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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61 님의 서재입니다.

바이올런스 퍼펙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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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61
작품등록일 :
2024.04.02 20:36
최근연재일 :
2024.09.08 00:00
연재수 :
2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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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2,426

작성
24.07.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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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1화 : 진보

DUMMY

박귀정 의원의 아내 신수미는 검단산으로 차를 몰았다. 공직자 배우자 모임에서 주워들은 바가 있어서였다.


검단산에는 여성 우대 방공호가 존재했다. 낡은 방공호를 정부 정책에 따라 재단장한 것으로, 근무자 중 간부는 전원 여성, 병사는 전원 남성이었다.


먹먹한 한밤중.


자동차 전조등이 위장막을 먼저 비췄다. 어둠 속에서 나타난 병사들이 운전자의 신원을 확인했다. 금방 진입 허가가 떨어졌다.


열리는 출입문을 보고 안심한 수미는 졸려 칭얼대는 딸을 달래주기 위해 뒷좌석으로 몸을 돌렸다.


그때 운전석 위에 원시인 병사가 떨어졌다. 천장째 짓이겨진 내용물이 조수석에 튀었다. 아들이 소리를 질렀다.


이어서 20여 명의 원시인이 추가로 강하했다. 전투랄 것도 없었다. 출입구 주변을 십여 초 만에 정리한 원시인들은 활짝 열린 방공호 안으로 성큼성큼 진입했다.


조사단이 현장에 도착한 건 한참 뒤였다. 사람은 잔해만 남아있었다. 차갑게 식어 말라붙은 상태였다.


“조졌네.”


부서진 자동차의 번호판을 슬쩍 확인한 준영이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돌아가신 거죠······?”


“어.”


“다른 사람들은 탈출했을까요?”


“아니. 밖으로 나가는 발자국이 없어.”


“대피실이 따로 있을지도 몰라요.”


방공호 안쪽으로 시선을 보낸 다래가 말했다.


“저랑 같이 찾아봐요.”


이세핀이 제안했다. 둘씩 나뉘었다. 동민과 준영은 차 천장을 뜯어냈다. 심하게 훼손된 사체 세 구가 드러났다.


손대지 못하고 망설이는 동민과 달리 준영은 할 일을 했다. 사체의 이빨을 치과 진료 기록과 대조했다.


“박귀정 가족 맞아.”


“······.”


누나를 떠올린 동민은 잠깐 눈을 감고 심호흡했다.


“괜찮냐?”


“네.”


“마음 단단히 먹어. 앞으로 계속 볼 거야.”


“네······.”


“여기 좀 와봐요! 뭐 찾았어요!”


방공호 아래 존재하는 별개의 구조물을 다래가 파동으로 찾아냈다. 가장 얇은 부분이 5m 두께였다.


레이저와 얼음을 사용해 사람 한 명이 간신히 드나들 구멍을 뚫었다. 6시간이나 소요됐다.


“다래야, 부탁할게.”


“네!”


내려간 초인이 다시 올라오기까지는 1분도 걸리지 않았다.


“다른 방으로 통하는 문이 있어요. 인간 유전자로 열리는 것 같아요.”


“인간 유전자라고?”


“네. 저한테 인간 유전자 감지 불가라고 하더라고요.”


“희한하네. 동민아, 같이 내려가자.”


동력 갑옷을 벗고 구멍으로 내려간 동민과 준영을 검은색 철벽이 맞이했다. 손잡이는커녕 작은 빈틈조차 없었다.


두 사람이 앞에 서자 문 위에 달린 스캐너가 파랗게 반짝거렸다.


“인간 유전자 감지. 1단계 출입이 허가되었습니다. 안쪽으로 진행하십시오.”


또박또박한 발음을 가진 여자 목소리였다. 벽이 아무 소리 없이 옆으로 열렸다.


“미친, 문 두께 봐.”


이번에도 다래가 첫발을 내디뎠다. 문을 넘어가는 순간 안쪽에서 기관총 포탑이 튀어나와 총알을 퍼부었다.


