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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61 님의 서재입니다.

바이올런스 퍼펙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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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61
작품등록일 :
2024.04.02 20:36
최근연재일 :
2024.09.08 00:00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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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2,426

작성
24.08.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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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9화 : 살인

DUMMY

군대와 핵무기가 하루아침에 사라진 세계. 하지만 평화는 그림자조차 드리우지 않았다.


온갖 무장단체와 범죄조직이 들끓고 일어나 심각한 혼란을 조장하기 시작했다. 지역을 점령하고 독립을 선언하는 조직마저 생겨났다.


그동안 우주에서 지낸 동민은 지원 인공위성이 전부 가동되고 나서야 이 사실을 알았다.


“PAS 2.0을 완전히 활성화할까요?”


“아니 방금 범죄조직 엄청 많아졌다고 그랬잖아요. 당연히 안 되죠.”


“민간인은 자기 몸을 지킬 수단이 없습니다.”


“그거 미국 총기회사 논리랑 똑같은데요.”


“아뇨. 총은 사람을 죽이는 데밖에 쓸 수 없습니다.”


“그래도 지금은 안 돼요. 너무 위험해요. 일단 집행자부터 좀 모으고 싶은데요.”


“알겠습니다. 집행자 적합성을 몇 퍼센트로 설정하시겠습니까?”


“그거도 따로 정해야 해요?”


“네. 100%를 추천합니다. 그러면 저번에 말씀드린 대로 10만 명 당 1명의 집행자가 모일 것입니다.”


“너무 적지 않아요?”


“적합성이 100% 미만일 경우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요?”


“무적 역장을 가진 범죄자가 나타납니다.”


“그거 집행자 둘 이상이면 초능력 박탈할 수 있잖아요.”


“범죄자가 본성을 드러냈을 때는 이미 사건이 벌어진 후입니다.”


“아.”


“이 우주선에 그런 범죄자가 들어온다면 집행자 1만 5천 명이 몰살당할지도 모릅니다.”


“알았어요. 듣고 보니까 진짜 위험하네요.”


큰 침공을 겪은 뒤인 지금, 전 세계 인구는 72억 명. 우리엘은 예비 집행자 숫자를 7만 2천 명으로 추산했다.


인공위성은 이미 집행자 자질을 가진 사람을 찾아내기 시작했다. 물론 유전자를 직접 채집하는 것이 확실했다.


“적합성이 높을 것으로 추정되는 예비 집행자를 발견했습니다. 확보하십시오.”


동민은 강화복과 권총을 챙겨 글라디우스에 올라탔다. 조사단의 물수리를 토대로 만든 집행자용 비행선이었다.


비무장인 물수리와 다르게 글라디우스는 본격적인 화력 지원이 가능했다.


갓 연마한 금속에서 나는 독특한 냄새가 동민의 코를 자극했다. 기관포 탄약과 미사일도 눈에 들어왔다.


몸에 딱 맞는 좌석에 앉아 안전띠를 맨 동민은 마른침을 삼켰다. 헬멧 바이저에 임무 개요가 떠올랐다.


“광저우네요?”


“네. 중국 북동부보다 피해가 적어 생존자가 많습니다.”


“중국 동부는 무슨 피해가 있는데요?”


“방사성 낙진에 오염되어 생명체 대부분이 사멸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터진 핵 때문에요?”


“네. 계절풍이 낙진을 중국 북동부로 이동시켰습니다.”


베이징 일대를 촬영한 위성 사진이 표시됐다. 낙진에 뒤덮여 온통 지저분한 회색빛이었다.


“저기에도 타니타 뿌리겠죠?”


“저는 조사단 시스템과 분리되어 있어 알지 못합니다. 타니타의 잠재적 위험성을 평가하고 싶군요.”


“연결하면 되지 않을까요?”


“조사단 지하 기지나 나이델린의 메인프레임에 절 업로드해주시면 됩니다.”


“그냥 인터넷처럼 연결하는 거로는 안 돼요?”


