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c61 님의 서재입니다.

솔의 팬티맨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SF

완결

c61
작품등록일 :
2019.05.29 01:51
최근연재일 :
2019.08.26 22:00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1,242
추천수 :
4
글자수 :
128,196

작성
19.07.15 22:00
조회
17
추천
0
글자
7쪽

21화

DUMMY

관리자가 융통성을 발휘해주리란 확신은 없었지만, 그래도 솔은 병철의 피를 주사기로 조금 빼서 여자에게 주입했다. 혈액형이고 뭐고 알아볼 때가 아니었다. 어차피 죽기 아니면 살기였다.


“안으로 이동하자. 자전거는 입구 근처에 세워둬라.”

“이 사람은 누굴까요?”

“꽤 젊은데, 너처럼 폭격 이후에 태어났을지도 모른다. 깨어나면 자세히 물어보자.”


건물 깊숙이 들어가진 않았다. 입구 근처 경비실에 간이침대가 있기에 눕혀두고 주변을 정리했다. 에이로봇의 부품은 솔과 호환되지 않았다. 총도 아예 먹통이어서 수류탄만 챙겼다. 병철이 여자에게 물을 조금씩 먹여주는 동안 솔은 발전소 건물을 돌아보았다.


생활한 흔적이 있는 방을 제외한 나머지 구역은 먼지만 풀풀 날렸다. 쓰던 물건을 보니 예전에는 여러 사람이 살았던 모양이었다. 과거를 알 만한 사진이나 일기 같은 건 없었다. 여자의 총은 한국군 제식소총이었다. 간단한 군장도 있었다. 발전소 경비부대가 쓰던 것을 운 좋게 입수한 것 같았다.


발전소 자체는 가동이 중지된 지 오래였다. 중성자 폭탄이 주요 시설을 마비시키면서 자동으로 멈췄을 가능성이 제일 높았다. 핵융합로는 겉보기에 멀쩡했다. 그나마 남은 희망이었다. 전기 없이 현대문명을 회복시키는 일은 불가능하기 때문이었다.


밤이 깊어갔다. 여자는 고비는 무사히 넘겼다. 수술한 상처에선 더 이상 피가 나오지 않았다. 병철이 자는 동안에도 솔은 여자를 계속 간호했다. 별의별 콘텐츠를 다 하고 다녔던 과거가 자랑스러웠다. 그리고 관리자의 도움도 고마웠다.


“그나저나 지모를 못 찾아서 문제로군. 여기마저 없으면 도대체······.”


처음에는 막연한 인연 때문이었지만 지금은 지모가 꼭 필요했다. 인트라넷에서 봤던 정보에 의하면 그는 정말 다재다능했다. 이곳 핵융합로를 재가동하는 일만 해도 솔은 할 줄 몰랐다. 어떻게든 지모를 찾아내야 했다.


여자는 솔이 경비부대 주둔지가 완벽하게 소탕된 걸 확인하고 올 때까지 자다가 오후 늦게야 깨어났다.


“너, 넌 뭐야! 아윽-!”


솔을 보자 깜짝 놀라 몸을 일으키려던 여자가 줄 끊어지듯 뒤로 넘어갔다.


“갑자기 움직이지 마라. 출혈이 심했으니 두통과 현기증이 있을 거다.”

“전 병철이고 저분은 솔이에요.”

“날······어쩌려고······.”

“우리가 구해드렸는데······.”


솔은 병철의 어깨를 잡아 설명이 길어지는 것을 막았다.


“잠깐 쉬게 놔두자. 따라와라.”


언제나 진지한 솔이지만 이번엔 더 진지했다. 병철은 심각한 얘기가 아닐까 긴장하며 뒤를 따랐다.


“딸친 적 있나?”

“네. 가끔 쳐요.”

“좋아. 너는 저 여자와 친하게 지내야 한다.”

“당연히 그래야죠.”

“섹스가 뭔지 알고 있겠지?”

“그 얘긴 많이 들었어요. 아기 못 낳으면 인간이 망한다고 아빠가 그랬어요.”

“배우긴 배웠군. 하지만 강간은 안 된다.”

“어쩔 수 없을 때는요?”

“어쩔 수 없이 강간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내가 용서 못한다.”

“남자한테는 종족 보존의 의무가 있다던데요?”

“여자를 마음대로 겁탈하고 싶어서 갖다 붙인 헛소리다. 여자가 똑같은 이유로 널 강간하면 괜찮을 것 같나?”

“아뇨. 근데 여자도 남자 강간할 수 있어요?”

“물론이지.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왜냐면 생식기 구조 때문에······.”


솔은 병철에게 풍부한 성지식을 전수해주었다. 나중에 성욕에 휩싸인 병철이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까 염려해서였다. 병철은 몸만 컸지, 지식수준이 어린애나 마찬가지였다.


“가까이 오지 마!”


한밤중이었다. 여자는 솔이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도망치려 했다. 벽을 짚고 다리를 절면서 끙끙대는 꼴을 구경하던 솔은 슬쩍 앞을 막았다. 병철이 밥 먹을 때 썼던 포크를 무기랍시고 겨누는 모양이 귀여울 지경이었다.


