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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61 님의 서재입니다.

바이올런스 퍼펙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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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61
작품등록일 :
2024.04.02 20:36
최근연재일 :
2024.09.08 00:00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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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2,426

작성
24.06.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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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6화 : 조사단

DUMMY

“헤이, 똥민!”



15분쯤 기다린 동민을 찾아온 사람은 젊은 미남이었다. 지능형 일진처럼 생겼다고 동민은 생각했다. 그런 감상을 곧장 입 밖으로 내는 건 실례라는 사실을 알았기에 말을 아꼈다.



“아유 오케? 해브 애니띵 인줘리?”


“노, 노······아임 굿. 땡큐.”


“아 그래? 표정 씹구려서 어디 다친 줄 알았네.”


“한국말 하시네요······?”


“당연히 하지 한국인이니까. 배준영이야. 편하게 형이라고 불러. 반말까도 되고. 근데 형은 꼭 붙여라.”


“네, 형······존댓말 쓸게요.”


“마왕 누나가 그러던데 너 싸울 줄 안다며? 남아서 우리랑 같이 싸울래?”


“지상에요? 네! 싸울게요. 외계인 다 죽여야 해요.”



준영이 의자를 가져와 동민 앞에 앉았다.



“가족이 당했다고 그랬지. 미안하다. 우리가 더 빨리 갔어야 했는데. 사실 어젯밤에 서울에서 너 찾아보다 왔거든. 마왕 누나가 찾아보라 해가지고. 늦어서 미안해.”


“괘, 괜찮아요.”


“누나도 미안하다고 전해달래. 자기가 당하는 바람에 꼬였으니까. 누나 시체 찾아오느라 좀 빡세긴 했지.”


“시체를······왜요?”


“시체가 있으면 다음에 부활할 때 조금 더 강해질 수 있거든. 그리고 외계인 새끼들이 악용할지도 모르잖아.”


“······.”



동민은 하토르 시체로 외계인들이 뭘 했는지를 떠올리느라 잠시 할 말을 잊었다. 얄궂게도 또다시 발기하는 성기를 손으로 꽉 잡아 진정시켰다. 눈치 빠른 준영이 그 동작을 읽고 허리를 숙여 확인했다.



“뭐야 너 꼬추 아파? 엘시스 여왕님한테 따먹혔다며.”


“그, 그냥······아무것도 아니에요.”


“작은 것도 잘못하면 좆될 수 있으니까 다 얘기해. 뭐든지 말해도 돼. 형이잖아.”



한참 망설인 동민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느릿느릿 털어놓았다. 준영은 중간에 어떤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며 끝까지 들어주었다. 선생님 앞에서는 착한 척하며 뒤로는 동급생을 괴롭히는 지능형 일진 같았던 남자가, 잠깐 사이에 정말로 형 같아졌다는 느낌을 동민은 받았다.



“그거 그렇게 이상한 거 아니니까 발기했다고 꼬추 막 꺾고 그러지 마. 잘못하면 부러진다.”


“네······.”


“혹시 시체에 박고 싶냐?”


“자, 잘 모르겠어요.”


“하토르 누나가 굉장히 야한 몸이긴 한데······그래도 실제로 하지는 마라? 못 참을 것 같으면 나한테 말해. 서큐버스 소개해줄게. 꿈속에서는 뭘 해도 되잖아. 알겠지?”


“네.”


“너 다른 시체 봤을 때도 꼴렸어?”


“아뇨.”


“그럼 정상이야. 누나 몸이 너무 야해서 그런 거니까, 괜히 안 좋은 쪽으로 치우치지 마.”


“그럴게요.”


“가방엔 뭐 들었어? 좀 봐도 돼?”



외계인 총을 받아든 준영은 미술작품 감상하듯 전등 빛에 비춰보며 꼼꼼히 살폈다. 투박하지만 튼튼하고, 인간이 들기에는 다소 무거웠다. 대량 생산한 양산품이라는 점을 꿰뚫어 보기란 어렵지 않았다.



