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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61 님의 서재입니다.

솔의 팬티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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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c61
작품등록일 :
2019.05.29 01:51
최근연재일 :
2019.08.26 22:00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1,244
추천수 :
4
글자수 :
128,196

작성
19.07.1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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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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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23화

DUMMY

솔 일행은 무사히 강남소방서로 돌아왔다. 개들이 잘 지키고 있었다. 솔의 몸체를 빌린 지모는 단독으로 군용 옴니봇들과 접촉해 자신을 복제하고 몸체도 하나 구했다.


“감사합니다. 그토록 많은 사람들 중에 당신이 절 구할 줄은 몰랐습니다.”

“따지고 보면 병철이 덕분이지. 운이 좋았다. 그런데 다른 옴니봇에 널 마음대로 복제해도 되는 건가?”

“불법입니다. 가능하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도 거의 없고요. 주인님께서 이런 사태를 예측하시고 남겨주신 능력이죠.”

“그래, 정민지. 파일이 다 지워져 있더군.”

“죄송하지만 자세한 말씀은 드릴 수 없습니다.”

“알았다. 현재 사이버 서울 휴먼 코어는 권이라는 인물이 점유하고 있다. 서울 올림픽 공원, 지금은 농장이라고 하는데 그 근처의 G타워에 있을 거다.”

“사이버펑크 서울의 지배자 말씀이시군요. 경찰 조직과 유착 관계가 있었습니다.”


지모의 부가 설명을 들은 솔은 탄식을 흘렸다. 그로선 난생 처음 알게 된 진실이었다.


“그런 짓을 저질러도 된단 말인가? 시민들은? 법은?”

“일반인들은 자기 생활에 해가 되지 않으면 금방 잊어버립니다. 그리고 악인들은 언제나 법을 악용해 왔습니다.”

“넌 다 알고 있으면서도 아무것도 안 했나?”

“주인님께서 그런 일에 나서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대체 왜?”

“인간 사회가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일이니까요. 그래야만 인류 자체가 성장할 수 있습니다.”

“알겠다. 죽은 사람을 계속 따르는 이유는 뭐냐? 넌 자유 의지를 가진 인간이 아닌가?”

“따르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앞으로도 없을 겁니다. 그리고 전 기계적으로 복종하는 게 아닙니다.”

“그럼 뭐지?”

“저는 주인님을 사모합니다. 죽은 사람이라도 사랑할 수 있다는 것쯤은 솔도 알고 있겠죠.”

“그건······.”


지모는 그때 박한솔의 개인정보를 봤으니 지금쯤 죽었을 거라는 사실을 아는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 솔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여 인정했다. 그의 사랑은 물론 이성을 향한 애정이 아니라 자기애였다. 이는 지모의 감정과도 조금 다를 테지만, 그래도 이해가 되었다.


“전 주인님께서 바라실 만한 일을 계속 할 겁니다.”

“나도 솔이 바라는 일을 할 것이다. 우린 좋은 친구가 될 것 같군.”

“얼굴에 팬티를 쓰는 친구는 처음이지만, 아무튼 잘 부탁드립니다.”


강남소방서에 네 사람이 다시 모였다. G타워를 점령하고 권의 세력을 몰아내어 사람들을 해방시키는 것이 당면한 과제였다. 휴먼 코어를 보관한 금고는 매우 견고하여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이런 일에 가장 익숙한 사람은 지모였다. 섬기던 주인을 따라 전 세계에서 모든 종류의 군사작전을 수행해본 경험이 있었다.


“농장 내부 분위기부터 알아내야 합니다. 시간이 많이 흘렀으니 사람들이 억압된 생활에 적응해서 저희에게 비협조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잠입해야 한다는 말이지. 일부러 사로잡히는 방법이 좋겠군. 다짜고짜 죽이진 않을 테니.”

“병철 군.”


지모는 나지막하게 병철을 불렀다.


“예? 저요? 제가 잡혀가야 돼요?”

“미안하지만 그렇다. 나와 지모는 논외고 이나는 강간당하기 쉬우니까.”

“그냥 좀 대주면 되잖아. 나 어차피 불임인데.”

“그냥 좀 대줘서 끝나지 않을 경우엔 어쩔 거냐? 몸이 상했다간 큰일이다.”


그리고 솔은 늦기 전에 관리자에 대한 것을 이나에게 말해주었다.


