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ührerreich : 총통의 제국 [5] - 태양이 저무는 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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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ührerreich : 총통의 제국 [5] - 태양이 저무는 영국.
( ... ) 그런데 정신이 예상하지 못한 일과 치르는 이 끊임없는 불화를 잘 건뎌내야 한다면정신에 두 가지의 특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하나는 지성인데, 이것은 어떠한 어둠 속에서도 인간의 정신을 진실로 이끄는 내면적인 불빛의 흔적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이 희미한 불빛을 따르는 용기이다. 프랑스어의 표현으로 비유하여 말하자면 전자는 통찰력 ( coup d'oeil ) 이라 하고 후자는 결단력이라고 불리운다.
- 전쟁론 제 3장 전쟁 천재편,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
“ 쿠흑, 쿠헉··· 커흐음. 흠. “
노퍽의 샌드링엄 하우스에서 한명의 노인이 피를 토해내고 있었다. 패혈증과 폐질환등 여러가지 병들이 그 노인을 괴롭히고 있었고, 한명의 의사가 그를 애처로운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 도슨, 후우··· 입을 좀 닦을걸 가져다 주겠나. “
그 노인은 멋들어진 턱 수염까지도 붉은 선혈로 적실 정도로 피를 토해냈다. 그가 바로 영국의 국왕 조지 5세, 에드워드 왕자의 아버지가 되는 이다.
그는 1차 대전부터 이어진 과중한 스트레스로 인해 온 몸이 많이 상해있었다. 그의 주치의 도슨으로서는 그의 수발을 하나하나 들어오고 있었고, 그것은 그에게나 왕에게나 너무나도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도슨은 생각했다.
‘ 내가 폐하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고통을 끝내드리는 일 밖에 없지 않겠는가. 그것이 모든 병을 치료하여 편안하게 때가되어 가신다면 정말 좋겠지만,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내 손으로 편안하게 보내드림이 옳지 않겠는가. ‘
도슨은 따듯한 물을 약간 적셔낸 수건으로 정성스럽게 조지 5세의 입가와 턱수염을 닦아내기 시작했다. 피가 흥건하게 묻어나온 수건의 끝자락에 물과 피가 섞여 조금씩 물방울이 맺혀 바닥에 뚝. 뚝. 뚝. 하고 떨어졌다.
그것을 본 도슨은 그동안 고민해오던, 왕의 존엄한 끝을 보장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조용히 양철통에 담아두었던 안락사를 위한 약통에 주사기를 꽂았다.
밀대를 뒤로 쭉 잡아당기고는, 바늘을 통해 통끝으로, 외통으로 가득 담아내었다. 고통받던 왕을 위해 쓰일 용도였던 모르핀과 코카인을 치사량에 달할 정도로 주사기에 담아낸 것이다.
“ 진통제인가. 쿠흠··· 좋네, 좋아··· 진통제가 없으면 쿠흐윽, 어흐. 버티기가 점점 힘들긴 해··· “
조지 5세는 숨을 쉬는 것, 그 자체로도 그에게는 고통의 연속이었을 것이다. 숨을 쉴 때마다 가래가 끓어올라 숨이 막혔고, 그것을 하나하나 뱉어내지 않으면 다시금 숨을 쉴 수가 없었을 정도였으니 그는 그러한 삶이라는 굴레에서 계속 힘겨운 투쟁을 해온 것이다.
“ ··· 예, 폐하. 진통제입니다. “
“ 그래··· 맞으면 좀 편해지겠지. “
조지 5세는 침대에 누워서 가까스로 팔을 침대의 바깥으로 내밀었다. 도슨은 두어번 허공에 약물을 흩날리고는, 침을 꿀꺽 삼켜내었다. 그리고 도슨은 천천히 양쪽 무릎을 꿇고는 왕의 손을 붙잡았다. 그러고는 천천히, 날카로운 주사바늘이 왕의 몸을 꿰뚫었다.
“ 신께서 폐하를 지켜주시길··· “
그리고 조지 5세는 온 몸을 조금 움찔이더니, 서서히 영원한 잠에 빠져들었다. 조용히 죽음을 맞이하고 있는 조지 5세는 하나의 빛을 보는듯한 착각을 느꼈다. 삶의 기억들이 하나하나 되새겨지고 있었다.
