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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다츠 님의 서재입니다.

먼치킨을 죽이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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팅글탱글
작품등록일 :
2021.04.24 23:45
최근연재일 :
2021.05.0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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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0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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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13화

DUMMY

16회


(실크로드. 대 마법협회 시크릿의 개인 연구실)


세상은 먼치킨과 마스터 시안의 대결에 시끌벅적 했었지만 단 한 사람 만큼은 전혀 다른 인물에게 흥미를 느끼고 있었다.


실크로드의 자랑이자 핵심 기관인 대마법사 협회 '시크릿'의 수장 '노른'은 몇 번이고 녹화된 화면을 돌려보았다.


"아공간 창조.. 그 마법 자체는 단순하지만 그 안에 살아있는 존재를 가뒀다라.. 심지어 저렇게 강대한 자를 말이지.."


노른은 재생 중인 비디오를 멈춘 뒤 화면의 여성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역시..외모는 완전 다르지만.. 조사해 볼 가치는 있겠군."



(아이언필드. 에리의 멘션)


에리는 침대에 누워 그날의 치욕을 다시 떠올려 보았다.


"으흐흐흐.. 젊은 처자의 아공간.. 너무 좋아.."


"여기까지 숨어 들어온 보람이 있었군.. 흐흐.. 알몸이다.. 케케케케.."


"쳇.. 쓰레기 같은 몸매.. 눈 버렸군.."


뭔가 기억이 상당 부분 이상하게 왜곡되었지만 에리는 분노에 찬 주먹을 애꿎은 배게에 날리며 말했다.


"먼치킨.. 반드시 복수하겠어..!"



(먼치킨 간이 경기장. 오후 2시.)


시안과 먼치킨의 싸움으로 월드컵 경기장은 폐허가 되어 버렸다. 그래서 한동안은 대통령 관사 지하 강당에서 관객 없이 도전자만을 받고 있었다.


오후 2시가 되자 먼치킨이 검은 연기와 함께 지하 강당에 나타났다.


강당에는 새벽 6시부터 줄을 서 첫 도전자가 된 에리가 엄청난 살기를 뿜어내며 먼치킨을 기다리고 있었다.


먼치킨은 왠지 모를 분노에 찬 보라색 머리의 도전자를 보고 대체 왜 저렇게 화가 났는지 알아보기 위해 독심술을 사용했다.


'죽이겠어죽여버릴거야죽일테다죽인다죽어라.'


에리의 마음속은 온통 죽일 생각 뿐이었기에 다른 생각은 도저히 읽어 낼 수가 없었다.


먼치킨은 대체 자신이 뭔 원한을 삿길래 이렇게까지 죽이고 싶어하는지 고민해 보았지만 이미 그의 머릿속에서 에리와의 일은 잊혀진지 오래였다.


'뭐 이유가 어쨌든 죽이러 온거 라면 뭐든 상관없다' 라고 결론을 내린 먼치킨은 평소처럼 강당 한 가운데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에리는 자신을 보고도 사과 한마디 없는 먼치킨에게 깊은 분노를 느끼며 말했다.


"이 쓰레기..변태 새끼.. 여자 알몸이나 훔쳐보는 놈!!"


먼치킨은 갑작스러운 그녀의 폭설에 당황하여 가부좌를 풀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말했다.


"잠깐! 날 죽이라고는 했지만 인신공격을 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었다! 게대가 알몸이라니 무슨.."


"욕 먹을 짓을 했으면 욕을 먹어야지! 그렇게 더럽게 날 능욕했으면서 앞으로 잘 먹고 잘 살아갈 줄 알았어!? 그 날의 치욕은 정말이지.."


에리는 입으로 먼치킨을 죽여보기라도 하겠다는 듯이 지치지 않고 폭언욕설을 남발했다.


먼치킨은 곤란하다는 듯 현장을 지켜보고 있던 찰스에게 도움의 눈길을 보냈다.


하지만 찰스는 더러운 것을 보는 눈빛으로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쓰레기.."