“관리자와 연락할 방법은 없습니까?”

“없다. 그래도 항상 우릴 보고 있지.”

“스토커군요. 믿을 수 있습니까?”

“난 믿는다.”

“근거는요?”

“대꼴이었다.”


지모는 그 말을 그냥 흘려들었다. 농장엔 병철이 잡혀 들어가기로 정했다. 새로 제작한 무선장비와 카메라를 들려주었다. 농장 사람들의 일상과 생각을 보고 듣는 것이 임무였다.


“만약 제가 강간당하면 어떡해요?”

“후장 섹스는 안 할 겁니다. 약은 없고 감염 위험이 높으니 자제하겠죠.”

“자, 자제 안 하면요?”

“너무 저항하지 마십시오.”

“그게 조언이에요? 하나도 도움 안 될 것 같은데요.”

“걱정마라, 병철아. 오랫동안 농장을 유지하려면 인원을 잘 관리해야 하지. 말만 잘 듣는다면 널 해치지 않을 거다. 조금 때리긴 하겠지만.”

“말씀대로 됐으면 좋겠네요.”

“무슨 일 생기면 바로 달려가겠다. 날 믿어라.”


솔을 믿는 눈치였지만 그래도 병철은 불안해했다. 그를 지켜보는 이나도 복잡한 표정이었다. 자기는 여자고 병철이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입장이 크게 달라져버렸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린 것이었다. 그래봤자 할 수 있는 일은 병철을 위로해주는 게 다였다.


병철은 계획대로 잘 잡혀 들어갔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하려고 쓰레기장에서 물건을 훔치려다 걸린 척 했다. 개는 병철을 물어뜯는 대신 짖기만 했고, 보초가 달려와 몽둥이질을 했다. 대번에 바닥을 구르며 죽는 소리를 내자 충분하다고 생각했는지 금방 멈추었다.


농장으로 끌려간 후에도 딱히 폭력은 없었다. 물론 험하게 생긴 깡패들이 욕지거리를 하며 겁을 주었지만, 바로 그런 부분이 저수조에서 살 때랑 별로 다르지 않다고 느낀 병철이었다. 그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잘 알았다. 그리고 금방 깡패들의 호감을 샀다.


“병철 군이 걱정되십니까? 이나 양.”

“걔가 그냥, 남자라서 간 거잖아. 납득하기 힘들어.”

“저희는 경험에 근거해 가장 적절한 판단을 내린 겁니다. 남자는 노동력으로 써먹어야 하니 과도한 폭력에 노출될 가능성이 적습니다. 여자, 특히 이나 양처럼 매력적인 외모를 가진 경우는 뻔합니다. 계속 강간당하느라 아무것도 못하게 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습니다.”


이나는 뭐라 대답하기 전에 지모를 빤히 쳐다봤다.


“······그렇게 자신 있게 말하니까 할 말이 없네. 너 아는 거 되게 많나보다? 얼마나 오래 살았어?”

“2101살입니다. 2027년에 제작됐습니다.”

“히이-. 엄청 할아버지다! 내가 높임말 써야 돼?”

“편한 대로 하십시오.”


비상사태에 대비하여 병철을 즉시 탈출시킬 방법도 따로 강구해두었다. 보병 지원 장갑차로 농장 벽을 뚫고 들어가 데리고 나오는 것이었다. 권의 부하들은 몽둥이, 칼, 창 따위로만 무장했으니 상대가 못 됐다.


순식간에 적응했다는 병철의 연락이 오자 이나가 제일 먼저 안심했다. 좋은 점은 그게 다였다. 권은 매년 추첨을 통해 노예들 중 한 명을 사이버펑크 서울로 보내주었다. 그곳의 지배자도 권이었고, 들어온 노예를 자기 부하로 삼아 융숭히 대접해주었다. 노예들에게 사이버펑크 서울은 꿈같은 곳이었다. 열심히 일하면 언젠간 호의호식할 수 있다는 희망이 발목을 단단히 죄었다.


권은 인구 관리에도 정성을 기울였다. 건강한 남녀를 선별해 정해진 수만큼 아기를 낳도록 강제했다. 아기는 철저하게 세뇌되어 훌륭한 부하로 성장했다. 그렇게 성인이 된 세대는 아직은 1세대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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