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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61 님의 서재입니다.

솔의 팬티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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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c61
작품등록일 :
2019.05.29 01:51
최근연재일 :
2019.08.26 22:00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1,240
추천수 :
4
글자수 :
128,196

작성
19.08.19 22:00
조회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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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7쪽

36화

DUMMY

“이런 개자식들!!”


쿵!


존은 있는 힘껏 책상을 내려쳤다. 흠집도 안 났다. 처음부터 끝까지 농락당한 기분이었다. 거의 다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솔한테만 관심이 팔려 있다가 어이없게 허를 찔린 것이었다. 무시하고 조엘이나 찾았어야 했다는 생각이 뒤늦게 사무쳤다.


“적들이 나포한 아콘으로 저희 인공위성을 파괴하고 있습니다.”

“인퀴지터급 전함을 다시 만들어라. 계속 만들어! 자원을 있는 대로 쓰란 말이야! 완성되는 족족 지구로 보내서 싹 쓸어버려라!”

“알겠습니다. 한 척 건조에 29일이 소요됩니다. 지구까지 항행하는 데는 8개월이 걸립니다.”

“망할.”


이제 와서 도크를 늘려봤자 시간만 더 잡아먹을 뿐이기에 존은 화만 내고 끝냈다. 인퀴지터급 전함이라면 미사일 따위에 침몰할 걱정은 없었다. 죄다 분해해서 아콘으로 재활용한 게 후회되었다. 그때는 자원을 끌어올 데가 없었으므로 그게 최선이었다.


“놈들이 여기로 올지도 모른다. 방어 체계를 두 배로 자주 점검하고 최대 경계태세를 유지해라.”

“네.”


말은 그렇게 했지만 가장 가능성 낮은 일이었다. 존이 있는 곳은 아무도 몰랐다. 아는 사람을 전부 죽였기 때문이었다. 한때 뜻을 함께하던 사람들이 있었건만, 지금 그는 완전히 혼자였다. 세상에 온전한 의지와 사명을 가진 인간이라곤 자기뿐이라는 믿음은 여전히 견고했다.


“너희가 할 수 없는 일을 나는 할 수 있다. 솔······네놈이 누구든 내 역할을 막지 못할 것이다. 시간은 내 편이지······.”


지모가 위성 궤도를 정리하는 동안 솔은 스텔스 도료를 최대한 많이 구해왔다. 그리고 오닐은 하나둘씩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하기 시작한 생존자 그룹들을 안내하고 식량을 나눠주었다. 별의별 사람들이 나타났지만, 다들 아만티가 선사하는 미국의 맛에 감동해 문제를 일으키는 대신 순순히 협조했다.


순수주의자 우주선 5척 중 3척을 광자 엔진으로 재활용해 2척에 나눠 달았다. 스텔스 도료도 10톤 가까이 썼다. 준비가 끝났다. 지모 99명과 솔이 목성을 향해 조용히 출발했다.


“얼마나 걸리나?”

“3개월입니다. 더 빠를 순 없습니다.”

“3개월? 병철이한테 연락 한번 못했는데 걱정이군.”

“······.”


지모는 솔이 모르는 뭔가를 알고 있었으나 말하지 않았다.


거의 2달이 지났을 무렵, 지모는 목성 쪽에서 지구로 향하는 수상한 물체를 포착했다. 이쪽에 비해 몇 배는 큰 우주선이었다. 수백만 킬로미터 떨어진 거리에서도 주렁주렁 달린 포탑이 보였다.


“전함입니다.”

“내가 가지.”

“안 됩니다. 전함에 들키지 않고 돌입할 방법이 없습니다.”

“무기 달아놓은 것 없나?”

“화력이 부족합니다. 우주선 하나를 자폭시키는 게 최선입니다.”

“도착하기 전에 또 만나면 어쩔 셈이냐?”

“그때 가서 생각합시다. 저걸 못 막으면 저희 노력이 물거품이 될지도 모릅니다.”

“알았다.”


그렇게 지모 50명을 태운 우주선은 궤도를 이탈해 전함과 충돌했다. 자기장 방어막이 잠깐 버텼지만 핵융합 폭발을 막아내진 못했다. 폭발에 노출된 부분이 새하얗게 달아오른 전함은 몇 초 동안 더 전진하다가 터져버렸다.


