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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슈타인 님의 서재입니다.

퓌러라이히 : 총통의 제국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골드슈타인
작품등록일 :
2020.03.10 14:42
최근연재일 :
2020.04.16 18:00
연재수 :
2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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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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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3
글자수 :
149,051

작성
20.03.2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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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쪽

Führerreich : 총통의 제국 [8] - 왕과 신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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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ührerreich : 총통의 제국 [8] - 왕과 신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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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은 전쟁에 관심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전쟁은 당신에 관심이 있다. "


- 레프 트로츠키


///



영국에게는 충격이 컸던 1월이 지나고 어느덧 2월이 되었다. 여전히 추운 날씨의 런던이었다만, 눈이 소복히 쌓일 정도로 내려서는 바람만 쌩쌩 부는 여느 때 보다는 포근한 날씨였다. 집무실의 책상 앞에 앉아있던 에드워드와 반대되게, 수행비서들 여럿이 소파 앞 테이블에 분주히 찻잔을 올려두고 있었다.


에드워드는 그런 수행비서들을 뒤로하고, 창밖에 내리는 눈을 구경하고 있었다. 바깥에도 소복히 쌓인 눈이 창틀에도 쌓여있었고, 에드워드는 그러한 창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 예전의 어렸던 때가 떠오르는군. 이렇게 눈이 내리는 날에는, 아버지 몰래 조지와 함께 눈밭을 뒹굴기도 했었지. 그때는 정말 생각없이 즐거운 것을 마음껏 즐겼는데 말이야. ‘


에드워드는 언뜻 창가에 비친 자신의 희미한 얼굴을 바라보았다.


‘ 이제는 그런 철부지가 용납될 수 없는 나이가 되어버렸구나. 그럴 수 없는 위치에 서버리기도 했고 말이야. 그래도 가끔은 그 시절이 그립게 느껴지는군··· ‘


에드워드가 과거를 회상하며 감상에 젖어있던 동안, 그는 일종의 공허함을 느꼈다. 자신의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 같다는 생각. 어느 순간 사라져버린 아버지라는 거대한 성채가 무너졌고, 그마저도 누군가의 손에 의해 무너졌다는 사실. 고독함. 고독함이 그의 몸을 끌어안고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도 믿고 의지할 사람은 분명히 있었다. 사교파티에서 만난 월리스 심프슨*, 울보에 말더듬이인 동생. 그 동생의 귀여운 딸 엘리자베스··· 그들 또한 에드워드를 의지하고 있었을 것이다.


‘ 그래, 나는 왕이다. 영국의 왕이야. 내가 흔들리면 나라가 흔들리는 것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는 더욱 강해져야만 한다··· 반드시. 가족을 지키고, 왕가를 지키고, 국민을 지키고··· 영국을 지켜내야만 한다. ‘


아무도 지켜보지 않고 있었지만, 그의 주먹만큼은 누구보다도 굳세게 쥐여지고 있었다. 결연한 의지의 발현으로 자기 자신을 채찍질하며 더욱 담대해지려는 각오를 새기고 있던 것이다.


“ 폐하, 초빙하신 분들이 전부 도착했습니다. 안으로 안내를 해드려도 괜찮겠습니까? “


“ 물론, 극진하게 모셔오도록 하시게나. “


창 밖을 바라보던 에드워드는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곤 꽉 쥔 주먹을 내보이지 않겠다는듯, 뒷짐을 지고 자신이 불러모은 이들이 들어오는 것을 지켜보겠다는듯, 어깨와 가슴을 쫙 펴고 문을 바라보았다. 왕의 근엄, 왕의 위엄. 어려운 때에도 사자는 결코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듯이.


