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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61 님의 서재입니다.

바이올런스 퍼펙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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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61
작품등록일 :
2024.04.02 20:36
최근연재일 :
2024.09.08 00:00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219
추천수 :
0
글자수 :
142,426

작성
24.08.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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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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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0화 : 집행

DUMMY

“뭐 하는 새끼야 이거? 어디서 왔어!”


“집행자 독립부대 소속 김동민입니다. 연합회 회장을 체포하러 왔습니다.”


“앙? 무슨 같잖은 소릴 지껄여!”


조직원은 서슴없이 기관권총을 꺼내 난사했다. 총알이 전부 동민 코앞에서 멈췄다.


“뭐, 뭐야······!”


“무기를 버리고 투항하세요.”


“지랄 마!!”


이번엔 단검이었다. 달려드는 조직원의 턱에 동민의 주먹이 꽂혔다. 강화복의 완력으로 박살 난 턱에서 뼛조각과 피가 튀었다.


“습격이다!! 경보 울려!!”


나머지 조직원들이 일사불란하게 뛰쳐나왔다. 자동소총에 로켓포까지 등장했다.


“저 새끼가 타고 온 거부터 날려버려!!”


“하잇 요로콘데!”


“치명적 위협 감지. 집행 개시.”


우리엘이 직접 기관포를 통제했다. 퉁퉁퉁 훑고 지나가자 사람 몇이 새빨간 피구름으로 변했다.


동민도 소총을 견착하고 조준 사격을 시작했다. 착륙하기 전에 고민하던 눈빛은 온데간데없었다.


피바람이 계속 불었다. 조직원 백여 명이 계단으로 뛰어 올라와 합세했다. 맹렬한 저항이었으나 시간 끌기에 불과했다.


십여 분 만에 정리한 동민은 회장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기다리고 있던 정예 조직원들이 맞섰다.


“이얍-!”


“끄악-!”


무적 역장 앞에선 헛된 몸부림일 뿐이었다. 집행자 소총이 포화를 뿜을 때마다 부서진 몸뚱이가 허공을 휭 날았다.


사무실은 두 개 공간으로 분리되어 있었다. 연합회 회장이 있는 곳은 안쪽 방이었다.


오사카 범죄조직의 총수는 얼굴에 검버섯이 핀 노인이었다. 장식인 듯한 일본도를 꼭 쥐고 있었다.


“네놈은 누구냐?”


“집행자 독립부대 소속 김동민입니다. 당신을 체포하고 조직을 해산시키러 왔습니다.”


“누구 마음대로?”


“제 마음대로요.”


“가소롭구나.”


“투항하세요.”


“거절한다면?”


“사살하겠습니다.”


“하하, 하하하하!! 얼마 전엔 외계인 놈들이더니, 이번엔 들어본 적도 없는 기관에서 파견한 애송이냐? 썩 꺼져라!”


“투항하세요.”


“이 도시의 치안을 유지하고 시민들을 먹여 살린 게 바로 우리다! 도대체 무슨 명분으로 체포하겠다는 말이냐!”


“도시 경찰 와해시킨 게 당신들이잖아요.”


“무능하고 쓰레기 같은 쥐새끼들이었다! 그놈들이 파먹은 세금을 나라를 위해 쓰는 건 바로 우리고!”


“그러면서 본인들 지갑도 넉넉히 채우셨죠.”


“뭘 안다고 함부로 지껄이는 거냐!! 일본말도 할 줄 모르는 놈아!!”


우리엘이 조직의 자금 흐름을 추적한 자료를 헬멧 바이저에 띄워줬다. 분 단위로 자세했다.


“마약 유통까지 하셨네요.”


“증거라도 있어서 지껄이는 소리냐?”


“투항할 건지 말 건지 결정하세요.”


“날 죽인들 조직은 무너지지 않는다! 절대!!”


회장이 일본도를 뽑아 무서운 기세로 달려들었다. 다음 순간 시체가 되어 벽에 처박혔다.


“무너질 때까지 계속할 거라서요.”


회장의 사망을 확인한 동민은 조용히 사무실을 나왔다.


