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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다츠 님의 서재입니다.

먼치킨을 죽이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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팅글탱글
작품등록일 :
2021.04.24 23:45
최근연재일 :
2021.05.0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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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25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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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1화.

DUMMY

강철의 나라 아이언필드.


300년전 아시아 대륙을 덮쳤던 대 마물 '블랙마운틴' 의 강철 껍질이 지금까지도 온 나라를 뒤덮고 있는 아이언필드는 그 특수한 검은 강철을 채취하여 지금은 세계 최고의 부유국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고 세계 최대 강국인 아이언필드에서 최연소로 대통령에 당선 된 '찰스' 또한 그 특유의 냉철한 성격 때문에 강철로 된 남자라는 이명을 지니고 있었다.


그토록 냉철하기로 유명한 찰스는 국가 혹은 자신에게 이득이 된다면 어떤 일이든 마다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비난도 많이 받았지만 그의 임기 기간동안 나라가 크게 성장한 것 또한 사실이었다.


그렇게 나름 성공적인 임기를 마치고 재선이 다가오는 지금 찰스에게 예상치 못한 큰 장애물이 나타나버렸다.


300년 전의 통치자의 자리를 약속 받은 전설의 영웅이라니..


아무리 감정을 잘 표현하지 않는 냉철한 찰스라 해도 이는 당혹감을 감출 수 없는 돌발상황이었다. '맹세의 마법'을 부정 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300년전의 영웅이 살아서 돌아왔으니 대통령의 자리를 양보한다는 건 납득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찰스가 '맹세의 마법'을 어기지 않으면서 지금 닥친 문제를 해결하려면 답은 하나 밖에 없었다. 그 영웅이 '불의의 사고'로 안타깝게 목숨을 잃는 것.. 그것이야 말로 뒤탈 없이 깔끔함을 추구하는 정치인 다운 해결책이기도 하였다.


찰스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영웅을 대접하기 위해 먼치킨을 정식으로 관사에 초대했다.


(아이언필드 대통령 관사. 응접실)


관사의 응접실은 아이언필드의 자랑인 검은 강철로 만들어진 찰스의 거대 동상이 손님을 바라보는 구조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는 손님을 다정히 설득하기 보단 강대국의 입장을 이용해 상대를 눌러버리는 찰스의 고압적인 대화방식이 고스란히 담긴 인테리어였다.


5:5로 정확히 가른 노란 머리에 잘 손질된 콧수염, 거기에 위압적인 검은 정장을 차려 입은 찰스는 먼치킨의 커피 잔에 청산가리를 마치 설탕을 타듯 자연스럽게 섞은 뒤 그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얼마 있지 않아 문 밖의 비서가 손님이 왔음을 알렸다.


"들어오시라고 하게."


찰스의 말과 함께 응접실의 문이 열리자 괴이한 검은 갑옷을 입은 거구의 남자가 붉은 눈을 번뜩이며 찰스를 바라보았다. 찰스는 투구 사이로 보이는 그의 적안에 호기심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꼈지만 겉으로는 전혀 내색하지 않았다.


찰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


"전설의 영웅, 먼치킨님, 반갑습니다. 저는 아이언필드의 대통령 찰스입니다. 일단 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나눌까요?"


찰스는 자연스럽게 먼치킨을 자리로 유도했다. 그리고 먼치킨은 그의 속셈을 아는지 모르는지 청산가리가 들어있는 커피 앞에 딱 앉아버렸다. 이제 그 커피를 마시기만 하면 찰스의 장애물은 그 자리에서 사라지는 것이었다.


먼치킨은 눈 앞에 있는 커피를 보자 별 의심 없이 한 모금 들이켰다. 찰스는 그와 조금의 대화 기회도 없이 작별하게 되어 약간은 아쉬웠지만 장애물을 손쉽게 제거했다는 쾌감이 이를 상회하고 있었다.


하지만 찰스의 기대와는 달리 먼치킨은 아무렇지 않게 커피 한 잔을 다 비운 뒤 찰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찰스는 애써 당황스러운 감정을 억누르며 자연스럽게 사람 좋아보이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먼치킨님, 제가 준비한 커피는 입에 좀 맞으셨는지요?"