아버지의 죽음, 어쩌다가 왕위에 오르게 된 일, 자식들을 낳은 일··· 제 1차 세계대전에서 데이비드 로이드 조지와 함께 영국을 이끌었던 일, 자신의 사촌지간인 빌헬름 2세가 폐위되는 결과··· 로마노프 왕조의 몰락. 소비에트의 등장, 그리고 남겨진 자손들과 손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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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은 날씨가 평소와 다르게 꽤 화창했다. 런던은 대부분의 날씨가 구름이 끼고, 가끔 비가 내리고, 그러다가도 가끔 오늘과도 같이 해가 쨍하게 비추는 때가 있었다. 에드워드는 커튼 너머로 조금씩 밀려들어오는 햇빛에 조용히 눈을 떴다.
그는 오늘이 1월 20일인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이토록 평안할 수 있었던 까닭은, 히틀러가 보낸 편지가 그다지 신빙성이 없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자국의 정보부서에서도 입수하지 못한 정보를 어떻게 그들이 알고있겠냐며, 그 편지에 대하여 그다지 큰 신뢰를 보내고 있지 않았다. 다만, 조금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여겨져 평소보다도 조지 5세를 만나는 이들에 대한 감시를 은밀하게 강화하고만 있었을 뿐.
에드워드는 여유로운 마음, 그리고 가슴 한구석에 조금은 찝찝함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찻잔주전자에 담겨진 차갑게 식은 홍차를 따르기 시작했다.
“ 웨일스 공 전하, 안에 계십니까? 급한, 급한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
그런 고요한 방의 분위기를 깨부수는 다급한 외침과, 말을 더듬는 이의 울먹이는 소리, 그리고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크게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쪼르르, 하고 주전자를 통해 찻잔에 따라지던 홍차는 조금씩 범람하기 시작했고, 사태를 어느정도 직감한 에드워드의 가슴 또한 쿵쾅이기를 멈추지 않았다.
“ 버티? 갑자기 웬 존댓말인가. 나는 지금 방에 있으니 들어와도 좋아 “
“ 웨일스 공 전하, 아니, 폐하··· “
에드워드 왕자의 동생, 앨버트 조지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가려 했으나, 차마 입을 더 열지는 못했다. 워낙에 소심하고 눈물이 많았던 앨버트는 이런 상황이 너무나도 충격스럽다는 듯, 쉽사리 진정하지 못했다.
“ 샌드링엄 으로 가자, 버티··· “
울먹이는 동생의 등을 토닥여주고는,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가볍게 끌어안아주었다. 조지는 온 몸이 비를 맞은 강아지처럼 온몸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 또한, 집의 현관을 여는 손이 떨리고 있었다.
노퍽으로 향하는 기차 안, 에드워드는 회상에 빠졌었다. 유난히도 엄격했던 아버지. 미웠던 아버지. 왼손잡이였던 동생을 강제로 오른손잡이로 바꾸게 했던 아버지. 자신이 정말 싫어하면서도 그래도 훌륭했다고 생각했던 아버지. 영국의 왕··· 수많은 생각들이 교차하고 있는 에드워드는 앞으로 해야할 왕으로서의 책무와 사명감을 생각하고 있었다.
‘ 이제는 어떻게 해야하는가, 어떻게··· ‘
···
‘ 나는 이제부터 영국의 왕이 된 것이다. 혹시 몰라, 이게 꿈일지도 모르겠다. 아니, 꿈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그렇지만, 이건 현실이야. 직시해야만 해. ‘
왕실 전용 기차는 말 그대로 장례식장 같은 분위기였다. 오직 동생인 조지만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수행원들은 침통한 표정으로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덜컹, 덜컹, 덜커덕. 하는 소리와 조지의 흐느끼는 소리 외에는 고요했다. 아주 고요했다···
에드워드가 느끼기에, 그 먼 기찻길도 정말 단숨에 끝나버리는 찰나의 시간이었던 것 같다. 그가 제대로 정신을 차리고 보니 샌드링엄 하우스에서 고요한 표정으로 누워있는 자신의 아버지 조지 5세가 눈앞에 보였다.