문이 열렸다. 단정한 옷차림의 검은 정장을 입은 그들은 젊은이도 있었고, 늙은이도 있었다. 가장 나이가 들어보이는 한 사람이 중절모를 오른손으로 사뿐히 잡아 가슴 앞에 두고는,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 오늘 저희를 궁에 초대하여주신 폐하의 성은에 감사인사를 드리옵니다. “


“ 저야말로, 이번에 한분도 빠짐없이 와주셔서 기쁩니다. “


에드워드는 방금까지의 결연한 의지를 되새겼음을 표정을 통해 그들에게 보여주었다. 온화한듯 보여지는 웃음과는 달리, 강인함을 가득 담아낸 눈빛은 그가 진정 왕의 자리에 앉게 되었음을, 그 자격이 분명히 존재함 비추고 있었다.


“ 자아. 그럼, 앉아서들 이야기 나누시지요. “


왕이 불러낸 이들은 조용히 왕의 양옆을 둘러싸고 앉았다. 평소에 있었던 직사각의 세로가 긴 탁상이 아닌, 방금까지 수행비서들이 분주하게 꺼내놓은 원형의 탁상이 있었다.


그런 자리에 초대된 이들은 어디를 앉아야 할지 조금 당황한듯 머뭇거리고 있었고, 에드워드는 자신의 책상과 가까운 위치의 의자에 앉았다. 에드워드는 당황한 이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 이곳은 원탁이지 않습니까. 어디에든 앉아도 괜찮으니 편하게 앉아주시지요. “


왕이 서신을 보내어 초대받은 이들이 각기 놓인 의자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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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5세와 함께 전시수상으로 이름을 떨쳤던 데이비드 로이드 조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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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찬가지로 지난 대전기에 해군장관으로 어찌되었건 이름을 떨쳤던 야인 윈스턴 처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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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장관과 국회의원으로서 유명했던 네빌 체임벌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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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파시스트 연합*의 오스왈드 모즐리* 였다.


그렇게 자리에 앉아 어색한 침묵이 감도는 가운데, 누구 하나도 쉽사리 운을 떼지 못했다. 방금까지 대기하고 있던 네명의 신사는, 개개인으로서 그다지 크게 친한 편은 아니었기에 단순 일상적인 대화를 조금씩 주고 받았을 뿐. 그나마도 오스왈드 모즐리라는 다소 동떨어진 사람이 있었기에 대화가 그리 많지만은 않았다. 그러한 분위기가 이곳에 까지 이어져 다소 조용한 분위기가 이어진 것이다.


“ 그대들을 부른 것은 다름이 아니라··· “


몇분간의 정적을 깬 것은 당연하겠지만 그들을 부른 왕, 에드워드 8세였다. 그는 잠시 말을 끊었다. 마지막 마디를 내뱉고는 크게 숨을 들이켰고, 이내 다시금 입을 열었다.


“ 새로이 왕좌에 오른 본인을 지지해줄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을 위해서요. “


다소 의외의 물음이었다는듯, 찾아온 이들은 의아한 표정으로 왕을 바라보았다. 왕을 지지하지 않다면 그들이 굳이 그 부름에 응답했겠는가 하는 합리적인 이유였을 터.


“ 물론입니다, 폐하. 저희는 폐하를 당연히 지킬 것 입니다. “


사뭇 진지함을 머금은 표정과 목소리로 그에 응대한 것은 오스왈드 모즐리였다. 그는 생각할 시간도 갖지 않았다. 그에게 있어서는 왕을 지키는 일, 영국을 지키는 일이 당연한 일이라고 평소에도 생각해왔던 사람이니.


“ 저 또한 그렇습니다. 폐하,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저는 폐하의 편에 설 것입니다. “


마찬가지로 진지한 표정을 지어보인 윈스턴 처칠이었으나, 생김새가 불독과도 같아서 마치 성난 불독과도 같이 보였다. 그는 낮게 내리깐 목소리로 왕에게 아뢰었다.


“ 그대들이 그리 말해주니 나로서는 진심으로 기쁩니다. “


앉은 자리에서 에드워드는 그들에게 깊게 고개를 숙였다. 그런 왕을 바라본 넷은, 몸둘바를 몰라하며 함께 고개를 푹 숙여보였다. 로이드 조지는 이렇게 생각했다.


