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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I

어느새 로리 영주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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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I
작품등록일 :
2017.11.18 19:16
최근연재일 :
2019.12.07 05:31
연재수 :
67 회
조회수 :
26,194
추천수 :
328
글자수 :
407,411

작성
17.11.27 23:00
조회
552
추천
5
글자
19쪽

버스터 1편

DUMMY

“어디야?”

“예?”

갑작스러운 아델라의 말에 당황한 미아가 되물었고, 아델라가 황급히 얼버무렸다.

“아니...그, 그래. 헤브랑 미네는 어디 있지?”

“아, 빨래를 하고 있습니다만 불러올까요?”

아델라는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아, 아니, 그럴 필요 없어.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거야.”

“네, 알겠습니다.

그런 아델라의 대답에 미아가 왠지 좋아하는 낌새를 보이며 대답했다. 미아가 왜 그런 반응을 보이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상황을 무마시키는데 성공한 아델라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녀를 방에서 내보내. 그래야 얘길 하지.”

말은 쉽지, 라고 마음속으로 대답하며 아델라는 어떤 핑계로 방에서 나가게 할까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난 당분간 방에 가만히 있을 거니까, 쉬고 와도 되는데....”

아델라가 의자에 앉으며 말했으나 미아는 바로 고개를 숙였다.

“말씀은 감사합니다만 괜찮습니다.”

실패했다.

작게 신음소리를 내며 아델라는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뭔가를 떠올린 듯 다시 입을 열었다.

“그, 미아?”

“네, 뭔가 필요하신 거라도?”

그 말에 아델라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으, 응. 빵이 좀 먹고 싶은데....”

“식당으로 모실까요?”

식당으로 가자는 말에 아델라는 바로 고개를 저었다. 그건 완전히 본말전도였다.

“아냐. 식사를 하고 싶은 건 아니고...그냥 빵 하나만 먹었으면 좋겠는데.”

“그럼, 빵 한 개만 가져다 드리면 되겠습니까?

“부탁할...아니, 가져와. 응.”

영주의 명령에 미아가 고개 숙여 대답하고 방을 나가려던 순간, 고양이가 말했다.

“빵 한 개 가지고는 모자라. 우유도 가져 오라고해.”

그 말을 들은 아델라가 급하게 소리쳤다.

“미, 미아! 우유도!”

“우유...네, 최대한 빨리 가져오겠습니다.”

그리고 미아는 방을 나갔다.

“...빨리 가져올 필요는 없는데. 그럼 빵이나 빵이랑 우유나 그게 그거 아니야?”

“우유는 직접 짜올 텐데?”

“?!”

그랬다. 아델라에게 우유란 냉장고에서 꺼내먹는 것이지만 냉장고가 없는 이곳에선 치즈나 버터로 만들어 먹는 게 아닌 이상 먹을 때마다 직접 짜야했다.

“그렇게 귀찮은 줄 알았으면 안 시켰지!”

그렇잖아도 별로 먹고 싶지도 않은 빵을 가져오라고 시킨 것 때문에 신경 쓰이던 참이었는데 순식간에 배 이상 미안해졌다.

“못된 영주를 둔 하녀에게 정말 미안하다아아...!”

“...뭐하는 거야?”

갑자기 팔을 지켜들고 외치는 아델라를 고양이가 의아함이 가득한 눈으로 쳐다봤다. 그러자 아델라는 어색하게 시선을 피하며 얼버무렸다.

“...너무 미안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이렇게 돼버렸네. 신경 쓰지 마.”

하녀에게 너무 미안하다는 말을 들은 고양이는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하녀들은 원래 시키면 시키는 대로 뭐든 해야 하는 거야. 혹시 불만은 있을지 모르지만 거부는 절대 없지. 그걸 신경 쓰는 게 이상한 거야.”

‘뭐든’이라는 말에 잠깐 움찔했던 아델라지만 다행히 바로 떨쳐 내는데 성공했다.

“그래서....”

막 본론으로 들어가려던 버스터를 보던 아델라는 문득 떠오른 것이 있었다.

“너...근데. 넌 이름 없어? 뭐라고 불러야 되는 거야?”

마음속에서야 ‘그 녀석’이나 ‘검은 녀석’ 등으로 불러도 상관없었지만 직접 대화할 때는 그렇게 부르기 곤란했다.