“멀쩡한 것 같네. 당분간은 이거 계속 써. 우리 쪽에서 신무기 개발하면 그때부턴 그거 쓰고.”



총을 또 뺏길 거라 생각해 바짝 굳었던 동민의 얼굴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좋냐?”


“그거······좋아요. 한 방에 한 명씩 잡아요.”


“알아. 우리도 쓰고 있어. 너 군대 안 갔지? 기본 훈련은 좀 받자. 시간 없으니까 속성교육으로.”



준영은 동민을 본부 지하로 데려갔다. 별세계 조사단 본부 지하 4층부터는 세간에 공개되지 않은 비밀기지였다. 일반인은 존재조차 몰랐다. 여기 들어온 순간부터 공식적으로 조사단의 일원이 된 거라고 준영이 설명했다.



“이제 겨우 시작한 거라서 사람이 별로 없어. 하아······유노 누나 연락 끊기자마자 쳐들어와가지고 존나 피곤하네.”


“유노······연락 끊겼어요?”


“어. 메기도에 일 생겨서 갔는데 넘어가자마자 연락 끊겼어. 워프 게이트도 닫혔고. 처음부터 노린 거지. 누나 없을 때 지구 공격하려고. 유노 누나, 레이타 누나, 장동수 도사님, 제티 요원님 넷이 다 갔어. 핵심 전력들인데.”



동민은 잘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꽤 유명한 편인 마법전사 유노도 소문만 들어본 정도였다. 훈련장으로 이동하는 동안 준영이 설명을 이어갔다.



“유노는 뭐 하는 사람인지 알지? 화성 테라포밍한다고 존나 시끄러웠잖아.”


“네. 그거 진짜예요?”


“어. 근데 지금 외계인 새끼들 병력이 화성에 모여 있어서 중단됐어. 레이타 누나는 유노 누나 개인 비서야. 그래서 잘 모를 거고, 장동수 도사님은 도술 쓰는 사람인데 실제로는 국정원 같은 스파이야. 그리고 제티 요원님은 키크 중에 존나 높으신 분. 우리로 치면 총리지.”


“아~.”


“그나마 엘시스 여왕님이랑 에키시온 연금술사님이 있어서 다행이야. 머리 분홍색인 엘프 있거든? 그냥 연금술사님이라고 하면 돼. 지금 나이델린 업그레이드하는 중이라 만나긴 힘들고, 나중에 보면 인사 꼭 해라. 그분도 제티 요원님처럼 존나 높은 분이니까.”


“얼마나 높으신데요?”


“엘프는 나이가 벼슬이거든? 4500살 넘었대. 엘프 중에서도 존나 많아.”


“와······완전 할머니겠네요.”


“아냐. 졸라 예뻐. 가슴도 존나 커.”


“가, 가슴 얘긴 왜 해요?”


“너도 가슴 좋아하면서 왜 그러냐. 남자끼린데 뭐 어때? 아 너 혹시 페미야?”


“아뇨 저 그런 거 진짜 싫어해요. 애들끼리 맨날 싸워서요.”


“남혐 여혐 다 싫어한다는 말이지? 애가 참 바르게 컸네. 여기 그딴 거로 지랄하는 인간 없으니까 안심해도 돼. 아 근데 세니카는 좀 막말하긴 한다. 나한테만 그러니까 그냥 흘려들어.”



잠시 후 전투 훈련장에 도착했다. 가변형 세트와 홀로그램 등 다양한 시설로 충실한 훈련이 가능했다.



“김동민 데려왔다!”


“아~. 네가 동민이구나? 어서 와!”



인간 여자 둘에, 눈표범을 닮은 외계인과 용을 닮은 외계인도 한 명씩 있었다. 둘 다 사람처럼 두 발로 걸었다. 가장 동민의 시선을 끌어당긴 이는 짙은 노랑 단발머리를 한 엘프였다. 스타일이 상당히 좋았으며 척 보기에도 미인이었다. 가슴은 그렇게 크지 않았다.



“우리 여자들 다 예쁘지 않냐?”


“네, 네······.”


