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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I

어느새 로리 영주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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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I
작품등록일 :
2017.11.18 19:16
최근연재일 :
2019.12.07 05:31
연재수 :
67 회
조회수 :
26,131
추천수 :
328
글자수 :
407,411

작성
17.11.18 20:02
조회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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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글자
18쪽

영주? 2편

DUMMY

분명 당황해서 버벅거리긴 했지만 그건 왜곡이 너무 심한 게 아니냐고 무심코 소리칠 뻔했다. 아무래도 이 하녀는 아델라라는 소녀를 알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그게 아니라....”

“죄, 죄송합니다. 제가 귀빈용 객실에 손님이 묵고 계시다는 말을 전혀 못 들어서....”

아델라가 오해를 정정하기위해 막 입을 열었으나 그 즉시 하녀가 고개를 숙이는 바람에 말이 끊겼다. 보통 귀족이라면 하녀의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고 할 말을 했겠지만 아델라는 그렇지 못했다.

아델라가 머뭇거리는 사이, 부담감을 견디지 못한 하녀가 크게 소리쳤다.

“저, 저기...화, 확인해보고 오겠습니다!”

그리곤 순식간에 뒤를 돌아 자신이 왔던 길로 가버렸다.

“뭐, 알아보고 온다고 했으니까....”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하녀를 만나기 전보다는 상황이 나아졌다고도 볼 수 있었다. 최소한 직접 사람을 찾아 돌아다니는 일을 할 필요는 사라졌으니 말이다.

분명, 확인해보고 오겠다는 말을 하고 갔으니 기다리면 돌아오리라고 확신했다.

그리고 문 앞에 앉아 기다리기를 수 십 분.

“으아아! 왜 안 오는 거야!”

더 이상 참지 못한 아델라가 소리쳤다.

순간 자신을 잊어버린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쳤으나 이내 고개를 저었다. 설마, 그런 바보 같은 일은 일어나리라고 믿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든 하녀가 돌아오지 않는 것은 사실. 결국, 다시 다른 사람을 찾아 나서기로 마음먹었다.

움직이기 시작한 아델라는 모퉁이를 돌자 보이는 계단을 발견하고는 즉시 성큼성큼 계단을 향했다.

아무래도 사람이 가장 많이 돌아다닐 1층으로 가면 될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 짧은 다리로 칙칙하고 구불구불 휘어진 원형 계단을 내려가는 것은 예상보다도 더 힘든 일이었다. 게다가 배가 고팠기 때문에 더욱 힘들게 느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델라는 아래층에 도착했지만 인기척은 없었다. 현재의 층을 둘러보는 것보다는 역시 원래 계획대로 1층을 목표로 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에, 다시 계단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그리고 그렇게 2층을 연속으로 더 내려간 아델라는 벽을 짚고 중얼거렸다.

“으으, 그 흔한 엘리베이터가 이렇게 그립다니....”

평소 한 층을 오르내리는 것도 엘리베이터를 애용하던 아델라였기에 엘리베이터가 그리워지는 것도 당연했다.

“!”

그렇게 잠시 휴식을 취하던 아델라의 눈이 갑자기 번뜩였다.

촛불의 향에 희석되어 희미하긴 하지만 배가 고픈 탓인지 평소보다 예민해진 후각은 그 숨겨진 고소한 냄새를 놓치지 않았다.

냄새의 근원지를 찾아 홀리듯 긴 복도를 걷고 걸어 도착한 곳은 부엌. 마치 식료품 창고와 부엌을 합쳐놓은 것만 같은 인상이었다.

솥, 화로 같은 조리시설과 양배추나 빵 같은 식료품이 담긴 자루들이 곳곳에 놓여있고 천장에는 말린 고기나 소시지 같은 것들이 매달려있었다.

잠깐 주위를 둘러보던 아델라는 곧 한쪽에 놓인 탁자로 향했다.

그 탁자 위에는 접시가 몇 가지 놓여있었고 바로 그 접시에 놓인 것들이 아델라가 맡았던 냄새의 근원지였다.

“구운 소시지에, 수프에, 치즈에, 빵에...중세시대 사람들이 나보다 더 잘 먹네.”

