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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I

어느새 로리 영주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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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I
작품등록일 :
2017.11.18 19:16
최근연재일 :
2019.12.07 05:31
연재수 :
6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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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07,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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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1.2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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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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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이곳은 중세 2편

DUMMY

아델라가 고개를 든 순간 사람들의 시선이 급히 정면으로 고쳐졌다. 게다가 대부분의 사람들의 얼굴은 풀어진 채 입가에 미소를 띠고 있었다.

아델라는 ‘뭐가 이렇게 훈훈해?’라고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분위기가 이렇게 변한 것은 당연히 본인의 덕이었으나 정작 그 장본인인 아델라는 그 사실을 눈치 채지 못했다.

“흠흠, 이러다가 영주님께서 쓰러지실까봐 무서워서 안 되겠습니다.”

훈훈한 분위기에서 먼저 입을 연 것은 마찬가지로 입가에 미소를 잔뜩 머금고 있던 헤링이었다.

“영주님, 다른 분에게 고기를 써는 영광을 내리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만.”

그 말은 즉, 힘든 고기 썰기를 자신이 직접 할 필요가 없는데도 자기한테 시켜놓고 어린 여자애가 낑낑대며 고기를 써는 것을 웃으면서 구경했다는 뜻이었다.

“이런 악마들....”

아델라가 다른 사람들에게 들리지 않도록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가장 괘씸한 것은 브롤드였다.

아델라는 직감적으로 자신이 고기를 썰기 전, 브롤드가 자신에게 하려던 말이 바로 굳이 직접 고기를 썰 필요가 없다는 것임을 깨달았다.

아델라는 즉시 브롤드에게 시선을 돌렸으나 브롤드는 시선을 정면으로 고정한 채, 자신을 향해오는 원망어린 시선을 외면했다.

“헤링님의 말씀대로 다른 분에게 그 영광을 내리시는 게 좋겠습니다. 영주님께서 선택하시지요.”

잠시 상황을 지켜보던 주교가 말했다.

그렇다면 아델라의 대답은 정해져있었다.

“브롤드.”

지금까지는 아델라의 시선을 피해온 브롤드였지만 칼질 담당으로 지명된 이상 무시는 불가능했다.

“예. 기꺼이.”

브롤드는 예상 외로 흔쾌히 지명을 받아들였다.

고기를 써는 것 자체가 명예로운 일이기도 했으나 자신의 이기적인 생각으로 아델라를 힘들게 한 것에 대한 속죄의 의미도 있었다.

하지만 아델라의 분노는 생각보다 커서, 이번 한 번 고기를 썬다고 용서해줄 생각은 없었다. 브롤드를 포함한 다른 사람들에게 언젠가 하루 종일 고기만 썰게 시키겠다는 다짐을 했다.

“이미 자르신 고기들은 영주님께서 직접 나눠주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브롤드가 나이프와 자르던 고깃덩어리가 올라간 접시를 가져가려고 하던 도중 아델라에게 말했다.

“...세 개뿐인데.”

나눠 줘야할 사람은 본인을 제외하면 여덟 명이지만 잘라진 고기는 세 개뿐이었다. 게다가 잘라진 세 개의 고기들 또한 그리 크지 않았기에 더 작게 잘라 숫자를 늘리는 것은 힘든 상황이었다.

“세 명에게만 나눠주시죠.”

브롤드가 그렇게 말하자 바로 몇몇 사람들이 눈을 빛내기 시작했다. 특히나 뒤쪽에 앉은 기사들이 심했다다.

“....”

아델라는 고민에 빠졌다.

브롤드는 세 명에게만 나눠주라며 쉽게 말했으나 그것은 나눠 줘야하는 아델라 입장에선 결코 간단하게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우선, 아델라는 현재 자신에게 고기를 받는 것은 꽤 큰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영지의 최고 중요 인물들이 대거 모인 이 자리에서 단 세 명만이 차기 영주의 선택을 받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선택받은 세 명은 아델라가 다른 사람들보다 특별히 생각한다는 의미였다. 고민하던 아델라는 고기를 집...으려고 했지만 집지 못했다.