먼치킨은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이의 분위기가 나빠지는 것을 느끼자 다시 한번 기억을 잘 더듬어 보았다.


아니 대체 저 여자가 왜 그러는걸까..


흠..


아!


그때 그 샤워실..!


먼치킨은 에리와의 기억이 떠오르자 마자 그녀의 말에 바로 반박했다.


"그건 아공간이 갑자기 파괴되서 나도 어쩔 수 없이 보게 된 것 뿐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가슴 비슷한 것도 보지 못했단 말이다!"


"뭐!? 내 가슴이 너무 작아서 보지도 못해? 이 변태!"


"아니 그 뜻이 아니라 아예 못 봤다고.."


"듣기 싫어! 이제 진짜 죽어버려! '펄뮤테이션!'"


그녀는 먼치킨의 변명이 듣기 싫다는 듯 그를 심해 깊은 곳 바닷물과 치환해버렸다.


(아일랜드 유니온 령의 아주 깊은 바닷속)


빛 조차 도달하지 못하는 깊은 바닷 속.


만약 평범한 인간이었다면 심해 속으로 치환된 순간 수압에 눌려 바로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하지만 살아있는 고래 리빙 아일랜드를 흡수한 먼치킨에겐 그저 수영장에 들어온 수준의 압력이었다.


먼치킨은 다시 순간이동하여 강당으로 돌아갔다.



(아이언필드. 먼치킨 간이 경기장)


에리는 너무나도 태연히 돌아온 먼치킨을 보고 어지간히 당황했는지 그 자리에서 주저 앉아 버렸다.


"헉..변태.. 변태가 돌아왔어.. 무적의 변태.."


먼치킨은 '무적의 변태'라는 말이 심히 거슬렸지만 그래도 주저 앉은 에리를 일으켜주기 위해 손을 내밀었다.


"꺅! 손 대지마 변태! '펄뮤테이션!'"


에리는 먼치킨의 배려가 무색하게도 그를 뜨거운 용암 속으로 치환해버렸다.



(파이어 얼라이언스 령. 뜨거운 용암 속)


만약 일반 사람이 용암속으로 치환 된다면 굳이 설명할 것도 없이 녹아 죽었을 것이다.


하지만 화염을 다루는 마수. 화이트 애쉬를 흡수한 먼치킨에겐 그저 온천물에 지나지 않았다.


그는 다시 순간이동해서 강당으로 돌아갔다.



(아이언필드. 먼치킨 간이 경기장)


먼치킨이 강당으로 돌아갔을땐 강당은 아수라장이 되어있었다.


먼치킨의 부피만큼 치환된 용암이 강당에 쏟아져 불을 냈기 때문이었다.


먼치킨은 안 되겠다는듯 찰스를 향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오늘은 날이 아닌거 같군. 내일 다시오지."


에리는 절대 안 된다는듯 먼치킨을 가로 막으며 말했다.


"어딜 도망가! 넌 나한테 죽기 전까진 아무대도 못가!"


"흠.. 마음가짐은 훌륭하지만 오늘은 쉬고 내일 또 도전하러 오도록. 난 이만 집으로 가겠다."


먼치킨은 에리가 뭐라하던 상관 없이 검은 연기와 함께 사라졌다.


하지만 그것은 먼치킨이 저지른 큰 실수가 되고 말았다.


에리는 엄청나게 유능한 공간술사였다. 그렇기에 상대의 순간이동 흔적을 따라 같은 곳으로 이동하는 것이 가능했다.


전에 샤워실에선 옷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에다가 잡동사니들에 둘러쌓여서 먼치킨의 순간이동 흔적을 추적하지 못했지만 오늘은 달랐다.


에리는 검은 연기가 사라지기 전에 그의 흔적을 따라 같은 곳으로 순간이동 했다.


하지만 에리가 순간이동한 직후 먼치킨은 찰스에게 전에 주기로 약속 했던 부글부글 수세미밥 시즌 1,2,3를 가지고 강당으로 돌아왔고 그렇게 둘은 엇갈리게 되어 버렸다.