기껏해야 라면이나 김치 같은 반찬 한둘로 끼니를 때우던 자신과는 완전 딴판이었다.

아델라는 자신의 눈물 나는 사정을 떠올리는 것은 뒤로 미루기로 하고 다시 식탁으로 시선을 향했다. 식탁 위에는 3명 분량의 식사가 차려져있었다.

한 번 더 주변을 둘러봤으나 식사의 주인들은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식사를 하려고 차려놓았다가 갑자기 일이 생겨 자리를 비운 모양이었다.

잠시 그 차려놓은 식사를 보고 고심하던 아델라는 얼마 지나지 않아 식탁에서 등을 돌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남들이 차려놓은 식사를 그대로 가로채는 것은 내키지 않았다. 다행히, 아직 주방에는 먹을 것이 많아보였다.

“어디....”

아델라는 우선 가장 먼저 근처에 있는, 포대에 대충 담겨있던 빵을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포대 안에 담겨있던 자신의 얼굴 크기만 한 빵이 잔뜩 들어있는 것을 확인했다.

먹지 못할만한 물건이라고는 할 수 없었지만 굳이 먹고 싶지는 않았다. 빵은 정 먹을 게 없을 때 다시 가져가기로 했다.

주위를 둘러보며 식탁에 있는 음식을 먹고 양해를 구하는 게 낫지 않을까 진지하게 고민하던 중, 아델라의 시선이 바로 옆을 향했다.

그곳에는 불씨가 남아있는 화로에 자리잡은 솥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새어나오고 있었다. 아델라는 본능적으로 솥뚜껑의 손잡이를 붙잡았다.

“으윽...!”

가슴팍 높이의 위치한 뚜껑을 힘겹게 젖혀놓는데 성공한 아델라는 안에 들어있는 것이 수프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수프를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코앞에서 고소한 냄새를 풍기는 수프를 보고는 바로 주 메뉴로 점찍었다.

수프를 담을 그릇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소한 문제가 있긴 했지만 다시 채워 넣을 수프가 잔뜩 있는 이상 완전범죄가 가능했다.

아델라는 즉시 식탁 위에 있던 수프를 가져와 따끈한 것으로 교체했다.

“갑자기 쓰지도 않는 영주님 방을 청소하라니, 뭐야.”

그러나 한창 식사를 하던 도중, 다른 누군가의 목소리가 아델라에게 들려왔다. 식사를 시작하기 전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반길만한 상황이었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그러게. 다 식었겠다.”

낯선 목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아델라가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던 사이, 두 사람은 자신들이 차려놓은 식탁에 앉아있던 아델라를 목격했다.

“응?”

결코 좋은 상황은 아니었지만 자신의 정체를 밝히면 큰 문제없이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었다.

아델라가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고개를 돌리자 두 사람 중 한 명이 아델라의 얼굴을 보자마자 소리쳤다.

“아! 잇사아니 압둘라님?”

“아니거든?!”

아델라가 화가 난 듯이 소리치자, 다른 하녀가 화들짝 놀라며 반사적으로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미네, 빨리 사과드려!”

미네라고 불린 금발의 하녀 또한 바로 뒤이어 사과했다.

“죄, 죄송합니다!”

이유가 어떻든 귀족이 화났다면 당장 용서를 구하는 게 하녀가 무사히 살아남는 방법이었다,

“제 이름은 앗사아니 압둘라가 아니라 ‘아델라’요. 아.델.라!”

이번에야말로 그 머나먼 땅에서 온 것만 같은 이름을 지워버리겠다는 생각으로 또박또박 자신의 이름을 말해주었다.

“아델라...?”

그 이름을 들은 갈색 포니테일의 하녀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또래로 보이는 미네라는 하녀도 별반 다르지 않은 반응이었다.

“...!”

아델라라는 이름이 통하지 않자, 아델라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져갔다. 그 순간 아델라의 머릿속에는 오만가지 생각이 스쳐지나가고 있었다.

자신이 영주의 딸이란 이야기가 거짓이거나, 자신이 브롤드나 주교의 말을 오해했거나 같은, 부정적인 것들뿐이었다.

“그런데 미네는 왜 이분...아델라님의 이름을 그렇게 말한 거야?”