“저쪽의 방화벽에 막혀 제가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제한될 것입니다.”


동민은 우리엘을 신뢰했다.


그렇지만 지금껏 자신을 잘 대해주고 여러 도움도 아끼지 않은 조사단이나 하토르를 속이고 싶지는 않았다.


아무리 우리엘을 믿는다 해도, 다른 사람들의 동의도 없이 멋대로 저지르는 건 잘못이라 믿었다.


“업로드 안 할래요.”


“알겠습니다. 작전 구역까지 1시간 22분 남았습니다.”


중력이 점차 몸을 잡아당겼다. 동민은 발목 운동으로 다리에 혈액이 잘 통하도록 했다.

3달 만에 다시 만난 광저우 시내는 침략 직후보다 훨씬 활기찬 모습이었다.


그렇지만 무너지고 불탄 건물들이 그대로 남아 외계인 침공이 현실이었음을 말해주었다.


제어판을 찾으러 갔을 당시에는 한 명도 보이지 않았던 공안들이 동민에게 다가와 용건을 물었다.


“예비 집행자를 데리러 왔어요.”


공안들은 다짜고짜 안 된다며 동민을 구속하려 했다.


당황한 동민이 어물쩍거리는 사이 손목에 수갑까지 걸렸다. 그때 글라디우스에서 기관포가 발사됐다.


경고 사격이었다. 깜짝 놀란 공안들은 수갑을 걸어놓은 채로 달아났다.


“집행자님.”


“초, 총까지 쏠 필요는 없잖아요.”


“집행자님. 당신은 독립 부대로서 하토르에게 자율권을 인정받았습니다.”


“그렇긴 한데요.”


“불필요한 시시비비에 휘둘리지 마십시오. 당신의 임무만 우선하시면 됩니다.”


“공안을 무시하라고요?”


“공안뿐 아니라 당신의 임무를 방해하는 어떤 외압이든 무시하셔도 좋습니다.”


“제 권한이 그 정도일 줄은 몰랐어요.”


“처음이시니까요. 제가 지원해드리겠습니다. 임무를 속행하십시오.”


예비 집행자는 평범한 30대 후반 회사원이었다. 체구는 물론이고 외모도 동민과 닮은 구석이 많았다.


운전하던 차로 외계인 한 명을 들이박아 해치운 전적까지 있었다.


그 사람은 탕비실에서 우리엘과 단둘이 대화를 나눈 후, 함께할 의지를 내비쳤다.


“캉 차오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네, 김동민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동민은 왠지 좋은 느낌을 받았다. 유전자를 검사하기 위해 제어판으로 가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무역 회사에서 일한 차오는 영어가 상당히 능숙했다. 한국어와 일본어도 조금씩 할 줄 알았다.


“안에 들어가셔서 우리엘이 시키는 대로 하시면 돼요.”


“이런 곳이 있었네요.”


가볍게 둘러본 차오는 제어판 모니터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문이 닫혔다.


“저기, 우리엘.”


“네?”


“만약에 저 사람 적합성이 100% 미만이면 어떻게 돼요?”


“돌려보냅니다.”


“제어판 위치는 어떡하고요?”


“살려서 돌려보낼까요?”


“당연히 살려서 돌려보내야죠! 무슨 소릴 하는 거예요!”


“그러시다면 다음부터는 글라디우스에서 검사하겠습니다.”


“처음부터 그랬어야죠. 저 사람도 죽이면 안 돼요.”


“알겠습니다.”


문이 열렸다. 손에 권총을 든 차오가 멀쩡한 얼굴로 걸어 나왔다.


“이제 뭘 하면 됩니까?”


“훈련받으러 가요.”


고개를 끄덕인 차오는 권총을 품속에 넣고는 동민의 뒤를 따랐다.


막상 훈련을 시키자니 마땅한 곳이 없었다. 조사단 지하 기지는 조사단원에게만 공개되어 차오는 들어가지 못했다.


