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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의 팬티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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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c61
작품등록일 :
2019.05.29 01:51
최근연재일 :
2019.08.26 22:00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1,243
추천수 :
4
글자수 :
128,196

작성
19.07.29 22:00
조회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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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7쪽

27화

DUMMY

둘째 형님은 좋은 사람이었다. 저번에도 그랬고, 심한 짓은 곧잘 반대했다. 물리적인 폭력을 쓰기보다 되도록 말로 풀었다. 노예, 조직에서 쓰는 말로는 영세민들한테도 큰형님에 비해 인기가 좋았다.


병철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말하기로 결심했다. 농장 밖에 누가 있고 뭘 하는지 다 털어놓았다. 둘째 형님은 풋고추를 된장에 푹푹 찍어 먹으며 말없이 들었다.


“제가 아는 건 다 말씀드렸어요.”

“그럼 고기부터 좀 먹어라. 다 식었네.”

“예.”


병철이 수육을 집어먹기 시작하자 둘째 형님은 머리를 장난스럽게 문질러주었다.


“막내야 사람은 말이다, 통제를 안 하면 안 돼. 우리가 뭐 나쁜 짓 하는 것 같아도 그렇게 해야 자기들끼리 안 싸우고 잘 지낸다 이 말이야. 옛날에 국가라는 것도 똑같이 그랬어. 잘못하는 사람이 있으면 혼을 내야 안하지. 우리는 혼을 내는 사람들이야. 우리 조직원들은.”

“······.”


병철은 먹는 속도를 줄였지만 멈추진 않았다.


“그래 가끔은 이건 아니다 싶지. 나도 그래. 근데 사람이 완벽할 수가 있나. 실수를 한단 말이야. 조금씩 고쳐야지. 맘에 안 든다고 갑자기 다 때려 부수면 어떻게 되겠냐. 또 싸움박질 하고, 막 죽고 다치고. 그게 좋으냐?”

“아니오.”

“그러면 니가 그 지모한테 말을 잘 해줘라. 우리 좀 가만 내버려 두라고. 사람은 확 바뀌기가 힘들어. 천천히 해야지 천천히. 알겠지? 니 여기 나가고 싶으면 나가게 해줄게. 지금 말해라.”

“괘, 괜찮습니다.”

“그래, 형도 니가 좋으니까 이렇게 봐주는 거다. 딴 애들한텐 말하지 말고. 난 너만 믿고 있을게, 응? 늦었으니까 간다.”

“예, 편히 주무십쇼.”


예상치 못했던 것 치곤 잘 해결됐다고 병철은 생각했다. 먹고 남은 음식을 다 치운 다음 자리에 누웠다. 더웠다. 그리고 모기가 계속 날아다녔다. 모기향을 꺼내러 가기가 귀찮아 그냥 잠들었다.


다음 날 새벽.


“막내야, 막내야! 일어나봐라!”

“예, 예. 일어났습니다.”


병철을 깨운 둘째 형님은 물에 적신 수건을 던져주었다. 세수하라는 뜻이었다. 햇볕에 잘 말려 좋은 냄새가 났다.


“야, 생각을 좀 해봤는데 그냥 너한테 시키는 것보다 내가 지모를 직접 좀 만나서 얘기를 해보는 게 좋겠더라. 아직 조용하니까 후딱 갔다 오자. 나랑 가면 아무도 뭐라 안 한다.”


맞는 말 같았기에 그대로 따랐다. 강남소방서 근처까지 갔는데 개들이 막 사냥을 나가려던 참이었다. 우두머리 개가 둘째 형님을 보더니 이빨을 드러냈다. 달래어 보내느라 애를 좀 먹었다.


“아, 거 개새끼 되게 무섭네. 여기서 키워?”

“키우는 건 아니고 그냥 같이 사는 개들인데요.”

“그래? 재밌네.”


뭐가 재밌다는 건지 병철은 짐작조차 못했다.


이나와 지모는 방공호 안에 있었다. 미리 연락했어야 했다는 생각이 뒤늦게 났다. 두 사람 중 어느 쪽도 둘째 형님을 반기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조직원입니까?”

“네. 둘째 형님······.”

“아, 말은 내가 해야지. 니가 지모냐? 잠깐 얘기나 좀 하려고 왔는데 괜찮지?”

“괜찮지 않습니다. 돌아서 나가십시오.”


지모는 총을 꺼내 조준했다.


“에헤이, 이거 왜 이래? 난 무기도 없는데!”

