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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I

어느새 로리 영주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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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I
작품등록일 :
2017.11.18 19:16
최근연재일 :
2019.12.07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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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07,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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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1.21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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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이곳은 중세 1편

DUMMY

회의가 끝나자마자 곧 여러 하녀들이 바삐 오가며 식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아직 해가 떠있어 식사를 하기에는 약간 이른 시간이지만 아델라를 위해 특별히 이른 시간에 먹기로 한 것이었다.

“흐흠.”

회의의 후유증으로 인해 한참 멍을 때리던 아델라가 주교의 목을 가다듬는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식탁 위에 갖가지 요리들이 올라간 것을 보니 식사 준비가 끝난 모양이었다.

주교를 포함한 다른 이들이 모두 손을 들어 올리며 식사를 시작하는...가 했지만 아니었다. 모두는 앞에 놓은 그릇에 손을 씻고 있었다. 그리고 당연히 물그릇은 아델라에게도 놓여졌다.

“실례하겠습니다.”

자신에게 물그릇을 가져온 것은 헤브였다. 그릇이 앞에 놓이자 아델라는 다른 사람들처럼 손을 씻었다.

곧 물그릇이 치워지자 아델라가 식탁에 놓인 요리들로 시선을 옮겼다.

길게 늘어진 식탁에는 처음 보았던 것처럼 온갖 요리, 그 중에서도 고기 요리로 도배가 되어있었다.

새끼돼지 통구이나 고기가 넘치도록 잔뜩 들어있는 수프...가 아니라 스튜 같은 것도 있었지만 역시나 눈에 띄는 것은 커다란 스테이크와 커다란 고깃덩어리였다.

큰 그릇을 덮을 정도로 큼지막한 스테이크와 고깃덩어리가 하나도 아니고 몇 개나 놓여있었다. 본래 저녁식사는 보통 점심식사보다 간단히 해결하기에 지금처럼 만찬과 같은 형식은 드문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녁식사가 이렇게 만찬이 된 것은, 물론 아델라 덕분이었다.

“이걸로 잘라먹으라는 건가?”

아델라는 자신의 앞에 놓인 나이프를 들고 포크를 찾던 도중, 브롤드와 눈이 마주쳤다.

“....”

어째선지 브롤드는 매서운, 정도까진 아니었으나 불과 조금 전 보여줬던 진지하기 그지없는 표정으로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레이저와 같은 눈빛을 받은 아델라는 주변을 살폈고 아직 식사를 시작한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바로 나이프를 제자리에 돌려놓았다.

“아버지와 아들과 영의 이름으로, 레센.”

그리고 아델라가 나이프를 내려놓고 얼마 되지 않아 바로 주교가 세 손가락을 앞으로 내밀고 성호를 그으며 기도를 시작했다.

“데히스님이시여, 저희에게 이처럼 베풀어주신 은혜에....”

주교가 기도를 시작하자 다른 이들 역시 모두 고개를 숙인 채 기도문을 외고 있었다. 아델라는 기도를 하진 못하더라도 흉내라도 내야겠다는 생각에 고개를 숙인 상태였다.

그런데, 고개를 숙이고 있던 그때. 이질적인 빛이 아델라의 눈에 들어왔다.

기본적으로 어두운편인 실내를 밝히기 위해 식탁 위를 포함한 이곳저곳에는 촛불이 놓여있었다. 하지만 그 이상한 빛은 촛불과는 확연히 다른 것이었다.

아델라는 자연스럽게 이상한 빛이 나는 근원지로 시선을 돌렸다. 그 근원지는 바로 주교. 아무리 봐도 그 빛은 주교 앞 허공에서 밝게 빛나고 있었다.

그야말로 마법 같은, 마법 그 자체나 다름없는 일에 놀란 아델라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온 세계에 마법도 있단 말인가.

아델라는 잠시 멍하게 빛을 바라봤다.

“...해주시옵소서. 데히스, 레센.”

그 주교의 말을 마지막으로 기도는 끝이 났다.

그리고 그렇게 기도가 끝나도록 빛은 그저 허공에 떠있기만 할뿐, 별다른 일은 벌어지지 않았고 빛이 사라지자 정신을 차린 아델라는 바로 브롤드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이번 일은 소심해진 아델라라도 궁금증을 참기 어려웠다.

“주교님한테서 빛이 나던데...그 빛은 뭐야?”

할아버지뻘이 되는 사람에게 반말을 하는 것이 불편하긴 했으나 그렇지 않으면 또 설교를 들을 게 분명하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빛 말씀이십니까?”

“응. 기도할 때 나왔던.”

애매한 반응에 혹시 자신만 보이는 게 아닐까 생각하던 찰나, 브롤드에게서 답이 왔다.

“성직자분들이 기도하실 때는 줄곧 나타납니다.”

