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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61 님의 서재입니다.

솔의 팬티맨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SF

완결

c61
작품등록일 :
2019.05.29 01:51
최근연재일 :
2019.08.26 22:00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1,246
추천수 :
4
글자수 :
128,196

작성
19.08.26 22:00
조회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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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7쪽

39화

DUMMY

“그래서 인류 전체가 아니라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행동할 수 있는 겁니다.”


분위기가 반전됐다. 오닐이 크게 웃으며 지모의 어깨를 툭 쳤다.


“우리끼리 잘해보자고! 솔도 얼른 데려오고, 네가 사모하는 주인님이란 사람도 꼭 만나보고 싶군.”


남은 사람은 적었지만 다들 의욕이 넘쳤다. 관리자가 보여줬던 그 괴물을 미국인들은 천사라고 여겼는데, 덕분에 솔이 해낼 것임을 다들 믿었다. 그가 돌아올 수 있도록 돕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여러모로 전망이 밝았다.


병철과 이나는 붙어 다녔다. 이나가 아이들이랑 놀아주러 다니고 거길 병철이 황구랑 같이 따라다니는 식이었다. 원어민과 어울리다보니 영어 회화는 금방 배웠다. 솔의 친구라는 이유만으로 누구한테든 환영받았다. 지내기 편했다.


아이들 외에 두 사람이 가장 자주 만나는 미국인은 아만티 러브였다. 말 많은 아만티와 호기심 많은 병철이 만나면 주변 사람들은 슬슬 자리를 피했다. 이나도 그때만큼은 자기 사생활에 집중했다. 아만티가 미움을 받는 건 아니었고 오히려 다들 그를 좋아했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사람들이 희망을 품고 제자리를 찾아갈 무렵, 솔은 누워서 목성을 보고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남아있는 기지를 수색했으나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기지는 완전히 죽어있었고 휴먼 코어는 어디에도 없었다. 결국 포기했다.


목성을 마주하고 있노라면 지금까지 겪은 일들이 전부 있는 듯 없는 듯 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솔은 아득해지는 정신을 그냥 놔두었다. 조금만 덜 성급했더라면······. 여기 칼리스토에 후회마저 묻어두고 사이버 서울로 돌아가고 싶었다.


버지니아, 콜, 삭스파이어, 우먼손, 심지어 도끼맨마저 그리웠다. 25년이나 지났으니 자기를 기억도 못할지 몰랐다.


‘내가 진짜로 죽는다면 솔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에 깊이 100km에 달하는 칼리스토의 심해로 몸을 던져보기도 했다. 수압이 솔을 비웃듯 짓이겨버렸다. 그리고 표면에서 또 깨어났다. 갑자기 화가 났다. 아무리 죽어도 부활했다. 계속 부활했다. 자원이 필요하니까 언젠가는 끝나지 않을까, 아니었다. 열 번이고 백 번이고 천 번이고 죽어봤자 소용없었다.


“지모가 올 때가 됐군.”


관리자는 어느새 눈앞에 있었다. 솔의 취향을 저격했던 바로 그 모습이었다.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너······존재······무엇······.”

“쯧쯧. 팬티맨한테도 그리 충격적인 경험이었나? 얼른 정신 차려라.”


긍정적인 자극을 받은 솔의 정신이 빠른 속도로 회복되었다. 몇 분 지나자 거의 멀쩡해졌다.


“관리자······많이 늦었군.”

“일부러 늦게 왔다. 화났나?”

“아니. 네 탓은 하지 않는다. 네가 아니었으면 거기까지 해내지도 못했겠지.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말았지만······.”


관리자는 목성으로 한쪽 팔을 뻗었다. 손끝에서 빨간 빛을 내는 조그만 것이 발사됐다.


“휴먼 코어 말인가? 땅을 파봐라.”

“······?”


솔은 발아래 흙먼지를 파헤쳤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단단한 것이 손끝에 닿았다. 설마 싶어 허겁지겁 주변을 치웠다. 커다랗고 네모난 금속 문이 나왔다. 손잡이를 비틀어 당기자 안쪽으로 열렸다. 긴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 보니 넓은 창고 안에 휴먼 코어 금고 8개가 가지런히도 보관되어있었다.


“그, 그래······! 존 베이커가 휴먼 코어를 파괴할 리 없는 것을······.”