“난 지모를 찾고 있다. 혹시 들어봤나?”

“지, 지모? 네가 어떻게 알아?”

“폭탄이 터지기 전에 만났었지. 다시 만나기로 했지만 아직 찾질 못했다.”

“너 도대체 뭐 하는 놈인데?”

“나는 솔. 지나가던 팬티맨이지.”

“그래서 팬티를 그렇게 입고 있는 거였어? 하얀 로봇하고 무슨 관계야?”

“적이다. 네가 기절해있었던 동안 다 처치했다.”

“하-. 그랬구나.”


여자가 벽에 기댄 채 미끄러지듯 주저앉았다.


“낮에 너희들 말하는 거 다 들었어. 미안한데 나 불임이야.”

“어떻게 알았지? 누가 도와줬나?”

“아빠랑 해봤거든. 여러 번.”

“아, 아빠······라고? 친아빠랑 임신 섹스를 했다는 말인가?”


사이버네이션은 근친상간 개념이 희박했다. 그러나 솔은 버지니아에게 배워 잘 알고 있었다. 이해는 갔지만 놀라움을 감추지도 않았다.


“응. 어쩔 수 없다는 이유로······그래서 네 말 들었을 때 기분이 이상했어. 너 섹스 해봤어? 그 몸으로?”

“이 몸으로는 못하지. 사정이 있어서 쓰는 거다. 섹스는 예전에 충분히 해봤고. 가족들은 어디 있지?”

“그 하얀 로봇들한테 다 죽었어. 몇 달 전에······.”


여자가 자기를 무덤으로 데려가 달라고 말했다. 솔은 순순히 요구를 들어주었다.


창백한 LED조명 앞에 드러난 돌무덤은 페인트가 벗겨진 벽처럼 초라했다. 다섯 명이었는데, 평화롭게 살던 와중에 갑자기 에이로봇들이 들이닥쳐 몰살당했다고 했다. 핵융합발전소 지하엔 직원들이 대피할 수 있는 최신식 방공호가 갖춰져 있어 지내기 좋은 곳이었다. 여자의 가족은 바로 여기 직원들이었다.


“난 그때 3살이었어. 엄청 눈부셨다는 것밖에 기억이 안 나. 너무 오래돼서.”

“분위기 깨서 미안하지만 이제 이름을 좀 듣고 싶군.”

“아, 그래. 신이나야.”

“지모를 아는 것 같던데, 자세히 말해다오.”

“잠깐, 왜 안 웃어? 내 이름 들으면 다 웃을 거라고 했는데!”

“내가? 이 팬티맨이 겨우 이름 따위로?”


솔은 팔짱을 끼며 한껏 거만하게 굴었다.


“사람 제대로 실망시키네.”

“농담할 때가 아니다. 우린 지모가 필요하다.”

“바다 밑에 있대. 어딘지는 몰라. 지모도 여기서 일했었대. 우리 대피시키느라 자기는 고장 났는데 아무튼 다른 지모가 바다 밑에 있을 거라고 했대. 찾으러 갈 생각은 못했어. 위치도 모르고 배도 없어서.”

“흠······.”


확신 없어 보이는 이나와 달리 솔에겐 이번에야말로 찾을 수 있을 듯한 기분이 들었다.


“미안해. 별로 도움 안 됐겠네.”

“아니. 좋은 단서다. 아주 가까운 곳에 있을지도 모른다. 핵융합발전소는 바닷물에서 중수소를 추출해 연료로 사용하지. 즉 바닷물을 빨아들이는 장치가 있고, 당연히 관리하는 인원도 있었을 거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솔의 팬티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0 39화 19.08.26 34 0 7쪽
39 38화 19.08.23 18 0 7쪽
38 37화 19.08.21 15 0 7쪽
37 36화 19.08.19 18 0 7쪽
36 35화 19.08.16 15 0 7쪽
35 34화 19.08.14 14 0 7쪽
34 33화 19.08.12 17 0 7쪽
33 32화 19.08.09 20 0 7쪽
32 31화 19.08.07 17 0 7쪽
31 30화 19.08.05 14 0 7쪽
30 29화 19.08.02 18 0 7쪽
29 28화 19.07.31 16 0 7쪽
28 27화 19.07.29 14 0 7쪽
27 26화 19.07.26 16 0 7쪽
26 25화 19.07.24 18 0 7쪽
25 24화 19.07.22 19 0 7쪽
24 23화 19.07.19 14 0 7쪽
23 22화 19.07.17 15 0 7쪽
» 21화 19.07.15 18 0 7쪽
21 20화 19.07.12 15 0 7쪽
20 19화 19.07.10 16 0 8쪽
19 18화 19.07.08 20 0 7쪽
18 17화 19.07.05 17 0 7쪽
17 16화 19.07.03 21 0 7쪽
16 15화 19.07.01 19 0 7쪽
15 14화 19.06.28 15 0 8쪽
14 13화 19.06.26 21 1 10쪽
13 12화 19.06.24 19 0 7쪽
12 11화 19.06.21 15 0 7쪽
11 10화 19.06.19 17 0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