‘ 왕께서 이리도 자신을 낮추시니, 진실로 우리를 필요로 하시는 것이구나! ‘


데이비드 로이드 조지는 고개를 숙인채로 웃음을 지어보였다. 에드워드의 아버지 뻘이라고는 하나, 왕과 신하의 관계라는 것은 그보다도 무거운 관계가 아닌가. 그러한 관계에서 자신을 내려놓는 것은 무척이나 훌륭한 태도라고 그는 생각했다.


“ 실은, 이 뿐만이 아닙니다.그대들은 이번 국왕 시해사건에 대하여 얼마나 알고 계신지요. “


“ 공산주의자의 소행이라는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


“ 국가를 전복시키려는 존재들도 있다고 하더군요. “

“ 이는 전부 사실입니다. 1월 초쯤, 아돌프 히틀러 독일 총통에게서 편지를 받은 바 있습니다. “


에드워드는 품속에 넣어두었던 히틀러에게서 받은 편지를 꺼내 보였다. 그러곤 턱, 책상위에 그것을 올려두었고 초대된 대신들은 그 편지를 쳐다보았다.


“ 편지에서는 1월 20일에 암살시도가 있을 것이라고 정확히 적혀있었지요. 본인은 그 경고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그것으로 하여 받아낸 대가는 너무나도 무거웠지요. “


순식간에 분위기는 너무나도 무거워졌다. 무거워지다 못해 마치 늪에 빠져버린듯, 절망감 깊은 울림이 목구멍에서 새어나오고 있었다. 데이비드 로이드 조지는 조지 5세와의 대화들이 떠오르는듯, 눈을 내리깔곤 숨을 깊게 내쉬었다. 네빌 체임벌린은 이마를 찡그렸고, 윈스턴 처칠과 오스왈드 모즐리는 그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처럼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 간악한 공산주의자 같으니! “


오스왈드 모즐리가 이를 갈았다. 빠드득, 빠드득이는 소리가 모두에게 들릴 정도로 크게 들려왔고, 이윽고 처칠 또한 입을 열었다.


“ 소신도 길거리에서 신문으로 공산주의자들에 의한 것임을 받아 읽었는데, 분노를 금키가 어려웠습니다. “


에드워드는 테이블에 올려둔 손을 꽉 쥐었다. 핏줄이 피부를 통해 보일 정도로, 또, 힘을 주어 부들거리는 손이 테이블을 흔들 정도였다.


“ 나는 무기력합니다. 아무런 힘을 낼 수 없지요. 영국의 왕을 사자로 비유하고,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다고들 하나··· 이래서야, 동물원에 갇혀 구경거리가 되어버린 사자와 뭐가 다르단 말입니까!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아버지가 죽어도, 왕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감정을 억눌러야만 합니다. “


끓어오르는 분노가 가슴 깊이 타오르는듯, 격정적인 목소리를 내뱉으며 에드워드는 분노를 호소했다. 자신의 처지가 비관적이라는 것을,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는 무력함을···


“ 나는 영국을 전제왕정으로 만들자고 주장할 생각은 없습니다. 독일의 퓌러 ( 총통 ) 가 될 생각도 없고, 이탈리아의 두체 ( 지도자 ) 가 될 생각도 없습니다. 그러나 나는 혼란스럽습니다. 내 곁에 서있는 자가 누구인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가! “


에드워드는 눈을 질끈 감았다.


“ 나를 죽이려고 들지는 않겠는가. “


부들거리는 손에서, 격정적으로 흔들리는 목소리에서, 질끔 감아낸 눈에서 그의 무력감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애처로움이 눈앞을 가려 눈물이 흐르기 직전이었지만, 왕이라는 자리··· 그 자리가 그의 눈물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는 눈물을 집어 삼켰다. 억눌렀다.


“ ··· 소신, 분명 살 날이 얼마 남지는 아니하였을 터지만. “


에드워드를 애처로운 눈빛으로 지켜보던 데이비드 로이드 조지의 입이 열렸다.