“지모. 그냥 얘기만 하신다니까 잠깐 앉아 봐요.”

“자리는 위에도 있습니다. 당장 나가십시오.”


몹시 단호한 태도라 어쩔 수 없었다. 둘째 형님이 먼저 툴툴거리며 지상으로 올라갔다. 병철도 곧장 따라갔다. 지모는 잠깐 있다가 혼자 나왔다.


“여자는 안 나온대?”

“할 말 있으면 지금 하십시오.”

“아니, 하하하하. 이거 너무 예상했던 거랑 다른데. 어쨌든 니들이 우리 농장 치려고 준비하고 있다며? 별건 아니고 그냥 그러지 말라고 부탁하러 온 거야.”

“확실히 결정된 일이 아닙니다.”

“그래? 그걸 어떻게 믿어? 뭘 믿고 니들 여기서 이러고 있는 거 그냥 놔둬?”

“믿을 필요 없습니다. 얘기 끝났습니다.”

“허, 이 새끼 진짜.”


무엇 때문인지 지모는 협상 자체를 거부했다. 아무 소득 없이 돌아가게 된 둘째 형님은 별로 실망한 기색이 아니었다. 오히려 꽤 즐거운 목소리로 병철에게 돌아가자고 불렀다.


“병철 군. 어느 쪽으로 가실 겁니까?”

“네? 그냥 저쪽으로 쭉 가려고요.”

“그런 뜻이 아닙니다.”

“저 새끼 말은 듣지 말고 그냥 가자, 막내야. 오늘은 뭐 됐다.”

“······.”


지모의 분위기가 평상시랑 전혀 달랐다. 병철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병철아! 가자니까!”

“저는 그냥 여기 있겠습니다.”

“뭐? 진심이냐? 너 후회할 일은 하지 마라.”


어제랑 말이 바뀐 둘째 형님도 이상했다. 말하면 나가게 해준다고 했었는데, 병철이 따라가길 거부하자 상당히 초조해진 눈치였다. 지금이라도 따라갈까 마음이 흔들렸다.


“꺄아악!!”


이나의 목소리였다. 보이진 않았지만 바로 근처였다. 그 소리가 신호라도 되는지 둘째 형님이 재빨리 자리를 떴다. 지모와 병철이 뭘 하기도 전에 뒤이어 조직원들이 나타났다.


“막내야 니는 또 좆나 맞아야 정신차리겠다. 저 로봇도 갖고가야 되니까 적당히들 해라.”


창과 그물, 올가미로 무장한 몰이꾼들이 큰형님을 필두로 조금씩 거리를 좁혀왔다. 그때 소방서 건물 뒤쪽에서 이나가 달려왔다. 그녀를 덮치려는 조직원의 등판에 지모가 총을 쏘았다. 방탄복에 막혔지만 넘어뜨리긴 했다. 이나는 무사히 일행들 곁으로 왔다.


“마 로봇이 사람 쏘게 돼있나!!”


조직원은 금방 일어났다. 이나를 도망치게 만든 주범이 곧 나타났다.


“뭐하냐.”

“대장님!”


만득이었다. 그는 고도의 합성기술로 만들어진 인공 신체를 갖고 있었다. 군필 여고생이 변신했을 때 스펙에 최대한 맞췄기에 키만 3미터나 되었다. 보라색 긴 생머리가 쓸데없이 찰랑거렸다.


“여자는 내꺼니까 건들지 마라.”

“네, 대장님. 가자!”


지모는 이나와 병철을 뒤로 물리면서 단발 사격으로 한 명씩 쓰러뜨렸다. 아무도 죽이진 않았다. 그에겐 인간을 죽이지 못하는 제약이 걸려있었다.


“제가 잡고 있을 테니 도망치십시오.”


솔이 있었다면······. 이 한 가지 생각이 도망치는 병철의 머릿속을 헤집었다. 이나는 앞에서 잘 뛰었다. 둘 다 체력 면에선 일반인을 웃도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쿵쿵쿵쿵쿵!


사람이 내면 안 될 것 같은 소리를 내면서 만득이 따라붙고 있었다. 무거워 보이는 몸인데도 맹수처럼 날렵했다. 따돌린다는 건 도저히 불가능했다.


“어억!”


잡히는 순간 내장이 다 튀어나올 듯한 충격이 복부를 강타했다. 병철의 허리를 한 손으로 잡아 들어 올린 만득은 씩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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