아무래도 별로 대수롭지도 않은 일인 모양이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어려웠기 때문에 혹시 빛이 나타나는 이유에 대해 알고 있는지 한 번 더 질문했다.

“주교님의 기도를 데히스님께서 들어주시니 그런 것일 테죠.”

“그, 그렇구나.”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나온 대답에 아델라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아델라가 종교인은 아니었지만 최소한 다른 이의 신앙에 대해 함부로 말했다가는 곤경에 처할 수도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것이 종교가 절대적 권위를 가지고 있다는 중세라면 더 말할 필요도 없었다.

“영주님, 뭔가 불편하신 부분이라도 있으십니까?”

브롤드와의 이야기를 끝낸 아델라가 애매한 표정을 유지하자 주교가 물어왔다.

“아, 아니요. 괜찮습니다....”

자칫하면 ‘신성 모독이다!’ 같은 말을 들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아무리 아델라라 하여도 무사하기는 어려웠다.

아델라가 아무것도 아니라며 고개를 젓자 주교는 이내 다른 사람들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그렇습니까. 그럼....”

아무래도 이제야 식사를 시작하려는 모양이었다.

이 자리가 불편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었지만 식사는 그 불편함을 잠시라도 잊게 만들어줄 터였다. 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도 식사에 집중할 테니 자신에게 집중되는 시선도 훨씬 누그러들 것이 분명했다.

거기다, 식사를 빨리 할수록 이곳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다는 점 역시 중요했다.

“안타깝게도, 영주님께선 과거의 기억이 전혀 나지 않으시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주교의 입에선 식사 시작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말이 튀어나왔다.

“여러분들이 이렇게 식사에 참여해주시긴 했지만 영주님께서 여러분들이 누군지 알지 못하신다면 그 의미가 상당히 퇴색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영주님께 식사에 참가해주신 분들을 소개시켜드리고자 합니다만, 괜찮으시겠습니까?”

그 말을 듣자마자 아델라의 시선은 자리에 모인 수 십 명의 사람들에게로 옮겨갔다.

‘이 사람들을 전부 소개한다고?!’

제발 그러지 말아달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본래 규모가 작은 저녁식사인 만큼 이렇게 수 십 명이 모이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러나 차기 영주, 이제는 영주가 된 아델라가 살아 돌아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도시 내에 있어 참석할 수 있는 사람들은 전부 참석한 것이었다.

물론 이 많은 사람들의 소개를 듣고 싶은 생각은 없었지만 브롤드에게 따로 주의를 들을 정도의 주요 인물인 주교의 제안을 거부하거나 이의를 제기하는 건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네에....”

결국 아델라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아델라가 고개를 끄덕이자마자 주교는 바로 입을 열었다.

“저와 자작님은 이미 알고 계실 테니 순서를 넘기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먼저 소개해드릴 분은 ‘헤링’님.”

그 이름을 부르자 한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아델라에게 고개를 숙였다.

주교의 바로 왼쪽에 앉아있던 남자였다. 조금 전 아델라를 곤란하게 만들었던 바로 그 사람이었다.

“헤링님은 현재 영지에서 재무관 직책을 수행하고 계시며, 포트너 가문 출신으로 질베른 백작님이 헤링님의 조부이십니다.”

주교의 말이 끝나자 헤링이 자리에서 일어나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소개받은 헤링 포트너입니다. 돌아오셔서 정말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헤링의 말이 끝나자 사람들의 시선이 헤링에서 아델라에게로 옮겨갔다.

뭔가 대답을 해줘야할 것 같은 분위기였다.

자신을 곤란하게 만든 것을 떠올리면 그다지 좋은 느낌은 아니었지만 돈을 관리하는 재무관이라면 분명 손가락에 꼽히는 인물이 분명했다. 그런 사람에게 나쁜 인상을 남기고 싶지는 않았다.

“고, 고마워. 앞으로 잘 부탁할...게.”

슬쩍 눈치를 보니, 괜찮은 대답이었던 것 같다. 헤링도 입가에 띄운 미소를 유지한 채로 자리에 앉았다.

“다음으로, 브레이트 남작님.”

주교의 호명에 헤링의 반대방향, 즉 브롤드의 오른쪽에 앉아있던 4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남자가 일어났다.

그 험상궂은 얼굴을 그 짧은 시간 내에 잊어버리기는 힘들었다.

“브레이트 남작님께선 현재 영지의 병사들을 지휘하는 대장군 직책을 맡고 계시지만 전장에서 활약하는 기사로서도 정말 뛰어난 실력을 지니신 분입니다.”

포스가 남다른 것 같다고 느끼던 와중에 군무를 총괄하는 대장군이라는 말을 듣자 바로 납득했다. 식탁에는 다른 기사들도 몇몇 보였으나 그들 모두 브레이트 남작에는 미치지는 못했다.

“과찬이십니다.”

남작은 주교에게도 살짝 고개를 숙였다.