“잘하셨습니다.”


“네.”


그때 동민의 귀에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흐느끼는 듯한 목소리였다.


소리가 나는 방을 금방 찾아냈다. 들어가려는 순간, 어떤 남자가 요상한 괴성과 함께 동민을 덮쳤다.


상체에 얇은 비단옷 하나만 걸친 남자였다. 습격자를 해치우고 방으로 들어간 동민은 얼굴을 찌푸렸다.


어린아이들이 힘없이 널브러져 있었다. 팔에는 주사 자국이 가득했다. 가장 나이 많은 아이도 중학생 위로는 보이지 않았다.


소년 소녀 할 것 없이 학대당한 모습이었다. 배설물과 토사물로 어지러운 방안이 어린 집행자의 의식에 가득 찼다.


흐느끼는 소리는 화장실에서 흘러나왔다. 들어가 보니 피가 밟혔다.


어떤 아이가 벽에 양팔이 묶인 채 앉아 있었다. 단도에 베여 내장이 삐져나온 상태였다.

아이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흐느끼는 소리를 내던 것은 목소리를 녹음한 휴대전화였다.


아까 동민을 습격했던 남자가 촬영한 영상이었다. 칼로 배를 긋는 장면이 반복 재생됐다.


동민은 희생당한 아이에게 회복 두루마리를 사용했다. 눈에 띄는 모든 상처가 저절로 나았다.


“초현실적이군요.”


“깨어나질 않아요.”


“물을 먹이십시오.”


동민은 우리엘이 시키는 대로 벽에 아이를 기대 앉히고 수통을 입에 대줬다.


“살려주세요······.”


“괜찮아요. 다 끝났어요.”


“엄마······.”


희미하게 중얼거린 아이는 고개를 푹 떨궜다. 기절한 것이었다.


어린 집행자는 그날 떠나지 않았다. 연락을 받고 찾아온 조직원들을 마지막 한 사람까지 전부 사살했다.


빌딩 1층까지 시체로 가득 찼다. 마지막엔 장갑차까지 등장했으나, 글라디우스의 미사일에 맞아 허무하게 폭발했다.


지옥 같았던 하루가 저물어갔다. 생존자는 싸우지 않고 숨거나 달아난 사람들, 그리고 동민이 지킨 아이들이었다.


“총기를 모아 불태우세요. 탄약은 반드시 분리하셔야 합니다.”


“네.”


폭발물은 따로 제거하기 위해 글라디우스에 실었다.


“아이들은 어떡할까요?”


“병원에 맡기십시오. 적십자 병원으로 이송하겠습니다.”


“알았어요.”


거의 건물만 남아있는 지역 경찰서에 결과를 통보한 동민은 글라디우스로 아이들을 실어다 주고 다음 구역으로 떠났다.


범죄조직은 어디든 비슷했다. 폭력을 앞세워 저항하다가 더 큰 폭력에 부딪혀 무참히 깨졌다.


그리고 끝이 없었다. 큰 조직을 부수면 작은 조직이 여럿 생겨났다. 임무에 집중하는 한 달간 동민은 오사카에 몇 번이나 돌아와야만 했다.


마왕 정부가 제국 군대로 치안을 확립한다면 간단하겠지만, 하토르는 그것을 아니꼽게 여겼다.


제국군을 싫어해서였다. 관점은 다르대도 빅토리아 역시 제국군 동원을 반대했다.


인간을 그렇게나 잔혹하게 학살했던 침략자를 치안 유지군으로 사용하는 것은 아무래도 적절하지 못했다.


더디고 힘들더라도 인간들 손으로 치안을 회복할 필요가 있었다. 이를 위해선 집행자의 활약이 중요했다.


그렇지만 하토르가 이런 점을 일일이 따져가며 독립부대를 허가해준 것은 아니었다. 단순히 김동민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마왕의 직관은 꽤 날카로웠다. 이를 아는 주변 사람들은 딱히 참견하지 않았다.


단, 서큐버스 퀸 엘시스는 예외였다.


“마왕님도 쌓였잖아요-! 남자로 돌아오시라고요-! 한판 뜨자고요-!”