“눈뭉치라는 괜찮은 이름이 있긴 한데, 물론 넌 전혀 공감할 수 없는 이름이겠지?”

숯덩이 같은 이름이라면 아델라도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을 테지만 눈뭉치는 아니었다.

“딱히 이름이랄만한 건 없지만....”

잠시 생각하던 고양이는 곧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버스터’라고 불러주겠어?”

“...버스터?”

자신을 ‘버스터’라고 부르라는 말을 들은 아델라가 이상하다는 듯 되물었다.

“그래. 버스터.”

다시 한 번 버스터가 맞는지 확인한 아델라는 갸우뚱거렸다.

아델라가 이런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버스터’는 아델라가 본래 살던 세계에서 프로게이머로 활동할 당시 아이디로 쓰던 것이었다.

그것이 고양이의 입에서 나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왜 그러지?”

아델라의 복잡한 표정을 본 고양이가 물어왔다.

“...그냥. 네 이름이 버스터야?”

아델라의 질문에 고양이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말했듯이 내 이름은 없어. 버스터는 그냥 내 친구의 별명 같은 거지.”

“너한테도 친구가 있다고?...걔도 혹시 말하는 고양이니?”

잠깐 친구가 있다는 부분에서 놀랐지만 그 친구도 말하는 고양이라면 납득하지 못할 것도 없었다.

“아니. 사람이야.”

하지만 고양이는 바로 아델라의 의견을 부정했다.

저 녀석이랑 친구로 지내는 사람이 있다니, 어떤 사람인지는 몰라도 분명 제 정신이 아닐 거라고 아델라가 확신하던 찰나.

“근데, 지금은 어린 여자애가 돼버렸어. 원래는 아니었는데.”

“...?”

그 말을 들은 아델라의 머릿속에는 ‘설마’하는 단어가 떠올랐다.

“혹시 그 친구 직업이 프로게이머니?”

“나도 잘은 모르는 직업인데, 뭐 그렇다고 하더라고.”

여기까지 진행되자 아델라는 확신했다.

“나랑 지금 장난하냐?!”

의자에서 내려온 아델라는 당장 이 고양이를 어떻게 해버리고 싶었지만 직접 만질 수는 없었기에 갈 곳 잃은 손만 허공에 멈췄다

“아오...그리고 어떻게 내가 니 친구냐!”

고양이를 어쩌지도 못하는 아델라는 그 분을 삭이느라 한참을 애썼다.

“아니었다면 이제부터 친구가 되면 되지 않겠어?”

그 말에 아델라는 쪼그려 앉으며 머리를 부여잡았다.

“...기껏 하녀를 내쫓았더니 하는 게 이런 끔찍하게 쓸데없는 대화라니.”

고양이가 그렇게 중얼거리는 아델라를 지나가며 말했다.

“완전 쓸모없지는 않다고?”

아델라를 지나간 고양이는 의자와 탁자를 뛰어올라 창문에 도착해 자리를 잡았다.

“내 이름의 유래도 알려주고 무거운 이야기를 하기 전에 네 긴장도 풀어주고...일석이조잖아?”

그런 고양이의 말을 들은 아델라는 일어나 찝찝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래. 네 배려심은 잘 알겠는데, 그런 식으로 배려해주는 건 앞으로는 자제해. 배려 두 번 받으면 널 창문으로 던져버릴 것 같으니까.”

그 말에 고양이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야.”

아델라는 다시 의자에 올라 앉아 고양이, 아니 버스터를 쳐다봤다.

“그래. 버스터...네가 말한 무거운 이야기는 뭐야?”

자신의 호칭이기도 했던 버스터를 다른 누군가를 부르는데 쓰려니 어색한 감이 있었다.

“아. 보충 설명을 하려는 거야. 어제 마저 끝내지 못한 이야기가 있잖아?”

“...그거 말이야?”

버스터가 말하는 끝내지 못한 이야기가 무엇을 말하는지 아델라는 바로 짐작이 갔다.

“사람을 제거해달라느니 하는 거?”

“그래.”

버스터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생각해본다고 하긴 했는데, 걱정돼서 말이야. 그 말에 네가 부담을 느껴서 거절할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그 말대로, 어젯밤 침대에 누워 곰곰이 생각하던 아델라는 버스터의 자신이 지목한 사람을 제거해달라는 말에 대해 여러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분명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었다.

