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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61 님의 서재입니다.

솔의 팬티맨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SF

완결

c61
작품등록일 :
2019.05.29 01:51
최근연재일 :
2019.08.26 22:00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1,239
추천수 :
4
글자수 :
128,196

작성
19.07.12 22:00
조회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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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7쪽

20화

DUMMY

“편한 곳에 앉아라.”

“이 목소리는 관리자로군.”


관리자는 뒤따라온 병철에게 수박이 담긴 양푼을 밀어주었다. 얼음을 꽉꽉 채워놓아 시원했다.


“이게 뭐에요? 엄청 크네요.”

“수박이다. 칼로 잘라서 빨간 부분을 먹는 거다.”


병철이 혼자 수박과 씨름하는 동안 솔은 관리자가 먼저 말하길 기다렸다.


“질문이 많을 줄 알았는데 조용하군.”

“내가 금방 죽을 걸 알고 있었나?”

“예상은 했지.”

“흠. 지금 이게 네 본모습이냐?”

“아니. 그때 그게 본모습이고 이건 접객용이다.”


난생 처음 수박을 먹어본 병철은 어린애처럼 환호했다. 관리자가 다 먹어도 된다고 하자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해했다.


“왜 날 골랐지?”

“너 말고도 꽤 있다. 인간의 선한 면에 힘입어 문명을 회복시킬 만한 가능성을 품은 친구들.”

“인간이 뭐라고 생각하나?”

“말도 많고 탈도 많고 정도 많은 생물.”

“넌 한국인은 아닌 것 같은데 정이 뭔지 아나?”

“저런 게 정이지.”


관리자는 과일 죽이는 데 심취한 병철을 눈짓으로 가리켰다. 솔이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만났을 때도 병철이한테 음료수를 줬었지. 솔직히 나노봇 같은 걸 주입하지 않았나 의심했다.”

“······.”


솔은 침묵하는 관리자의 얼굴을 주시했다.


“바른대로 말해라.”

“건강관리용이다. 약 하나 구하기 힘든 시절인데 병이라도 걸리면 어쩔 셈이냐.”

“그게 다냐?”

“네가 상상할 수 있는 요소는 죄다 포함될 거다.”

“뭣이? 설마 병철이를 맘대로 조종할 작정이냐?”

“왜 그래야 하지?”

“너한테도 어떤 목적이 있을 테니까. 우리한테는 절대로 말하지 않을 목적.”

“내가 속내를 숨기고 있다고 철석같이 믿을 셈인가. 그럼 뭔들 말해봤자 소용이 있나?”

“넌 의심이 가게끔 행동하고 있다. 나노봇도 그렇고.”

“그런가?”


관리자는 먼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파악이 안 되는 표정이었다. 그때쯤 병철은 배를 부여잡고 뻗어있었다.


“책임감을 느끼지 못해 직접 개입하지 발언도 너무 성의 없다. 누구라도 널 순순히 믿어주진 않을 거다.”

“다 의도된 사항이다.”

“그러시겠지. 얼마나 잘난 거냐? 마음만 먹으면 인류를 쓸어버릴 수도 있나?”

“가능하다.”


분위기가 싸해졌다. 아무도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으나 여름 더위가 무색하게 찬바람이 불었다. 병철만 속 편히 자고 있었다.


“그럼 처음부터 힘으로 설득해도 됐을 텐데. 강경하게 밀어붙이지 않는 이유는 뭐지?”

“너한텐 쉽게 설명할 수 있지. 정 때문이다. 내가 인간에게 품은 정 때문에.”

“외국인들한테는?”

“각각 다른 접근방식을 취했다. 날 여자로 알고 있는 친구도 있다. 개나 고양이나 앵무새도 있고.”

“거대로봇도?”

“아니. 그건 너희만 안다. 그리고 그게 내 본모습이다. 두 번이나 말했으니 잊지 마라.”

“왜 나한테는 남자로 온 거냐? 난 여자가 좋다.”

“날 좋아하지 마라.”


솔은 그 대답을 들은 순간 변태적인 반발심이 꿈틀하는 것을 느꼈다.


“부탁 하나만 들어준다면 널 신용하겠다.”

“여자 형태를 보여 달라는 거겠지? 거대로봇으로?”

“알면 빨리 해라.”


