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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61 님의 서재입니다.

솔의 팬티맨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SF

완결

c61
작품등록일 :
2019.05.29 01:51
최근연재일 :
2019.08.26 22:00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1,245
추천수 :
4
글자수 :
128,196

작성
19.07.08 22:00
조회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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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7쪽

18화

DUMMY

“크하-. 감사합니다! 근데 이거 뭐로······.”


사사로운 대화가 오가려던 것을 솔이 손가락을 탁 튕겨 막았다.


“관리자. 25년 전에 중성자 폭탄이 떨어졌다는 사실은 알고 있나?”

“그랬지. 지구 전역에서 대략 200억 명이 죽었다.”

“200억? 그렇게 많이? 말도 안 되는 소릴······.”


관리자는 솔의 반응을 일일이 확인하지도 않았다.


“현재 지구에 남아있는 인간들을 다 모으면 10만 명 정도 될 거다. 멸종을 충분히 피할 수 있는 숫자지. 그러나 줄어드는 속도가 늘어나는 속도보다 빠르다. 흩어져 있고, 싸우고 있기 때문이다.”

“서로 싸운단 말인가? 이 지경이 되어서도?”

“그렇지. 하지만 그보다는 순수주의자가 보내는 로봇 군대와 전투를 벌이다 죽는 경우가 훨씬 많다.”

“순수주의자······처음 듣는 이름이군.”

“아마 네가 사이버네이션 출신이기 때문이겠지. 순수주의자는 무려 2천 년 전에 등장한 전통 있는 집단이다. 긴 설명은 생략하고, 녀석들의 목적은 모든 인간을 사이버네이션에 가두는 거다. 실제로는 사이버네이션 바깥에 있는 인간들을 말살하는 중이지만.”

“지나치게 많이 아는 것 같은데. 믿기 어려울 정도로.”

“인간에 대해선 모르는 게 없다.”


멀리서 스파이더봇이 하나 나타났다. 관리자는 그쪽을 향해 잠깐 고개를 돌렸다. 번쩍 하더니 스파이더봇이 펑 터졌다. 그게 다였다.


“실례.”

“그래서 넌, 무슨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냐?”

“나도 모른다. 솔이 사이버 서울에 자신을 복제한 이유와 같지 않을까 싶군.”

“허무하게 사라질까봐 무서워서, 뭐라도 남기고 싶어서?”

“그래. 아버지는 죽는 날까지 나한테 자기 생각을 다 털어놓지 않았다.”


병철만 빼놓고 분위기가 잠시 숙연해졌다. 솔은 이 관리자라는 로봇이 일부러 자기를 찾아온 상황이 대충 납득이 갔다. 물론 인간다운 공감대를 가졌다는 전제가 필요하지만, 솔에게는 관리자가 충분히 인간답게 느껴졌다.


“아버지의 의도를 모른다면 네 의도는 뭐냐?”

“인류는 끈질기지만 너희도 잘 알다시피 순식간에 멸망으로 치닫는 경우도 있다. 지금처럼. 관리가 필요한 시기지. 그러나 난 직접 개입하고 싶진 않다. 이번 일은 내 책임이 아니거든. 순수주의자들의 미래설계도 내가 보기엔 꽤 설득력이 있어. 그러나 수단이 몹시 잘못됐다.”

“그래서?”

“그래서 널 골랐지. 박한솔의 팬티맨. 난 정직한 인간을 좋아한다. 그런 인간이 장차······인상적인 성과를 보여주겠다 싶을 경우엔 훨씬 더 좋고. 바깥에서는 죽어도 부활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겠지.”

“물론이다.”

“그러니 계속 부활시켜주마. 보험이라고 생각해라.”

“날 갖고 놀 심산인가?”

“그런 식으로 받아들이지 마라. 네가 아무리 잘났대도 천하무적은 아니다.”

“아예 천하무적으로 만들면 되지 않나? 너의 그 적당한 취향에 억지로 어울려가면서 고생해라 이거냐?”

“내가 다 해주면 넌 뭐가 되지?”

“난······.”


솔에겐 반박 불가능한 질문이었다. 하지만 관리자의 제안은 너무 뜬금없었고, 또 이상하리만치 달콤했다. 사적인 얘기를 꺼낸 것도 괜히 의심이 갔다.


