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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61 님의 서재입니다.

바이올런스 퍼펙티드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SF

c61
작품등록일 :
2024.04.02 20:36
최근연재일 :
2024.09.08 00:00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217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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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2,426

작성
24.09.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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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5화 : 증원

DUMMY

이러한 결과를 예상하지 못한 이는 드물었다. 세상은 집행자의 폭력을 다시금 요구했다.


하토르의 방임 이전보다 몇 배는 더 절실했다. 제발 와 달라고, 와서 우리를 구해달라고 목청 터지도록 외쳐댔다.


마왕은 그 꼴이 한심하다며 비웃었다. 그래도 동민은 좋았다. 비웃은 다음 이렇게 말했기 때문이었다.


“뭐 해? 안 가고.”


날카롭게 하늘을 가르는 글라디우스 편대를 본 사람들은 눈물을 흘리며 안도했다.


반면, 마왕 정부가 진짜로 철수하는 바람에 깜박 속아 넘어갔던 범죄 조직들은 무기부터 버리고 내뺐다.


아무도 모르게 인터넷을 장악해놓았던 우리엘은 이러한 자들을 지구 끝까지 추적했다.


그리고 이번에도 평화는 폭력이 뿌린 피를 양분으로 하여 활짝 피어날 수 있었다.


PAS 2.0의 활성화는 더더욱 늦어졌다. 하지만 우리엘은 재촉하지 않았다.


“전에는 틈만 나면 하자고 그랬잖아요.”


“괜찮습니다. 하토르의 의도를 알았습니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속담이 알맞겠네요.”


“비가 내렸어야 했다는 말이죠?”


“네. 이제 세상은 집행자에게 협조할 게 틀림없습니다. PAS는 순조롭게 정착할 것입니다.”


그 예상이 100% 들어맞지는 않았다.


시스템이 처음 작동하기 시작하고 얼마 후, 광저우에서 난동이 일어났다.


한마디로 세대갈등이었다. 현재를 독식한 기성세대와 미래를 빼앗긴 젊은 세대 사이의 갈등.


무너졌다가 추모공원으로 탈바꿈한 광저우 타워 공원 앞에서 수천 명이 모여 서로 언성을 높였다.


“난감하네······.”


차오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동민이라고 다를 건 없었다.


범죄가 벌어지기 전까지 집행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달리 없었다.


그리고 만약 상황이 터진다면, 여기 모인 사람들을 사살하게 될지도 몰랐다.


당연히 동민이나 차오나 그럴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당장은 공안이 잘 해결해주길 바랄 뿐이었다.


그러나 상황은 공안끼리도 싸우는 판이었다. 마왕 정부에 반항심을 가진 이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은 늘 사이가 안 좋았다.


이 또한 세대에 따라 뚜렷하게 나뉘었다. 나이가 좀 있는 세대는 예전 공산당 정부가 돌아오길 바랐다.


기어코 사건이 터졌다. 누군가가 연석을 뽑아 날려 보냈다. 사람이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그때부터는 완전히 아수라장이었다. 동민과 차오는 총이 아닌 격투로 한 명씩 제압했다.


긴급 호출을 받은 다른 집행자들도 속속 날아왔다. 비살상을 전제로 진압 작전이 전개됐다.


어지러운 와중에 집행자끼리 무적 역장이 겹치는 실책이 났다. 집행자 강화복은 방어용이 아니었기에 피해가 속출했다.


구하러 가야 하지만 구하러 가선 안 되는 상황이었다. 동민은 어쩔 수 없이 소총을 들었다.


탄환을 비살상으로 바꾸고, 동료 집행자에게 위해를 끼치려는 모든 자에게 발포를 시작했다.


“동민아!! 안 돼!!”


“제 총은 비살상 모드 있으니까 괜찮아요!”


“다른 사람들이 따라 하면 어떡해!”


“아저씨가 말려주세요!”


이미 우리엘이 그렇게 하고 있었다. 무적 역장이 겹치지 않는 거리를 유지하면서 부상자를 둘러싸는 방진을 짰다.


적절한 대응이었으나 난동이 벌어지는 현 사태를 바로 진정시킬 방법은 없었다.


결과적으로 수십 명이 죽고 천여 명이 다쳤다. 일어났던 일에 비하면 기적에 가까울 정도로 적은 사상자였다.


“상심하실 것 없습니다, 집행자님. 예견했던 일입니다.”


“예견했는데 못 막았네요.”


“저지르지 않은 범죄를 심판할 순 없으니까요. 최악에 비하면 운이 좋은 편입니다.”


“전 잘 모르겠어요. 사람이 수십 명이나 죽었잖아요.”