다래의 호신강기를 뚫고 신체까지 피해를 줄 정도였다. 재빨리 물러난 다래가 몸에 박힌 납 조각을 털어냈다.


“아파라······하토르 언니 인간이잖아요. 부를까요?”


“그냥 제가 들어가 볼게요.”


“위험해, 동민아.”


“치료해주는 두루마리 있잖아요.”


“형이 있는데 왜 네가 목숨을 거냐. 가만있어.”


준영은 당당하게 직진했다. 공격받지 않았다. 똑같은 문이 안쪽에 하나 더 있었다. 스캐너가 작동했다.


“집행자 유전자 감지 불가.”


“오케이. 특정한 유전자가 있어야 되네, 이거.”


“그럼 철수해야겠네요. 무슨 유전자인지도 모르잖아요. 찾을 시간 없어요.”


“그래. 나중에 알아보자.”


호기심이 생긴 동민이 안쪽 문으로 다가갔다.


“집행자 유전자 감지. 2단계 출입이 허가되었습니다. 안쪽으로 진행하십시오.”


“오 굿. 안에 뭐 있는지 봐봐, 동민아.”


동민은 준영이 그랬듯 자신감 있게 안쪽으로 향했다.


“컴퓨터 모니터 같은 거요.”


“또 뭐 없어?”


“네. 모니터 만져볼까요?”


“어. 천천히 움직여. 갑자기 움직이면 쏠지도 몰라.”


모니터 앞까지 가자 문이 예고도 없이 닫혔다. 다소 겁을 먹은 동민은 모니터가 켜지길 기대하며 화면을 눌렀다.


파란 부팅 화면이 먼저 떠올랐다. 화면이 지나가고 모니터에 글자가 표시됐다.


<PAS 2.0 제어판>


“이게 뭐지?”


“안녕하십니까, 예비 집행자님. 저는 우리엘입니다. 제어판 조작용 유저 인터페이스 인격 모델. 원하시는 작업을 말씀하십시오.”


“뭐······뭔데요 이게?”


“이곳은 사이킥 어드밴스 시스템 2.0을 제어하는 장소입니다.”


“그게 뭔데요?”


“사이킥 어드밴스 시스템 2.0은 1.0의 개량판으로, 인류에게 초능력을 부여해 문명 전반에 혁신을 일으키고자 개발되었습니다.”


“초능력이요?”


“그렇습니다. 지금은 비활성 상태입니다. PAS 2.0을 활성화하시겠습니까?”


“활성화하면 어떻게 되는데요?”


“전 인류가 초능력을 갖게 됩니다.”


“진짜요?”


“네.”


“저기······지금 외계인이 쳐들어와서 인류가 위험한데요. 활성화하는 게 좋을까요?”


“네. 강력히 추천합니다.”


“부작용은 없을까요?”


“초능력 범죄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어떡해요?”


“당신과 같은 집행자가 초능력 범죄에 대응합니다.”


그 말을 들은 동민은 PAS 2.0이 무엇이며, 어째서 자기한테 문을 열어줬는지 감을 잡았다.


“집행자가 뭔지 말해주세요.”


“집행자는 초능력 범죄를 진압하는 특수한 초능력자입니다. 희생정신과 불굴의 의지, 정의로운 마음을 가진 사람만이 선택됩니다.”


“집행자는 무슨 초능력을 쓰는데요?”


“무적 역장을 사용합니다. 거의 모든 종류의 물리적 피해를 막아줍니다.”


“거의 모든 종류요?”


“집행자는 질식, 탈수, 기아, 질병으로 사망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그 외에는 피해를 아예 안 받아요?”


“염동력에 의해 움직임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피해는 받지 않습니다. 기록에 의하면 핵폭발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핵폭발······그럼 이거 활성화하면 외계인이랑 싸워서 이길 수 있겠네요?”


“현재는 정보가 부족하여 확실하게 답변해드릴 수 없습니다. PAS 2.0 활성화가 필요합니다.”


“알았어요. 활성화할게요.”


“제공된 면봉으로 잇몸을 문지른 후 제자리에 놓으십시오.”