따라 내려온 관리자가 사뿐사뿐 걸으며 금고를 하나씩 톡톡 두들겼다.


“수박도 아니고 뭐 하는 거냐.”

“씨 없는 수박인가 확인해봤지. 실하군.”

“흥. 다 알면서 구경이나 하다니 관음증이 심한데. 변태적인 수준이야.”

“맞아. 재밌으니까. 즐길 수 있을 때 다 즐겨야지.”

“무슨 뜻이냐?”

“마음에 담아둔 바를 솔직하게 말해봐라.”


관리자의 부드러운 음성이 솔의 머릿속에 직접 울렸다.


“난······난 솔의 팬티맨이다. 다른 누구의 팬티맨도 되고 싶지 않아. 만약 미국으로 돌아간다면 더 이상 솔의 팬티맨으로 남지 못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사람들의 팬티맨이 되어 더 많은 활약을 해야겠지. 이번엔 운이 좋았지만, 내 책임이 커질수록 내 실수로 생기는 피해도 커질 것이고 뒤처리할 시간도······.”


솔은 개인주의자였다. 누가 뭐래도 자기 인생은 자기가 챙겨야 하는 법이었다. 지금이 그럴 때였다. 사이버 서울이 지금 누구한테 있는지는 모르지만, 만약 권한테 있다면 되찾은 다음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거면 됐다. 지모가 도착했다. 밖으로 나가자.”


지모는 벌써 칼리스토 표면까지 내려와 있었다. 관리자의 신호 덕분에 헤매지 않았다고 했다. 솔은 지모한테도 자기 마음을 털어놓았다. 출발하기 전에 확실히 결정해야 했다.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닌 것 같군요. 아브라힘은 저희에게 잘 협조하고 있습니다. 솔이 이용당하는 대신 죽음을 선택했다는 사실이 그의 생각을 바꿔놓았죠.”

“내가 살아있다는 건 모르겠군. 그럼 조용히 사라지는 게 좋은가. 사이버 서울은 어디 있지?”

“아직 권한테 있습니다. 그쪽은 제 실수 때문에 일이 틀어졌습니다. 권은 빠른 속도로 세력을 키우고 있습니다. 현재는 서울 전체가 권의 손아귀에 떨어진 상태입니다. 죄송합니다.”

“괜찮다. 실수는 누구나 한다. 우리 친구들은 잘 있나?”

“물론입니다. 다들 솔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행이군. 자, 그럼 이제 어찌해야······.”


한 번만 더 활약하고 끝내자고 마음을 굳혔다. 솔이 막 말하려는 순간 관리자가 손을 휘저었다.


“지모. 권은 네 주인에게 맡겨라.”

“이유가 뭡니까?”

“판이 너무 커졌다. 너희끼리 감당하려다 엎는 수가 있다.”

“저희를 얕보시는군요.”

“너희는 실제로 약하다.”


눈치 따윈 보지 않는 돌직구였다.


“상대적으로 말이지. 한 가지 확실히 해야겠다. 내년에 지모 주인이 오는 게 맞나? 정확히 언제?”

“올해다. 8월 말이나 9월 초.”

“좋다. 지모, 관리자 말대로 하자. 난 돌아갈 때가 됐어.”

“알겠습니다.”

“마지막이니 편의를 봐주마. 우주선에 타라.”


탑승하자마자 거대한 것이 갑자기 레이더를 꽉 채웠다. 우주선 주변 공간이 온통 밀도 높은 미지의 물질로 변해있었다. 오래 유지되진 않았다. 물질은 수십 초 만에 사라졌다.


“지구······에 도착했습니다.”

“지, 진짜 워프였다니······!”


관리자도 뒤이어 따라왔다. 이번엔 본체였다.


“솔은 바로 사이버 서울로 보내주겠다. 둘이 할 말 있으면 해라.”

“돌아가면 이름을 바꾸겠지만, 널 기억하겠다. 다시 만나자, 지모. 친구들한테도 안부 전해주길 부탁한다.”

“지금까지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뒷일은 염려 마십시오. 소문 안 나게 하겠습니다. 다시 만납시다.”


솔의 몸체가 축 늘어졌다. 팬티맨은 왔던 곳으로 돌아갔다.




<솔의 팬티맨>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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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2화 19.06.24 19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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