집행자 우주선도 적합하지 않았다. 원심력으로는 제대로 된 훈련공간을 조성하기 힘들었다.


막막해진 동민은 하토르에게 도움을 요청하러 갔다.


“알았어. 위치는?”


“강원도 양구군 해안면이요.”


동민은 우리엘이 알려준 그대로 대답했다.


“뭐 하는 데야?”


“산간분지인데 완전히 고립된 지역이고 자급자족이 돼서 좋대요.”


“거기도 핵 맞았냐?”


“네.”


“산간분지랬지? 아예 요새화해야겠네.”


하토르는 해당 지점으로 제국 공병 부대를 내려보냈다. 가장 먼저 자동화된 대공포 진지부터 지었다.


분지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가칠봉 꼭대기에 미사일 방어용 레이저 철탑도 건설했다.


방사능이 제거되고 이제 막 풀이 돋아나기 시작한 땅에 서 있기에는 제법 이질적인 모습이었다.


집행자 훈련소와 기타 시설은 지구 문화에 익숙한 조사단이 협력해줬다.


여태 존재감이 없었던 키크도 거들었다. 지역 일대를 우리엘이 관리할 수 있도록 각종 로봇과 드론을 지원했다.


문제는 엘시스였다.


“집행자 성비가 어떻게 될지는 몰라도 편안하게 한 발 뺄 수 있는 휴식처를 만들어야지 않겠니?”


“어······.”


“동민이 너 나랑 섹스까지 했으면서 망설이는 거야?”


“아니······.”


“속정이 제일 깊다는 말 몰라? 그냥 먹고 버린 거였어?”


“마, 말씀을 왜 그렇게 하세요.”


“흥! 실망이야!”


동민이 휴대 전화를 꺼내는 것을 본 엘시스가 잽싸게 낚아챘다.


“우리엘 말고~. 걔가 섹스를 아니?”


차오는 아무 말 없이 옆에서 엘시스의 가슴만 보고 있었다.


“섹스는 집행자 임무랑 상관없잖아요.”


“근데 너 인간이잖아. 상관이 없을 수가 있어? 남은 평생 고자처럼 살래?”


“캉 씨는 혹시······.”


“위험하지만 않으면 전 좋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중에도 눈은 여전히 J컵 가슴에 고정되어 있었다.


사실 동민도 자꾸만 가슴을 보려는 눈알을 의식적으로 되돌리는 중이었다.


“위험······하지 않죠?”


“그러엄! 내가 얼마나 철저하게 관리하는데. 지구로 데려온 애들은 전부 프로야. 허접자지도 빨딱빨딱 세워준다구~.”


결국은 서큐버스 안마소도 집행자 도시에 들어왔다.


핵융합 발전소를 놓고, 수원을 확보하고, 공장형 수직 농장까지 빠짐없이 입주했다.


거의 완전한 자급자족이 가능한 작은 도시가 겨울쯤에 완성됐다.


그동안 동민은 홀로 전 세계를 누비며 수백 명의 예비 집행자들을 만났다. 그리고 그중 절반 이상을 합류시켰다.


동민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흐름이었다. 그러나 세상은 더욱 안 좋은 쪽으로 변하고 있었다.


폐허가 된 군대에서 대량의 무기를 수집한 범죄조직들은 기어코 경찰을 몰아내기에 이르렀다.


멕시코나 스웨덴 같은 나라는 아예 조직의 손아귀에 국토 전체가 떨어졌을 정도였다.


조금이라도 저항하는 사람들은 무참히 처형당했다. 가로등에 목이 걸린 시체를 날마다 볼 수 있었다.


중동도 종교집단 간 갈등이 격화돼 매일매일 전쟁을 치렀다. 하루도 피가 마를 날이 없었다.


다음 해 1월. 집행자들은 PAS를 활성화하기 전에 범죄조직부터 때려 부수기로 합의했다.


기본 훈련을 끝낸 집행자 30명이 비행장에 모였다.