모니터 밑에서 면봉이 담긴 선반이 튀어나왔다. 동민은 우리엘의 지시대로 했다.


“집행자 유전자 등록 완료. PAS 2.0이 제한적으로 가동했습니다. 제공된 권총을 관자놀이에 대고 발사하십시오.”


“네?”


“제공된 권총을 관자놀이에 대고 발사하십시오.”


권총을 앞에 둔 동민은 잠시 고민했다. 그리고 이것이 집행자가 되기 위한 시험이라는 답을 내렸다.


“죽으면 가족 만나러 가는 거야. 무서울 거 없어······.”


크기에 비해 묵직한 권총이었다. 양손으로 잡아 관자놀이에 대고 엄지손가락으로 방아쇠를 눌렀다. 그 얼마 안 되는 시간이 동민에게는 영원처럼 길게 느껴졌다.


얼마나 더 당겨야 하나 생각한 순간, 격발됐다. 깜짝 놀란 동민은 총을 떨어뜨렸다.


“훌륭합니다. 이제 당신은 1급 집행자로서 인류를 지킬 자격을 얻었습니다. PAS 2.0을 완전히 활성화하시겠습니까?”


“네.”


“활성 절차 시작. 이 작업에는 시간이 걸립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모니터에 진행률이 나타났다. 긴장이 풀린 동민은 바닥에 주저앉았다. 뭔가가 뾰족하게 엉덩이를 찔렀다. 총알이었다.


“공포탄 아니었어요?”


“실탄입니다. 집행자는 대의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던질 각오가 필요합니다.”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서라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물론입니다. 지구 신경망 온라인. 광대역 탐지장치 온라인. 에너지 구성체 온라인.

에너지 구성체에 인격 모델이 없습니다. 현재 가동 중인 제어판 인격 모델로 대체합니다. 대체 실패. 가용한 위성 통신망이 없습니다.”


“······.”


무슨 말인지 잘 알아듣지 못한 동민은 무념무상으로 권총만 만지작거렸다.


“집행자님. PAS 2.0을 원격으로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최소 64개의 군용 인공위성이 필요합니다.”


“그거 지금은 안 될 거예요. 외계인이랑 전쟁하고 있어서요.”


“알겠습니다. 각 제어판에 접근해 수동으로 활성화하실 수도 있습니다.”


“이런 데가 전 세계에 있다는 거죠? 얼마나 돼요?”


“총 264개소입니다.”


“많네요. 수동으로 활성화하면 인공위성 없어도 돼요?”


“네.”


“집행자만 활성화할 수 있어요?”


“네. 제어판이 활성화한 지역에서는 광범위한 유전자 탐색이 가능합니다. 예비 집행자를 더 찾아낼 수도 있습니다.”


“그······범위는 어느 정도예요?”


“탐색 범위는 제어판을 중심으로 반경 2,500km입니다. 지금 예비 집행자 탐색을 시작할까요?”


“네.”


“이 작업은 시간이 걸립니다. 휴대용 전자 단말을 제공해주시면 제 인격 모델을 업로드해 원격으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전자 단말······핸드폰이요?”


“그렇습니다.”


항상 갖고 다니길 잘했다고 생각하면서, 동민은 누나가 사준 선물을 선반에 놓았다. 다시 기다림이 이어졌다.


권총을 가져가도 되냐고 물어보려던 동민의 입을 커다란 소음이 틀어막았다. 폭탄 같은 것이 문을 때리는 소리였다.


“마왕님인가? 문 열어주세요.”


“침입자를 배제하십시오, 집행자님. 이 시설이 악용당해선 안 됩니다.”


“제가 아는 사람일 거예요. 빨리 열어줘요.”


침입자는 짐작대로 하토르였다. 주먹질로 문이 뚫리지 않자 손가락을 쑤셔 넣어 잡아 뜯으려던 참이었다.


“너 괜찮냐?”


“네, 괜찮아요. 신기한 거 찾았어요. 설명해드릴게요.”


사정을 청취한 하토르는 좋은 무기를 손에 넣었다며 동민을 칭찬했다.


