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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61 님의 서재입니다.

바이올런스 퍼펙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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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61
작품등록일 :
2024.04.02 20:36
최근연재일 :
2024.09.08 00:00
연재수 :
2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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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426

작성
24.08.31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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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3화 : 구원

DUMMY

“텔레파시 초능력자로 잠복한 요원을 색출 가능합니다.”


“텔레파시로 생각을 읽는다는 말이죠?”


“그렇습니다.”


뭐가 마음에 안 드는지, 다래는 입술을 삐죽거렸다.


“되게 편리하고 위험한 초능력이네요. 우리만 쓰는 것도 가능해요?”


“우리가 의미하는 바를 정의해주십시오.”


“마왕 정부요.”


“가능하지만 추천하진 않습니다.”


“왜요?”


“초능력 독점은 장기적으로 심각한 사회 분열을 초래할 것입니다.”


“집행자는 무적 역장 독점하고 있잖아요.”


“집행자는 정치 및 이익 집단이 아닙니다.”


“그러면 우리엘은 모든 사람한테 초능력을 풀어놓기를 원해요?”


“네.”


“무작위로요?”


“네.”


“그게 초능력 독점으로 생길 사회 분열보다 좋다고 생각해요?”


“집행자가 있으니 괜찮습니다. 사람들은 초능력을 옳은 일에만 쓰게 될 겁니다.”


“우리엘은 집행자만 관련되면 낙관적으로 변하네요. 동민이 생각은 어떠니?”


동민의 생각은 한마디로 시기상조였다. 없애야 할 범죄자들이 아직 많이 남아있었다.


“세상을 안정시키는 게 먼저예요.”


“범죄자 사냥을 더 해야겠단 말이지?”


“사냥은 좀 듣기에 별론데요.”


“그럼 토벌.”


“PAS에 관한 것은 집행자가 결정할 일입니다. 마왕 정부는 참견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전 괜찮은데 마왕님도 그렇게 생각할까요?”


“마왕이 집행자를 적대한다면 집행자도 반격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발언은 동민이 듣기에 꽤 불편했다.


“제가 하토르랑 얘기해볼게요. 싸울 생각부터 하면 안 돼요.”


“감정적으로 행동하실까 염려됩니다.”


“안 그래요. 저한테 맡겨요.”


30분 후. 다예킨의 끔찍하게 넓은 아가리가 글라디우스를 맞이했다.


감정적으로 행동하지 않겠다고 장담하긴 했지만, 동민은 솔직히 걱정이 들었다.


하토르와 싸우는 것은 가장 피하고 싶은 일이었다. 상상만 해도 눈앞이 깜깜해졌다.


“후우······.”


마왕 본인 앞에서 이 주제를 꺼낼 때는 거의 말을 더듬을 뻔했다.


“이제야 초능력 얘기가 나오네. 언제 할래?”


“네?”


“언제 할 거냐고. 준비는 됐어?”


“하토르, PAS 켜는 거 찬성이에요?”


“당연한 거 아냐? 나약해 빠진 인간들 봐주는 것도 지겨워. 우주 시대로 가려면 인간 자체가 강해져야 해.”


뜻밖의 대찬성에 동민은 답답했던 속이 확 풀렸다.


“내가 반대할 거라고 생각했냐? 그럴 거였으면 집행자도 허락 안 했지.”


“제가 괜히 걱정만 많았네요.”


“준비되면 말해. 바로 하지 말고. 지구 전체에 알려야 하니까.”


“네. 아직 범죄자 정리가 좀 남아서요, 몇 달 걸릴 것 같아요.”


“알았어.”


동민은 가벼운 마음으로 알현실을 나왔다. 거무튀튀한 색채였던 다예킨 실내가 아까보다 밝게 보였다.


“뜻밖이군요.”


“그러게요.”


“하토르가 초인이라는 점을 간과했습니다. 인간의 나약함을 크게 느끼겠죠.”