(먼치킨의 집)


에리는 공간술사이기 때문에 자신이 어느 위치에 있어도 정확한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먼치킨의 집은 상식적으로 집이 존재 할 수 없는 위치라는 것을 바로 눈치채었다.


지하 8000미터 아래에 위치한 입구도 출구도 없는 작은 동굴에 위치한 먼치킨의 집은 순간이동이 아니라면 절대 도달할 수 없는 곳이었다.


게다가 집 자체도 그렇게 넓지 않아 침대 2개와 거실 그리고 부엌이 전부인 작은 집이었다.


그리고 그 두 개의 침대 중 한 자리에는 먼치킨이 아닌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이 누워있었다.


먼치킨의 집에 먼치킨 말고 다른 이가 함께 사는 것인가?


에리가 의아해 하던 중에 침대에 누워 있는 사람은 다 죽어가는 소리로 물었다.


"넌.. 누구냐..? 인간이냐..?"


"아.. 인간이기는 한데.."


인간이라는 말에 다 죽어가는 듯 하던 남자는 순식간에 달려들어와 에리의 목을 졸랐다.


"인간이면.. 죽어..!"


에리는 순간이동으로 도망가려 했지만 목이 졸려 주문을 외울 수가 없었다.


짧은 은발머리에 쾡한 붉은 눈을 가진 남자는 피골이 상접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디서 샘 솟는지 모를 상당한 악력으로 에리의 목을 사정 없이 짓눌렀다.


아.. 난 이런 곳에서 이렇게 허무하게 죽는걸까..


그렇게 그녀의 의식이 흐려질때쯤 검은 연기와 함께 먼치킨이 나타나 한 손으로 강하게 은발 남자의 목을 졸랐다.


그리고 먼치킨이 그를 부르는 호칭에 에리는 충격을 받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마왕'..! 내 소중한 '인간'을 더 이상 괴롭히지 말라고 했을텐데.."


17회


먼치킨은 뼈만 앙상히 남아 가여울 정도의 마왕의 목을 당장이라도 부러트릴 기세로 거세게 목을 졸라왔다.


"아..알았어.. 놓으면.. 되잖아..!"


마왕이 에리의 목을 풀어주자 먼치킨도 거칠게 그를 바닥으로 내동댕이 쳐버렸다.


힘 없이 쓰러진 마왕은 켁켁 거리며 목안에서 올라오는 피를 조금 뱉어냈다.


먼치킨은 다 죽어가는 듯한 마왕에게 다가가 배를 세게 걷어차며 말했다.


"다시 한번이라도 내 소중한 '인간'들을 건들이면 앞 뒤 안보고 죽여버리겠다고 했을텐데.. 벌써 잊은건가?"


마왕은 처량하게 바닥에 쓰러진채로 킥킥거리며 말했다.


"크킄.. 그럼 해보든가.. 그래! 날 죽이고 흡수해서 아예 폭주해버려! 그리고 네 손으로 네 소중한 '인간'들을 다 죽이고 다니는거야! 그것도 볼만.. 컥!!"


먼치킨은 쓰러진 마왕의 머리를 걷어차 말을 못하게 만든 뒤 에리의 상태를 살피기 위해 그녀에게 다가갔다.


바닥에 쓰러져 있던 에리는 먼치킨이 다가오자 필사적으로 발버둥치며 말했다.


"다.다다..당신 뭐야.. '마왕'이라니.. 당신 마왕이랑 한패였어?? 당신이 나오는 구전동화에서 분명히 마왕은 나쁜 놈이라고 했잖아? 근데 왜 같은 집에서 같이 지내는 거야?"


"아니다. 내가 설명해줄테니.."


"아니! 변명은 필요없어!! 당신이 마왕과 한패가 아니었다면 마왕을 집에 숨겨줄 이유가 없잖아! 이 위선자! 세상에 다 까발려버릴꺼야! '텔레포네이션'!"