먼치킨은 굵고 음산한 목소리로 그의 질문에 대답했다.


"항상 이런 식으로 사람을 죽여왔나?"


찰스는 정곡을 찌르는 먼치킨의 말에 얼굴이 하얗게 질려 말문이 막혀버렸다. 언제부터 알고 있었는지, 그 사실을 알면서도 먹은건지, 궁금한건 너무나도 많았지만 지금은 그런걸 물어 볼 때가 아니었다.


먼치킨은 마치 고양이의 방울을 건드리고 사색이 된 쥐가 되어버린 듯한 찰스를 아무 말 없이 계속 바라보았다. 한참을 그렇게 바라보던 먼치킨은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과거부터 지금까지 봤을때 사람에게 해를 끼친 것 보다 인류를 위해 공헌한 바가 더 크군. 그 과정에서 한 두명 정도 죽인 건 이해할 수 있으니 그리 겁 먹지 않아도 된다."


찰스는 우호적으로 변한 먼치킨의 태도에 안심하면서 그가 '통찰'마법의 사용자라는 것을 확신했다.


통찰 마법은 전 세계에서도 사용 가능한 마법사가 손에 꼽히는 최상급 마법이지만 먼치킨 정도의 전설의 인물이라면 그런 마법을 구사한다고 해서 딱히 이상할 것도 아니었다.


찰스는 먼치킨을 너무 얕본 자신의 경솔함을 탓하며 앞으로 그의 앞에선 거짓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걸 의식하기로 마음 먹었다.


찰스는 어차피 통하지 않을 거짓말은 접어두고 솔직하게 먼치킨에게 진심을 다해 사과했다.


"먼치킨님, 초면부터 비열한 방법을 사용하여 위해를 가하려 한 점. 진심으로 사과드리겠습니다. 제가 이 자리를 보전하는 것에 눈이 멀어 인간이 해선 안 될 일을 저질렀습니다. 그러니 이제 대통령의 자리는 먼치킨님께 돌려드리고 저는 죄 값을 치루겠습니다."


먼치킨은 그럴 필요 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대통령은 내가 아닌 네가 하는 것이 옳다. 그리고 네가 죽였던 자들 또한 국민들을 지독하게 괴롭힌 자들이니 그에 대한 책임도 묻지 않겠다. 다만 내 부탁 한 가지만 들어 줄 수 있겠나?"


찰스는 먼치킨이 자신의 죄를 묻지 않는 것을 넘어 대통령의 자리까지 양보한다는 말을 듣고 뛸 듯이 기뻤다. 하지만 겉으로는 그저 냉철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작게 동의를 표할 뿐이었다.


"먼치킨님의 깊은 아량에 감사를 표하며 그 어떤 부탁을 하시더라도 성심 성의 것 최선을 다해 들어드릴 것을 약속드립니다. 이제 맘 편히 말씀해 주시지요."


"내 부탁은 날 죽여 주는 것이다."


"알겠습니다. 먼치킨님 성심 성의것 죽여드릴것을..예?"


"죽여달라고 말했다."


"어.. 그러니까 누구를..?"


"'나'를 죽이란 말이다. '나'를."


먼치킨이 두 차례나 정정해주었지만 찰스는 도저히 그의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니 이해를 못 했다기 보단 왜 죽고 싶어 하는지 논리적으로 도저히 납득이 안되고 있었다.


찰스는 실례를 무릅쓰고 먼치킨의 말에 반문했다.


"저.. 제가 어떤 부탁이든 들어드린다고는 했지만.. 이유 정도는 알아야 할 듯 한데 알려 주실 수 있겠습니까?"


"난 3년 뒤에 인간들을 죽이고 다닐거다. 그러니 그 전에 죽고 싶다."


먼치킨의 말을 듣자 찰스의 혼란은 더욱 가중되었다.


"아니.. 그럼 그냥 3년 뒤에 인간을 안 죽이고 다니시면 해결되는 문제 아닙니까?"


