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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I

어느새 로리 영주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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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I
작품등록일 :
2017.11.18 19:16
최근연재일 :
2019.12.07 05:31
연재수 :
67 회
조회수 :
26,156
추천수 :
328
글자수 :
407,411

작성
17.11.24 22:51
조회
660
추천
8
글자
13쪽

이곳은 중세 4편

DUMMY

“힉!”

엄청난 속도로 튀어나온 정체불명의 뭔가에 놀란 아델라가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아야....”

아델라는 고통에 신음했지만 혹시 위험할지도 모르는 정체불명의 물체에게서는 눈을 떼지 않았다. 하지만 그 정체불명의 물체는 아델라를 빠른 속도로 지나쳐 방 한쪽에 있는 커다란 침대 쪽으로 곧장 사라져버렸다.

“...혹시 방금 저게?”

불빛에 비친 바에 의하면 그 물체는 새하얬고, 방에 침입해온 정체불명의 물체에 대해 짚이는 바를 떠올린 아델라가 조심스럽게 침대로 다가갔다.

원래 자신이 썼던 싱글 사이즈의 배는 족히 되어 보이는 커다란 침대 위에는 일부분만 불쑥 솟아있었다.

그 하얀 뭔가가 이불 밑으로 기어들어가 튀어나온 부분이 보인다는 것을 어렵잖게 눈치 챈 아델라가 이불을 살며시 들췄다.

그러자 곧 침대 위에 있는, 하얗고 둥근 뭔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너구나. 눈뭉치.”

눈뭉치는 아델라가 다가왔음에도 몸을 둥글게 만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여기가 네 자리인가보네.”

과거 변경백이 살아있었을 때도 계속 이곳에 자리를 잡고 있던 것이 틀림없었다.

“근데 여기 이젠 내 자리거든?”

아델라는 그렇게 말하며 아예 침대에 걸터앉아 자리를 잡고 검지로 눈뭉치를 쿡쿡 찔렀다.

하지만 몇 번이나 찔러도 반응이 없자 아델라는 좀 더 과감한 스킨십을 시도했다. 아예 손으로 고양이의 몸을 쓰다듬기 시작했다.

“어째 반응이 없...에, 에칫!”

갑작스러운 재채기에 아델라가 코를 훌쩍였다.

“...고양이털이 많이 날리나?”

아델라가 그렇게 중얼거리던 사이. 재채기 소리에 번개같이 일어나 상황을 살피던 눈뭉치가 코를 훌쩍이던 아델라에게로 다가왔다.

“냐옹~”

아델라의 근처로 온 고양이는 몸을 뒤집으며 애교를 부리기 시작했다.

“이 녀석, 처세술이 보통이, 에칫!...아니네. 훌쩍.”

다행히 이번에는 눈뭉치도 익숙해진 듯 놀라진 않았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애교를 부리는 고양이는 결코 흔하지 않았다. 그리고 고양이를 좋아하면 좋아했지 싫어하지 않던 아델라는 그 애교에 홀랑 넘어가버렸다.

아델라가 뒤집어진 눈뭉치 위로 손가락을 가져가자 눈뭉치는 바로 앞발로 아델라의 손가락을 붙잡으려고 했다. 아델라는 반대로 눈뭉치의 발에 붙잡히지 않게 손가락을 놀리며 눈뭉치 몸을 간질였다.

잠시 그 상태를 유지하다가, 눈뭉치가 손가락을 잡기 위해 몸을 이리저리 꼬더니 그냥 그대로 일어나버렸다. 이제 놀이 시간은 끝인가 생각하던 아델라였으나 눈뭉치는 그대로 아델라의 무릎 위로 올라왔다.

그러더니 곧 머리를 아델라의 배에 문지르며 특유의 모터소리, 속칭 ‘골골이’를 하기 시작했다.

“큭...이 정도로 애교를 부릴 줄이야...!”