“초능력이 생겨도 하토르를 이기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저도 그렇게 예상합니다.”


남은 일은 집행자 몫이었다. 독립 부대는 꾸준히 신입을 영입하면서 범죄자 토벌에도 성의를 다했다.


집행자 우주선, 리전도 2척이 추가 건조됐다. 다시금 마왕 정부가 지원해준 것이었다.


리전이 3척까지 확보된 덕분에 집행자 독립 부대는 지구 어디든 한 시간 안에 출동할 수 있게 됐다.


12월, 멕시코의 어느 코카인 농장. 글라디우스가 초음속으로 하늘을 가르는 소리가 날카롭게 울려 퍼졌다.


“베르두고!! 에스꼰데!!”


농장을 지키던 카르텔 병사들이 뿔뿔이 흩어져 숨었다. 나름 훈련된 움직임이었다.


훈련받지 못한 집, 차, 콘크리트 엄폐물 등등은 40mm 기관포에 가루가 되어 사람을 지켜주지 못했다.


견디다 못한 병사들이 뛰쳐나와 대공 사격을 펼쳤다. 기관총을 탑재한 픽업트럭으로 뛰어가는 자도 있었다.


막 올라타는 순간 미사일이 트럭에 정확히 꽂혔다. 하늘로 떠오른 사람 팔다리가 불꽃을 받아 그로테스크하게 빛났다.


“랴마 헬리꼽떼로!!”


카르텔이 멕시코 정부군한테서 탈취한 공격헬기까지 튀어나왔다.


“유인해서 격추하겠습니다.”


“네. 내려갈게요.”


글라디우스는 동민을 내려주고 다른 곳으로 날아갔다. 헬리콥터와 전투를 벌이다 무고한 희생자가 나오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항공 지원이 없어도 일방적인 사냥이었다. 모기약으로 모기를 죽이듯이 동민은 무감정으로 방아쇠를 당겼다.


그 일방적인 학살을 한순간 멈춘 장면이 있었다.


“노 엔트레스! 노 엔트레스!”


“우리엘, 번역해줘요.”


“들어오지 마.”


작은 판잣집에 네 명 가족이 숨어 있었다. 아버지로 보이는 자는 마체테를 손에 들고 맨 앞에서 버텼다.


뒤에는 어머니, 딸, 아들이 빗자루로 두들겨 맞는 개처럼 움츠려 벌벌 떨었다.


땀과 먼지로 얼룩진 그 얼굴들을 동민은 차분히 살펴봤다. 쏴야 할 대상이 아니었다. 돌아서서 나가려는 순간, 마체테가 어깨를 내려쳤다.


물론 아무 타격도 없었다. 반격은 기습보다 두 배는 빨랐다.


가슴에 총을 맞고 날아간 아버지의 몸이 가족을 덮쳤다. 째지는 비명이 터져 나왔다.


심장이 뭉개졌기에 상처에선 피가 뿜어나오지 않았다. 천천히 옷을 적시며 흘러내렸다.


“베르두고······에레스 엘 디아블로.”


남편의 시체를 얼싸안은 아내가 실신할 듯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집행자 당신은 악마입니다.”


거기서 동민이 할 말은 없었다. 가족을 버려둔 채 홀로 걸어 나왔다.


“괜찮으십니까?”


“네. 괜찮아요.”


물어보지 않아도 동민의 심박 수가 상태를 말해주고 있었다.


이날 2시간 동안 멕시코 전역의 카르텔 4천 922명이 집행자들에게 사살당했다. 소탕 작전은 계속되어 일주일간 5만여 명의 시체가 추가로 쌓였다.


이들의 죽음을 슬퍼하는 이는 같은 조직원뿐이었다. 분노로 가득 찬 멕시코 카르텔은 집행자와 전면전을 선포했다.


이들은 보유한 모든 무기와 병력을 동원해 자기들의 마약 왕국을 지키려 했다.