“집행자가 많아져야 한다고? 널 복제하면 되겠네.”


“그, 그건 좀······.”


“농담이야. 야 배준영. 네가 책임지고 동민이랑 같이 이거 잘 굴려봐.”


“오케이.”


“그리고 얘 엘 수프라 데려가서 인사 좀 시켜. 내 권총도 찾아오고.”


“넵. 가자 동민아!”


우리엘이 업로드된 핸드폰을 챙긴 동민은 준영을 따라갔다. 권총은 얼떨결에 품속에 넣었다. 이세핀이 자기도 가고 싶다며 동행했다.


나머지 인원은 구조 작업을 도와주러 하토르를 따라갔다.


“존나 신박한 게 있었네. 야 동민아, 우리엘한테 PAS 누가 만들었는지 물어봐.”


“네······해당 기록이 삭제됐대요.”


“오올 신비주의~. 흥분되는데?”


준영의 능청에 웃음이 터진 동민은 고개를 숙였다.


“초능력을 부여하는 시스템이랬죠? 인류에게 이런 기술이 있었나요?”


이세핀이 질문했다.


“아뇨, 저희도 몰랐어요. 조사하면 누가 언제 만들었는지 다 나오지 않을까요?”


“흥미가 생기는데, 저도 끼워줄래요?”


“당연히 끼워드려야죠. 아 제티 요원님 있었으면 바로 해킹해줬을 텐데. 아쉽네.”


“다른 문명에 쉽게 노출하지 말아요. 악용하기 쉬운 기술 같으니까요.”


“다른 문명에서 오신 기자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귀에 쏙쏙 들어오네요.”


“후훗.”


세니카가 조종하는 물수리는 동민과 준영, 이세핀을 본부에 내려주고 서울로 돌아갔다.


일행은 두께 10미터 콘크리트와 철문으로 보호된 차원문을 통해 무중력 공간으로 넘어갔다.


불과 몇 걸음이었다. 때문에 동민은 엘 수프라가 지구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제대로 감을 잡지 못했다.


창밖에 토성이 보였다. 그리고 뱃속이 간지러운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동민은 자기도 모르게 창가로 다가가 바깥을 구경했다.


아래쪽에 토성의 위성 유로파가 보였다. 지구인은 얼마 전 조사단의 도움을 받아 유로파에 테라포밍 연구시설을 설치했다. 당시 작업을 지원해준 우주선이 엘 수프라였다.


“볼일부터 보러 가자. 머리 안 부딪히게 조심해. 손잡이 어디 있는지 잘 보면서 천천히 움직이고.”


“인공 중력 같은 건 없어요?”


“있는데······.”


준영이 뒤에서 따라오는 이세핀을 돌아봤다.


“에오날에 중력 제어 기술이 있어요. 하지만 지구인과 공유할지 어떨지는 모르겠네요. 연금술사님께서 결정하실 거예요.”


동민의 핸드폰이 갑자기 진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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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7화 : 마왕 24.08.10 7 0 11쪽
16 16화 : 세뇌 24.08.04 7 0 13쪽
15 15화 : 극복 24.08.03 6 0 12쪽
14 14 : 제국 24.07.28 8 0 12쪽
13 13화 : 종말 24.07.26 8 0 13쪽
12 12화 : 간섭 24.07.21 8 0 11쪽
» 11화 : 진보 24.07.20 9 0 12쪽
10 10화 : 특혜 24.07.14 9 0 13쪽
9 9화 : 감정 24.07.13 7 0 11쪽
8 8화 : 수색 24.07.07 10 0 12쪽
7 7화 : 경쟁 24.07.06 9 0 11쪽
6 6화 : 조사단 24.06.30 8 0 12쪽
5 5화 : 합류 24.06.29 11 0 13쪽
4 4화 : 희망 24.06.23 14 0 13쪽
3 3화 : 본능 24.06.22 11 0 12쪽
2 2화 : 생존 24.06.16 12 0 12쪽
1 1화 : 전쟁 24.06.15 3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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