“ 마지막 숨을 내쉴 때 까지, 영국과 폐하를 위해 일할 것입니다. “


“ 예! 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어떠한 일이건 폐하를 위해 행할 것입니다. “


데이비드 로이드 조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흰자가 뻘겋게 변할 정도로 눈물을 흘리고 있던 오스왈드 모즐리가 큰 소리를 내었다. 노련한 정치가 윈스턴 처칠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가 입을 열었다.


“ 저 또한 장례식 당일 신문을 보고 분노를 금하지 못했던 사람입니다. 저 또한 한명의 영국인으로서 폐하의 신하된 자로서, 폐하를 위해 일할 것을 맹세하겠습니다. “


생각에 깊게 잠겨있던 네빌 체임벌린도 나즈막히 내뱉었다. 그 또한 진지하게 왕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새겨듣고 있었을 터. 입을 열지 않아왔던 것은 그러한 이유였다.


“ 저 또한 폐하를 따를 것입니다. “


“ 정말로 고맙소, 정말로 고맙소··· “


끝내 왕은 흐느끼기 시작했다. 남들에게 눈물을 보이지 아니하겠다는 의지에서인지, 고개를 푹 숙이고는 숨을 거칠게 내쉬기 시작했다. 엄격했던 아버지에 대한, 그런 미운 아버지가 살해당한 것에 대한, 그럼에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주변을 믿을 수 없는 것에 대한···감정의 파도가 그의 가슴을 휩쓸어 나가고 있었다.


조용히 데이비드 로이드 조지는 그의 불끈쥔 주먹을 따스한 손길로 덮어주었다. 왕의 몸을 함부로 만지는 무례를 생각하기 보다, 아들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마음으로. 혼자 감당하지 않아도 된다는 마음을 전해주었다. 그리고 에드워드의 꽉쥔 주먹은 방금까지 울다가 지쳐 잠에든 아기처럼 조금씩 풀어지고 있었다.


대신들은 일어섰다. 그리고 왕의 곁으로 향했다. 데이비드 로이드 조지와 함께 왕의 곁으로 자리를 옮겼다. 왕의 손에 함께 손을 올렸다. 그들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에드워드를 위로했다.















///


[ 외전, 대기실에서 있었던 일. ]


왕의 부름에 가장 빠르게 방문한 이는 데이비드 로이드 조지였다. 그는 왕이 어떤 일로 자신을 불렀을까? 그런 의문에 표정 깊이 의문감을 표출해내고 있었다. 왕의 수행비서의 안내로 집무실 근처의 대기실로 향하게된 그는 이리저리 방을 둘러보다가 소파에 조용히 앉았다.


“ 폐하께서는 어쩐 일로 나를 부르셨을꼬. 편지에서는 전할 말이 있으니 찾아와달라는 이야기 뿐이었으니, 궁금함이 앞서는구나. “


1863년에 태어난 데이비드 로이드 조지는 조지 5세보다도 2살이 많았다. 일흔 둘의 나이에 주름살은 셀 수 없이 많아졌고 머리와 수염은 이미 하얗게 새어버린 그의 외관은 마치 노련한 늙은 사자와도 같은 모습이었다.


“ 그보다 아까 ‘ 다른 분들이 올 때 까지 기다려달라 ‘ 라고 했음은, 나만 부르신 것이 아니란 이야기인데··· 과연, 누군가가 폐하의 부름을 또 받았을런지. “


혼자 있기 적적했던 그는 혼잣말로 심심함을 달랬다. 방안은 너무나도 조용했고, 오로지 울리는 시계의 째깍이는 소리만이 가득했다. 시계와 대화를 하자니, 남들에게 들키면 일흔이 넘어 노망이 든 노인네처럼 보일까봐 차마 그러지는 못하고 있었다.