“컵은 그냥 버려도 된다. 끓여먹어도 좋고.”


주스를 다 마신 병철에게 한 소리였다.


“이걸 끓여먹어요?”

“물렁해질 때까지 데친 다음에 가늘게 잘라서 잡채처럼 요리하는 게 가장 적절하다.”

“잡채가 뭐에요?”

“솔이 알 거다. 솔은······결정을 못 내렸나보지만 상관없다. 어쨌든 죽으면 부활시킬 테니까. 기대하고 있겠다.”


관리자는 등장했을 때와는 달리 조용하게 떠올라 순식간에 하늘 저편으로 사라졌다.


“솔. 솔!”

“미안하다. 넌 충격을 별로 안 받았나보군.”

“무슨 말씀이세요? 대화는 솔이 다 하셨잖아요. 죽어도 다시 살아나면 좋은 거 아니에요?”

“다른 게 뭐가 있을지 모르니 걱정이지.”

“나쁜 로봇 같진 않던데요. 욕 안 했고, 때리지도 않았잖아요. 이상한 거 시키지도 않았고요.”

“그런가. 깊게 생각해봤자 답은 안 나오겠지. 도시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하자.”


목적지를 정하는 일은 까다로웠다. 규모가 있는 군부대를 골라야겠지만, 지도에 안 나오는 데다 찾더라도 중성자 폭탄을 맞아 전멸했을 가능성이 아주 높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서울이 이렇게 조용할 리 없었다.


“병철아. 에이로봇들이 어디서 자주 나타나지?”

“북한산 가면 항상 있어요.”

“좋아. 망원경이 있어야겠다.”


어려울 것 없는 정찰 임무였다. 관찰 결과, 에이로봇은 장갑차 1대에 로봇 4대가 한 분대였다. 장갑차까지 전부 인공지능이었고 무장은 대인화기와 대전차화기 두 종류였다. 하얀 도색은 UN 평화유지군을 연상시켰다. 북한산 일대에 간헐적으로 출몰하는 육군 옴니봇들이 에이로봇의 주적이었다.


“육군 옴니봇과 접촉해야 하는데 언제 어디서 나타나는지 모르겠다.”

“싸우고 있을 때 만나면 되지 않아요?”

“말처럼 간단하진 않을 거다. 실력을 좀 발휘해 볼까.”


에이로봇이 쓰는 마그네슘 탄환은 사람 뿐 아니라 옴니봇 상대로도 효과적이었다. 부품을 태워 고장 내기 때문이었다. 솔은 소방서 옴니봇의 내열 프레임으로 자신을 업그레이드했다. 물론 병철의 도움이 컸다.


“재질이 뭐에요?”

“세라믹 합금강이지. 2200도까지 견딘다. 마그네슘탄의 불꽃은 1400도 정도다. 원래 세라믹은 충격에 약하지만 망간과 강철을 더해 충격 강도까지 높인 멋진 소재다.”

“이걸로 될까요?”

“나만 믿어라.”


무기라고는 튼튼한 몸체와 티타늄 도끼 한 자루가 다였다. 그리고 솔은, 마지막으로 사물함에서 여성용 팬티 두 장을 찾아내 하나는 입고 다른 하나는 얼굴에 썼다. 사람이 해도 기괴한 짓인데 로봇이 하니 실로 해괴망측했다.


“그, 그걸 왜······.”


황당해하는 병철 앞에서 솔이 도발적인 포즈를 취했다.


“팬티맨이니까.”

“장난치시는 거 아니죠?”

“장난? 나의 진정한 파워는 팬티에서 나온다!”

“네······그냥 안 보이는 척 할게요.”


이곳을 사이버 세계와 착각한 게 아니었다. 정신력에 기대는 것은, 트레이닝이 불가능한 기계 몸 입장에선 현실적인 선택이었다.


그날은 비가 왔다. 소나기였다. 북한산이 아니라 북악산에서 첫 전투가 벌어졌다. 근처 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고 있었던 솔과 병철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뛰었다. 가서 보니, 수천 년 전에 조상들이 세웠던 성곽이 제 역할을 하는 중이었다.


창의문 바로 옆을 지나는 도로에 에이로봇들이 묶여있었다. 뒤를 치기에 딱 좋은 상황이었다. 솔은 병철을 대기시키고 혼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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