“여러분은 각자 고국, 혹은 가까운 지역으로 가시게 됩니다. 신념을 갖고 임무를 달성하십시오.”


동민은 일본 쪽 임무를 받았다. 그간 제법 친해진 차오와 인사를 나눴다.


“잘 하고 와, 동민.”


“아저씨도요. 행운을 빌게요.”


무적 역장은 서로 겹치면 중화되어버리기에 집행자는 기본적으로 혼자 활동했다.


두 집행자는 악수하는 일 없이 각자 글라디우스에 탑승했다.


“후우······.”


조사단의 제이가 개발해준 최신식 소총이 동민을 반겼다. 저지력과 신뢰성을 극대화한 명품이었다.


몸을 조이는 안전띠가 평소보다 더 갑갑하게 느껴졌다. 자신이 오늘 사람을 죽이게 될 거라는 생각이 동민을 서서히 짓눌렀다.


“죽이지 않고 끝낼 방법이 있을까요? 우리엘.”


“야쿠자 같은 범죄조직은 뿌리까지 제거해야만 사라집니다.”


“그건 현실적으로 어렵잖아요.”


“그래서 머리부터 잘라내야 합니다. 죽어야만 멈추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언제나 명심하십시오.”


동민을 태운 글라디우스는 오사카로 향했다. 이곳 야쿠자는 번듯한 빌딩에서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을 만큼 세력이 컸다.


거기서 동민은 이중적인 모습을 보았다. 야쿠자들은 침공으로 피해를 본 사람들을 돕는 한편, 지역 경제를 착취해 부정을 축적하고 있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무시하고 집행할 것인가, 아니면 어떻게든 다른 방법을 생각할 것인가. 누구에게나 어려운 선택이었다.


“슬슬 출발하시겠습니까?”


“잠깐만요.”


“왜 그러시죠?”


“제가 임무를 끝낸 다음에요. 어떻게 돼요?”


“다음 작전 구역으로 이동하실 겁니다.”


“아뇨, 여기가 어떻게 되냐고요.”


“마왕 정부에게 달렸습니다.”


“그럼 저는 그냥 사람 몇 명 죽이고 떠나기만 하면 되는 거예요? 그렇게 쉽다고요?”


“집행자가 모든 것을 감당할 순 없습니다.”


“사람 죽이고, 책임은 안 진다고요.”


“오해가 있으시군요. 범죄자를 막는 것이 집행자의 책임을 다하는 일입니다.”


“알았어요.”


“당신은 타고났습니다. 충분히 감당할 수 있습니다.”


두 눈을 꾹 감은 동민은 소총을 매만졌다. 단단하고 차가웠으며 기름이 조금 묻어났다.


글라디우스는 야쿠자가 본거지로 쓰는 빌딩 꼭대기에 착륙했다. 문이 열리고, 집행자가 내려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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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1화 : 휴가 24.08.24 5 0 13쪽
20 20화 : 집행 24.08.18 6 0 12쪽
» 19화 : 살인 24.08.17 5 0 12쪽
18 18화 : 독립 24.08.11 5 0 12쪽
17 17화 : 마왕 24.08.10 7 0 11쪽
16 16화 : 세뇌 24.08.04 7 0 13쪽
15 15화 : 극복 24.08.03 6 0 12쪽
14 14 : 제국 24.07.28 8 0 12쪽
13 13화 : 종말 24.07.26 8 0 13쪽
12 12화 : 간섭 24.07.21 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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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9화 : 감정 24.07.13 7 0 11쪽
8 8화 : 수색 24.07.07 10 0 12쪽
7 7화 : 경쟁 24.07.06 9 0 11쪽
6 6화 : 조사단 24.06.30 9 0 12쪽
5 5화 : 합류 24.06.29 11 0 13쪽
4 4화 : 희망 24.06.23 14 0 13쪽
3 3화 : 본능 24.06.22 11 0 12쪽
2 2화 : 생존 24.06.16 12 0 12쪽
1 1화 : 전쟁 24.06.15 3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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