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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61 님의 서재입니다.

바이올런스 퍼펙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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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61
작품등록일 :
2024.04.02 20:36
최근연재일 :
2024.09.08 00:00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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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2,426

작성
24.06.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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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화 : 전쟁

DUMMY

손가락 마디마디 시려 오는 2월 밤, 서울 강북의 어느 길거리. 겨울용 운동복에 두꺼운 패딩 점퍼를 입은 한 청소년이 종종걸음으로 집 근처 편의점에 가고 있었다. 보통 키에 앳된 얼굴을 가진 남자, 19살 김동민이었다. 누나 맥주 심부름을 나온 참이었다.


3월에 있을 대학교 입학을 기다리는 중인 동민은 어린 마음에 들떠 자주 늦잠을 자곤 했다. 오늘도 그랬다. 어슬렁어슬렁 편의점에 들어가 맥주부터 집어 들고 자기 간식도 고르려 했다. 그때 갑자기 바깥이 밝아졌다. 불꽃놀이라고 지레짐작한 동민이 여유롭게 고르는 동안 다른 손님이 밖으로 나갔다가 후다닥 뛰어들어왔다.



“바, 밖에 혜성 떨어져요!!”


“혜성이요?!”



당황한 직원은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동민 역시 속으로 놀랐다. 물건을 다 제자리에 놓고 집을 향해 달렸다. 혜성은 머리 바로 위에서 떨어지는 중이었다. 진한 주황빛을 받은 하늘이 불타는 듯 벌겋게 빛났다. 뒤늦게 재난경보가 울렸다. 집마다 불이 켜졌다. 이어서 비명, 고성, 갈 곳을 잃은 기도 소리 따위가 어지럽게 터져 나왔다.


서울 한복판에 처박힐 기세로 떨어지던 혜성은 이상하게도 속도를 줄였다. 그러더니 수많은 파편을 뿜어냈다. 파편들은 모체를 중심으로 사방으로 퍼져 서울 구석구석까지 흩어졌다. 그리고 지상의 인간 문명을 향해 푸른 광선을 쏘아대기 시작했다.


그때도 동민은 죽어라 뛰는 중이었다. 가족이 사는 아파트 단지로 돌아가기 위해서였다. 익숙한 번호가 붙은 아파트 건물에 광선이 꽂혔다. 파란 화염이 피어올랐다. 동민의 입이 크게 벌어졌다.



“으아아!!! 안 돼!!!”



자기가 사는 집. 창문에 언뜻 보이는 사람 형체. 그리고 허무하게 무너지기 시작하는 건물.



“엄마!!! 아빠!!! 누나아!!!”



뛰면서 너무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호흡이 달렸다. 동민은 비틀거리다 넘어질 뻔했다. 언제 나왔는지 모를 눈물이 앞을 가렸다. 차에 기대 헛기침을 했다. 목구멍에서 단내가 올라왔다.



“동민아!”



동민의 누나, 김유민이었다. 자주 늦잠을 자는 동생이 걱정되어 따라 나왔던 참이었다.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이나 먹으며 잠깐 얘기나 할 생각으로. 동생이 용돈을 모아 사준 하얀 패딩 점퍼를 입고 있었다.



“누나······! 엄마랑 아빠는······.”



대답하지 못하고 표정을 일그러뜨린 유민이 동민에게 달려갔다. 그 순간, 이층버스만큼 큰 흰색 비행체 한 대가 동민과 유민 사이에 착륙했다. 강하게 불어닥치는 바람 때문에 두 사람은 자리에 주저앉아야 했다.


비행체 옆이 위쪽으로 열렸다. 2미터가 넘는 키와 고릴라 같은 덩치를 가진, 우주복 입은 인간 같은 것들이 여럿 뛰어내렸다. 그것들은 굵은 목소리로 시끄럽게 떠들어댔다. 잡담을 나누는 듯했다. 비행체가 다시 하늘로 올라가고 나서, 동민은 누나에게 가려고 했다.


