩이고, 도망쳐봐야 부처님 손바닥 안에 있다는 걸 알겠지?”


노소자가 뭐라 말도 하기 전에 노소자의 뒷덜미를 잡아채더니 말로 훌쩍 뛰어올라 노소자를 말 엉덩이 쪽에 걸쳐놨다.


소녀는 재빨리 말 머리를 돌려 오던 길로 재빠르게 달렸다. 노소자는 말을 타본 적은 없었는데, 더구나 얼굴을 땅으로 향하고 짐짝처럼 실려서 가기는 더더욱 처음이었다.


말이 달릴 때마다 온몸이 울려서 죽을 지경이라 말에서 뛰어내릴까 생각했지만, 무공을 숨기고 싶어서 꾹 참고 가는 데까지 가보기로 했다.


길에는 점차 사람들이 많아졌지만 소녀는 말의 속도를 조금도 줄이지 않고 그대로 달려갔다.


사람들이 놀라서 이리저리 피했지만 다행히 다치는 사람은 없었으니 소녀의 말 모는 솜씨는 대단하다고 말할 수 있었다.


잠시 후, 말이 멈춘 곳은 작은 식당 앞이었다. 소녀는 말에서 내리자마자 다시 노소자의 뒷덜미를 잡아끌어서 땅에 내려놨다.


노소자는 일부러 눈을 꼭 감고 정신을 차리지 못한 것처럼 중심을 잃은 체했다. 그 꼴을 본 소녀는 웃음을 지으며 눈을 흘겼다.


“쳇, 냄새나는 먹물이 말을 처음 타본 게로구나. 도대체 할 줄 아는 게 뭐니? 하여간 우선 뭣 좀 먹고 얘기하자.”


노소자가 겨우 정신을 차린 듯 두리번거리다 음식점을 보니 취선당(醉仙堂)이란 현판이 걸려 있었다.


취한 신선들이 오는 곳이라니, 한적한 시골장터의 조그만 식당치곤 이름이 너무 거창해서 웃음이 나왔다.


이때 갑자기 엉덩이를 걷어 채였다. 돌아보니 소녀가 양손을 허리에 짚고 거만하게 웃고 있었다.


“먹물아, 아직 정신을 못 차린 게냐? 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는데 안 들어오고 뭐하고 있는 거냐!”


정말 노소자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들려왔다. 게다가 음식점 안에서 구수한 음식냄새가 흘러나오자 갑자기 배가 더 고파져 소녀에게 화를 내지도 못하고 음식점으로 들어갔다.


음식점 안에는 손님이 몇 사람 되지 않았다.


안쪽, 길가로 난 창 옆에 수염이 허연 노인과 소녀가 빵을 먹고 있었고, 반대편 구석 자리에는 덩치가 큰 사람이 등을 돌리고 앉아 국수를 먹는지 후루룩! 소리가 들려왔다.


소녀는 거만한 태도로 주방 앞의 넓은 식탁에 앉아서 점원을 불렀다.


“아가씨, 뭘 주문하시겠습니까?”


“이 집에서 제일 맛있는 요리가 뭐야? 두서너 가지 내와. 그리고 좋은 술도 한 병 갖다 주고!”


소녀는 주위를 둘러보며 거만한 몸짓으로 식탁을 탕! 내려쳤다. 나이어린 소녀가 어른흉내를 낸 것이다.


노소자는 그런 태도가 못마땅했지만 모른 척하고 가만히 있었다.


“아, 네 네, 곧 올리겠습니다요.”


점원은 돈 많은 아가씨와 공자라고 생각하곤 연신 허리를 굽실거리며 주방으로 들어갔다.


노소자는 그동안 밥을 먹어본지가 꽤나 오래되어 음식 맛도 거의 잊어버렸다. 지금 요리를 만드느라 구수한 냄새가 사방에 진동하자 뱃속에선 난리가 났다.


배에서 계속 꼬르락 소리가 나서 다른 사람들이 듣고 웃을까봐 얼굴이 빨개졌다.


