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ührerreich : 총통의 제국 [25] - 바그너, 그리고...
Führerreich : 총통의 제국 [25] - 바그너, 그리고...
" 독일은 바그너와 그가 대표하는 모든 것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
- 아돌프 히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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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돌프 히틀러는 웬일로 흥에 겨운듯 콧노래를 불러대고 있었다. 그동안 그는 주중 독일 군사고문단장인 알렉산더 폰 팔켄하우젠에게 서신을 보내어 장제스에게 협력을 강화할 의사를 표하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고, 여러 공장들을 시찰하며 생각보다 바쁘게 지내왔다.
그의 방에서는 옷을 입으며 듣기 위해 틀어져있던 라디오의 소리가 가득했고, 아돌프 히틀러는 그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 다음 소식입니다.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가 점령되었고, 에티오피아가 항복을 했다는 소식입니다. 하일레 셀라시에 에티오피아 황제는, 영국으로 망명길에 떠났습니다.
현재까지도 영국의 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망명을 간 하일리 셀라시에 황제의 거처 또한 정해지지 않고 있어 버킹엄에 임시로 머물 예정으로 알려졌습니다. “
아돌프 히틀러는 소파에 앉아 셔츠의 단추를 잠그며, 조용히 혼잣말을 했다. 블론디가 옆에서 누워있었기에, 사실상 혼잣말은 아니었지만.
“ 영국이 아주 혼란의 끝을 달리고 있군. “
“ 또한 영국의 현 상황을 비난하는 여론들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내각이 실질적 총 사퇴를 함에 따라, 각종 행정적인 혼란이 빚어지고 있어 불편을 느끼는 영국인들이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내각의 태업행위에 대한 반발과 내각 재구성에 대한 요구가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
아돌프 히틀러는 옷을 입다말고, 순간 멈칫했다. 바로 이 타이밍이다. 아돌프 히틀러가 기대했던 것. 그리고, 에드워드 8세가 기다리고 있었을 것. 국민의 여론이 기존 내각에 비판적으로 바뀌었을 때!
“ 이와 연관된 소식으로, 에드워드 8세의 결혼을 지지하는 여론이 점차 거세지고 있습니다. 영국 국민들중 귀족층은 여전히 부정적인 반응을 내세우고 있지만, 노동자 계층을 위주로 한 평민층은 확실한 지지세를 표방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에드워드 8세의 역할이 중요하게 되어가고 있습니다. 당장은 확실한 향후 대책을 내놓지는 않고 있지만, 국민적인 요구에 더이상 응하지 않을 수 없는 때가 온 것 입니다. “
기나긴 기다림. 1월 20일의 조지 5세 암살사건 이후로부터 이어져온 약 네달간의 기다림 끝에 아돌프 히틀러는 자신의 뜻대로 행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신했다. 이는 그가 정치가이기에 가지고 있는 감각 뿐만이 아닌, 세살배기 어린아이도 알법한 상황이 되어가고 있던 것이다.
추후 영국의 행보는 아직도 알 수 없다. 하지만, 지난 삶에서 결혼대 왕위. 그것중 결혼을 택했던 에드워드가 지금까지 버티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히 히틀러의 의도대로 향해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분명하게 하고 있다.
“ 그래, 이대로 흘러가기만 하면 문제가 없지. 에드워드가 왕위에 앉고, 그가 권력을 쥐게 된다면 분명히 우리에게는 더욱 더 나은 상황이 될 것이다. “
아돌프 히틀러는 다시금 옷을 주섬주섬 입기 시작했다. 그때, 또각이는 구둣소리가 복도에서 울려퍼지더니 집무실의 문을 가볍게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 총통 각하, 슬슬 갈 시간이에요. “
“ 아, 에바.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되었나? “
에바 브라운 ( 정확한 발음으로는, 에파 브라운이라고 한다. ), 히틀러의 유일한 부인인 그녀는 그가 회귀한 36년에는 단순한 동거녀의 정도에 지나지 않았던 사람이다. 히틀러가 신뢰하고 있던 사진사인 리하르트 호프만이 소개시켜준 그녀는, 히틀러에게 푹 빠져있었던 사람이다.