귀족의 이름을, 특히나 심각한 오해를 받기 쉬운 이름으로 잘못 불렀다는 것은 심각한 결례였다.

“부, 분명 그런 이름이...아얏! 죄죄, 죄송합니다!”

변명을 늘어놓으려던 미네는 갑작스럽게 밀려오는 옆구리에서의 통증에 다시 고개를 숙였다.

상당히 골치 아픈 오해이긴 했지만 결국 오해가 풀렸다는 점에서 약간이나마 위로가 되었다. 두 사람이 ‘아델라’라는 이름을 알아주었다면 완벽했겠지만.

“저기, 미네를 어디서 만나셨는지 여쭤도 될까요?”

아델라가 두 사람의 사과를 받아들이는 듯 보이자 갈색머리 하녀가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어...4층 복도에서 만났는데요....”

그런 아델라의 대답에 하녀는 잔뜩 어두워진 얼굴로 고개를 살짝 숙이며 말했다.

“잠시만 실례하겠습니다.”

그리곤 옆에 무방비하게 서있던 미네의 팔을 붙잡은 채 부엌을 나갔다.

“엣? 헤, 헤브? 자, 잠깐만!”

“이 바보야! 그런 중요한 걸 말 안하면 어떡해?!”

두 사람이 부엌을 나가자마자 들려오는 분노의 샤우팅. 허리에 손을 짚고 단단히 화난 갈색머리 하녀와 벽에 한껏 움츠러든 채 울먹거리는 미네의 모습이 어째서인지 훤했다.

“손님이 부엌까지 직접 식사를 찾아 내려오셨다는 게 하녀장님 귀에 들어가면 우리는 죽은 목숨인 거 몰라?!”

아델라가 배가 고파 내려왔다는 것은 너무나 뻔한 일이었다.

“하, 하지만....”

“하지만 뭐?! 이름까지 들어놓고!”

헤브가 변명을 차단하려는 듯 강하게 말했지만 미네도지지 않았다.

“말하려고 했는데 헤브가 바로 청소해야 된다고 데려갔잖아. 내가 중요한 일 같다고 해도 듣지도 않아놓곤...!”

“그, 그건 미네가 평소에 쓸데없는 이야기를 많이 하니까 그렇지...그리고 영주님 방 청소는 하녀장님이 최대한 빨리 끝내야 된다고 하셨단 말이야.”

자신도 너무 흥분했다는 것을 자각했는지 헤브의 말투가 살짝 부드러워졌다.

“그런데 헤브는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 안 들어?”

헤브의 태도 변화에 상당히 여유를 되찾은 미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내가 객실을 둘러보고는 있었지만...그건 눈뭉치를 찾으려고 했던 거지 손님이 계셨단 이야기는 전혀 못 들었단 말이야.”

기본적으로 손님이 있다면 손님의 존재를 하녀들에게 알리고 하녀들이 손님의 수발을 들도록 하는 것이 당연했다.

“그리고 아무리 배가 고파도 손님이 부엌까지 찾아오는 건 이상하지 않아?”

그 말에 아델라는 움찔했다.

“...하긴. 분명 입고 있는 옷은 귀족 분 같긴 한데 우리한테 예의 갖추는 것도 이상해.”

간혹 하녀들에게도 존대를 하는 귀족이 있긴 했지만 그것은 대부분 남자 귀족들이 하녀들에게 점수를 따려고 하는 행동에 가까웠다.

아델라처럼 여자아이인 귀족이 하녀에게 예의를 차리는 것은 없다고 단언할 수 있을 정도였다.

“맞아. 아까도 그랬어.”

“그럼 저...저 아이는 누구지?”

점점 목소리에 두려움이 서려가는 두 사람이었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낀 아델라가 대충 얼버무린 뒤에 이곳에서 벗어나는 것이 좋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던 차에 헤브가 살짝 굳은 표정을 한 채 다가왔다.

“저기, 부친의 성함을 여쭤도 될까요?”

아직 가까스로 미소를 짓고 있긴 하지만 이 상태라면 얼마 가지 못할 듯했다.

현재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선 이 질문에 대답해주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리고 가능하면 아델라는 최대한 빨리 이 불안한 상황을 해결하고 싶었다.