“아 시끄러워!”


“마왕님 자지에 박히고 싶다!”


사실 엘시스에겐 은밀한 계획이 있었다. 하토르와 동민을 엮어주는 것이었다.


마왕보다 훨씬 다루기 쉬운 집행자에게 줄을 대어 지구에서 자신만의 입지를 확보하는 것.


바로 그것이 여왕의 진정한 목적이었다. 서큐버스는 여자보다 남자를 훨씬 잘 공략하는 생물이었다.


마왕에게도 정상적인 성욕이 있다는 건 확실했다. 그것을 동민에게 향하도록 만들기만 하면 되었다.


계획은 제법 잘 풀렸다. 엘시스가 밉살스럽게 굴면 굴수록 하토르는 동민을 더 자주 찾았다.


어느새 전화번호를 교환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엘시스 죽여버리고 싶다.”


“죽이시면 안 돼요.”


“그년이랑 한판 떴다고 봐주는 거냐?”


“여왕님 덕분에 잘 풀리는 부분이 있긴 있잖아요.”


“그래서 그년이랑 한판 떴다고 봐주는 거야?”


“네. 그렇게 나쁜 분도 아닌 것 같고요.”


“시끄러워서 그래. 맨날 섹스하자고 지랄해.”


“여자끼리요? 서큐버스가 여자하고도 해요?”


“아니······뭐, 그러기도 하지. 넌 요즘 어떠냐?”


“걱정했던 것보다는 잘 되고 있어요.”


“범죄자 새끼들 존나 죽인다며.”


“네······끝이 안 나는 느낌이에요.”


“나도 내려가서 깽판 좀 치고 싶네.”


“그러셔도 되잖아요.”


“그럼 너희가 할 일이 없잖아.”


“저희 때문에 참으시는 거였어요?”


“당연하지. 내가 다 해먹으면 사람들이 집행자를 기다리겠어?”


“저희를 기다려요?”


“너희가 나타났다 하면 동네 깡패 새끼들이 싹 정리되잖아. 안 기다리겠냐.”


“하하. 그 정도일 줄은 몰랐어요.”


“계속해. 잘하고 있어.”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봄이었다. 우주에서는 지상을 보여주는 모니터를 통해서만 계절을 실감할 수 있었다.


서울에 모인 빛을 동민은 뿌듯한 심정으로 바라봤다. 점점이 반짝거려 깨알 같았다.


청와대 터에 마왕 정부 청사가 들어섰고, 그 주변에도 주농복합건물이 차곡차곡 올라갔다.


대전의 조사단 본부도 재건되었다. 집행자들도 해안면에 본부를 갖게 됐다.


“매일 조금씩 변하는 게 눈에 보여서 신기해요.”


“존만한 것들이 살겠다고 바둥거리는 거지.”


“에이, 하토르는 표현이 너무 심하세요.”


“맞는 말인데 뭐.”


“예쁘게 말해보세요.”


“뭐, 뭐라는 거야.”


아직 PAS는 활성화하지 않은 채였다. 그래도 사람들은 국가 재건에 참여해 매일같이 구슬땀을 흘렸다.


실상 대부분의 중노동은 자동화된 기계가 담당했다. 사람들이 맡은 일은 힘을 덜 쓰는 마감 작업 같은 것이었다.


그래도 자기들이 살아갈 도시를 자기들 손으로 다시 만든다는 점에서 분명한 의미가 있었다.


“······많이들 애쓰고 있네.”


“잘하셨어요. 지배자가 막말하면 위엄이 안 살잖아요. 전 하토르가 더 멋있어졌으면 좋겠어요.”


“흥······건방지게.”


조경 사업도 활발하게 진행됐다. 핵으로 잿더미가 된 산에 나무를 심어 조금씩 초록색을 돌려놨다.


이 나무는 모두 신단수였다. 식물형 외계 종족을 한반도 전체에 뿌리내리게 하는 것이었다.


신단수는 유노가 특별히 신뢰하는 친구였다. 하토르 역시 신단수만큼은 상당히 편하게 대했다.


