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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61 님의 서재입니다.

솔의 팬티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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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c61
작품등록일 :
2019.05.29 01:51
최근연재일 :
2019.08.26 22:00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1,247
추천수 :
4
글자수 :
128,196

작성
19.07.05 22:00
조회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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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17화

DUMMY

“이건 단순한 열경화성 플라스틱이다. 강철처럼 단단한 재질은 아니지.”


솔은 스파이더봇의 외골격을 망치로 때려 부쉈다.


“보기보다 약하네요?”

“그래. 프레임도 마찬가지고 회로는 유기물 기반이군. 이 스파이더봇은 전자전 상황에서 비무장 인원을 사살하기 위해 제작된 무기다. 큰 몸체는 두꺼운 납을 채워 배터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고.”

“전자전······.”


솔이 전자전에 대해 설명해주자 병철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회로가 망가지면 빠르게 분해되어 재활용이 불가능하지. 생존자를 괴롭히려는 악의로 가득 찼군. 하지만 왜 21년이나 제자리걸음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누가 계속 보내는 걸까요?”

“폭탄을 터뜨린 자식들이겠지. 반드시 찾아내 처단할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하고 계세요?”

“아니. 더 먼 미래를 보고 있지. 문명을 회복시켜야 한다.”

“왜요?”

“스마트폰이 갖고 싶다고 했었지?”

“네.”

“그걸 제대로 쓰려면 문명사회의 기반 시설이 필요하거든.”

“기반 시설은 뭐에요?”

“수도, 가스, 전기나 도로, 선로 같은······.”


솔은 프로 가이드답게 어떤 질문에도 역정 한번 내지 않고 상세히 대답해주었다. 병철도 물어보는 걸 망설이지 않았다.


지모가 군용 옴니봇이었던 기억을 살려 군부대를 먼저 탐색하기로 했다. 한국 군대는 대통령과 장성들로 구성된 총사령부를 제외하고 100% 기계화 부대였다. 그래서 얼마 돌아다니지 않아도 손쉽게 군용 옴니봇을 찾을 수 있었다.


“망가진 옴니봇밖에 없나. 군용이면 전자전 대책을 세웠을 텐데 이상하군. 아무리 중성자 폭탄이라곤 해도 군대 전체가 이렇게 허무하게 무너지다니.”


바깥세상에서 관례라는 명목 하에 자행되던 방산비리를 솔이 알 리 없었다. 사이버네이션은 그런 행위와 거리가 멀었다.


“죽은 사람들은 다 어디 있을까요?”

“길거리에 널려있는 쓰레기가 전부 사람의 흔적이다. 옷이나 뼈가 부식되다 남은 것들이지.”

“이, 이건 진짜······.”


발에 채일 정도로 엄청나게 많았다. 순수 중성자 폭탄이었기에 방사능 물질이 남아있지는 않았다.


“영문도 모르고 죽었겠지. 끔찍한 일이다.”

“다른 나라들도 이럴까요?”

“모른다. 만약 전 세계가 이런 공격을 받았다면······.”

“받았다면요?”

“인류 멸망이 코앞이겠지. 아니라고 믿고 싶군.”


지난 25년 동안 살아남은 인간들이 저항군을 조직해 과격파 순수주의자들과 싸우고 있었다. 한국에선 민간인이 무기를 구하기가 쉽지 않아 저항군이 결집되지 않았다. 그래서 순수주의자들에겐 별로 급한 지역이 아니었다. 때문에 그냥 놔두고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멀쩡한 휴먼 코어가 남아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상황은 급변할 터였다. 과격파 순수주의자들은 휴먼 코어를 만들 기술이 없기에 하나씩 찾아 강탈해왔다. 사이버네이션 바깥에 인류를 한 명도 남겨두지 않는 게 목적인만큼 이들의 행동 방침은 명확했다.


“휴먼 코어는 얼마나 회수했지?”


과격파 순수주의자를 이끄는 수장, 존 베이커가 중후한 음성으로 질문했다. 그는 목성 궤도를 도는 우주기지 칼리스토2에 있었다.


“저희가 보유한 휴먼 코어는 8개입니다.”


대답한 목소리의 정체는 칼리스토2의 인공지능이자 존의 부관 소나였다.


“너무 적어. 온건파는 아직도 못 찾았나?”