그러자 앞에 앉은 소녀가 눈을 가늘게 뜨고 웃으면서 노소자를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뱃속에 굶어죽은 귀신이 들어앉아 있나, 잠시를 못 참고 보채는 구나. 이봐, 우리 책벌레가 배고파죽겠다고 하니 빨리 요리를 가져와!”


“아, 네네, 다 돼 갑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주인이 주방에서 내다보고 웃으면서 말했다.


소녀는 식탁에 팔을 괴고 한 손으로는 식탁을 톡톡 치면서 노소자를 보며 말했다.


“먹물, 아니 책벌레야. 왜 아까부터 내 이름을 물어보지 않는 거니? 아까 나한테 한 대 맞은 게 섭섭해서 그러니?


내 말만 잘 들으면 앞으론 절대 때리지 않을 거야. 누가 널 괴롭히면 이 누나가 다리몽둥이를 부러뜨려놓을 테니 걱정일랑 붙들어 매라고. 알았지?”


소녀는 숨도 안 쉬고 조잘거렸다. 노소자는 남들이 들을까 창피해서 뭐라고 할 말이 없었지만 대답을 안 하면 또 엉뚱한 소리가 나올까봐 마지못해 말했다.


“공자님께서 말씀하시길, 남녀가 유별하니 남자가 아가씨의 이름을 먼저 묻는 것이 예의가 아니라고 하셨는데 어찌 내가 물어볼 수 있겠습니까.”


“이 먹물이 또 공자, 공자 하는군. 이 누나가 물어보라고 하면 괜찮으니 어서 물어봐, 동생한테 가르쳐주는 건 공자도 뭐라고 안 하실 테니까.”


그러자 창가에 앉은 소녀가 킥! 하고 웃음을 참는 소리가 들렸다.


사실 누가보아도 노소자가 나이가 더 많아 보였고 덩치도 한참 컸다. 그런데 조그만 소녀가 누나라고 자청하는데도 멀쑥한 청년이 쩔쩔매는 것을 보고 웃음이 터진 것이다.


노소자가 앉은 자리에서는 창 옆에 있는 소녀를 볼 수 있었으나 노소자의 앞에 앉은 소녀는 볼 수 없었다.


소녀가 고개를 돌려 창가를 보니 창가의 소녀는 언제 웃었냐는 듯 고개를 숙이고 손으로 빵만 뜯어먹고 있었다.


노소자 앞의 소녀는 화를 낸 표정이었지만 상대가 고개를 숙이고 있자 노기가 풀어져 다시 웃음을 띠고 노소자를 빤히 쳐다봤다.


노소자는 얼굴이 빨개졌으나 소녀가 재촉하는 눈짓을 하자 할 수 없이 물어봤다.


“저..., 아가씨의 방명은 어찌 되는지요?”


“내 귀한 이름은 금쳥영(馮淸英)이야, 네 이름은?”


“난..., 노소자(老小子)라고 합니다.”


“노소자라고? 역시 책벌레의 이름답구나, 그럼 도덕경을 쓴 노자(老子)의 집안이었군, 어쩐지 말하는 것이 고리타분하더라.”


소녀는 공부를 대충대충 했지만, 도교에서 태상노군(太上老君)이라고 부르는 노자에 대해서는 많이 들었기에 노소자를 노자의 후손이라고 지레 짐작한 것이다.


그리고는 무엇이 그리 웃기는지 두 발을 동동 굴리며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에 점원이 김이 무럭무럭 나는 요리를 갖고 왔다.


요리는 오리에 향을 발라 구운 것과 돼지고기에 야채를 볶은 것, 그리고 가지와 감자와 고추를 기름에 볶은 것인데 아주 먹음직스러웠다.


노소자는 생전 처음 보는 요리라 어떤 것을 먼저 먹어야 할지 젓가락을 움직일 수 없었다.


그러자 청영이 고량주를 한 잔 따라 주면서 노소자의 앞 접시에 구운 오리고기를 덜어주었다.