“이런 경우는 사후 대처가 가장 중요합니다. 마왕 정부와 상의하십시오.”


안 그래도 보고를 받는 중이었던 하토르는 동민의 안위부터 걱정했다.


“전 괜찮아요. 다른 집행자들도 크게는 안 다쳤어요.”


“다행이네. 처음 있는 일이라 실수했나. 처음치고 이 정도면 양호해.”


“우리엘도 그러더라고요. 운이 좋은 편이라고요.”


“없던 초능력이 갑자기 생겼잖아. 게다가 수천 명이 모여서 싸우던 상황이었고.”


“초능력이 없었으면 안 싸웠을 거예요.”


“어떤 식으로든 터질 문제였어. 가시화됐으니까 내가 직접 개입하면 돼.”


마왕 정부는 버려진 도시 하나를 정비해 젊은 사람들을 모조리 이주시켰다. 공산당식 통제에 익숙한 중국인들은 그럭저럭 잘 따랐다.


남은 사람들은 남았다고 좋아했고 이주한 사람들은 이주했다고 좋아했다. 적절한 사후 대처였다.


집행자의 약점이 노출된 것은 뼈아팠다. 네트워크를 타고 눈 깜짝할 사이에 퍼져버렸다.


예전부터 집행자들은 단신으로 임무를 수행해왔기에 당장 심각한 일이 벌어지진 않았다.


그래도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이에 우리엘은 집행자 지원 부대 설립을 제안했다.


PAS 활성화 후 혼자 하는 임무에 한계를 느끼기 시작한 집행자들도 동의했다.


사실상 독립 부대의 대변인이나 다름없는 동민은 이번에도 하토르에게 손을 벌렸고, 쉽게 협력을 받아냈다.


“하토르는 여전히 협조적이군요. 당신 덕분입니다.”


“전 별로 한 거 없어요.”


“제 제안을 그대로 전하셨을 뿐이지만 당신 말고는 할 사람이 없습니다.”


“그거 칭찬이에요 뭐예요?”


“칭찬입니다.”


시작 자체는 수월했으나, 지원 부대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난항이 많았다.


신념 하나로 뛰어들 수 있는 집행자와 보상이 없으면 잘 움직이지 않는 일반인은 사정이 달랐다.


무적 역장으로 보호받지도 못하고, 일은 험했으며, 출장이 잦아 가정을 꾸리기도 힘들었다.


아무리 급여가 좋다고 해도 이런 일에 기꺼이 뛰어들 사람이 많을 리 없었다.


집행자와 노골적으로 다른 대우를 받는 부분도 발길을 되돌리게 했다. 지원 부대는 거의 권한이 없었다.


말 그대로 집행자를 지원하는 게 전부인 부대였다. 같이 일하면서도 집행자 본부나 리전엔 들어가지도 못했다.


지원 부대 창설이 지원자 부족으로 차질을 빚자, 집행자들은 아예 우리엘에게 몸을 주면 어떠냐고 의견을 모았다.


“하토르가 어째서 여러분을 배려하는지 생각해보십시오. 인간은 스스로 강해져야 합니다.


물론 제가 그런 식으로 도와드린다면 좋겠습니다만, 독립 부대는 지금 현재도 저 없이는 운영이 안 되는 실정입니다.


저는 원래 운영 목적으로 만들어졌기에 타협할 만합니다. 그러나 지원 부대는 반드시 인간이어야만 합니다.”


하토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듯했던 우리엘이 이런 말을 하자 집행자들은 진지하게 조언을 수용했다.


당장은 힘들더라도, 지원 부대는 인간을 모집해 운영하기로 했다. 동민은 이 소식을 하토르에게 얘기했다.


“아직 멀었네.”


“뭐가요?”


“인간들 수준. 아직도 물질적 가치만 쳐다보고 살잖아.”


“먹고사는 게 제일 중요하긴 하잖아요.”


“그래서 너희 같은 놈들이 귀한 거야. 남들이 보기엔 너희 다 또라이 같을걸.”


“하하하!”


“욕먹어 놓고 웃네.”


“맞는 말이라서요. 생각해보니까 저희 진짜 또라이 같아요.”


“크흐흐. 내가 사람은 잘 보거든.”


한동안 골치 아팠던 지원 부대 모집은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해결됐다.


잠적한 요원을 텔레파시 초능력으로 색출해나간 끝에, 마왕 정부는 전 세계 첩보 기관을 하나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최후까지 항전한 요원은 예상보다 많지 않았다. 오히려 마왕 정부와 집행자 독립 부대의 성실함에 감명받아 스스로 합류하기도 했다.


그리고 바로 이들이 집행자 지원 부대의 일원이 되길 자처했다.