아마 원래부터 거기 있었던 모양이었다. 정자 앞 공중에 관리자의 본체가 나타났다. 이미 인간 여성의 몸매를 갖추고 있었다. 딱 맞는 우윳빛 갑옷으로 전신을 감싸 어느 한구석 아쉬울 데 없이 아름다운 곡선을 뽐냈다. 여전히 얼굴은 없었지만 머리를 덮은 하얗고 긴 장막 같은 것이 머리카락처럼 자연스러운 인상을 만들어주었다.


솔은 그 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 이렇게 꼴릴 줄은······병철아! 일어나라!”

“끄으응······아, 눈부셔. 대화 끝나셨어요? 헉!”


병철은 별로 격하게 반응하지 않았다. 그냥 커다란 게 눈앞에 있어서 놀랐을 뿐이었다.


“이제 됐나?”


솔의 청각 센서에는 달라진 관리자의 목소리 또한 감미롭고 산뜻하게 들렸다.


“크윽, 분하다! 자지만 있었어도 씹가능인데!”

“짐작대로 순식간에 냉정함을 잃어버렸군. 더 할 말 있나?”

“계속 이렇게 있어라.”

“싫다.”

“안 돼! 제발!”


거짓말처럼 남자 모습으로 변형한 관리자는 접객용 몸체를 뱃속에 수납한 후 투명해져서 자취를 감췄다.


“저 자고 있을 때 두 분이서 무슨 얘기 하셨어요?”

“이제 우린 관리자와 동맹이다.”

“그래요? 잘됐네요? 이건 어떻게 해요?”


녹다 만 얼음물이 들어있는 양푼 얘기였다. 솔은 놔두라고 말했다.


대부도 핵융합발전소는 한반도에 존재하는 10기의 핵융합발전소 중 하나였다. 5기로도 나라 전체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지만 일부러 여유를 둔 것이었다. 하늘이 주황빛으로 찬란하게 물든 시간, 솔과 병철은 대부도에 발을 들였다. 섬 전체가 발전소 하나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기다렸다는 듯이 총소리가 났다.


“방탄복 입고 헬멧도 써라.”

“저는 짐 지키면 되죠?”

“그래. 저쪽에 숨어서 기다리고 있어라.”


이번엔 솔도 멀쩡한 무기를 챙겼다. 옛날엔 레이드에서나 하던 짓이었다. 고속 철갑탄을 장전한 경기관총을 오른손에 들고 왼손엔 복합장갑을 붙인 진압용 방패를 들었다.


소리 나는 쪽으로 간 솔은 발전소 건물 입구를 뚫으려는 에이로봇들을 확인했다. 입구는 자판기 몇 대를 쓰러뜨려 막아놓은 상태였다. 웬 젊은 여자가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총으로 혼자 버티고 있었다.


이번에도 장갑차가 먼저 솔을 포착했다. 기관총을 갈겨 장갑차의 광학 센서와 미사일 발사대를 먼저 무력화했다. 반격이 시작되기 전에 에이로봇 두 대도 빠르게 해치웠다. 실로 효과적인 선제타격이었다. 그러나 뜻밖에도 총이 걸려버렸다.


“무슨 기관총이······!”


솔은 당황했지만 머뭇거리진 않았다. 기관총을 버리고 방패를 앞세워 에이로봇의 잔해까지 전진했다. 소총을 주워 당겼는데 이번에는 아예 작동하질 않았다. 안전장치가 되어있는 듯했다.


뭘 하기도 전에 장갑차가 슬쩍 이동해 솔을 덮쳤다. 불똥이 팍 튀었다. 미리 달아둔 퓨즈가 회로 대신 끊어지면서 제 역할을 달성했다. 전기 충격기는 충전이 필요한 무기였다. 그 틈에 남은 두 에이로봇의 머리를 맨손으로 뽑아 처리했다. 에이로봇의 사격은 소름끼치게 정확했지만 솔의 격투능력엔 거의 대응하지 못했다. 병사를 잃은 장갑차는 곧바로 달아났다.


“네놈도 나중에 꼭 잡아주마.”


계단을 올라 발전소 입구로 진입했는데, 여자가 의식불명이었다. 허벅지 총상 때문에 피를 너무 흘려 혼절한 것이었다. 상처를 봉합한다 해도 수혈할 혈액이 없었다.


“병철이 몸속에 있는 나노봇이라면······.”


솔은 지혈부터 실시한 다음 여자를 들쳐 업고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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