누나는 벌써 붙잡혀 있었다. 외계인들이 유민의 옷을 찢으며 껄껄거렸다. 한 놈이 유민의 머리를 한 손으로 붙잡아 들어 올리더니 아랫배에 손을 콱 찔러 넣었다.



“끼아아악--!!!”



동민이 생전 들어본 적 없는 무시무시한 비명이었다. 외계인들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손을 비틀어 유민의 자궁을 뜯어낸 외계인이 그것을 유민의 입에 처박았다. 얼굴과 턱이 다 부서지고 피와 살점이 튀었다.


위아래 모두 핏덩어리가 된 누나가 바닥에 떨어져 꿈틀거렸다. 불과 10분 전까지만 해도 장난스럽게 농담을 주고받았던 가족이었다.



“이야악!! 개새끼들아-!!”



눈이 뒤집힌 동민은 입에 게거품을 물고 달려들었다. 그러나 176cm 평범한 체구로 고릴라 같은 외계인을 이길 순 없었다. 외계인은 동민의 왼쪽 어깨를 잡아 비틀어 그대로 팔을 뽑아버렸다.



“으아아악!!!”



그리고 뽑은 팔로 동민을 때리기 시작했다. 다른 외계인들은 손뼉을 치며 즐거워했다. 머리를 가격당해 정신이 혼란해진 동민은 바닥에 쓰러졌다. 살기 위해 본능적으로 바닥을 기어 도망치려 했다. 외계인들은 흥미를 잃었는지 팔을 멀리 던지고 아파트 단지 쪽으로 가기 시작했다.



“누나······.”



유민은 움직이지 않았다. 자기 피와 내장에 목이 막혀 사망했다. 찢어진 옷 사이로 핏기없는 피부가 보였다. 시커먼 피가 느릿느릿 흘러와 동민의 손끝에 닿았다. 미끌미끌하고 차가운 죽음이었다.


의식이 흐려져 가는 동민의 뒤에 난데없이 사람이 떨어졌다. 까마득히 높은 곳에서 낙하했는데도 자연스러운 몸놀림이었다. 그 사람은 낙하 충격은 아예 받지도 않은 듯 곧장 동민 쪽으로 걸어왔다.



“아--씨발. 한 장밖에 없는데. 이 새끼라도 살려야겠네.”



동민의 몸에 느닷없이 생기가 돌았다. 허리가 뻣뻣해질 만큼 강한 활력이 온몸을 채우며 신체 말단 구석구석까지 퍼져나갔다. 뽑혀나가 감각이 없어야 할 왼팔도 어느새 다시 느껴졌다.



“일어나.”


“윽······우웨엑!”



강렬한 구토감을 느낀 동민은 엎드려 허리를 구부린 채로 저녁에 먹었던 것을 전부 게워냈다.



“비싼 두루마리 아깝게 하지 말고 일어나서 대피소로 뛰어.”



입가에 흐르는 것을 닦고 나서야 동민은 몸을 돌렸다. 말을 건 사람은 검은 고급 정장을 입은 젊은 여자였다.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시선을 떼기 힘들 만큼 반듯하고 아름다운 외모였다. 심지어 아는 얼굴이었다.



“유노······?”


“마왕 하토르. 한 번만 더 헷갈리면 팔 다시 뽑아버린다. 일어나서 뛰라고 새끼야!”



하토르는 자기와 몸집이 비슷한 동민의 뒷덜미를 잡아 번쩍 들어 일으켜 세웠다.



“누, 누나······.”


“저게 누나야? 똑같이 뒈지기 싫으면 대피소로 뛰어.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듣냐.”


“대······대피소가 어딘데요······?”


“아 씨발 존나 답답하네. 지하철역으로 가라고 등신새끼야!!”



소리를 들은 외계인들이 다시 나타났다. 하토르를 보자마자 이상한 괴성을 질러대며 흥분한 모습을 보였다.



“이래서 일반인은 안 된다니까. 살려줘도 보람이 없어.”