"그게 내 마음대로 안 된다. 이미 내 몸 속에 흡수 된 마물들이 인간을 죽이고 싶다고 처절하게 강요하고 있다. 이미 스스로 목숨을 끊어보려 몇 번이나 시도했지만 몸 안의 마물들이 자살조차 방해하고 있다. 이제 내게 남은건 누군가 나를 죽여 주는 것 뿐이다."


찰스는 이제야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했습니다. 먼치킨님의 업적을 고려 했을때 가능하면 죽음이 아닌 다른 해결책을 찾아드려야 하겠지만.."


"아니. 다른 해결책은 원치 않는다. 난 죽어야 한다."


"그렇게나 강하게 바라신다면.. 영웅으로서의 예우를 고려했을 땐 고통 없는 안락사가 적당하다고 생각하는데 혹시 바라시는 방법이 있으십니까?"


먼치킨은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섬짓하게 미소지었다.


"지금. 바로 당장. 최대한 빠른 방법으로 죽여라."


찰스는 곧 죽음을 앞둔 사람이 미소 짓는다는 사실에 소름이 돋았지만 그의 의견을 존중해 책상 밑에 숨겨진 권총을 꺼내들었다.


"마지막으로 돌아가시기 전에 남기실 유언은 없으십니까?"


"내 유언은.. 아직 마왕을 죽이진 못 했으니 뒷 일을 부탁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은 그 말을 듣자마자 황급히 먼치킨을 겨누고 있던 총을 거두었다.


"마왕이 아직 죽지 않았단 말입니까? 그럼 먼치킨님이 돌아가시고 나면 과거 인류를 전멸 직전까지 몰았던 마왕과 다시 한번 전쟁을 벌여야 한다는 말입니까?"


"그렇다. 하지만 마왕은 이미 내가 반수불구의 몸으로 만들어 놓았다. 마지막에 놓치긴 했지만 지금의 인류가 이기지 못할 정도는 아닐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3년이란 시간이 있는데.. 3년이라도 저희를 도와주시면 안 되는 겁니까?"


"그럴 수 없다. 마왕을 흡수 했다간 난 바로 폭주를 제어하지 못하고 인간을 죽여 나갈 것이다. 그럼 인류는 마왕의 힘이 더해진 나를 적으로 돌려야 하겠지. 어느 쪽이 이득일지는 말 안해도 알 거라 생각한다."


"이해했습니다. 말씀을 들어보니 먼치킨 님의 말씀이 모두 옳은 것 같군요."


찰스는 다시 한번 권총을 먼치킨의 머리에 겨누었다.


"그 이외에 남기실 말씀은 없으십니까?"


"없다."


"그럼 안녕히 가십시오. 먼치킨님."


찰스는 먼치킨의 머리를 향해 권총을 발사 했다. 총구와 먼치킨의 머리와의 거리는 불과 30센치. 절대 빗나갈 거리가 아니었다.


하지만 총알은 먼치킨의 머리를 피해 기괴하게 휘어져 뒷 편에 있던 찰스의 강철 동상에 명중했다. 찰스는 자신이 조준을 잘못한것이라 여기고 다시 한번 먼치킨을 향해 권총을 발사했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직선으로 날아가야 할 총알은 먼치킨의 머리를 피해 곡선으로 휘어 다시 한 번 찰스의 동상에 명중했다.


찰스는 조금 이상함을 느꼈지만 여전히 자신의 사격 실력이 문제라 생각하고 있었다.


"이번엔 머리 말고 면적이 넓은 가슴을 노리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주시겠습니까?"


먼치킨은 의자에서 일어나 더 잘 맞춰 보란듯이 가슴을 넓게 폈다.


찰스는 이번엔 반드시 맞추겠다는 심정으로 권총을 연사했다.


탕탕탕탕탕탕!!!!!


찰스의 6연발 연사는 모두 기괴하게 휘어져 먼치킨 등 뒤에 있는 찰스의 강철 동상에 명중했다. 그러자 충격을 버티지 못한 거대 동상이 먼치킨을 향해 기울어 지고 있었다.


"먼치킨님! 동상이.. 피하십시오!!"


찰스는 다급하게 먼치킨에게 위험을 알렸지만 거대 강철 동상은 자비 없이 넘어져 먼치킨을 덮쳐버렸다.