“포크 좀....”

아델라가 자신의 뒤쪽에 서있던 헤브에게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예? 포크, 포크요?”

그러나 포크를 달라는 말을 들은 헤브는 얼빠진 대답을 내놓았다.

“그래. 포크.”

당당히 포크를 가져올 것을 요구하는 아델라. 하지만 그것은 헤브가 더 큰 혼란에 빠지기 전에 브롤드에 의해 제지되었다.

“포크는 쓰는 것이 아닙니다.”

“...?”

그럼 포크를 어디다 쓰냐고 물어보려던 아델라에게 브롤드가 당당히 말했다.

“식사하실 땐 손을 쓰셔야합니다. 당연히, 나눠주기 위해 음식을 집을 때도 같습니다.”

“....”

아델라는 젓가락도 안 되냐고 묻고 싶었으나 돌아올 대답이 어떨지 그리 깊게 생각하지 않았음에도 쉽게 상상이 갔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 21세기에 살던 현대인으로서 찝찝하기 그지없지만 중세에 왔으니 중세의 규칙을 따르는 수밖에.

아델라는 그저 이런 곳에 와버린 자신을 원망할 수밖에 없었다.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한 아델라가 고기조각을 집어 한 사람에게 내밀었다.

그리고 가장 먼저 고기를 받게 된 주교는 앞에 놓여있던 접시를 들어 고기를 받고는 고개를 숙여 아델라에게 감사를 표했다.

아델라는 현재 모인 사람들 중에 자신을 제외하면 주교가 단연 서열 1위라는 것을 확신하고 있었다. 서열 1위가 바로 옆에 있는데 굳이 저 멀리 있고 서열도 낮은 기사들에게 고기를 줄 필요는 없었다.

잔뜩 기대에 부푼 눈빛을 외면하는 것은 예상 외로 힘들었지만.

“그리고....”

아델라는 다른 고기조각을 집어 들어 다음 사람에게 내밀었다. 그러자 다음으로 고기를 받게 된 브롤드는 살짝 놀라며 자신의 접시를 내밀었다.

“저에게 주실 줄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만....”

그 말대로, 브롤드가 자신이 고기를 받을 거란 확신이 있었다면 아델라가 직접 세 명을 선택해 나눠주라는 제안은 꺼내지 않았을 것이다.

모양이 너무나 빠지기 때문이었다.

불과 몇 분 전, 아델라의 원망어린 시선을 받은 만큼 체념하는 것도 당연했다. 그러나 만약 아델라가 평범한 어린아이였다면 당연히 자신을 골탕 먹이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 브롤드를 외면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델라는 그렇지 않았기에, 브롤드에게 고기를 준 것이었다. 브롤드가 자신을 굉장히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은 줄곧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마침 브롤드의 서열도 주교의 바로 다음 급으로 느껴졌기에 그리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감사합니다.”

고기를 받은 브롤드는 고개를 숙였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자신을 골탕 먹인 것을 용서한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남은 한 개는....”

지금까지는 간단하게 자신에게 신경써준 두 명, 서열 1, 2위인 주교와 브롤드에게 나누어줬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마지막 고기조각은 누구에게 보내줘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아델라는 지금까지처럼 눈을 빛내는 기사들을 제외한 채 가장 높은 서열의 사람에게 줄 생각이었지만 이번에는 어려운 선택을 해야만 했다.

현재 아델라의 머릿속에 있는 사람은 재무관 헤링과 브레이트 남작. 둘 중 한 명에게 마지막 조각을 줄 생각이었다.

일단 주교와 브롤드를 제외하고 나면 이 두 사람이 서열 3위를 다투는 것은 분명해보였다.

문제는, 이 두 사람 간에 우열을 정하기가 힘들다는 것이었다.

돈이냐, 군사냐. 문관이냐, 무관이냐 등등 갖은 생각들이 아델라의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

아델라는 슬쩍 두 사람을 살펴보았다.