아델라는 결국 눈뭉치를 힘껏 껴안았다.

“그래. 이제 내가 영주거든. 나한테 잘 보이려는 건 당연하지. 똑똑하구나. 칭찬해주....”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던 순간, 아델라는 어느새 옷을 가져온 하녀 세 명과 눈이 마주쳤다.

“....”

흐뭇한 미소를 지은 채 아델라를 바라보던 하녀들은 아델라와 눈이 마주치자 급히 표정을 바꾸고 시선을 내리깔았다.

“헤...흑?!”

그 중에서 반응이 느렸던 미네는 미아에게 옆구리를 팔꿈치로 찔리고서야 표정관리에 들어갔다.

“에, 에칫!...언제 왔어?”

눈치 보던 아델라가 묻자 미아가 대답했다.

“‘근데 여긴 내 자리거든?’...부터 입니다.”

다 봤잖아!

물으면 묻는 대로 사실을 숨기지 않는 하녀의 대답에 아델라가 마음속으로 소리쳤다.

하녀들 입장에선 어린아이가 자신이 실제로 어느 정도의 위치인지 모르면서 영주란 이름만 믿고 만만한 고양이에게 으스대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물론 아델라에게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였기 때문에, 아델라는 현재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이불을 차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옷 가져왔다고 말하지.”

“그게, 너무 즐거워보이셔서....”

하녀들이 오늘 아델라가 기분 좋아 보이는 모습을 본 것이 처음이었기에 더욱 방해할 수는 없었다.

“...그래.”

그렇잖아도 새로운 환경 때문에 머리가 복잡해 죽을 것 같은 상황에 흑역사까지 추가로 신경 쓰고 싶은 생각은 결코 없었다. 아델라는 이 일은 머릿속에서 완전히 지워버리기로 했다.

“...에칫!”

“저기...영주님?”

잠깐 침묵을 지키던 미아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훌쩍. 왜?”

“영주님께서 고양이를 좋아하시는 건 알겠지만, 이제 그만 저희한테 넘겨주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에칫!”

“저기, 영주님은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으세요.”

슬슬 상당히 흐르기 시작한 콧물을 곧 갈아입을 소매로 닦던 아델라는, 그제야 자신의 갑작스러운 재채기와 콧물이 알레르기에 의한 것임을 깨달았다.

덧붙여서 진짜 아델라가 어째서 고양이를 싫어했는지도 알게 됐다.

“...그걸 아는데도 고양이랑 그냥 놀게 내버려뒀다고? 훌쩍.”

아델라는 이 하녀들이 아까 식사에서 자신에게 고기 썰기를 시키고 웃으며 지켜보던 귀족들보다 나쁜 게 아닌지 진지하게 고민했다.

“너무 즐거워보이셔서....”

이어지는 대답에 아델라는 고양이와 단둘이 있다고 방심하고 만 자신을 탓했다.

“조, 에취! 조, 조금 괴롭긴 한데...못 참을 정도는...에취!”

아직 알레르기의 무서움을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한 아델라는 고양이와 좀 더 함께 있고 싶었다.

“저, 점점 더 심해지시는 것 같아요...!”

미네가 아델라의 확연히 강도와 빈도가 증가하는 증상에 겁을 먹고 말았다. 그리고 미네가 겁을 먹은 채 그렇게 말하는 와중에도 아델라의 재채기는 멈추지 않았다.

“헤엣취?! 으아...헤엣취!”

결국, 아델라는 다시 gg를 치고 말았다.

“그, 그레엣취! 그, 그래! 가, 헤엣취! 가져가!”

아델라가 도저히 버틸 수 없어 무릎 위에 있던 눈뭉치를 들어올렸다. 그리고 그렇게 아델라가 든 고양이를 미아가 받으려던 순간.

“그러게 만지지 말라니까.”

새하얬던 고양이는 어느새 반대로 새까맣게 바뀌어 아델라에게 말했다.

“XX 깜짝이에엣취히!!!”