에리는 주문과 함께 먼치킨의 눈 앞에서 사라져 버렸다.


마왕은 맞은 곳이 너무 아파 침을 흘리면서도 장난끼 넘치는 눈빛으로 먼치킨을 조롱했다.


"에~ 어쩌냐? 이제 네 소중한 '인간'들이 널 마왕의 친구로 생각하게 생겼으니.. 꼬시다 멍청한..윽!"


퍽!


먼치킨은 재수 없는 마왕의 머리를 다시 한번 걷어 차준 뒤 에리의 텔레포트 흔적을 따라 자신도 순간이동했다.


마왕은 먼치킨이 사라지자 흐트러진 은발 머리를 뒤로 넘기며 혼잣말했다.


"저 놈이 자리를 비우는 동안 조금씩이라도 에너지를 모아둬야지.. 이제 조금만 더 모으면 된다.. 조금만 더.."


(아일랜드 유니온 령의 주인 없는 무인도)


에리는 먼치킨이 따라 올 수 없도록 아무도 모르는 무인도로 순간이동 했다.


"후.. 여기에 있으면 먼치킨은 절대 날 찾을 수 없을거야.. 조금 숨 돌렸다가 바로 '시크릿'으로 돌아가면 돼.. 어지간하면 '시크릿'은 안 돌아가려고 했지만.. 온 세상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려면 일단 내 '지위'를 찾아야 하니까.."


"진정해라. 내가 다 설명하겠다."


에리는 갑자기 자기 옆에 나타난 먼치킨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며 말했다.


"헉 뭐야! 당신 어떻게 따라왔어?"


먼치킨은 당연한거 아니냐는 듯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네 텔레포트의 흔적을 보고 따라왔다. 당연한걸 묻는군."


"그..그런건 아무나 할 수 있는게 아닐텐데 어떻게.. 에라 모르겠다! '텔레포네이션'!"


에리는 또 다시 순간이동으로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이글 유나이티드 령의 이름 없는 산 정상)


순간이동에는 기본적으로 많은 마나가 소모되고 또 거리에 비례하여 추가적으로 마나의 소모량이 늘어난다.


그렇기에 대륙에서 대륙으로 순간이동을 하는 것은 전 세계 공간술사들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리고 에리는 그 손에 꼽히는 공간술사 중 한명이었다.


아일랜드 유니온에서 이글 유나이티드까지의 대륙간 순간이동을 성공한 에리는 한숨 돌리며 혼잣말을 했다.


"후.. 이 정도 거리를 텔레포트 하는건 아무나 할 수 있는게 아니지.. 제 아무리 먼치킨이라 해도.."


먼치킨은 태연히 에리의 옆에 서서 말을 걸었다.


"그런가? 이게 어려운 일이었군."


"악! 또 옆에 있잖아! 왜 이렇게 기척도 없이 나타나는 거야!"


"아.. 기척이 없는 이유는 에이서스라는 마물과 미스트의 능력이 합쳐지는 바람에.."


"흥! 안 궁금하거든! 이 설명충 같으니! '텔레포네이션'!"



(아이언필드 령의 도시 블랙스톤의 중심 지역)


아이언필드의 핵심 도시 블랙스톤


검은 강철이 제일 많이 분포해있는 도시인지라 관광객도 많고 광부도 많고 상인도 많아서 전세계에서 제일 인구 밀도가 높은 곳이었다.


순간이동은 자신이 이동하는 위치에 무언가가 있으면 크게 다치기 때문에 이런 인구밀도가 높은 곳으로 순간이동 하는 것은 숙달된 공간술사가 아니고선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에리는 그게 가능한 몇 안되는 공간술사 이기도 했다.


"헉..헉.. 이제 못 쫓아오겠지..? 이렇게 사람 많은데서 순간이동은 아무나 하는게 아니지."


먼치킨은 그런 에리의 어께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아 그런가? 것보다 설명충이라니 말이 너무 심하군."