원래부터 음지에서 희생을 감수해가며 싸워오던 이들이었다. 주목받지 못하고, 전면에 나서지도 못하는 것은 아주 익숙했다.


집행자를 보호하기 위해 불안 요소 유입을 차단하는 것, 달리 말해 자기들이 차별당할 수밖에 없는 까닭도 충분히 이해했다.


오히려 집행자를 최전선에 내세우고 자신들은 노출을 피한 채 일할 수 있다는 점을 대단히 만족스러워하기까지 했다.


전직 첩보 요원들이 가장 좋아한 부분은, 집행자가 완전한 독립 부대로 기능한다는 것이었다.


하위 체계인 지원 부대 역시 그러했다. 마왕 정부에 협조해야 할 때는 있었지만 부대 자체에 외압이 가해지진 않았다.


그런데도 마왕 정부가 집행자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을 요원들은 굉장히 신기해했다.


소련과 KGB의 지난날을 고려한다면 더더욱 특이한 일이었다.


“이 분은 토마스 톰슨 씨예요. FBI 요원이셨는데 이번에 지원 부대에 합류하셨어요.”


유노가 자신의 지인을 동민에게 소개해주었다. 돌아서면 잊을 만큼 평범하게 생긴 남자였다.


“반갑습니다, 동민. 토마스 톰슨입니다.”


“네, 안녕하세요. 김동민입니다.”


“당신의 활약은 익히 들었습니다. 함께 일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저도 유능한 분이랑 일하게 돼서 영광이에요. 한국말 잘 하시네요.”


“배웠습니다. 전부터 개인적으로 묻고 싶었습니다만, 마왕이 집행자를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주는 이유를 아십니까?”


“저희가 열심히 해서 그래요.”


“이해가 잘 안 되는군요.”


“제가 보충해드릴게요. 하토르가 엄청 강하기 때문이에요.”


유노의 보충 설명을 들은 톰슨이 고개를 끄덕였다.


“집행자의 무력에 기대는 입장이 아니니까요. 그래서 건강한 관계가 성립된 거죠.”


“이해했습니다. 역시 같은 초인이라 잘 아시는군요.”


“집행자가 열심히 해서 그런 것도 맞고요. 하토르는 열심히 하는 사람 좋아해요.”


“유노 씨도 그렇고요.”


“네. 열심히 하시면 하토르가 때리진 않을 거예요.”


톰슨의 표정이 잠깐 굳었다.


“하하하, 제가 괜한 소릴 했네요.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요. 화이팅!”


“화이팅.”


동민도 얼떨결에 따라 했다.


“톰슨 씨, 하토르한테 맞아본 적 있으세요?”


“맞지는 않았습니다. 던져졌죠. 척추가 부러졌습니다.”


“나쁜 짓 하셨어요?”


“아뇨. 입장 상 충돌이 있었습니다. 그때 저는 미국을 위해 일했으니까요.”


“아······.”


동민은 톰슨과 하토르를 만나게 해주고 싶었다. 왠지 불편한 분위기가 느껴져서였다. 그래서 데려갔다.


“오~. 톰슨이잖아. 아직도 핵폭탄으로 장난치고 다니냐?”


“······.”


분위기가 극도로 냉각됐다. 동민은 즉시 자신의 행동을 후회했다.


“너희 둘이 같이 일해?”


“네······톰슨 씨가 지원 부대에 들어오셨어요.”


“뭐 다른 놈보단 낫겠지. 잘해봐.”


“당신이 그 자리에 앉아있습니까?”


톰슨이 도발적인 어조로 물었다.


“왜? 너도 앉아보게? 비켜줄까?”


“무슨 뜻인지 아시잖습니까. 당신보다 어울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걔가 싫다잖아. 그리고 나 싫어하면서 여긴 왜 왔어?”


“동민이 데려왔습니다. 저희 관계를 걱정하는 것 같더군요.”


“애가 착해서 그래.”


“당신 입으로 직접 얘기해주셨으면 합니다. 집행자로 뭘 할 생각입니까?”


“지금 하는 거.”


“지금 하는 거요?”


“인간들 손으로 지구 지키게 하는 거. 너 똑똑한 놈 아니었어?”


“정말로······그런 이유라고요?”


“에휴. 꼴에 요원이라고 의심만 더럽게 많아요. 자유주의 같은 개소리 듣기 싫으니까 이만 가라.”


“저도 당신에게 미국식 자유주의를 요구할 생각은 없습니다.”


“앞으로 총기소지 금지할 거야. 일 똑바로 해.”


“반가운 소식입니다만,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겠습니까?”


“쉬우면 네가 여기 왜 있겠냐.”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잘 풀린 것 같아 다행이라고 동민은 혼자 생각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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