수법이 제법 대담했는데, 마왕 정부에서 운영하는 화물용 비행선을 탈취하려고까지 했다. 심심했던 하토르에겐 희소식이었다.


“크흐흐흐, 내 물건 잘 건드렸다 씹새끼들아.”


마왕의 무력을 잘 몰랐던 카르텔은 도망치는 대신 맹렬하게 맞서 싸우길 선택했다.


마체테로 손목 자르는 짓을 장난으로 하던 자들이 여자 하나를 두려워할 이유가 없었다.


초당 60발씩 쏟아지는 20mm 권총탄이 장갑차를 갈기갈기 찢어버리기 전까지는.


5초 만에 끝났다. 전투랄 것도 없었다.


너무 빠르고 철저하게 죽이는 바람에 카르텔은 끝까지 마왕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나라 구석구석 흩어져 있는 세력을 죄다 뿌리 뽑는 데는 제법 오랜 시간이 걸렸다. 다음 해 4월이 돼서야 소탕 작전이 끝났다.


수십 년간 멕시코를 주름잡았던 마약 카르텔의 최후였다.


부패할 대로 부패한 멕시코 정치와 말라 죽어가는 국민을 살려내는 것은 마왕 정부의 몫이었다.


집행자들은 또 다른 곳으로 이동해 또 다른 범죄자들에게 총을 쏘며 묵묵히 임무를 다했다.


“집행자님! 나쁜 놈들 없애줘서 고마워요. 커피 한 잔 드시고 가세요.”


“네, 감사합니다.”


이탈리아 마피아를 토벌하고 잠깐 쉬던 동민은 일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감사 인사를 받았다.


카페 주인이 준 것은 에스프레소였다. 동민 입맛엔 너무 썼다.


“으······물 타야겠는데요.”


“이탈리아인은 그런 짓을 싫어합니다.”


“아 그래요?”


“천천히 즐기세요.”


강제로 생긴 시간이었다. 그제야 동민의 눈에 거리 풍경이 들어왔다. 평화롭고 평범해 보였다.

이제 집행자라는 이름이 들리기만 해도 범죄자들은 생쥐처럼 숨기 바빴다.


맞서 싸우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었다. 집행자가 가진 폭력은 범죄자의 그것을 몇 번이든 분쇄할 수 있을 만큼 압도적이었다.


그만큼 일반인에겐 안전한 세상이 되어갔다. 집행자가 목표로 삼지 않는 경범죄자 역시 함부로 머리를 들지 못했다.


어떤 이들은 집행자를 살인마라며 비난하기도 했다. 자신들이 사냥하는 자들과 다를 게 없다고.


이런 목소리에 집행자 독립 부대는 어떠한 변명도 내놓지 않았다.


“어떠십니까?”


집행자를 악마처럼 묘사한 기사를 읽어본 동민에게 우리엘이 말했다.


“이 사람들은 안전하니까 이렇게 마음껏 떠들 수 있겠죠. 범죄자들은 조용하잖아요. 저희가 언제 잡으러 갈지 모르니까요.”


“그렇습니다.”


“이런 기사는 솔직히 비겁하다고 생각해요.”


“물론입니다. 당신에겐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충분합니다.”


“그래도 공식적으로는 조용히 있어야겠죠?”


“네. 정치적 갈등에 연루될 수 있습니다.”


“항상 신경 써줘서 고마워요, 우리엘.”


“감사합니다. 제게는 가장 큰 보람입니다.”


“우리엘, 진짜로 감정 없어요?”


“없습니다. 필요하지도 않고요.”


그래도 동민은 우리엘이 충분히 사람 같다고 느꼈다.


“다 드셨네요. 출발하시겠습니까?”


“네.”


집행자의 총구를 피해 멕시코에서 탈출한 마약 카르텔은 대부분 아이티로 피신했다.