쨍그랑.


먼치킨의 머리 위로 떨어진 동상은 강철에 어울리지 않는 유리 깨지는 소리와 함께 와르르 깨져버렸다. 찰스는 먼치킨이 무사하다는 걸 확인하자 조금 안심했다. 하지만 지금 일어난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강철 동상에 머리를 맞으면 죽어야 정상일텐데 죽기는 커녕 강철 동상이 유리처럼 깨지질 않나 총알이 다 피해가질 않나 이해 못 할 일 투성이었다.


찰스는 이 기이한 현상의 주인공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이쯤되면 우연히 빗 맞았다기엔 말이 안 됩니다만.. 혹시 일부로 이런 현상을 만드시는건 아니시겠죠..?"


먼치킨은 일부로 그런건 아니라는듯 살짝 머리를 저으며 말했다.


"흠.. 생각해보니 내가 흡수한 마물 중에 에이서스란 놈이 있었는데 그놈은 기본적으로 위협적인 투사체가 날아오면 주변 공간을 왜곡시켜버렸지.. 그 능력이 내가 의식하지 않아도 기본 방어 기재로 작용하는거 같군."


"하.. 그런 중요한 정보를 참 빨리도 말씀해주시는군요. 먼치킨님.. 그럼 강철이 유리처럼 깨진 것도 같은 이유인가요?"


"그건 '블랙마운틴'의 기본 방어 기재인거 같군. 그 거북이는 껍질에 금속이 닿으면 유리처럼 깨지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지."


찰스는 블랙마운틴이라는 이름을 듣고 귀를 의심했다.


멀리서 볼때 거대한 검은 산처럼 보인다는 강철의 대마물.


현재 찰스가 통치하고 있는 아이언필드 또한 블랙마운틴에 의해 궤멸되었던 국가의 국민들이 연합하여 만들어진 국가이기도 했다.


찰스는 잠시 먼치킨에게 경외감과 의심이 동시에 들었지만 이내 아무렇지 않다는 표정으로 권총을 안주머니에 넣으며 말했다.


"전설의 영웅의 마지막 길을 제가 너무 쉽게 생각했었던 것 같군요. 그럼 저에게 하루 정도 준비 시간을 주시겠습니까?"


"하루 정도라면 기다리겠다. 그럼 오늘 하루는 여기에서 신세를 지도록 하지."


찰스는 독심술이 가능한 먼치킨과 하루를 보낸다는 것이 껄끄러워 실례를 무릅쓰고 그에게 귀가를 권했다. 하지만 먼치킨은 진짜 싫은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말했다.


"단 하루라도 집에 있는 그 놈 없이 편하게 자고 싶다. 그러니 오늘은 여기서 자고 가겠다. 불만 없겠지?"


찰스는 먼치킨 집에 있다는 그 놈이 누구인지 궁금했지만 그런 사적인 것 까지 묻는 건 지나친 실례인 것 같아 그에 대해 묻지 않고 바로 침실을 안내해주었다.


먼치킨이 침실에 들어간 걸 확인하고 난 뒤 찰스는 핸드폰으로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부르셨습니까. 각하."


"그래. 자네에게 부탁할게 있어 연락했다네. 내일까지 지하 강당에 모든 사형기구들을 준비해주게나.."


"사형기구들은.. 어디에 쓰시는 건지.."


"먼치킨을 죽이는데 쓸 예정이니 무조건 내일까지 가져오게."


"헉.. 알겠습니다. 각하.."


앞뒤 사정을 모르는 비서는 전화를 끊자마자 이 대통령이 이제 대놓고 못된 짓을 꾸민다며 나라 돌아가는 꼴에 대해 한탄하였다.


비서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찰스는 제대로 된 기구가 있다면 먼치킨을 죽이는 건 쉬운 일이라 생각하며 별 고민 없이 침실로 들어갔다.


그런 안일한 마음가짐으로 찰스는 인류에게 주어진 귀중한 3년이란 시간 중 하루를 낭비하고 말았다.


먼치킨이 폭주하기 까지 남은 시간 - 109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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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5화 21.05.02 27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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