씨앗인 미카를 귀여워하는 모습도 자주 보여주곤 했다. 그래서 동민도 의심을 접었다.


“······너무 아까워요.”


“뭐가.”


“우리나라 문화재요. 좋은 게 많았는데······.”


“기록 있는 건 복원할 거야.”


“제국군은 어떻게 하실 거예요? 끝까지 가지고 계시게요?”


“아니. 인간 군대로 갈아치우려고.”


“그게 맞는 것 같아요.”


“근데 아직 준비가 안 됐어. 인간은 무중력에서 살기엔 너무 약해.”


“그럼 어떡해요?”


“기술로 해결해야지. 가만 보면 제국 새끼들이 존나 효율적이긴 해.”


“그래요?”


“병사를 영양분 상태로 보관해. 필요할 때 조립해서 쓰는 거야.”


“비인간적인데요.”


“나도 그렇게까지 하긴 싫어. 차라리 로봇을 쓰지.”


“하토르한테도 인간의 마음이 있나 봐요.”


“당연히 있지 멍청아. 몸이 인간인데. 힘은 신이 준 거고.”


“욕하시면 위엄이 안 산다니까요.”


“시발, 고쳐야겠네. 아 시발.”


동민이 소리 내서 웃었다. 하토르 역시 자기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수많은 사람의 노력 덕분에 세상은 조금씩 안정을 찾아갔다.


마왕 정부 또한 지속 가능한 지배를 실현하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였다.


실권자인 빅토리아 노스 총리가 초기에 주력한 것은 행정체계 통합이었다.


인구 1만이 넘는 모든 도시에 강력한 하드웨어를 갖춘 행정사무소를 설치해 기존 시스템을 고스란히 흡수했다.


그리고 이 사무소들을 위성망으로 엮어 전 세계의 행정을 마왕 정부 한 곳에서 관리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운영 자체는 기존의 방식을 크게 해치지 않는 쪽으로 유지했다. 대신 전산화에 비중을 두었다.


전산화 자체는 지구 기술로도 충분히 가능했다. 실질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전기였다.


에오날에서 군용으로 개발한 소형 핵융합 모듈. 이것이 행정체계 통합을 실현되게 해주었다.


작은 냉장고 크기여서 어디든 배치 가능했다. 수명도 20년 이상으로 매우 길어 지구인에겐 기적 같은 물건이었다.


행정용 소프트웨어와 서버도 키크들이 밤낮없이 개발해 지원해줬다. 기계 종족의 코딩 실력은 인간보다 월등히 뛰어났다.


한반도에 어느새 여름이 찾아왔다. 예년보다는 다소 시원한 날씨였다.


저 멀리 하늘에서 날아온 글라디우스 한 대가 마왕 청사 비행장에 착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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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2화 : 반동 24.08.25 5 0 13쪽
21 21화 : 휴가 24.08.24 5 0 13쪽
» 20화 : 집행 24.08.18 6 0 12쪽
19 19화 : 살인 24.08.17 4 0 12쪽
18 18화 : 독립 24.08.11 5 0 12쪽
17 17화 : 마왕 24.08.10 7 0 11쪽
16 16화 : 세뇌 24.08.04 7 0 13쪽
15 15화 : 극복 24.08.03 6 0 12쪽
14 14 : 제국 24.07.28 8 0 12쪽
13 13화 : 종말 24.07.26 8 0 13쪽
12 12화 : 간섭 24.07.21 8 0 11쪽
11 11화 : 진보 24.07.20 9 0 12쪽
10 10화 : 특혜 24.07.14 9 0 13쪽
9 9화 : 감정 24.07.13 7 0 11쪽
8 8화 : 수색 24.07.07 10 0 12쪽
7 7화 : 경쟁 24.07.06 9 0 11쪽
6 6화 : 조사단 24.06.30 9 0 12쪽
5 5화 : 합류 24.06.29 11 0 13쪽
4 4화 : 희망 24.06.23 14 0 13쪽
3 3화 : 본능 24.06.22 11 0 12쪽
2 2화 : 생존 24.06.16 12 0 12쪽
1 1화 : 전쟁 24.06.15 3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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