“주교님께서 소개해 주신대로, 대장군을 맡고 있는 지스 브레이트라고 합니다. 이렇게 변경백 각하의 핏줄이신 영주님을 모실 수 있게 됐다는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역시 이번에도 사람들의 시선은 아델라에게로 옮겨갔다. 대답을 기다리는 눈빛이었다.

“어...나도 그렇게 생각해.”

아델라는 이런 무서운 사람이 아군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말했다. 그런데 아델라의 대답이 나온 직후, 갑자기 식당에 정적이 흘렀다.

자신이 이상한 대답을 한 건지 막 두려워지려던 찰나, 남작이 식탁에 상체가 닿을 정도로 허리를 숙이며 힘이 들어간 목소리로 대답했다.

“영광입니다.”

짧지만 강한 감사의 말을 남긴 후 남작은 자리에 앉았다.

“다음은, 경비대장 베터 공.”

그와 거의 동시에 남작의 옆에 앉아있던, 갑옷을 입은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아델라에게 고개를 숙였다.

“이 도시의 병사들을 통솔하며 평시에는 치안을, 전시에는 방어를 담당하는....”

이쯤 되자 아델라는 슬슬 지쳐갔지만 인물소개는 아직 반에 반도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처음에는 분명 아델라를 두려워하거나 미심쩍은 눈으로 바라보던 사람들이 시간이 갈수록 눈을 빛내며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의 자기소개에 일일이 답을 해주는 것은 굉장히 정신적으로 힘든 일이었다.

물론 귀족인데다가 최소 두 배 이상 나이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정중히 고개를 숙이는 것은 꽤나 기분 좋은 일이었다.

절반 정도까지는, 그런 생각을 하기도 했다.

“성실히 제 의무를 수행하겠습니다.”

“...기대할게.”

아델라의 대답과 함께 베르너라는 이름의 기사가 자리에 앉았다.

“이걸로 식사에 참가해주신 분들은 모두 소개시켜드렸습니다. 그리고 이분들은 영지 운영에 큰 도움을 주시는 분들이니, 부디 잊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마침내.

드디어.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이제 식사를.”

아델라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그 시간이 왔다.

오래 기다리셨다는 주교의 말은 당연히 자기소개가 끝나는 동안 기다린 모든 사람들에게 하는 것이겠지만 현재의 아델라에게는 마치 자신에게 하는 것처럼 들렸다.

“...?”

그런데, 주교가 식사가 시작됐음을 알렸는데도 불구하고 아무도 음식을 먹지 않았다. 게다가 또 다시 다른 모두의 시선이 아델라에게로 고정되었다.

이 광경이 눈에 들어온 아델라는 ‘또 뭔데!’라고 소리 지르며 머리를 식탁에 박고 싶어졌다.

그러나 다행히 그 전에 브롤드가 아델라에게 귀띔을 해왔다.

“영주님, 본래 식탁에 앉은 분들 중 가장 고귀하신 분이 고기를 썰어 나눠주시는 게 관례입니다.”

즉, 현재 어린애인 아델라 자신이 고기를 썰어 저 커다란 아저씨들 또는 할아버지들에게 대접해야한다는 뜻이었다.

“먹고 살기 참 힘드네....”

아델라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자신의 앞쪽에 놓인 커다란 고깃덩어리 요리를 썰기 편하도록 자신 쪽으로 잡아당기기 위해 접시를 붙잡았다.

“영주님, 그....”

“?”

브롤드가 뭔가를 말하려고 하자 생각대로 잘 끌려오지 않는 접시를 붙잡은 채 고개를 돌렸다.

“...아닙니다. 여기.”

브롤드는 뭔가를 말하려다 말고 아델라가 잡아당기던 접시를 아델라쪽으로 밀어주었다.

“힘드실 텐데....”

“하실 수 있으려나....”

몇몇 사람들이 소곤거렸으나 아델라는 나이프를 들고 자신의 앞에 도착한 고기를 써는데 집중하기 시작했다.

“잇!...이이익!”

그리고 커다란 고깃덩어리를 어린 아이가 나이프만으로 자르는 일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예상한대로 굉장히 힘든 일이었다.

고기에 칼날을 집어넣는 것도 생각보다 어려웠으며 겨우 나이프를 집어넣은 상태에서 고깃덩어리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낸다는 것은 더욱 어려웠다.

아델라는 이럴 줄 알았으면 약간 무리해서라도 스테이크 좀 썰러 가봤을 텐데, 라고 후회하며 아직도 포크를 가져다 놓지 않은 하녀를 원망했다.

결국, 가까스로 세 개의 고기조각만을 잘라낸 아델라가 나이프를 손에서 놓았다.

“gg. 이젠 못해.”

나이프를 놓고 의자에 고개를 숙인 채 늘어져 앉은 아델라는 슬쩍 고개를 들어 분위기를 살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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