동민을 뒤로 밀친 하토르가 외계인들을 향해 나서며 주먹을 풀었다. 체급 차이가 너무 커 다음에 벌어질 상황이 동민 눈앞에 훤히 펼쳐지는 듯했다.



“이 씨발 놈들이 감히 내 구역에 들어와서 깽판을 쳐?”



차 뒤에 숨어 싸움을 지켜본 동민은 두 눈을 의심했다. 하토르는 막강했다. 그 고운 주먹에 맞은 외계인의 배가 빵 소리와 함께 터졌다. 새빨간 피보라가 공중으로 흩어졌다. 입장이 뒤바뀌었음을 깨달은 외계인들은 이리저리 달아나면서 하토르에게 총을 쏴댔다. 하토르의 신체는 당연하다는 듯이 총탄을 튕겨냈다.



“하필 권총 맡겨놨을 때 쳐들어와서 이 고생이네.”



한 외계인이 동민에게 달려왔다. 동민은 도망치려 했으나 몇 걸음 뛰지도 못하고 붙잡혔다. 외계인은 동민을 방패로 이용해 시간을 벌려 했다. 하지만 하토르를 향해 고개를 돌리는 순간, 아까 터져 죽었던 다른 외계인의 머리가 코앞으로 날아왔다.


정면충돌로 머리통이 박살 난 외계인이 잠깐 휘청거리다 앞으로 쓰러졌다. 동민은 속절없이 그 큰 몸뚱이에 깔려 버둥댔다.



“한심한 새끼.”



툭 내뱉은 하토르는 남은 외계인들을 잡으려 제자리에서 펄쩍 뛰어 공중으로 솟구쳤다.



“끄으윽!”



몇 분 정도 필사적으로 팔다리를 비튼 끝에 동민은 시체 밑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외계인의 피도 인간처럼 검붉었다. 온몸에 그 피를 뒤집어쓴 것도 모른 채, 동민은 누나의 시체로 뛰어가 엎어지듯 매달렸다. 그러나 진한 피비린내만이 두 콧구멍으로 잔뜩 들어왔다.


동민은 하토르 말대로 대피소에 가는 대신, 분노에 찬 얼굴로 일어났다. 그리고 묵묵히 외계인의 총을 집어 들었다. 총이란 게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대충 알았다. 외계인의 총도 기본적인 구조는 똑같았다.


총에 정교한 잠금장치가 없었던 것은 행운이었다. 방아쇠를 당기자 발사됐다. 동민은 사람 다리만큼 큰 총을 들고 무서운 표정을 한 채 외계인을 찾아 정신없이 달렸다.



“씨발 새끼들······다 죽여버릴 거야······!”



아직 군대에 가지 않아 아무 경험도 없는 동민은 단순히 본능을 따라 움직였다. 비행체가 내는 소리를 기억해서 소리가 날 때마다 어둠 속에 숨었다. 외계인을 조준할 때도 머리가 아니라 몸통을 노렸다. 왠지 안 맞을 것 같아서였다.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는 아기를 아직 살아있는 엄마 생식기에 머리부터 억지로 쑤셔 넣는 외계인들은 마치 벌레를 가지고 노는 어린아이처럼, 죄책감을 느끼기는커녕 굉장히 즐거워하는 모습이었다. 그러한 침략자를 죽이는 일에 동민의 손가락이 망설일 여지는 없었다.


전자기 레일로 가속된 액체 스마트 탄환이 정확하게 날아가 목표물의 갑옷과 피부, 근육, 장기, 뼈를 순서대로 부쉈다. 반동은 거의 없었다. 연달아 쏠 수 있었지만, 동민은 이번에도 본능이 시키는 대로 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온 힘을 다해 달아났다. 왜 그랬는지는 자기도 이해하지 못했다.