에리는 또 태연히 말을 거는 먼치킨의 모습에 질색하며 말했다.


"으아.. 또 따라왔어.. '텔레포네이션'!"



(실크로드 령의 광활한 사막.)


사막은 기본적으로 모래바람이 많이 부는 지형이다. 이동 위치에 장애물이 있으면 위험한 순간이동의 경우 이렇게 미세한 모래가 날아다니는 사막에선 거의 사용이 불가능하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힘든 일을 유능한 공간술사 에리는 기어코 성공시켰다.


"헉..헉.. 마나가 부족해지고 있어.. 차라리 '시크릿'으로 바로 순간이동 해버릴까..? 아니야.. 그랬다간 먼치킨이 따라와서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까.."


먼치킨은 전혀 힘든 기색 없이 나타나 힘들어 보이는 에리에게 도시에서 챙겨온 물을 권하며 말했다.


"난 아무 짓도 하지 않는다. 난 대화로 해결 하는걸 선호하는 편이니까."


에리는 거의 울듯한 표정으로 울먹울먹 거리며 말했다.


"아 제발.. 그만 좀 따라와 이 스토커야.."


"네가 내 말을 들어준다면 안 따라다니겠다."


"좋아 들어줄테니까 따라오기 없기?"


"알았다. 그럼 아까 그게 어떻게 된거냐면.."


에리는 먼치킨이 권한 물을 한 모금 마신 뒤 그의 얼굴에 물을 뿌리며 말했다.


"자 다 들었다. 그럼 이만! '텔레포네이션'!"


먼치킨은 못 당하겠다는 듯 얼굴에 묻은 물을 털어내며 말했다.


"하.. 성질 나쁜 고양이 같은 인간이로군.. 이렇게나 말이 안 통할 줄이야.."


그 이후로도 에리는 10번이나 대륙 간 순간이동을 해보았지만 먼치킨은 지친 기색 하나 없이 그녀를 따라다녔다.


결국 마나를 거의 소모한 에리는 마지막 마나로 아이언필드에 있는 자신의 멘션으로 순간이동했다.


어김없이 먼치킨이 그녀를 따라 순간이동하자 에리는 자기를 잡숴 먹으라는 듯 그대로 침대로 쓰러지며 말했다.


"하.. 더 이상은 못하겠어.. 나 저항 안 할테니까 아프지 않게 죽여줘.."


먼치킨은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치며 말했다.


"이 미련한 여자가.. 내가 너를 왜 죽이겠느냐! 난 아까부터 말을 들어달라고 하지 않았더냐!?"


먼치킨이 짜증을 내며 말하자 에리가 듣기 싫다는 듯 배게로 머리를 감싸며 말했다.


"아니 그런 엄청난 걸 봐 버렸는데 살려 준다는게 말이 안 되잖아! 그냥 거짓말 하지 말고 죽이라니까!"


먼치킨은 이제 모르겠다는 듯 에리가 듣던 말던 하고 싶은 말을 하기 시작했다.


"뭐 이렇게 말해봐야 안 듣겠지만.. 난 '인간'을 굉장히 소중히 생각한다. 그러니 설령 들켜선 안 될걸 들켰다 해도 인간을 죽이진 않는다. 어쨌든 너도 소중한 '인간'들 중 하나이니까. 알겠나? 그럼 이제 진정하고.."


에리는 먼치킨의 말을 다 듣기도 전에 모든 수수께끼가 풀렸다는 듯 침대에서 앉은 채로 먼치킨을 뚫어지게 처다보았다.


"나.. 알았어.. 이해해 버렸어.."


이미 독심술로 그녀의 마음을 읽어버린 먼치킨은 강하게 부정했다.


"아니다. 그거 아니다."


"그때 굳이 내가 샤워하는 중에 맞춰서 나타난 것도.."


"고의가 아니었다고 몇번이나 말하지 않았나.."


"아까부터 나를 자꾸 소중하다고 하는 것도.."


"그건 너만 소중하다는 게 아니라 '인간' 모두가 소중하다는 뜻으로 말한것이다!"