헤링은 여전히 입가에 미소를 띤 채 정면을 바라보고 있었고 남작도 여전히 매서운 인상을 유지한 채 반대쪽에 앉은 헤링과 마주보고 있었다.

어찌 보면 그저 고기조각을 나눠주는 것뿐인 이 상황에 더 이상 피곤해지고 싶지 않았던 아델라는 마음을 정했다.

아델라가 고기를 집으며 시선을 남작에게로 돌렸다.

만약 이것이 게임이었다면 아델라는 단연 만능인 돈의 손을 들어주었을 테지만 현재는 안타깝게도 돈과 군사의 우열만으로 대상을 결정하는 것은 곤란했다.

남작은 부엌에서 힘든 상황에 처한 자신을 찾아주기도 했으니까.

게다가, 고기를 주지 않으면 저 무서운 얼굴이 더욱 심각해질 것 같았다.

“...엥?”

하지만 남작에게 고기를 내밀려던 아델라의 손이 멈칫했다.

그 이유는, 아델라의 시선이 자신에게 향한 것을 눈치 챈 남작이 고개를 저으며 눈짓으로 헤링을 가리켰기 때문이었다. 설마 받는 쪽에서 사양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아델라는 꽤나 당황했으나 서둘러 방향을 틀어 헤링에게로 향했다.

바로 옆에 있는 주교나 브롤드라면 몰라도 팔을 뻗는 것만으로는 헤링에게까지 닿지 않았다.

때문에 자신이 의자에서 내려가 가져다 줘야하나 고민하던 차에 헤링이 내민 접시를 주교가 넘겨받아 자신에게 가져다주었다.

아델라는 바로 주교가 들고 있던 접시에 고기를 놓았고 주교는 접시를 다시 헤링에게 전달해주었다.

그렇게 고기를 받은 헤링은 자신의 맞은편에 있던 남작이 고기를 받는 것을 거절해 본인에게 오게 되었음에도 미소를 유지한 채 아델라에게 정중하게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시했다.

이렇게 되자, 아델라가 헤링에게 미안한 감정을 느끼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자신의 맞은편에 있는 남작이 고기를 거절하는 것을 헤링이 보지 못했을 리 없기 때문이다. 차라리 고기를 받는 것 자체만으로 감지덕지 여길만한 사람에게 주는 것이 어땠을까 하는 후회가 들었다.

물론, 이 상황에선 설령 헤링에게 불만이 있다고 해도 헤링이 대놓고 그것을 드러내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다분했기에 다.

“그럼, 이제 제가 잘라드리겠습니다.”

진작 아델라가 준 고기를 먹어치운 브롤드는 나이프를 손에 쥐었고 바로 고기를 잘라내기 시작했다.

“...정육점하시나.”

아델라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 정도로 브롤드의 앞에 놓인 고깃덩어리는 순식간에 해체되어 뼈만 남을 정도였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아델라는, 브롤드에게 하루 종일 고기를 썰라고 시켜봤자 전혀 벌이 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진지하게 하게 됐다. 아마 썰어야할 고기가 먼저 사라지게 될 것이다.

그런 아델라의 고민은 어찌됐던 브롤드에 의해 순식간에 잘라진 고기조각들은 빠르게 다른 사람들에게 배분되었다. 당연하게도 아델라에게는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또 자주 고기조각이 옮겨졌다.

자신은 낑낑대며 겨우 세 조각만을 건졌던 고깃덩어리가 순식간에 분해되는 것을 멍하니 지켜보던 아델라에게 주교가 물었다.

“음식이 마음에 들지 않으십니까?”

음식을 앞에 두고 멍하니 쳐다보고만 있었으니 불만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도 당연했다. 그리고 현재 상황에서 음식에 투정을 부릴 만큼 얼굴에 철판을 깔지 못한 아델라는 그 즉시 부정의 의미로 고개를 저었다.

그런 아델라의 반응을 본 주교는 다행이라는 듯 안심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요리사에게 기합이 제대로 들어간 모양이군요. 전보다 더 신경 쓴 듯합니다.”