“제거하라는 건 그 뭐냐...죽이라는 거 맞지?”

“글쎄? 아마 아닐걸?”

한창 진지하게 고민하던 아델라는 그런 버스터의 애매한 태도에 얼굴을 찌푸렸다.

“네가 모르면 누가 알아?”

아델라가 짜증을 내며 물었지만 버스터는 계속 여유로운 태도를 유지했다.

“간단히 말하자면, 죽이는 것도 한 방법인데 반드시 죽일 필요는 없어. 상대가 가지고 있는 힘을 못 쓰게 뺏는 정도면 돼.”

“...전혀 간단하지 않잖아.”

아델라는 힘을 뺏으라는 게 무슨 뜻인지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상대가 영주라면 영지를 뺏고, 영지의 재상이라면 그 직책을 빼앗으라는 거야. 무력화시키라는 거지.”

그제 서야 버스터의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상대방이 아무것도 못하게 만들라고?”

“그래. 그거야. 죽이든, 힘을 다 빼앗든 아무것도 못하게만 만들면 돼.”

그리고 이야기가 여기까지 진행되자 새로운 의문점이 떠올랐다.

“...근데 누구를? 왜 그렇게 만들어야 되는데?”

아델라에게는 버스터가 그래야할 만한 이유가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너, 나랑 쌍무적 계약관계인지 뭔지를 맺고 싶으면 숨기지 말고 다 말하란 말이야!”

아델라가 탁자를 주먹으로 내리치며 말하자 버스터가 움찔했다.

“그, 줄곧 말해왔지만 난 절대 네게 해를 끼칠 생각은 없다고? 어째서 내가 그런 요구를 하는지는 나중에 자세히 설명을....”

“지금 말하지 않으면 내가 너에게 협력할 거란 생각은 버리는 게 좋을 거야. 알겠어?”

버스터가 설명을 회피하려고 하자 아델라가 바로 딱 잘라 말했다.

“...네가 위험해져도?”

버스터의 그 말을 들은 순간 어젯밤 있었던, 독이 든 물병이 생각났으나 곧 떨쳐내 버렸다.

여기서 물러나면 저 영악한 고양이 녀석이 언제까지고 이런 중요한 사실들을 말해주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이런 곳에 왔다는 것부터 이미 충분히 위험하거든? 말 안할 거면 이제 너랑 할 이야기는 없어.”

아델라는 그 말을 하고는 고개를 버스터로부터 완전히 돌려버렸다. 아델라가 그런 반응을 보이자 곧 버스터가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그래, 그래. 알았어. 말해줄게.”

버스터가 그 말을 내뱉는 것과 거의 동시에 아델라는 버스터를 향해 시선을 슬쩍 돌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 경우도 너와 비슷하게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어.”

버스터는 창문 밖을 쳐다보며 말했다.

“내 존재를 알고 날 죽이려고 하거나 해를 끼치려는 사람들이 있지. 난 내가 당하기 전에 먼저 상대를 처리했으면 해서 네게 그런 조건을 요구한 거야.”

“널 죽이려고 하는 게 누군...자, 잠깐만.”

순간 아델라는 소름이 끼쳤다.

“호, 혹시 널 죽이려고 하는 게 그...성직자들은 아니겠지? 십자가 들고 계시는 분들?”

아델라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간 것은 바로 그런 것이었다. 교회에서 보기에 말하는 검은 고양이만큼 수상한 존재는 더 있기 힘들 것이다.

그리고 그런 고양이를 데리고 있으며 서로 대화를 주고받는 아델라 자신은...만약 이 사실이 들킨다면 마녀로 몰려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설마 나도 같이 잡혀가는 거 아니야?!”

아델라의 상상 속에서 자신은 이미 화형대에 묶여있었다.

“진정해. 분명 마녀로 의심받을지도 모르겠지만 네가 죄를 저지르지 않는 이상 잡혀가지는 않아.”

“...정말?”

아델라가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래. 정말. 애초에 날 노리고 있는 녀석들도 성직자들이 아니고.”

버스터의 차분한 설명을 들은 아델라는 혼자 너무 앞서나간 것 같아 급히 화제를 돌리기 위해 소리쳤다.

“그, 그래서 널 노리는 녀석은 누군데!”

“그게, 볼루프 후작이라는 사람인데...아마 네가 직접 볼 일은 없을 거야.”