“ 이곳에서 기다리고 계시면 됩니다. “


방금 자신을 방안으로 안내한 수행비서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데이비드 로이드 조지는 불러들어온 상대방이 누굴지 궁금한 마음에 문을 향해 시선을 떼어놓을 수 없었다.


“ 아, 전임 수상께서 이곳에 계실줄은! “


짜리몽땅한 키와 함께 통통한 살이 올라있는 윈스턴 처칠이 중절모를 벗어 보이고는 반가운 얼굴로 데이비드 로이드 조지를 마주보았다.


“ 이곳에서 보게될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처칠. “

데이비드 로이드 조지 또한, 의외라는듯 나름 호감을 갖고있던 인물이 등장하자 기분좋은 표정을 지어보였다.


“ 그보다도, 폐하께서 어떤 이유로 부르셨는지 알고 계신지요. 저는 편지에서 전할 말이 있다는 내용밖에 전해듣질 못했습니다. “


“ 애석하게도, 저 또한 그렇습니다만··· “


두 사람은 손을 맞잡았다. 화기애애한 웃음기를 머금고 서로를 향해 호의를 표했다. 데이비드 로이드 조지로서는 물론 윈스턴 처칠이 와준 것에 기쁘기도 했다만, 지루했던 기다림을 더이상 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이 더욱 기뻤을지도 모르겠다.


윈스턴 처칠은 또한, 자신 외에 불러진 사람이 데이비드 로이드 조지라는 사실에 나름 기분좋은듯 보였다.


“ 아무래도 듣자하니, 사람들이 몇몇 더 오는 모양입니다. 함께 기다리시지요! “


“ 좋습니다. 사람들이 없어 적적하던 차에, 말동무가 생기니 꽤나 기분이 좋군요. “


처칠은 익숙한 손놀림으로 왼손 가슴팍에 넣어둔 시가 하나를 꺼내었다. 그러곤 얼마전 런던 길거리에서 판촉물로 나누어주던 지포라이터를 함께 꺼내어 불을 붙이려다가 멈칫, 데이비드 로이드 조지를 바라보았다.


“ 한대, 피워도 괜찮겠습니까? “


데이비드 로이드 조지는 처칠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물어봐주는 것은 매우 고마운 일이다만, 소문난 애연가인 처칠이 뿜어낼 공장매연이 감당이 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허나, 그렇다고 라이터까지 꺼내든 처칠보고 피우지 말라고 하기는 어려운 일.


“ 물론입니다. 사양하지 말고 피우시지요. “


“ 고맙습니다. 그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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쩔거덕 하는 소리와 함께 라이터의 뚜껑이 열렸다. 윈스턴 처칠은 엄지를 부싯돌에 가져다 대곤 연신 손가락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착, 착. 피이이익. 두어번 부싯돌에 섬광이 일더니, 심지에 불이 붙었다. 확 퍼져나가는 기름내음과 함께, 갈색 빛깔 시가의 끄트머리는 불이 닿아 점점 빨갛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그는 입을 대어 가볍게 한모금 빨아내곤, 후욱. 하고 허공에 대고 뱉어내었다.


“ 그 라이터, 본 적이 없는 것인데··· 새로 나온 것이오? “


“ 저 또한 지나가다가 홍보용으로 나누어주던 것을 받아왔습니다. 꽤나 투박하게 생겼는데, 그래선지 나름 튼튼한 것 같더군요. “

“ 하하하! 겉으로 보기에는 총알도 막아줄 것 같이 생겼구려. “


담배연기가 서서히 천장에 가득차 마치 구름처럼 변했을 때 즈음, 또다른 인물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검은색의 유니폼을 입고 팔에는 영국 파시스트 연합의 문장이 새겨진 완장을 찬 오스왈드 모즐리였다.