실제 역사에서는 아돌프 히틀러가 어느정도 거리를 둬가면서 연인관계를 유지했었다. 그러나 그녀는 히틀러에게 더욱 큰 사랑을 갈구해왔고, 관심을 끌기 위해선지 권총으로 자살시도를 한번. 수면제를 들이켜 자살시도를 한번 하기도 했다.
그런 그녀와 관계가 급속도로 좋아졌던 것은, 44년 히틀러 암살 미수사건 이후. 그런 사건이 있었음에도 그녀가 아돌프 히틀러에게 충성 맹세식 사랑편지를 보냈었고 그 이후로 관계가 더욱 좋아졌었다고.
“ 네. 기다리시던 리하르트 바그너의 오페라잖아요? 늦으면 큰일이에요. “
아직 넥타이도 매지 못한 아돌프 히틀러를 발견하고는, 에바 브라운은 그의 목에 걸려있는 넥타이를 천천히 매어주기 시작했다.
그녀는 사실, 히틀러가 최근 조금 낯설게 느껴졌었다. 조금씩 거리를 두던 히틀러가, 36년에 들어서는 더욱 사근사근하게 대해주고 있었기 때문. 허나, 자신을 점점 사랑해주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에 그 낯섬은 점점 익숙해졌으리.
“ 하하. 이거참, 미안하네. 라디오에서 흥미로운 소식들이 나오고 있어서 그만. “
에바 브라운은 궁금한듯, 서글서글한 미소를 머금고 부드러운 손길로 넥타이를 매만졌다. 길이가 너무 길진 않은지, 너무 짧은지는 아닌지.
“ 어떤 소식이길래 그래요? “
“ 영국의 왕인 에드워드 8세와, 월리스 심프슨이 곧 결혼할 것 같아서 말이야. 월리스 심프슨의 이혼 절차도 끝이 났고, 이제는 결혼할 수 있게 되었어. 하지만, 정치적인 문제인 터라 아직은 결혼식을 언제할지 정하진 않은 모양이야. “
아돌프 히틀러의 양복의 매무새를 다듬어주던 에바 브라운은 그들의 사랑이야기에 로멘틱한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아돌프 히틀러는 그것에 주안점을 두고 있지 않았지만.
“ 로멘틱해라. 왕과 평민의 결혼, 동화책속 이야기 같아요. “
“ 세기의 로멘스라고들 하더군. 자, 이제 가세. 오페라에 늦게 입장하는건 실례니 말야. “
에바 브라운과 아돌프 히틀러. 둘은 웃는 표정으로 관저의 밖으로 향했다. 에바 브라운은 오랜만의 아돌프 히틀러와 외출이라서 좋아하는 눈치였지만, 아돌프 히틀러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악가 리하르트 바그너의 오페라를 들으러 간다는 것이 기대되는 것 이었다.
동상이몽이라 하였던가? 둘은 딱 그런 관계였다. 아돌프 히틀러는 그녀를 공적인 자리에 데려가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그들의 비공식적 연애관계는, 히틀러 자살 이후에서야 알려지기 시작했을 정도이니 말이다.
여하튼, 그렇게 관저를 나서니 마르틴 보어만이 아돌프 히틀러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돌프 히틀러는 눈치채지 못했지만, 그의 뒤에 있던 에바 브라운의 표정이 썩 좋지 않아보였다.
“ 아, 보어만. 미리 기다리고 있었구만. 도이체 슈타츠오퍼 ( Deutsche Staatsope, 베를린의 오페라하우스. ) 로 가는건 기억하고 있는가? “
“ 예, 총통 각하. 아직은 시간 여유가 있으니, 안전하게 모시겠습니다. “
마르틴 보어만 또한 에바 브라운과 눈이 마주치자, 표정관리가 어려운듯 보였다. 실제로, 그 둘은 서로를 매우 역겨워했다.