아델라가 알기론 후작이면 백작보다 더 높은 직위였고 그것은 이곳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왠지 나한테 불가능한 것을 요구하는 느낌이 드는데?”

“지금은 무리일지도 모르지. 하지만 후작을 제거할 기회가 왔을 때 네가 그 기회를 잡기만 하면 돼.”

“...그게 언젠데?”

하지만 버스터는 아델라의 질문에 자신도 모르겠다는 듯 으쓱였다.

“뭐야. 그게.”

아델라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그럼, 이제에에에헤~! 대답해주지 않겠어?”

버스터는 일어나 기지개를 켜며 답변을 요구했다.

물론 여기서 버스터가 요구하는 답변이란 계약의 승낙 여부였다.

“....”

잠시 입을 다물고 버스터를 응시하던 아델라는 곧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중간에 정보를 요구하느라 계약을 거부하겠다는 허세를 부리기도 했지만 아델라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자신에게 여러모로 유리한 제안이었다.

버스터가 원하는 인물을 제거해야하는 문제는 있었으나 본인의 입으로 기회가 왔을 때 잡기만 하면 된다는 말을 꺼냈다.

그 말은 즉, 기회가 오지 않으면 자신의 요구를 이행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니 그리 큰 문제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좋아, 좋아.”

아델라의 답을 들은 버스터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창문에서 뛰어내려왔다.

“어디가려고?”

“슬슬 하녀가 돌아오는 것 같으니 여기서 나가야....핫!”

어슬렁어슬렁 문으로 걸어가던 버스터가 갑자기 침대 쪽으로 달려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그 직후.

똑똑

“영주님. 말씀하신 빵과 우유 가져왔습니다.”

미아였다.

“으, 응.”

아델라의 대답을 들은 미아는 문을 열고 바로 탁자로 걸어와 우유가 든 병과 잔, 빵이 담긴 그릇이 올라간 쟁반을 내려놓았다.

“어...빵은 하나만 부탁했는데.”

분명 하나만 가져다달라고 했던 빵은 꽤 큼지막한 접시에 수북이 쌓여있었다.

“드시고 남겨주세요.”

이런 일은 어제도 있었다. 저녁 먹기 전, 요기용으로 빵을 가져다 놓았을 때였다.

“...알았어.”

그냥 하나만 가져다주면 될 텐데 왜 사서 고생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던 아델라였으나 그것은 하녀들 입장에선 전혀 다른 문제였다.

영주가 음식을 먹는데 조금만 가져다 놓는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여기 있습니다.”

미아는 잔에 우유를 따라 아델라의 앞에 가져다놓았다.

마침 목도 마른 참이었기에 바로 그 잔을 집어 들고 마시려던 찰나.

“...!”

물병에 독이 들어있었다는 것이 떠올랐다.

“야, 버스터...! 들려?”

아델라가 미아에게 들키지 않도록 허공에 작게 속삭이듯 말했다. 고양이이기 때문에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왜 그렇게 절박하게 불러?”

그런 아델라의 생각대로 곧 버스터에게서 답이 왔다. 그러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을 보아 아직 침대 근처에 숨어있는 모양이었다.

“여기에 독이 들어있는지 확인 좀 해줘.”

미아가 직접 확인해줬다면 좋았겠으나 어째서인지 어제 이후로는 확인해주고 있지 않았다.

물론 아델라가 명령하면 바로 확인해주겠지만 그건 마치 미아를 의심하는 것 같아 내키지 않는데다가 정말 독이라도 들어있다면 미아도 위험해지니 그런 상황은 피하고 싶었다.

“아. 독? 괜찮아. 방금 짜온 걸 텐데 뭐. 안 들었어.”

그런 아델라의 질문에 버스터는 마치 자신이 입은 옷이 괜찮은지 묻는 아내의 질문에 쳐다보지도 않고 귀찮다는 듯 잘 어울린다고 대답하는 남편 같은 대답을 해왔다.

“이 자식이...! 계약한다고 했다고 그렇게 대충대충 할 거야?!”

버스터가 독이 들은 것을 어떻게 확인하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최소한 보지도, 냄새도 맡지 않은 채 지금처럼 어딘가에 숨어서 말로만 괜찮다고 한들 믿음이 갈 리가 없었다.

“저기....”