식탁에 있는 누구 그 못지않게 고기를 맛나게 드시던 분이 그런 말을 해줬기 때문에 훨씬 설득력이 있었다.

“그, 그런가요.”

어색하게 대답하며 시선을 고기가 듬뿍 올라간 자신의 접시로 옮긴 아델라는 손을 뻗어 고기를 한 점 집어 들었다.

접시에 담긴 고기조각들은 대부분 껍질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그것은 껍질이 맛있다는 브롤드의 주관에 따라 자연스럽게 껍질이 붙은 조각들이 아델라에게로 전달된 것이었다.

분명, 노릇노릇하게 익은 껍데기와 육즙이 흐르는 살코기가 적절하게 섞인 조각들은 굉장히 맛있어 보였다.

아델라는 따뜻할 때 먹었으면 더 맛있었을 텐데, 라는 생각을 하며 이미 상당히 식어버린 고기조각을 입 안으로 신중하게 집어넣었다.

우물우물

“...?”

우물우물....

“???”

고기를 입에 넣고 씹는 아델라의 머리 위에는 물음표가 수없이 떠올랐다.

그 이유는, 고기의 맛 때문이었다. 입 안에 들어가 있는 고기에서는 아델라가 생전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독특한 맛과 향이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그런 독특한 맛과 향이 아델라의 입맛에 맞느냐고 묻는다면, 결코 그렇지 않았다.

“으에....”

아델라는 고기를 차마 뱉지는 못한 채 씹는 것만을 멈췄다.

고기에서 그런 맛이 나는 것은 껍데기에 붙은 향신료, 아델라가 돌아와 기합이 들어간 요리사가 잔뜩 뿌려댄 그 향신료 덕분이었다.

그렇지만 여태까지 이런 음식을 접해본 적이 없는 아델라는 그 독특한 맛과 향이 향신료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우으....”

얼굴을 잔뜩 찡그린 아델라는 입 안에 있는 걸 어떻게 처리해야하나 고민하던 중, 곧 자신의 앞에 놓인 금속으로 된 와인잔처럼 생긴 것을 발견했다.

아델라는 우선 액체의 힘을 빌려 목구멍으로 넘기기로 했다.

“...설마 정말로 와인이 들어있진 않겠지.”

그렇게 중얼거리며 아델라는 잔을 들...려다 한 손으로는 잔이 안정적으로 들지 못할 것 같았다. 두 손으로 쥐자 잔은 그제 서야 수월하게 식탁에서 떨어졌다.

헌데, 잔 자체는 꽤 무거웠으나 그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 허무함에 바로 잔을 다시 내려놓자마자 병을 들고 대기 중이던 미아가 잔에 액체를 채웠다.

그 액체는 색은 확인할 수 없었지만 최소한 투명한 것이 방에서 마셨던 물처럼 보였다.

“...참 적응이 안 되네.”

어찌됐던 잔에 마실 것이 따라졌고 그 따라진 액체가 적어도 와인이 아니라는 것이 확인되자 아델라는 다시 잔을 집어 들었다.

채워진 잔은 생각보다 훨씬 무거웠지만 조심해서 들면 떨어뜨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그리고 잔을 입가로 가져간 아델라는 바로 잔을 기울이며 입 안에 물을 흘려 넣었다.

꼴깍

마치 약을 먹듯이 씹던 고기를 첫 모금에 넘겨버린 아델라는 그대로 몇 모금 더 물을 들이켰....

“푸웁?!”

“꺄앗!”

잔을 들이켜던 아델라가 갑자기 입과 코로 음료를 줄줄 뱉어내자 바로 옆에 있던 헤브와 미아가 비명을 지르며 다가왔다.

“영주님?!”

“이게 무슨 일인가!”

“괜찮으십니까?!”

그리고 그에 못지않게 식탁에 앉아있던 귀족과 기사들 또한 허겁지겁 자리에서 일어나며 소리쳤다.

“케, 흐켁....”

그러나 아델라는 말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계속 기침만 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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