“야, 쫄지 마. 너도 꿇릴 거 없어. 남자는 자신감이라고.”



세니카가 가장 먼저 다가와 따뜻한 말로 동민을 달래주며 꼭 안아줬다. 준영의 애인이자 우주선 조종사였다. 염색이 덜 된 것처럼 약간 어두운 금발이 동민의 기억에 남았다.



“얘 생긴 거 딱 봐도 외국인이잖아. 근데 외국인이 영어로 말 걸면 도망친대. 개웃기지 않냐?”


“아 씨발 한국에 너무 오래 살아서 영어 어색한 걸 어쩌라고!”


“이런 점이 매력이야. 귀여워 죽겠다니까. 눈표범처럼 생긴 여기 칼라이아는 우리 팀 리더. 전술가지. 종족은 야무카리.”


“안······.”


“김동민 이거 비실비실해 보이는데 전력이 되겠냐?”



인사를 받기도 전에 칼라이아가 툭 던졌다. 좀 굵지만 여자 목소리라는 점이 동민에겐 의외였다.



“혼자 열 명 잡았다는데?”


“그래? 합격.”


“어차피 하토르가 합격시켰는데 자기가 뭐라고.”


“내가 리더잖아!”


“칼라이아는 이런 성격이고, 진나한 선생님은 보이는 그대로 용인이야. 신단수 마법학교 체육 교사셔.”



마법학교 체육 교사가 대체 뭔지 동민은 잠깐 생각했다.



“만나서 반갑다. 어린 몸으로 너무 무리하지 말아라.”


“네, 안녕하세요.”


“선생님은 총을 못 쏴서 칼로 싸워. 멋있긴 한데 활약은 소소해.”


“크흠.”


“다음은 이세핀 기자님. 지금 지상에 있는 엘프는 이분밖에 없어. 이것저것 다 잘하시니까 아무 때나 의지해도 돼.”



동민과 눈이 마주친 이세핀이 싱긋 웃었다. 상큼한 과일 냄새가 풍겨오는 듯한 눈웃음이었다.



“과찬이에요. 반가워요, 동민. 우리랑 함께 싸우기로 했다니 어려운 결정을 내렸네요. 나이델린으로 피난할 수도 있었을 텐데요.”


“제 가족 죽인 놈들한테 복수하고 싶어서요.”


“단기적으로는 나쁘지 않은 동기군요. 그렇지만 복수심에 너무 의존하지 말아요. 어떤 감정이든 시간이 지나면 무뎌지니까요. 그만큼 동민도 약해지겠죠.”


“네······.”



동민은 이세핀이 나이가 엄청 많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물어보면 실례일 것 같아 꾹 참았다. 준영이 마지막 사람 앞으로 이동했다. 스포츠 계열이라는 인상을 풍기는 훈녀였다.



“마지막은 우리나라가 보유한 세 번째 초인, 정다래.”


“안녕 동민아!”


“안녕하세요.”


“근데 유노 하토르 둘이랑 비교하면 존나 약해. 초인 중에 최약체야.”


“오빠 맞을래요?”


“아 최약체는 류마구나. 이 안에선 다래가 제일 강하긴 하니까 그냥 든든한 국밥이라고 생각하면 돼.”


“오빠 진짜 맞을래요? 여자한테 국밥이 뭐예요.”


“나 국밥 좋아하는데 왜?”


“아니 음식에 비유하지 말라고요······동민아 준영 오빠랑 너무 친하게 지내지 마. 나쁜 거 배울라.”


“어······.”



머뭇거리는 동민의 오른손을 준영이 잡아 치켜들었다.



“여초화 반대! 남성의 권리도 보장하라!”


“어휴 저 새끼 또 시작이네.”



세니카가 중얼거렸다. 말은 조금 험했지만, 가볍게 농담하는 분위기였다.



“남자가 늘어서 좋네요. 여자가 더 많긴 하잖아요, 우리. 균형 잡힌 구성이 좋아요.”


“성비 맞추는 게 무슨 의미가 있어요?”



이세핀의 말을 다래가 질문으로 받았다.