“아....”

그러나 아델라가 진짜 아빠도 아닌, 다른 세계의 영주 이름을 알고 있을 리 만무했다.

“아니면 모친이시라던가...?”

“어....”

아델라가 질문에 대답하지 못할 때마다 점점 헤브의 얼굴이 울상이 되기 시작했다.

“그, 그럼 가문이라도....”

여기서 가문은 성씨를 뜻하는 것이었지만 아델라가 알고 있는 것은 자신의 이름뿐이었다.

“그게....”

귀족들에게 부모의 이름이나 가문은 신분을 증명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다. 아델라 나이쯤 되면 그런 식으로 자신의 신분을 밝히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 그그러면 어, 어떻게 이 안에 드드, 들어오셨나요...?”

이젠 조금씩 뒤로 물러나고 있기까지 했다.

엄중히 보호되는 영주의 성 안에 정체불명의 아이가 있다는 것은 보기보다 훨씬 오싹한 일이었다. 실제로 헤브는 당장이라도 뒤를 돌아 도망칠 것만 같은 분위기였다.

온몸을 떨며 복도에서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는 미네는 덤이다.

“히익...!”

그렇게 헤브가 도망치기 직전, 아델라는 어떻게 대답해야할지 간신히 떠올렸다.

“브롤드!”

“...예?”

완전히 수상한 존재인 아델라의 입에서 현재 성에 머무는 귀족의 이름이 튀어나오자 멈칫했다.

“브롤드란 분이 절 데려왔어요. 그리고 4층의 방에서 기다리고 있으라고....”

방에서 기다리라는 말을 들었는데도 왜 내려왔다고 물으면 배가 고파 부엌까지 직접 찾아왔다는 대답밖에 할 말이 없었다.

“그, 그리고 그때 주교님도 같이 계셨어요.”

아직 뭔가 모자란 것 같은 느낌을 받은 아델라가 추가타를 날렸다. 그러자 그제 서야 두 하녀의 얼굴이 풀어졌고 그 모습을 본 아델라의 표정 역시 한결 편해졌다.

“두 분이 데려오신 손님이었구나, 난 또....”

“처, 처음부터 그렇게 말씀해주셨으면 좋았을 텐데....”

분명 그랬다면 이 난리도 나지 않았을 터였다.

“...죄송합니다.”

아델라의 사과를 들은 헤브가 깜짝 놀라 고개를 미친 듯이 저어댔다.

“아뇨! 호, 혼잣말이었어요! 저희가 죄송합니다! 손님이신 줄도 모르고!”

만약 다른 사람 귀에 하녀 두 명이 자작과 주교의 손님에게 이런저런 추태를 보였다는 것이 알려지면 절대 그냥 넘어갈 수는 없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너도 와서 사과드려!”

헤브가 소리치자 복도에서 한숨 놓고 있던 미네는 바로 달려와 고개를 숙였다.

“죄, 죄송합니다!”

두 하녀는 끝없이 계속 고개를 숙였다. 아니, 숙여야했다.

“저기, 괜찮으니까....”

“죄송합니다! 부디 용서를!”

쉴 새 없이 허리가 직각으로 꺾이는 것을 반복하는 사죄에 엄청난 부담감을 느끼던 아델라가 만류했으나 두 하녀는 막무가내였다.

“아!”

잠시 난감해하던 아델라가 곧 뭔가 떠올랐다는 듯 이 두 사람에게 말했다.

“아무한테도 얘기 안 할 테니까, 이제 그만해도 돼요.”

그러자 두 사람의 멈추지 않을 것 같던 상체에 거짓말처럼 브레이크가 걸렸다.

“저, 정말요?”

울상인 미네가 허리를 숙인 상태에서 살짝 고개를 들며 물었으나, 그 순간 옆에 있던 헤브에게 옆구리를 찔려 작은 비명을 질렀다.

“그런 무례를 저질렀는데도...정말 감사합니다!”

수상한 사람을 의심했을 때 그 대상이 어찌됐든 별 문제가 없는 귀족이고 의심한 사람이 하녀라면, 결국 귀족을 알아보지 못한 하녀의 잘못이 되기 마련이었다.