동생 앨버트 조지는 온기조차 없어진 아버지의 품에 얼굴을 묻고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자신은 그저 멍하니 아버지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그런 옆에서 주치의 도슨은 양손을 모으고 무언가 착잡하고도 어쩔 줄 몰라하는 표정으로 서있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어떠한 말을 꺼낼 수 있었겠는가? 아무런 말도 꺼낼 수 없었으리.
에드워드는 기차에서도 피우지 않았던 파이프를 꺼내어 무작정 샌드링엄 하우스를 나서 그 앞의 마당으로 향했다.
“ ··· 믿기지가 않는군, 정말 아버지가··· 정말, 20일인 오늘 돌아가셨단 말인가. “
아무도 듣지 못할 혼잣말을 내뱉고는, 파이프를 입에 물고 성냥을 칙, 하고 켰다. 입에 물린 파이프는 주머니에 오래 들어가 있었던지 조금은 먼지와 같은 맛이 혀에 느껴졌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그는 니코틴이 필요했다. 조금은 머리속이 멍해질 필요를 느꼈다.
“ 전하, 아니··· 폐하, 플레밍입니다. “
“ 아, 기다리고 있었네. 어제와 오늘 아버지를 접견한 인물은 누가 있었던가? “
에드워드는 왼쪽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곤, 입에 물던 파이프를 오른손에 쥐었다. 그러고는 후욱, 깊게 들이쉬었던 담배연기를 허공으로 뿜어내었다. 짙은 연기가 점점 허무하게 옅어지더니 이내 사라져버렸다.
“ 선왕의 주치의인 도슨 한 사람입니다. “
플레밍은 침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로서도 어떻게 더 말을 꺼내야할지, 막막했던 것이다.
“ 도슨인가. 편지의 내용대로라면 그가 왕실과 영국을 전복시키기 위해 일하는 공화주의자, 공산주의자라는 이야기겠지. 오늘 아버지와 함께 나는 런던으로 돌아가야 하네.
에드워드는 재차 파이프를 입에 물었다. 그리고 깊게 숨을 들이 마시고는 얼굴을 한껏 찡그렸다. 괴로웠다. 목 안이 진한 연기로 턱턱 막히는듯 했다. 그럼에도 그럴 수 밖에 없었다.
“ 왕으로서 하는 첫 명령일세, 비밀정보국에 도슨을 넘기고 자백을 받아내게. 아버지의 장례가 있기 전까지 확실하게 끝맺음을 내야만 해.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 총통에게도 서신을 보내야겠어. 관련된 정보가 있다면 전부 받아내야만 해. “
플레밍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 비밀리에 실행하겠습니다. 이미 관련되어 어느정도 대비는 해두었으니, 폐하께서 런던으로 돌아가실때 즈음 도슨의 신변을 확보하고 심문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
“ 비밀리에 행해야 하는 일이야··· 확실하게. 이것을 의회를 통해 절차로 해결한다? 심각하게 오래걸릴 일이야. 분명히 도슨이 공산주의자가 아니라느니, 음모라느니 하는 이야기가 나올 것이야. 그래서는 사건이 모두 오리무중으로 빠지게 된다··· “
에드워드는 조금 복잡했던 생각이 어느정도는 정리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로서는 무엇 하나도 놓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영국 왕실의 안정, 영국을 위협하는 세력을 색출하는 것, 자신또한 노려질 수 있다는 경고, 동생 또한 노려질 수 있는 경고··· 그 모든것을 그의 기준에서 합리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할 필요가 있게된 것이다.
분명히 이는 비민주적인 방법이었다. 하지만 그에게 그것은 중요하지 않은 것 처럼 보였다. 그러한 성향이, 실제 역사에서 그가 나치 독일을 지지하게 되는 것과 전혀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 후우. “
에드워드는 재차 파이프를 물었다. 그러곤 하늘을 바라보았다. 노란빛의 서글픈 하늘이 음울한 구름에 덮히고 있었다. 그리고 지평선 너머로 빛을 점점 잃어가는 태양이 반쯤 사라지고 있었다. 태양이 지지 않는 대영제국의 해가 지고 있었다.
- 작가의말
이번 화수 부터 이틀에 한번 간격으로 오후 6시에 업로드 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또한, 과거 타 사이트에서 연재했던 방식을 일부 차용하여 맨 앞줄에 명언들을 넣고자 합니다.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피드백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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