“네. 아시다시피 바다를 전부 뒤지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에요.”

“시간은 많아. 아브라힘의 소재만 확보하면 된다. 나머지는 필요 없어.”


조엘 아브라힘은 휴먼 코어의 모든 세대에 관여한 개발자였고 혼자서 휴먼 코어를 만들 정도로 지성이 뛰어났다. 반면 존은 분자 프린터의 권위자였다. 과격파가 지구 전역을 중성자 폭탄으로 공격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능력 덕분이었다.


존은 술잔을 입에 대고 천천히 기울였다. 200억 명을 학살한 인물치고는 꽤 침착했다. 사실 그에겐 사람 목숨은 숫자에 불과했다. 불안정하기 짝이 없는 인류를 사이버네이션이라는 안전하고 이상적인 동물원에 가둬놓고 지구를 생명이 넘치는 조화로운 행성으로 바꾸는 일만이 그의 숙원이었다.


물론 존은 계획이 완성돼도 바깥에 남아있을 생각이었다. 자신은 언제나 스위치를 켜고 끄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의 신체는 거의 기계라 25년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계획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더 기다릴 수 있었다.


비슷한 시각. 또 다른 기계인간 솔은 병철을 데리고 시청 앞까지 왔다. 멀쩡한 건물들, 무성하게 자란 식물들, 아무렇게나 돌아다니는 동물들 가운데 사람은 없었다. 지모를 찾아낼 단서도 마찬가지로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서울이 이렇게까지 무력화됐을 줄은 몰랐다. 아무것도 없다니. 도시 밖으로 나가봐야겠군.”

“저번에 말씀드렸잖아요. 에이로봇이 돌아다닌다니까요.”

“그래. 단단히 무장해야지.”

“가면 안 된다는 생각은 안 드세요?”

“내가? 나는 팬티맨! 불가능은 없다!”

“그게 뭐가 대단하다고요? 팬티 입지도 않았잖아요.”

“가릴 게 없으니······너한테 설명하기엔 조금 난해하군. 아무튼 나만 믿어라.”


그때 하늘에서 제트기 소리가 들려왔다. 처음엔 작았다가 빠르게 가까워졌다. 비행물체의 정체는 사람 형태를 갖춘 커다란 로봇이었다. 솔은 도망치기엔 늦었다고 판단해 병철을 자기 뒤로 물리기만 했다.


로봇은 꼿꼿이 선 자세로 날아와 태양을 등지고 착지했다. 아무런 위협도 하지 않았지만, 10미터쯤 되어 보이는 높이 하나만으로 온몸의 신경을 곤두서게 만들었다. 온몸이 어두운 은빛이었으며 흉부와 어깨, 무릎 아래엔 하얀 갑옷 같은 것을 입고 있었다. 머리통은 얼굴 없이 초록색 동그라미뿐이었다. 눈 같았다. 제트 엔진 소리가 멈췄다.


“와, 귀청 떨어지는 줄 알았네.”


병철이 뒤늦게 귀에서 손을 뗐다. 말을 듣자마자 로봇이 고개를 가볍게 숙였다.


“시끄러웠다면 미안하다. 일부러 주의를 끌었다.”


매우 또박또박하고 묵직한 남성 말투였다. 전체적인 몸매도 절제된 남성미가 넘쳤다. 마치 고대 그리스 신의 조각상 같았다.


“난 솔, 뒤는 병철이다. 이름을 밝혀라.”

“22개나 있는데 뭘 대면 좋을까. 가장 최근에 지은 이름은 관리자다.”

“관리자? 왜 우리 앞에 나타났지?”

“접촉할 만한 인간들 같아서. 미리 알려주지. 난 외계인이 아니다. 인간을 공격한 적도 없고.”

“누가 널 만들었나?”

“그보다 중요한 건 왜 만들었는가, 아닌가?”


관리자는 도로 위에 조심스럽게 책상다리를 하고 앉았다. 여전히 태양을 가리는 높이였다.


“날이 좀 덥지 않나? 병철.”

“예?! 저요? 괘, 괜찮아요.”


그 말을 못 들었을 리가 없었지만 관리자는 손가락을 내밀었다. 끝에서 큰 컵이 튀어나왔다. 얼음과 과일주스로 꽉 차있었다. 병철은 별 의심도 안하고 벌컥벌컥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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