에바 브라운은 마르틴 보어만을 아첨꾼이라고 여겼다. 아돌프 히틀러를 조종하려고 드는 간신이라고 생각했으며, 가능한 그와 말도 섞으려 들지 않았다. 또한 마르틴 보어만은, 에바 브라운을 사치에 미친 여자, 현실감각이 없는 여자라고 여겼다.
그렇게 보이지 않는 신경전들이 이어지는 가운데, 시동이 걸린 차량이 점차 목적지를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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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체 슈타츠오퍼. 나치 독일에의해 ‘ 우수한 아리아인 예술가 ‘ 들이 지휘하고 노래하는 오페라 작품만을 공연하는, 또다른 정치선전장으로 뒤바뀐 곳 이었다. 아돌프 히틀러는 차에 내려, 오랜만에 보는 이곳에 대해 감회가 새로운듯 우뚝 서서 주변을 구경하고 있었다.
‘ 일전에는, 연합군의 폭격으로 인해 여러번 무너졌었던 적이 있었지··· ‘
아돌프 히틀러는 주변을 바라보던 도중, 멀리서 한 사람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던 것을 알아챘다. 그녀는 하얀색 모자를 쓰고, 검은색으로 잘 빠진 여성용 정장을 입고 있었다.
“ 총통 각하, 오랜만에 뵙습니다. “
“ 아! 비니프레트 윌리엄스씨. 이번에 오신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벌써부터 만날줄은 몰랐군요. “
비네프레트 마조리 윌리엄스. 리하르트 바그너의 아들 지그프리트 바그너의 아내인 자. 아돌프 히틀러와 친분이 깊었던 사람이다.
“ 저희 아버님의 오페라를 도이체 슈타츠오퍼에서 한다고 들어서요. 총통 각하도 뵐 겸, 찾아왔습니다. “
아돌프 히틀러는 그녀의 손을 맞잡았다. 아돌프 히틀러로서는 그녀의 도움을 많이 받아왔기에, 한명의 은인이기도 했다. 지난 맥주홀 폭동 이후 감옥에 수감되었을 때, 자주 면회를 오기도 했으며 ‘ 나의 투쟁 ‘ 을 집필하는 것을 돕기 위해서 종이를 가져오기도 한 사람이다.
“ 그럼 함께 들어가도록 하시지요. 보어만, 이제 슬슬 들어가세나. “
“ 예. 자리는 준비되어 있습니다. “
아돌프 히틀러의 방문이 사전에 공개되었던 것은 아니다만, 도이체 슈타츠오퍼측에는 사전공지가 되어있었기에 친위대원들이 입장객 하나하나의 몸수색을 진행하고 있었다.
당연히 아돌프 히틀러는 검문없이 자리로 향할 수 있었고, 오케스트라 악단이 훤히 보이는 2층의 초대석에 자리를 잡았다. 오페라가 시작하기 전의 부산한 분위기들 사이에서, 아돌프 히틀러는 옷걸이에 자신의 모자를 걸어두었다.
분주하게 준비를 하고 있는 오케스트라의 움직임에, 아돌프 히틀러는 오랜만에 가슴이 설레이는듯 보였다. 흥분감은 표정으로 표출되었고, 괜히 의자를 들썩였다.
“ 오늘의 지휘자는 누구인가? “
“ 오늘은 푸르트벵글러씨가 하신다고 들었어요. “
푸르트벵글러. 나치 치하에서 소극적인 저항을 하던 음악인이 아닌가. 아돌프 히틀러는 기대반, 걱정반의 마음을 품고 있었다. 36년의 푸르트벵글러는 그다지 아돌프 히틀러 자신에게 호의적이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 많은 관객들 전부를 희생하여 히틀러를 엿먹일 수는 없는 일. 또한, 음악인으로서의 긍지와 자부심이 그런 사보타주를 허락할리가 없었다.