“한국인은 조화를 중시하지 않나요?”


“요즘은 너무 억지로 맞추려고 해서 문제예요.”


“그렇군요.”


“뭘 쓸데없는 걸 따져? 지금은 전투만 잘 하면 돼. 리더인 내가 하는 말이니까 새겨들어.”


“후훗. 그래요.”



동민은 이들이 좋은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이해했다. 약하게 유지되고 있던 경계심이 풀어졌다.



“근데 동민아 너 진짜 괜찮겠어? 우리 장난으로 싸우는 거 아냐. 진짜 죽을지도 몰라.”



세니카가 걱정스러운 눈길로 동민을 보며 말했다.



“얘 서울에서 혼자 탈출했다잖아. 아껴주는 건 좋은데 너무 어린애 취급하진 말자.”



지지해주는 준영이 동민은 무척 고마웠다. 외계인과 싸울 각오쯤은 예전에 해두었다. 놈들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용서하지 않을 작정이었다. 사랑하는 가족을 송두리째 빼앗긴 동민에게 남은 것은 철저하고 집요한 복수뿐이었다. 본인이 그렇게 믿었다.



“동민한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있을지도 몰라요.”


“아 그러네요. 제가 엄마한테 말해볼게요. 갔다 올 테니까 얘 기본 훈련 좀 시켜주세요.”



이세핀의 의견을 받아들인 준영이 자리를 비웠다.


동민이 가장 먼저 배운 것은 수화였다. 작전 중에 소리를 내지 않고 수신호로 대화하는 법. 실전처럼 훈련장 내부를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학습했다. 단원들의 숙련도는 매우 높았다. 특별한 능력이 없는 세니카마저 전술 행동에 숙달되어 있었다. 게임에서나 접해봤던 특수부대처럼 움직였다. 동민은 최대한 비슷하게 흉내 내려고 애썼다.



“야, 너 아직 근력 부족해서 우리처럼 못 하니까 그냥 머릿속에만 넣어둬. 따라 하지 마.”



칼라이아가 넌지시 말했다.



“연습하는 게 좋은 거 아니에요?”


“근력이 약하면 억지로 따라 하다 몸이 굳는단 말이야. 안 좋은 버릇이 생긴다고. 생각하지 말고 그냥 내 말대로 해. 생각은 훈련 끝나고 하는 거야.”


“네······.”



서울에서 나름대로 잘 해냈다는 생각이 있는 동민이었기에 조금 자존심이 상했다. 하토르가 국회의원들 앞에서 인정해준 것도 컸다. 그래서 훈련 중에 자꾸 자기 생각대로 하려 했다.



“김동민! 내 말대로 하랬지!”


“아, 알았어요.”



소심하게 반항하는 동민을 이세핀이 눈웃음을 지으며 쳐다봤다. 다래와 세니카도 분위기가 너무 험해지지 않도록 간간이 잡담을 나눴다. 하지만 절대 칼라이아를 방해하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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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7화 : 마왕 24.08.10 7 0 11쪽
16 16화 : 세뇌 24.08.04 7 0 13쪽
15 15화 : 극복 24.08.03 6 0 12쪽
14 14 : 제국 24.07.28 8 0 12쪽
13 13화 : 종말 24.07.26 8 0 13쪽
12 12화 : 간섭 24.07.21 8 0 11쪽
11 11화 : 진보 24.07.20 9 0 12쪽
10 10화 : 특혜 24.07.14 9 0 13쪽
9 9화 : 감정 24.07.13 7 0 11쪽
8 8화 : 수색 24.07.07 10 0 12쪽
7 7화 : 경쟁 24.07.06 9 0 11쪽
» 6화 : 조사단 24.06.30 9 0 12쪽
5 5화 : 합류 24.06.29 11 0 13쪽
4 4화 : 희망 24.06.23 14 0 13쪽
3 3화 : 본능 24.06.22 11 0 12쪽
2 2화 : 생존 24.06.16 12 0 12쪽
1 1화 : 전쟁 24.06.15 3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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