첫 번째 인퀴지터급 전함이 핵융합 폭탄을 맞고 침몰했다는 소식을 접한 존은 뭔가 단단히 잘못됐음을 깨달았다. 솔은 이곳을 알고 있었고, 오는 중이었다. 머리가 기계 선반에 낀 것처럼 꽉 죄는 느낌이었다.


“소나, 두 번째 인퀴지터급은 여길 방어한다. 뭐가 오든 반드시 박살내라!”

“알겠습니다.”


존의 명령대로 두 번째 전함은 예상 궤도를 가로막은 채 솔을 기다렸다. 미리 알아도 피하거나 돌아가는 건 논외였다. 행성들은 계속 움직였기에 미리 계산한 궤도대로 진행하지 않았다간 엄청난 시간을 낭비하거나, 최악의 경우 우주 미아가 될 수도 있었다. 그래서 지모는 또다시 자폭해야 된다고 말했다.


“스텔스 도료를 바른 상자에 들어가시면 정확하게 쏴드리겠습니다.”

“너는? 같이 안 가는 거냐?”

“감속할 수단이 없습니다. 칼리스토 표면에 시속 수십만 킬로미터 속력으로 충돌하게 될 겁니다. 저는 부활을 못 하고요.”

“관리자의 호의에 기댈 수밖에 없단 얘긴가.”


솔은 지모도 믿었고 관리자도 믿었다. 침착하게 상자 안에 들어갔다.


“가시면 아마 귀환할 방법이 없을 겁니다. 데리러 가겠습니다.”


아슬아슬한 순간, 솔이 들어간 상자가 먼저 발사됐다. 전함은 상자는 탐지하지 못했지만 상자를 발사한 발사관은 탐지했다. 전함 입자포가 지모의 우주선 앞부분이 홀라당 날려버렸다. 그러나 충돌을 막지는 못했다.


솔은 계획대로 칼리스토 표면에 추락했다. 잠깐 의식이 끊어졌다가 돌아왔다. 관리자의 낙하 포드가 그 어느 때보다도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여기가······.’


칼리스토는 목성의 위성들 중에서 가장 안정적이고 방사선량도 적어 인간이 기지를 세우기 적합한 곳이었다. 둘러보니 흰 얼음이 지천에 깔려있었다. 사이버네이션엔 칼리스토를 소재로 삼은 콘텐츠도 있었는데 위성 지하에 끔찍하게 깊고 차가운 바다가 있었다.


‘놈의 기지는 어디 있을까.’


대강 방향을 정하고 얼룩덜룩한 땅바닥을 조심스레 밟으며 이동했다. 지평선 너머엔 목성이 가득했다. 빠른 공전속도 때문에 가스가 움직이는 게 보였는데, 그래서 마치 살아있는 것 같았다. 행성을 포식하는 괴물이 있다면 저렇게 생기지 않았을까 싶었다. 솔은 쓰고 있는 팬티를 무의식적으로 매만졌다.


‘이것이······진짜 코스믹 호러인가. 나 같은 변태 고인물조차 제정신을 유지하지 않으면 큰일 나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우주란 역시 압도적이군.’


너무 조용한 것도 문제였다. 대기가 몹시 옅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자기 생각만 메아리쳤다. 보통 사람이라면 공황장애에 빠지기 십상이었다. 그렇지만 솔에겐 이미 공략한 콘텐츠였다. 아무렇지 않게 돌아다녔다.


칼리스토의 크기는 수성과 비슷해 위성 중에선 매우 컸다. 지구 시간으로 며칠이 지나고서야 솔은 존의 기지를 찾아냈다. 그 정도면 오히려 선방한 셈이었다. 기지는 잘 위장되어 있었다. 자동 포탑이 먼저 공격해왔기에 알 수 있었다. 목숨을 몇 번씩 잃어가며 힘겹게 내부로 침투했다.


몸체에 펄스 레이저를 달아두어 천만다행이었다. 어떤 장애물이든 쏘다 보면 뚫렸다. 기지 전체의 방어 체계와 지루한 싸움을 이어가던 솔은 문득, 존이 달아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깐 아찔해졌지만, 관리자라는 든든한 보험이 있다는 점을 되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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