"이런 무서운 비밀을 알았는데도 날 안 죽이는 것도.."


"아니 그건 다른 인간이 알았어도 안 죽인다니까.."


"이 모든 걸 종합해보면.."


먼치킨은 더 이상 듣기 싫다는 듯 머리를 감싸며 말했다.


"종합하지마라! 으.."


에리는 얼굴을 붉히며 먼치킨을 바라보았다.


"당신은 날 좋아하고 있는거야.. 맞지..?"


"아니다!!!"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 그렇게나 많이 날 좋아한다니.. 사실 내 취향은 아니긴 한데.."


먼치킨은 도저히 짜증나서 안 되겠다는 듯 괜히 애꿎은 투구만 세게 잡아 뜯으며 말했다.


"후.. 아무래도 오늘 마나를 많이 써서 정신에 문제가 생긴거 같은데.. 네 정신이 돌아오면 다시 와서 해명하겠다."


먼치킨은 도망치듯 검은 연기와 함께 집으로 순간이동 해버렸다.


에리는 먼치킨이 사라지자 언제 자신이 얼굴을 붉혔냐는 듯 똥 씹은 표정으로 혼잣말했다.


"하.. 이제야 떼낸건가.. 망할 변태 스토커 자식.."


에리는 독심술을 혼란 시키는 보호마법을 풀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혹시나 해서 걸었던 독심술 혼란마법이 신의 한수가 된 것이었다.


(먼치킨의 집)


마왕은 돌아온 먼치킨을 보자 뭔가 하던 일을 황급히 멈추더니 그의 눈치를 보며 침대로 들어가려 했다.


하지만 먼치킨은 화풀이 상대가 필요했고 눈 앞에 딱 적절한 화풀이 상대가 살금살금 눈치를 보고 있었다.


퍽!!!


"으악! 왜 때려!!"


"넌 언제 두들겨 맞아도 할 말 없는 죄를 지었지."


퍽! 퍽!!


"뭐 그 딴 억지가.. 엌! 그만.. 이러다 죽는다고.."


퍽 퍽 퍽 퍽 퍽 퍽...


마왕은 그렇게 이유 없이 먼치킨에게 죽기 직전까지 두들겨 맞았다.


"후. 이제야 좀 상쾌하군."


마왕을 흠씬 두들겨 준 먼치킨은 조금 나아진 기분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실크로드. 마법 협회 시크릿 중앙 연구실)


"노른님. 오늘 등록 되지 않은 마법사가 대륙간 순간이동을 남발한 흔적이 발견 되었습니다."


대 마법사 노른은 서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런게 가능한 건 그 여자 뿐이지.. 이제야 찾았군."


연구실의 다른 연구원들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노른에게 질문했다.


"노른님. 만약 그 분을 찾게 되면 저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래도 한 때는.."


노른은 망설이는 연구원에게 역정을 내며 말했다.


"몰라서 묻나? 배신자에게 자비는 없다!"



(에리의 멘션)


한편 에리는 사뭇 진지해진 표정으로 한밤 중에 짐을 싸고 있었다.


"먼치킨.. 솔직히 변태이긴 해도 사람 자체가 나쁜거 같진 않았지만.. 무슨 변명을 둘러대더라도 인류의 적인 마왕을 보호해주는건 용납할 수 없는 문제지.."


그녀는 모든 짐을 자기의 아공간에 넣은 뒤 마력이 가득 담긴 지팡이와 주문이 새겨진 수정구들을 허리 춤에 끼워넣었다.


"으.. 사실 진짜 돌아가기 싫지만.. 지금의 내 '신분'으론 아무도 내 말을 믿어주지 않을테니까.. 그럼 이제 '시크릿'으로 돌아가볼까. 제발 일이 쉽게 풀리기를.."


그렇게 에리는 노른이 자신을 잡기 위해 벼르고 있다는 것도 알지 못한 채 시크릿의 중앙 연구실로 순간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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