노소자는 아직 술을 먹어본 적이 없어서 술은 쳐다보지도 않고 오리고기를 허겁지겁 맛있게 먹었다.


청영은 요리를 하나씩 맛을 보더니 조금씩만 먹었고, 노소자가 맛있게 먹는 걸 보면서 미소를 지으며 이것저것 요리를 덜어주었다. 정말로 사랑하는 동생을 돌보는 누나의 자상한 모습과 같았다.


“자, 술도 한 잔 건배를 하고 천천히 먹어.”


청영이 술잔을 들고 건배를 청했다. 노소자는 술을 먹을 줄 모를 뿐만 아니라 건배를 어떻게 하는 건지도 몰라 음식을 입에 잔뜩 넣은 채 눈만 멀뚱거렸다.


사실 노소자는 동굴에서 혼자만 살았기에 세상물정을 모르는 덩치만 큰 어린애였다.


더구나 여자들 앞에선 가슴이 두근거려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숙맥(菽麥)이라 그저 청영이 하자는 대로 따를 뿐이었다.


청영이 술잔을 앞으로 내밀고 부딪히는 시늉을 하자 얼떨결에 술잔을 들고 청영의 행동을 따라했다.


술잔을 부딪치고 청영이 술을 단숨에 들이키자 노소자도 앞뒤 생각 없이 그대로 따라했다. 독한 술이 목구멍을 넘어가자 목구멍이 타는 것 같았다.


“아이고......”


노소자가 인상을 쓰며 얼른 물을 삼켰다.


동굴에서 빨간 물고기를 날로 삼키는 것과는 달리 숨이 콱 막히고 목구멍이 쓰라려 자신도 모르게 숨을 가쁘게 내쉬며 얼굴을 찌푸렸다.


그 모습을 보던 청영이 배꼽을 잡고 웃어댔다.


“너, 이제 보니 술을 처음 먹나보구나, 사내대장부라면 술을 먹을 줄 알아야 행세를 할 수 있다던데 이 누나가 가르쳐줄 게.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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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제21화. 장단이괴(長短二怪), 장일이와 단이삼 +1 22.03.07 1,308 2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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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제18화. 탈혼이요(奪魂二妖), 양백옥과 양중옥 +2 22.03.05 1,489 23 15쪽
17 제 17화. 장비금강(長譬金剛) 진남수 +2 22.03.04 1,508 25 15쪽
16 제16화. 하남일마(河南一魔) 범무백 +2 22.03.03 1,567 26 13쪽
15 제15회. 금광(金鑛)으로 가는 길. +2 22.03.02 1,678 26 14쪽
14 제14화. 묘수신투(妙手神偸) 정일전 +2 22.03.01 1,716 24 15쪽
13 제13화. 하북이괴(河北二怪), 정소추와 정소동 +2 22.02.28 1,674 29 16쪽
12 쩨12화. 독불독(毒不毒) 곡형상 +2 22.02.27 1,809 28 18쪽
11 제11화. 무영문의 좌호법, 종남일학(終南一鶴). +2 22.02.26 1,812 29 14쪽
10 제10화. 만독비급(萬毒秘笈)의 출현. +2 22.02.25 1,911 28 14쪽
9 제9화. 남해일절(南海一絶) +2 22.02.24 1,919 32 15쪽
» 제8화. 손아래 누나 +2 22.02.23 2,036 29 16쪽
7 제7화. 무림출도(武林出道) +2 22.02.22 2,119 31 16쪽
6 제6화. 한식구가 되다. +4 22.02.21 2,152 35 14쪽
5 제5화. 무영문의 보물, 날개달린 도마뱀. +2 22.02.20 2,248 35 16쪽
4 제4화. 신비의 집단 무영문(無影門)의 문주를 만나다. +4 22.02.19 2,289 38 14쪽
3 제3화. 입문(入門) 무공을 배우는 길에 처음 들어섬. +4 22.02.18 2,655 37 22쪽
2 제2화. 하남삼걸(河南三傑)과의 조우(遭遇) +4 22.02.17 2,951 36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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