“ 참, 곡은 리하르트 바그너의 니벨룽 ( 니벨룽겐이라고도 한다. ) 의 반지 제 2부 발퀴레 ( Die Walküre ) 라고 하더군요. “
“ 아주 좋은 선택이야. 대표적인 부분이지. 지크문트의 이야기는 언제나 재미가 있단 말이야. “
클레식에 그다지 지식이 없던 에바 브라운은 입을 꾹 닫고 있었고, 아돌프 히틀러는 신이 나는지 이리저리 이야기를 혼자서 떠들어대고 있었다. 그런 사이, 푸르트벵글러가 지휘석에 올라 관객들을 향해 허리를 숙여보이기 시작했고, 박수소리가 오페라하우스를 가득 메웠다.
웅장한 크기의 첼로들이 자신들의 덩치를 뽐내듯 음을 시작하더니, 곧이어 자그마한 바이올린들도. 바그너가 자신의 노래를 위해 만든 바그너 튜바도 그 금빛을 뽐내기 시작했다.
아돌프 히틀러는 조용히 눈을 감고 음의 흐름에 몸을 맡겼다. 흘러가는 음색들에, 오케스트라의 울림에 가슴 또한 이리저리 간질여지고 있었다.
“ 뉘 집인지 몰라도, 여기서 쉬어야겠다. “
금발에 벽안을 가진, 아돌프 히틀러가 말하는 완벽한 아리아인의 표본같이 생긴 테너가 앞으로 나와서는, 노래하기 시작했다. 그가 앞서서 한 구절을 부르자, 마찬가지로 금발의 벽안을 가진 지글린데역의 소프라노가 앞으로 나왔다.
“ 낯선 남자? 누군지 물어봐야겠네.
누구신데 집안에 들어와 화덕 가에 누워 계시나요?
여기까지 오느라 지쳐서 쓰러졌네. 기절해버린 걸까? 병이 난 것일까? “
소프라노의 찌르는듯한 고음은 잘 갈려진 칼과 같았다. 필요한 부분을 가볍게 썰어내는 칼. 마치, 심장 옆의 살 1파운드를 오차없이 온전히 떼어내는듯이!
그런 광경을 히틀러는 흡족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생각으로는, 위대한 게르만인의 음악은 게르만 인들의 것이고, 게르만 인들만이 연주하고 들을 자격이 있다는 것이었다.
“ ··· 총통 각하, 총통 각하. “
잠시 어딘가를 다녀온 마르틴 보어만이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를 눈치채지 못한 아돌프 히틀러는 여전히 가수들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무언가 급박해보이는 소식을 들고온 마르틴 보어만은 무례를 감수하고 아돌프 히틀러의 어깨를 두드렸다.
“ 무슨 일인가? 급한 일이 생겼는가? “
“ 음악을 감상하시는 도중에 죄송합니다. 하지만 급한 일입니다. 스페인에서 내전이 발생했다는 소식입니다. “
오늘은 5월 5일이었을 터. 아돌프 히틀러는 그동안 예상했던 스페인 내전이었지만, 이렇게 빨리 찾아올줄은 몰랐다는듯 눈썹을 찡그렸다.
- 작가의말
아돌프 히틀러의 리하르트 바그너 빠심(?)은 매우 유명했다고 합니다. 클레식에 관심이 없는 병사들에게도 순회공연으로 바그너의 노래를 연주하게 했다는 이야기도 있을 정도로요.
리하르트 바그너의 음악만을 좋아한건 아닐거고, 그가 가지고 있던 반유대주의적인 특성도 한몫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해당 곡은 니벨룽의 반지였는데요, 저는 클레식에 무지한 편이지만 이 노래만큼은 어느정도 알고 있습니다. 아마 제가 링크하는 부분은 다들 들어보셨을 법한 곡인데요, 한번 들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마찬가지로 발퀴레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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