“ 두분께서 먼저 와계셨군요. “


오스왈드 모즐리가 웃음을 지어보이며, 자신의 정모를 벗어 테이블위에 올려두었다. 방금까지 화기애애했던 분위기는 갑자기 찬물을 끼얹은듯 싸해졌지만, 방금 들어온 오스왈드 모즐리로서는 싸해졌음을 알리가 만무했다. 정말 의외의 인물이 방에 들어왔다는 생각에 윈스턴 처칠과 데이비드 로이드 조지는 경계심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 어서오시지요. 폐하께서 저희를 이곳에서 기다리라고 하셨으니, 부르실 때 까지 기다리도록 합시다. “


데이비드 로이드 조지는 능수능란했다. 굳이 적을 대놓고 만들지 않고 싶어했기에, 그에게 웃는 표정으로 응대를 해준 것이다. 물론, 시가 연기가 자욱하게 껴서 얼굴이 빨개지기 일보 직전이었지만 말이다.


“ 처칠께서는 시가를 정말 좋아하시는 모양입니다. 그럼 저도, 담배 한대 피워도 괜찮겠지요? “


오스왈드 모즐리가 가슴팍에서 종이팩에 든 담배 한 갑을 꺼내들고는 이리저리 주머니를 뒤지고 있었지만, 그는 라이터를 놓고온 모양이었다. 허나, 경계를 하고 있던 윈스턴 처칠은 그에게서 애연가라는 동질감을 느꼈던 모양이다.


“ 이런, 라이터를 두고왔군. “


“ 제 것을 쓰시지요. 자, 여기 있습니다. “


“ 아! 그럼 감사히 쓰겠습니다. “


처칠이 몸을 기울이고 팔을 뻗어 불을 가져다 주자, 모즐리 또한 몸을 기울여 그의 팔에 가깝게 몸을 움직였다. 그러곤 입에 문 궐련에 불이 붙자, 깊게 숨을 들이마쉬고 후욱. 내뱉었다.


그러곤 정적이 돌았다. 오스왈드 모즐리로서는 굳이 둘에게 말을 걸 필요가 없었고, 나머지 둘 또한 모즐리와 무언가 이야기를 나눌만한 거리가 없었다. 이토록 어색한 침묵이 오래오래 지속되자, 약 30분가량이 지난 시점에서는 모즐리가 태운 궐련이 열 개비가 넘어갔고, 오래토록 피울 수 있는 시가도 벌써 반절 넘게 타들어갔다.


데이비드 로이드 조지는 조금 괴로웠다. 노령의 나이에서 저정도 골초들의 연기 사이에서 버티기란 상당히 고된 일. 잠시 산책을 나간다는 핑계로 방을 나설까도 했지만, 왕이 와달라고 부탁한 시간이 아직은 조금 남았기에 언제 왕이 들어오라 부를지 모르는 일이었다.


그렇다고 오스왈드 모즐리로서도 마냥 태우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나름 애연가로서의 자존심인 것인지, 처칠이 쉼 없이 시가를 태우고 있는데 자신이 먼저 멈출 생각은 없었다. 시가 연기와 궐련의 연기가 미친듯이 방을 매우고 있을 때 즈음, 드디어 마지막 손님인 네빌 체임벌린이 방의 문을 열었다.


“ ··· 흡! “


문을 열자 뿜어져 나오는 담배연기와 담배냄새에 네빌 체임벌린은 거북이마냥 고개를 뒤로 젖혔다. 안에 펼쳐전 풍경이란 참으로 우스꽝스러웠다.


불이라도 난듯 자욱한 연기 속에서 데이비드 로이드 조지는 얼굴이 뻘겋게 올라오고 있었고, 오스왈드 모즐리는 담배갑 에서 다른 담배를 꺼내들고 있었다. 그리고 윈스턴 처칠은 마피아 보스같은 자세로 시가를 물고 있었으니 네빌 체임벌린으로서는 적잖이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 불이라도 난 줄 알았습니다. 저기, 창문이라도 좀 열고 피우시지요. “


데이비드 로이드 조지는 네빌 체임벌린의 말을 듣고 방을 다시 두리번거렸다. 꽤나 큰 창문이 그의 눈에 들어왔고, 그는 ‘ 진작에 열었어야 했는데··· ‘ 하는 심정으로 머리를 쓸어올렸다.


