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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61 님의 서재입니다.

솔의 팬티맨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SF

완결

c61
작품등록일 :
2019.05.29 01:51
최근연재일 :
2019.08.26 22:00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1,241
추천수 :
4
글자수 :
128,196

작성
19.07.24 22:00
조회
17
추천
0
글자
7쪽

25화

DUMMY

혼자 남은 솔은 아직 떠나지 않은 관리자를 노려보았다.


“흠······관리자 네놈, 지모를 다루는 법을 아주 잘 아는군.”

“어디 지모뿐인가?”

“아니지······. 아까 정민지를 복귀시킬 수 있을 것처럼 말했는데 그게 무슨 뜻이냐? 지모가 아주 싫어하던데.”

“몹시 사적이고 민감한 부분이지. 본인에게 직접 들을 기회가 올 거다. 눈치 없게 먼저 물어보진 마라.”


관리자가 어질러진 문서를 정리하기 시작해서 솔도 얼떨결에 따라했다.


“정민지랑, 김덕민? 두 사람이 여기 오는 게 어떤 의미가 있나?”

“긍정적인 의미.”

“네가 기대하는 건 뭐냐?”

“그들과 함께 오는 사람이 있다. 내 손님이지. 지모가 마중을 잘 해줬으면 좋겠군.”

“네 손님이라면서 지모한테 시키다니 무례하잖나.”

“그 사람은 아직 내 존재도 모르니까. 좋은 정보를 주마. 순수주의자가 보낸 우주선이 지금 이 나라 위성궤도에 머물고 있다.”

“1년 안에 그 우주선을 떨궈야 한다는 것인가.”

“과연 그렇게 쉬울까. 힘내라, 솔의 팬티맨. 너의 활약을 기대하고 있다.”

“포상을 약속해라. 맨입으로는 네 기대를 충족시키기 싫다.”

“신이나 목숨으로는 부족한가?”

“그, 그건······충분하다.”


관리자는 옴니봇의 몸에서 떠났고, 지모가 정신을 차렸다.


“죄송합니다. 동행하겠습니다.”

“관리자가 위성궤도에 적의 우주선이 있다고 언급했다. 순수주의자 놈들.”

“순수주의자라면······.”


솔은 순수주의자 얘기를 빼먹은 것을 깨닫고 들은 대로 전해주었다. 지모도 그들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했다. 이름과 목적 말고는 베일에 싸인 집단이었다.


관리자가 가져다준 소식이 예정을 크게 흔들어놓진 않았다. 솔은 수리부엉이를 타고 천문대를 접수하러 출발했다. 지모는 남은 옴니봇들을 다 동원해 인천으로 갔다. 초대형 입자포를 탑재한 전함을 건조하려는 것이었다.


이들의 움직임은 감시 위성을 통해 칼리스토2에 즉시 전달됐다. 한반도 전역에 흩어져 있었던 에이로봇들이 서울 지역으로 집결하기 시작했다. 신속하고 은밀했다.


다음날 새벽. 솔은 중미산 천문대 수리를 끝내기 직전에 공격받았다. 망원경부터 박살나 가망이 없었다. 버리고 후퇴해야 했다. 수리부엉이로 장갑차 몇 대를 처리했으나 나머지 수십, 수백 대가 천문대를 향해 빼곡히 올라오고 있었다. 전략전술 따윈 의미도 없을 만큼 압도적인 물량이었다.


“수리부엉이를 몰고 탈출해라. 내가 미끼가 되겠다.”

“알겠습니다.”


단 하나뿐인 전차를 여기서 버릴 순 없었다. 솔은 관리자를 믿고 에이로봇들 사이로 몸을 던졌다. 수리부엉이는 무한궤도를 다리처럼 바꿔 산을 탈 수도 있었다.


격렬한 전투가 벌어졌다. 이십여 분마다 새로운 솔을 태운 낙하 포드가 떨어져 내렸다.


몇 시간이 흘렀다. 천문대로 올라가는 도로는 에이로봇 잔해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솔의 인생에서 가장 치열하고 긴 싸움이었다. 할당된 에이로봇 4대를 다 잃은 장갑차는 퇴각하려 했는데, 아래에 있던 장갑차들이 위에서 내려오려는 장갑차를 막는 꼴이 되었다.