“괜찮아요. 내 잘못도 있고....”

그런 상황에서 귀족이란 신분이나 어린 나이에 맞지 않게 오히려 본인이 더 잘못했다는 언행으로 기꺼이 자신들을 용서해주는 아델라는 두 하녀에게 마치 천사처럼 보였다. 여태까지 그런 귀족을 본적이 없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거기에 아델라의 다소 뛰어난 외모까지 더해지자 그런 생각은 더욱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다.

“그, 배가 고프신 거라면...제가 요리사는 아니지만 음식을 대접해 드려도 될까요?”

아델라가 배가 고파보였다는 것을 떠올린 헤브는 갑자기 뭐라도 먹을 챙겨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접 부엌까지 와서 자신들이 먹는 것과 같은 수프에 빵을 찍어먹는 소박한 귀족이라면 자신의 제안을 거절하지 않을 것 같았다.

“마, 맞아요! 헤브 요리 잘해요!”

옆에서 헤브의 요리 실력을 익히 알고 있는 미네가 맞장구를 쳤다.

사실 아델라는 다른 것도 필요 없이 이미 있는 수프에 빵이면 충분했다. 그러나 여기서 이 제안을 거절하면 기껏 형성된 좋은 분위기가 깨질 것 같았다.

“그러면 부탁....”

“네! 맡겨주세요!”

아델라가 말하기 무섭게 바로 대답이 튀어나왔다.

“...그래도 고비는 넘긴 것 같네.”

아델라가 요리를 위해 주방으로 가는 헤브를 보며 뒤에 있는 의자로 다시 올라 앉아 한숨을 내쉬었다.

터벅터벅

잠시 의자에 앉아 두 사람이 요리를 준비하는 것을 지켜보던 아델라는 복도에서 부엌을 향해 다가오는 인기척을 느꼈다.

“...?”

곧 부엌으로 걸어 들어온 그 인물은 다른 두 명과 같은 복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같은 하녀인 듯했다.

“아, 미아!”

미아라고 불린 여성은 헤브와 비슷한 갈색 머리에 밝은 갈색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으며, 앳돼 보이는 두 사람과는 달리 키나 몸매가 굉장히 성숙했다.

“무슨 일인데 그래?”

미네가 자신에게 어리광을 부리듯이 달라붙자 살짝 놀란 얼굴로 물었다.

“우리가 저분한테 큰 실례를 저질렀는데 그래도 다행히 용서해주셨어.”

그러자 곧 미아의 시선이 저분, 즉 아델라에게로 향했다.

“아, 아델라님?!”

그리고 그 순간, 미아의 갈색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미아도 알고 계시는 분이었구나!”

“다, 당연히 알지. 영주님의 막내따님이시잖아!”

다른 두 사람과는 다르게, 미아는 한눈에 아델라를 알아보았다. 아무래도 꽤나 오래 일을 한 듯했다.

“에에엑?! 정말? 우리는 왜 몰랐지?!”

“너희는 모르는 게 당연하지! 왜냐면....”

그리고 드디어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을 만난 아델라의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1년 전에 성을 떠나셨는데 며, 며칠 전에 돌아가셨으니까...!”

혼란스러웠다.

이제와 다시 떠올린 사실이었지만 아델라는 본래 죽은 사람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시체나 다름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아는 사람들이 나타나기만을 바라고 있었던 것이다.

“시, 신이시여...!”

아델라를 아는 사람들은 미아와 같이 기겁하는 게 당연했다.

브롤드나 주교는 직접 아델라가 관 안에 살아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그나마 덜했지만 다른 이들은 그저 죽은 줄 알았던 아델라가 갑자기 나타난 것밖에 되지 않았다.

망했다.

그 한 마디가 아델라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옷 안쪽에서 목걸이에 달린 십자가를 꺼내 입에 대고 기도하는 미아. 어느새 나타나 들고 있던 큰 고깃덩이를 내팽개치고 무릎을 꿇은 채 성호를 그으며 기도문을 외는 헤브. 아예 눈을 뒤집고 기절해버린 미네까지.

눈앞의 광경에 그만큼 어울리는 단어도 없을 것이다.

“하핫, 개판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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