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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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믿기지 않습니다.”
희끗한 머리카락이 듬성듬성 보이는 남자가 말했다. 그가 보고 있던 것은 나무로 만들어진 관이었다.
“아델라님마저....”
귀족으로 볼 수밖에 없는 말끔한 차림새를 한 남자가 말했다.
그러자 그 옆에서 함께 구덩이로 옮겨지던 관을 지켜보던 비슷한 나이대의 다른 남자가 대답했다.
“...데히스께서 사랑으로 보살펴주실 겁니다.”
그렇게 대답한 남자는 흰색의 옷 위에 붉은 천을 걸친 채, 머리에 큼지막한 관을 쓰고 은으로 도금된 지팡이를 들고 있었다.
척 보기에도 그가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 그는 성직자 중에서도 일대 교구를 담당하는 위치에 있는 주교였다.
그들이 있는 곳은 바로 공동묘지. 정확히는 그 영지를 지배해온 라힘펠 가문의 구성원들이 묻히는 가문 묘지였다.
그리고 그들이 지켜보고 있던 광경은, 바로 그 라힘펠 가문의 구성원이자 유일한 후계자였던 ‘아델라’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아델라는 일대를 통치하던 변경백의 막내딸이었다.
때문에 상속과는 멀어보였으나 변경백의 다른 자식들이 모두 전염병으로 사망하고 노년의 변경백마저 그 충격으로 세상을 떠나자 유일한 상속자가 되었지만....
교육차 떠나있던 타지에서 급히 성으로 돌아오던 중 마차가 다리 밑 강으로 떨어지는 불운한 사고로 인해 사망하고 말았다.
그로부터 벌써 며칠이 지난 현재. 모든 의식을 끝내고 고인이 잠든 관을 묻는 일만 남았다.
“....”
주교가 고개를 끄덕이자 하인들이 관을 들어 올려 움직이기 시작했고 몇몇 사람들이 관을 뒤따랐다.
그 중에는 당연히 은인의 마지막 남은 혈육인 아델라의 죽음을 진심으로 안타까워하던 자작, 브롤드 역시 포함되어있었다.
영지를 상속받을 후계자가 없었기에 자작인 그가 당분간, 혹은 자신이 죽을 때까지 영주 역할을 할 수도 있게 되었으나 정작 당사자는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엇?!”
하염없이 슬퍼하던 브롤드의 앞에서 난데없이 관을 옮기던 하인들이 고꾸라졌고 덕분에 관은 내동댕이쳐졌다.
그리고 그러한 상황은 브롤드의 분노를 사기에 충분했다.
“뭐하는 짓들이지? 관 하나도 제대로 옮기지 못하나?!”
브롤드가 소리치자 하인들이 헐레벌떡 일어났다. 그러나 아무도 관에 다가가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브롤드의 노여움을 줄이기 위해 최대한 빨리 다시 관을 들어 올려도 모자랄 판에 말이다.
“대체 무슨 일인가? 관을 놓친 게 아니라 놓아버린 것으로 보았는데?”
하인들의 이상한 행동에 주교까지 의문을 품었다.
“과, 관에서 소리가....”
그런 말도 안 되는 인부들의 변명에 브롤드는 관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겠냐며 한껏 소리를 쳤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인들이 꼼짝도 하지 않자 직접 열려버린 관을 다시 닫아 놓기 위해 관으로 다가갔다.
“감히 라힘펠 가문의 일원에게 모욕을 주고도 말도 안 되는 핑계로 모면하려고 하다니.”
하인들을 가만두지 않겠다는 말을 중얼거리며 바닥에 떨어진 관뚜껑을 들어 올린 순간.
브롤드는 고통스러운 듯 얼굴을 찌푸린 관 속의 인물과 눈이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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