“우리나라는 우측통행이다. 차선을 잘 지켰어야지.”


일부 장갑차들이 도로를 벗어나 산 아래로 굴러 떨어져 박살났다. 솔은 비상용 발전기를 돌리는 데 쓰는 합성연료를 가져와 장갑차들 위에 뿌렸다. 한참 모자랐지만 몇 대 더 고철로 만들 수 있었다.


“유두빔이 아쉽군.”


열 번째 솔은 자기 몸 상태를 점검한 후, 자전거를 하나 주워 올라탔다. 팬티와 통신장비를 잃은 걸 제외하면 괜찮은 편이었다. 돌아보니 장갑차들이 이제야 질서를 갖춰 꾸역꾸역 후진하고 있었다.


“인천도 위험하겠지. 좋아, 팬티맨이 간다!”


솔이 인천으로 신나게 달리는 동안 존은 방금 올라온 영상을 보며 쓰디쓴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크음······뜻밖이군. 정말 뜻밖이야.”


영상에서는 낙하 포드가 구름 속에서 갑자기 나타나 떨어지는 것으로밖엔 보이지 않았다. 우주도 아니고 대기권이었다.


“워프? 고작 민수용 옴니봇 한 대가? 스텔스라면 좋겠지만······.”


시야와 레이더에서 아예 사라지는 광학 위장 기술은 강대국 군대라면 다 갖추고 있을 정도로 흔했다. 그러나 존은 워프를 의심했다. 예상 지점을 몇 번씩 심층 분석해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워프 기술이란 42세기인 현재까지도 공상의 산물이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인천 상황은?”

“적들은 배를 건조하려는 것 같습니다.”

“지금 쳐라. 항구 전체를 못 쓰게 해. 이 옴니봇이 인천에 도착하기 전에 모조리 파괴해라.”

“화력이 부족합니다.”

“아콘을 최대로 가동해라.”

“적들이 저희를 본격적으로 경계하게 되면 휴먼 코어를 수색하는 데 장애가 생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상관없다. 놈들이 하려는 짓이 뭔지 몰라도 막아야겠다. 시간은 내 편이야.”

“알겠습니다.”


지모는 아침부터 에이로봇들의 맹공에 맞서야 했고 우주에서 포격까지 떨어졌다. 결과적으로 입자포 건조는 물거품이 됐다. 솔이 인천항에 도착했을 땐 폐허밖에 없었다. 남은 지모들이 모였다.


“순수주의자들이 우릴 감시하고 있는 게 확실하다.”

“불리하군요.”

“네 주인이 남겨놓은 막강한 병기 같은 건 없나?”

“없습니다. 누가 악용했다간 큰일이니까요. 주인님께선 인간을 신뢰하지 않으셨습니다.”


솔은 자전거에 걸터앉아 잠시 다음 계획을 고민했다.


“우리 목적은 네 주인이 무사히 도착하도록 하는 것이지. 놈들의 시선을 지구 반대편으로 집중시키는 건 어떠냐? 내가 부활한다는 사실쯤은 알았을 테니 날 주목할 수밖에 없겠지.”

“잠수함이 있어야겠군요.”

“그런데 이건 꼭 짚고 넘어가야겠다. 네 주인이 도착하면 다 해결되는 거냐?”

“네.”

“대체 어떻게 확신하지?”

“주인님과 덕민 님은 범죄자를 소탕하고 질서를 바로 세우는 일에 오랫동안 공헌하셨습니다. 그분들만큼 경험과 실력을 갖춘 사람은 없습니다. 저희가 잡을 수 있는 가장 큰 기회입니다.”

“믿어보겠다. 우린 친구니까.”

“감사합니다.”


스텔스 전차인 수리부엉이를 살린 건 결정적인 선택이었다. 덕분에 들키지 않고 적당한 잠수함을 찾아내 수리할 수 있었다. 미국으로 떠날 준비는 며칠 걸리지 않아 완료됐다. 25년 전까지만 해도 여전히 초강대국이었고, 한국의 동맹이었던 나라였다. 뭐가 있을지는 몰라도 아무것도 없을 리는 없었다.


병철과 이나에게 작별인사를 남긴 솔은 수리부엉이에 탑승했다. 자동화병기라 2인승이었다. 지모 하나와 솔, 이렇게 단 둘이 가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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