그쪽의 갱단에 몸을 의탁해 다음 기회를 노리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게 우리엘의 계획이었다.


아이티는 이전부터 갱단에게 놀아나 제대로 된 국가라 할 수 없는 상태였다.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만 200개가 넘는 갱단이 활동했다.


이 수도에 범죄자를 몰아넣어 일망타진하는 원대한 계획이 마침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집행자 여러분, 다음 임무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이티의 수도 포르토프랭스를 점령한 갱단을 소탕하는 것입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대규모 갱단은 저들이 마지막입니다. 그러나 여러분에게는 마지막 임무가 아닙니다.


갱단은 사라질 것이고, 집행자는 나아갈 것입니다. 여러분이 지킨 오늘이 내일로 이어집니다. 건투를 빕니다.”


총 6,400명의 집행자가 이 임무에 참가했다. 글라디우스 한 대에 4명씩 타고서도 자리가 모자랐다.


도시 하나에 이렇게 많은 인원이 투입된 적은 처음이었다. 우리엘은 무적 역장이 겹치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신신당부했다.


“훈련대로 하십시오. 여러분은 잘 하고 계십니다.”


수천 명이 동시에 진행하는 작전이었지만, 집행자들은 혼자가 된 것처럼 따로따로 떨어졌다.


동민 역시 아는 얼굴들과 잠시 헤어져 자신만의 전투를 시작했다.


포르토프랭스의 풍경은 나라의 극단적인 상황을 어느 정도 보여주었다. 달동네 같은 주택가와 부유층이 사는 저택 단지가 선명하게 대비됐다.


언젠가 쳐들어올 거라 예상한 갱단은 대비하고 있었고, 길목과 집마다 부비트랩을 설치해 집행자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희생당한 것은 죄 없는 민간인들이었다. 집으로 도망치다 트랩에 걸려 폭사하는 사태가 수없이 벌어졌다.


폭탄을 제거하기 위해 멈춘 집행자를 숨어 있던 갱단이 기습했다. 이렇게 공들인 수법으로 잠깐 사이에 갱단 수백 명이 목숨을 잃었다.


민간인에게 폭탄을 붙여 자폭시키는 짓거리도 서슴지 않았다. 이 역시 집행자의 분노로 이어져 더욱 가차 없는 반격을 낳았다.


갱단은 아예 민간인의 목숨을 방패로 삼기도 했다.


교회에 사람들을 몰아넣고 불을 지르겠다며 협박했다. 글라디우스 한 대가 날아와 진정제 폭탄을 투하했다.


쓰러져 잠든 갱단의 머리에 총알이 박혔다. 동민은 무방비 상태인 민간인을 보호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곤 교회에 남았다.


그 광경을 본 갱단은 뭔가 중요한 물건을 지키는 줄로 오해하고 공격을 개시했다.


동민이 상황을 깨달았을 땐 이미 늦은 뒤였다. 총탄이 교회 내부에 빗발쳤다. 그리곤 남아있던 기름에 불을 붙였다.


“아······.”


동민의 심박 수가 위험한 수준으로 치솟았다.


“늦었습니다. 대피하십시오.”


“사람들이······.”


“산소가 없습니다. 당장 피하세요!”


교회에 억류됐던 민간인들은 잠든 채로 불에 타 모두 죽었다. 초라하게 어깨를 움츠린 젊은 집행자 한 명만이 그 앞에서 소리 내어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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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4 : 제국 24.07.28 8 0 12쪽
13 13화 : 종말 24.07.26 8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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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8화 : 수색 24.07.07 10 0 12쪽
7 7화 : 경쟁 24.07.06 9 0 11쪽
6 6화 : 조사단 24.06.30 8 0 12쪽
5 5화 : 합류 24.06.29 11 0 13쪽
4 4화 : 희망 24.06.23 13 0 13쪽
3 3화 : 본능 24.06.22 11 0 12쪽
2 2화 : 생존 24.06.16 1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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