아델라가 잔을 쥐고 표정을 잔뜩 찡그린 채 뭔가를 계속 중얼거리는 모습을 지켜보던 미아가 버티지 못하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제가 뭔가 실수를...?”

“아, 아니야. 아무것도...아!”

미아의 불안한 표정을 본 아델라는 급히 고개를 저으며 아무것도 아니라고 부정하던 중 뭔가 생각난 듯 잔을 탁자에 내려놓고 손가락으로 방 한쪽을 가리켰다.

“저기 버...눈뭉치가 숨어있어!”

아델라가 가리킨 곳은 물론 버스터가 숨어있는 침대방향이었다.

“네?!”

“뭣?!”

아델라가 그렇게 소리치자마자 미아가 그 말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침대로 달려갔고 곧 커튼 뒤에 숨어있던 버스터가 화가 잔뜩 난 미아에게 붙잡혀 나왔다.

“정말 여긴 어떻게 들어온 건지...!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잖아!”

그렇게 미아에 품에 안긴 버스터는 놀란 표정을 한 채 손바닥으로 몇 대씩 머리를 얻어맞고 있었다.

“어떡큭, 어떻게! 너무으윽?! 하잖아!”

그 잔뜩 원망 섞인 말은 당연히 아델라에게 하는 것이었다.

“오늘 하루 종일 창고에 가둬놓을 줄 알아!”

아델라에게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인 미아는 바로 밖으로 나가며 버스터에게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버스터는 눈을 휘둥그레 뜨며 아델라에게로 급히 고개를 돌렸다.

“자, 잠깐만! 아델라! 확인해줄게! 제대로 확인해줄 테니까?!”

그런 버스터의 단말마 같은 비명에 아델라는 마음속으로 ‘이젠 늦었어.’라고 대답하며 느긋하게 그 모습을 감상했다.

그렇게 버스터가 끌려 나가는 모습을 지켜본 아델라는 만족스럽게 웃으며 우유를 마...실 뻔했다.

“....”

버스터를 보내버려서 시원하긴 했지만 우유에 독이 들었는지 여부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 그렇게 아델라가 자신의 어리석음에 망연자실해하고 있을 무렵,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영주님. 들어가겠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브롤드였다.

“에...에...에췻!”

그리고 브롤드가 방 안에 들어온 순간, 아델라는 코가 간지러운 느낌을 참을 수가 없었다.

“고양이가 있었습니까?”

아델라가 재채기하는 모습을 본 브롤드가 물었다.

아델라는 그제야 버스터가 미아에게 붙잡혔을 때 털을 날렸다는 것을 눈치 챘다.

“어...아주 잠깐?”

“잘 관리하라고 그렇게 일렀건만. 하녀들은 어디 있습니까?”

딱 보기에도 하녀들을 혼내려는 것 같았다.

하지만 하녀들이 군기가 바짝 들어서 버스터가 방에 아예 못 들어오게 되는 것은 아델라 입장에서도 곤란했기에 진정시켜할 필요성이 있었다.

“재채기 하는 건, 에칫!...싫지만. 고양이가 싫지는 않으니까....”

자신의 눈치를 살피며 말하는 아델라를 본 브롤드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랫사람들을 잘 대해주시는 건 좋은 일입니다만 영주님께선 특히나 하녀들에게 너무 관대하신 것 같습니다.”

아델라에게는 반대로 이곳 사람들이 하녀라고 너무 막 대하는 느꼈지만 그것을 입 밖으로 낼 수는 없었다.

“에칫!...훌쩍.”

“...우선 자리를 잠시 옮기는 게 좋겠습니다. 날씨가 좋으니 잠잠해질 동안 산책이라도 잠깐 하시지요.”

슬슬 아델라가 콧물을 흘릴 기미가 보이자 바깥으로 나갈 것을 권해왔다.

“어....”

아델라는 탁자 위에 놓인 빵과 우유가 신경 쓰였으나 브롤드가 바로 손을 뻗어왔기에 그냥 그 손을 잡고 의자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그대로 복도로 나와 바깥으로 향하는 아델라와 브롤드.

그렇게 잠시 브롤드를 따라 걷던 아델라는 계속 고민하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저기, 궁금한 게 있는데.”

“예, 말씀하시죠.”

“내가 먹는 음식에...독이 들어있을 수 있을까...?”

그 나이의 아이가 물어볼만한 이야기가 아니었기에 브롤드는 멈춰 서서 아델라를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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