그리고 그 갑작스러운 변화와 변화한 대상이 ‘그 녀석’이라는 사실에 기겁한 아델라가 재채기가 합쳐진 비명을 지르며 들고 있던 고양이처럼 생긴 무언가를 던져버렸다.

“꺄아앗?!”

반대로, 하녀들은 그런 아델라의 반응 때문에 깜짝 놀라 비명을 질렀다.

“무슨 일이십니까?!”

그러자 근처에 있던 병사 몇 명이 달려와 소리치며 문을 열었고 바로 뒤이어 브롤드가 병사들을 비집고 방 안으로 들어왔다.

“영주님!”

브롤드는 방에 발을 딛자마자 바로 바닥에 손을 짚은 채 엎드려 있는 아델라에게로 달려갔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눈물 콧물을 있는 대로 흘리며 재채기를 연발하는 아델라와 아델라 곁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하녀들, 어느새 창문에 올라 여유롭게 그 상황을 지켜보는 검은 고양이.

“고양이가 영주님께 가까이 가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단단히 일러줬을 텐데!”

대충 상황을 파악한 브롤드가 하녀들에게 소리쳤다.

“죄송합니다....”

물론 이 사태는 그녀들이 자리를 비우고 있던 상태에서 일어난 일이나 다름없었기에 그녀들만의 책임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그걸 관리할 자신들을 쉬게 하고 방안으로 고양이를 들여보내 같이 논 것은 아델라였으니까. 하지만 자신들이 그런 변명을 하는 것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었다.

“난 잠시 영주님을 다른 방으로 모실 테니 그 동안 방 청소를 마치도록. 그리고 저 고양이는 당장 없애!”

그러자 그 상황을 여유롭게 지켜보던 검은 고양이의 눈이 커졌다.

“설마 나한테까지 불똥이 튀다니....”

“으...니가 원인이잖아....”

순식간에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고양이의 말을 들은 아델라가 중얼거렸다.

“아델라. 네가 날 쫓겨나지 않도록 도와준다면 아주 중요한 사실을 네게 알려주지.”

여러모로 정신없는 와중이었지만 고양이의 말은 똑똑히 들렸다.

“자, 힘드시겠지만 이쪽으로.”

브롤드는 아델라를 다른 곳으로 데려가기 위해 조심스럽게 아델라를 부축하며 일으켜 세웠고 하녀들은 바로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델라?”

그 중에서도 자신을 붙잡으러 다가오는 미네를 본 고양이는 일어서서 도망칠 준비를 하며 아델라에게 혹시나 하는 기대를 걸었다.

“고양이...에취히! 고양이는 그냥, 훌쩍...두면 안 될까...?”

결국, 아델라는 자신을 부축해주던 브롤드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말하는 고양이를 돕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지만 고양이가 말한 ‘아주 중요한 사실’이 굉장히 신경 쓰였다.

혹시 원래 세계로 돌아가는 것과 관련이 있을지도 몰랐기 때문에, 마냥 무시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괴로우신 게 저 고양이 때문입니다만, 어째서....”

당연히 아델라가 고양이를 싫어할 거라고 생각했 브롤드였으나 예상치 못한 그 말에 적잖이 당황한 모습이었다. 그런 브롤드의 질문에 고양이를 두둔할만한 적절한 이유를 찾지 못한 아델라는 그냥 적당히 둘러댔다.

“...부, 불쌍, 에취힛!...하잖아.”

브롤드가 아델라의 어떤 부탁을 단호히 거절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지만 아델라가 적당히 둘러댄 이 대답은 더욱 뿌리치기 힘들었다.

게다가 이유는 다르긴 해도 아델라가 눈물 콧물로 범벅된 얼굴로 말하자 파괴력은 더욱 엄청났다.

“...고양이에게 다시 가까이 가지 못하시게 할 겁니다만, 그래도 괜찮으십니까?”