외계인들은 엄청난 고함을 지르며 사방으로 흩어져 동민을 찾아다녔다. 인간보다 훨씬 빨랐기에 달려서 도망치는 건 불가능했다. 동민이 쓰레기차 속으로 뛰어든 건 계산이 아니라 반사작용이었다. 등 뒤에 발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서 자기도 모르게 몸을 던졌다. 냄새 나는 쓰레기봉투를 헤집으며 안쪽으로 최대한 깊이 파고들었다. 토할 것 같았지만, 진짜로 발소리가 들려와 숨을 죽이고 기다렸다.


동민을 쫓아온 외계인은 한 명이었다. 쓰레기차를 흘깃 보더니 그냥 지나쳤다. 무방비하게 노출된 등. 한 발이면 확실하게 죽일 수 있었다. 그래도 동민은 왠지 모를 압박감 때문에 움직이지 않았다. 몇 초 지나지 않아 다른 외계인이 나타났다. 두 외계인은 불만스럽게 떠든 다음 시야 밖으로 사라졌다.



“휴······.”



내쉬고 들이쉬는 순간 구역질이 올라왔다. 하토르를 만났을 때 토를 다 해놔서 신물만 올라왔다. 입을 닦은 동민은 다시 어둠 속에 몸을 감췄다.


두 번째 외계인이 19살 지구인의 손에 죽었다. 스마트 탄환은 한번 포착한 목표를 놓치지 않았다. 조준이 조금 엇나가도 여지없이 명중했다. 동민은 그저 자기가 총을 잘 쐈다고만 생각했다. 그리고 또다시 도망쳤다. 도망치는 인간과 추적하는 외계인. 쓰레기차. 똑같은 상황이 반복됐다.


외계인이 헬멧 때문에 냄새를 못 맡는다는 것도, 밤눈이 어두워 열추적 장비에 의지한다는 것도, 그게 쓰레기 더미에 파묻힌 인간을 못 찾아낸다는 것도 동민은 몰랐다. 쥐도 새도 모르게 멱을 따고 사라지는 인간 때문에 약이 바짝 오른 외계인들은 비행체를 불렀다. 동민의 본능이 다시금 몸을 움직였다. 자리를 아예 옮겨 멀리 달아났다.



“미친 새끼들······사람을 어떻게 이렇게······.”



어느 거리를 가도 살풍경이 이어졌다. 가로등에 거꾸로 매달려 피부가 다 벗겨진 사람. 입에 자기 성기가 박힌 사람. 팔다리 위치가 바뀐 사람. 눈알이 뽑혀 허우적거리며 돌아다니는 사람. 모든 게 상식에서 몹시 동떨어져 있었고, 견디기 힘든 고통이 끓어올라 동민의 배와 등을 찢고 터져 나올 것만 같았다. 당장 모든 걸 끝내버려야 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세 마리.


네 마리.


다섯 마리.


동민은 계속 죽이고 또 죽였다. 이미 벌어진 참상에 비하면 새 발의 피 같은 저항이었다. 그렇더라도 외계인 중 일부는 혼란에 빠졌고 자기들이 하고 있던 일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했다.


고독한 전쟁을 치르는 동민을 하토르는 줄곧 지켜보고 있었다. 한심한 놈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의외로 싸울 줄 아는 면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동민의 전쟁에 어울려주기로 했다. 한바탕 벌어질 때마다 움직여 추적자들의 머릿수를 줄여주었다. 덕분에 동민은 붙잡히지 않고 계속 싸울 수 있었다. 물론 본인은 영문도 몰랐다.


작가의말

캡사이신 한 방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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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7화 : 마왕 24.08.10 7 0 11쪽
16 16화 : 세뇌 24.08.04 7 0 13쪽
15 15화 : 극복 24.08.03 6 0 12쪽
14 14 : 제국 24.07.28 8 0 12쪽
13 13화 : 종말 24.07.26 8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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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8화 : 수색 24.07.07 10 0 12쪽
7 7화 : 경쟁 24.07.06 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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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3화 : 본능 24.06.22 1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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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화 : 전쟁 24.06.15 3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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