작가의말

데이비드 로이드 조지 = 제 1차대전기 당시 영국의 왕 조지5세와 함께 영국을 승리로 이끈 원조 전시수상입니다. 


네빌 체임벌린 = 실제 역사에서는 스탠리 볼드윈 수상의 후임으로 수상이 되는 인물입니다.


오스왈드 모즐리 = 영국 파시스트 연합의 수장으로, 반유대주의 시위를 주도하기도 했던 사람입니다.


윈스턴 처칠 = 영국의 전시수상으로 가장 유명한 사람이지만, 1차대전기 당시 해군장관으로서 갈리폴리에서 큰 사고를 쳐버린 경력이 있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외전까지 해서 약 9천자 가량을 작업했습니다. 이틀에 한번씩 연재가 되는 터라, 이런 작업들을 하기가 조금 여유가 있네요. 굳이 이것을 따로 분리하지 않은 까닭은, 물론 따로 외전이라는 한 편을 내면 저로서는 여유가 더 생기겠지만, 조금이라도 더 빨리 여러분들과 제 이야기를 가지고 소통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찾아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호작, 댓글 부탁드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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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Führerreich : 총통의 제국 [21] - 연설장으로 가는 길. +16 20.04.10 1,023 22 12쪽
21 Führerreich : 총통의 제국 [20] - 하인츠 구데리안 3 完. +14 20.04.09 900 22 12쪽
20 Führerreich : 총통의 제국 [19] - 하인츠 구데리안 2. +18 20.04.08 997 17 12쪽
19 Führerreich : 총통의 제국 [18] - 하인츠 구데리안 1. +13 20.04.07 1,004 20 13쪽
18 Führerreich : 총통의 제국 [17] - 계획대로. + 외전잡담 1편 +16 20.04.06 964 21 20쪽
17 Führerreich : 총통의 제국 [16] - 혼란에 빠지는. +13 20.04.03 975 19 13쪽
16 Führerreich : 총통의 제국 [15] - 왕과 수상의 갈등 - 2 完. +14 20.04.02 955 19 13쪽
15 Führerreich : 총통의 제국 [14] - 왕과 수상의 갈등 - 1. +17 20.04.01 936 17 14쪽
14 Führerreich : 총통의 제국 [13] - 왕, 그리고 로멘스. +10 20.03.31 959 15 13쪽
13 Führerreich : 총통의 제국 [12] - 반복. +18 20.03.30 965 26 13쪽
12 Führerreich : 총통의 제국 [11] - 상황들. +18 20.03.27 1,107 22 12쪽
11 Führerreich : 총통의 제국 [10] - 트로츠키의 음모? +16 20.03.26 1,169 27 14쪽
10 Führerreich : 총통의 제국 [9] - 라인란트를 향해. +9 20.03.25 1,116 26 14쪽
» Führerreich : 총통의 제국 [8] - 왕과 신하들. +18 20.03.23 1,282 36 20쪽
8 Führerreich : 총통의 제국 [7] - 실패, 혹은 성공? +13 20.03.21 1,400 38 13쪽
7 Führerreich : 총통의 제국 [6] - 진실을 위한 거짓. +15 20.03.19 1,514 43 12쪽
6 Führerreich : 총통의 제국 [5] - 태양이 저무는 영국. +10 20.03.17 1,562 40 11쪽
5 Führerreich : 총통의 제국 [4] - 라인란트를 위한 설득 - 2 完. +10 20.03.15 1,771 40 13쪽
4 Führerreich : 총통의 제국 [3] - 라인란트를 위한 설득. +9 20.03.13 1,932 44 10쪽
3 Führerreich : 총통의 제국 [2] - 루돌프 헤스의 비행. +9 20.03.11 2,225 50 13쪽
2 Führerreich : 총통의 제국 [1] - 회귀. +7 20.03.10 2,858 6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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