브롤드는 다시 자신의 소매로 아델라의 얼굴을 닦아주며 말했다.

“에, 에취힛!...가라고 해도 안 갈....”

아델라는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 그래도 괜찮아!”

그러자 대답을 들은 브롤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눈에 안 띄는 곳으로 데려다 놓기만 하도록.”

“네, 네!”

그리고 브롤드가 자신을 지켜보던 하녀들에게 자신의 명령을 정정한 후에야 고양이는 한숨을 내쉬며 미네에게 얌전히 붙잡혔다.


“이제는 괜찮아지신 것 같군요.”

다른 방으로 피신을 온 뒤. 지속적으로 아델라의 상태를 확인하던 브롤드가 말했다.

아직 콧물은 좀 나지만 재채기는 거의 사라진 상태다. 대신, 이젠 팔에 두드러기가 났지만. 이쯤 되자 아델라는 가라고 해도 안가는 수준을 넘어서서 죽어도 고양이와 접촉하지 않겠다며 치를 떨었다.

“그렇게 괴로워 하시면서도 그 원인인 고양이를 지키려고 하시다니. 놀랐습니다.”

보통의 경우라면 본래의 아델라처럼 자신을 괴롭게 만든 존재인 고양이를 싫어하게 되는 것이 당연했다.

물론 아델라는 이 일이 벌어지기 전에도 그 고양이를 싫어했고 지금도 싫어하고 있지만 ‘아주 중요한 사실’을 거부하기는 너무나 힘든 일이었다.

“고...고양이 잘못은 아니니까....”

아델라가 대충 되는대로 던진 그 말에 브롤드는 역시 영주님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식사에 참가하셨던 모든 분들이 입이 마르도록 ‘어른스러우시다’며 칭찬한 영주님다우신 말씀입니다. 정말 몇 년 새에 몰라보게 달라지셨군요.”

단순히 9살에 불과한 아델라가 식당을 떠나지 않고 묵묵하게 모든 사람들의 식사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킨 것만도 굉장한 일이었다.

그런데 모든 사람들의 소개를 받으며 한명씩 일일이 답변까지 하는 등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일이 그렇게 된 것은 아델라가 당연히 그렇게 해야 된다고 생각해 노력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는 아델라 나이 정도의 아이라면 진작 그 상황에서 도망가려고 하거나, 이미 도망가 다른 놀이거리를 찾고 있어도 이상할 게 없었다.

“그새에 이렇게 성장하시다니, 정말 감격스럽군요.”

그렇게 감격스러워하는 브롤드를 보며 아델라가 어색하게 웃었다. 하지만, 칭찬은 거기에 그치지 않고 회의 때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낯 뜨거워지는 브롤드의 칭찬이 이어졌다.

“영주님, 청소가 끝났습니다.”

아델라가 점점, 특히 정신적으로 지쳐갈 때쯤. 문 밖에서 미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방으로 돌아가시죠. 바래다드리겠습니다.”

줄곧 서있던 브롤드가 바로 문을 나서며 말했다.

아델라는 설마 방에 가서 이어하려는 건 아닐지 걱정했으나 다행히 방에 도착하자 브롤드는 피곤하실 테니 쉬라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아델라가 깨끗하진 침대에 앉아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사이, 약간 기쁜 듯한 표정으로 다가온 하녀들이 아델라를 가벼운 복장으로 갈아입혀준 뒤 거대 사이즈 침대에 눕혀 이불을 덮어주고 침대의 커튼까지 완벽하게 친 후에야 방을 나갔다.

도중에 옷을 자신들이 갈아입혀줘야 한다는 하녀들과 직접 갈아입겠다는 아델라가 맞서는 일도 있었으나 결국 아델라가 포기하고 현실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복잡한 감정을 느끼며 몸을 뒤척이던 도중.

“...어떻게 들어온 거야?”

커튼 건너편으로 모닥불 근처에 앉아있는 검은 고양이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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