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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먹는형제 님의 서재입니다.

드라마 찍는 천마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글먹는형제
작품등록일 :
2021.07.27 13:27
최근연재일 :
2021.08.10 15:45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1,994
추천수 :
105
글자수 :
101,235

작성
21.07.27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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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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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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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적응. (2) 외전 2화

DUMMY

삐비빅

철컹─

콜록콜록


크─


'뭐가 이렇게 드러워!'


과거의 자신으로는 상상도 못 할 방이 반겨준다.


"여기란 말이지. 우혁의 몸뚱아리가 살던 곳이······."


못마땅한 얼굴의 백현이 방을 둘러보며 내뱉었다.

방금전, 떠오른 기억에 의존하여 전에 살던 집으로 우여곡절 끝에 겨우 찾아왔다.

거기다 추가로 오는 길에 몇 가지가 더 생각났다.

여기는 서울, 최첨단 문명이 발전된 21세기라는 것 등등.


후~


한숨을 내쉰 백현의 시선에 엉망인 방이 보인다.

지하 단칸방에 작은 창문이라도 달린 게 그나마 위안일 정도로 개판인 이곳.

사방에 먼지가 눌러 앉아있고, 구석탱이에 펼쳐진 매트리스와 가운데에 떡하니 놓인 작은 좌식책상 하나.

싸구려 옷걸이에 철 지난 옷들이 걸려 있는 게 전부다.


'정말 최악이군.'


과거 드넓고 온갖 값비싼 예술품들로 화려하게 꾸며진 방에서 지내던 자신에게 있어, 이건 돼지우리만도 못한 열악한 환경이다.

이게 이 몸 주인의 현실이라··· 어쩔수 없이 받아 들일수 밖에 처지라니, 참으로 한탄스럽다.


그나마 이런 보금자리라도 있는게 어디인가.

무턱대고 밤거리를 쏘다니는 것 보다는 낫다.


꼬르륵~


때마침 들려오는 뱃고동 소리.

여전히 뱃속은 배고프다고 난리다.

이내, 뭔가 먹을 것이 없나 다시한번 주변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근데 이 집구석엔 무슨 냉장고도 없냐!!!"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온 말에 스스로 의아해한다.


응!?


냉장고!? 그게 뭐지???



...

..

.



후룩룩~~


맛있군.


여기저기 뒤적이다 우연찮게 발견한 사발면은 분명 처음 보는 물건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자연스럽게 끊여서 먹을 수 있었다.


그냥 보자마자, 어떤 방식으로 끓여 먹어야 할지 의지와 상관없이 손이 저절로 움직였다고 해야 할까.


'뭐가 이렇게 맛있어.'


처음 먹어보는 맛인데··· 면발은 쫄깃쫄깃하고 국물은 아주 얼큰한 것이 너무나도 만족스러웠다.

동방에서도 이런 비슷한 맛은 구경조차 못 해봤을 정도로 진국 중의 진국.

분명 국수처럼 생겼는데, 이런 황홀한 맛이라니, 라면이라고 했던가?

어느덧, 3개째를 끓여 먹고 나니 이제 배가 불렀다.


후~


그러자 "역시 라면은 농신 육개장이지."


라는 말이 본능적으로 튀어나와버렸다.


'뭐여?'


무의식중에서 중얼거린 걸 보니 아무래도 이 우혁이란 놈이 어지간히도 좋아했던 음식이었나 보다.


치~


'노예근성도, 집도 다 맘에 안 들지만 이 사발면은 좀 맘에 드는군.'


배가 불러서 그런가? 마음이 좀 너그러워진다.

자연스레 얼굴에 미소가 감돌았다.


'아~ 좋다.'


털썩~


습관처럼 자연스레 매트릭스에 눕는다.

이제 여유를 찾으니 머리가 서서히 돌아가기 시작한다.

그러다, 갑자기 참을 수 없는 분노가 백현을 잠식한다.


"씨~~~~~발 마왕 개놈새끼. 다시 찾아가서 족쳐야 하는데."


그놈한테서 몸의 반쪽이 날아버린 게 떠올랐다.

일반 사람이라면 즉사에 가까운 큰 부상이었으나, 생사경에 달한 내공으로 인해 잠깐이나마 목숨을 연장해줬다.

뭐 어차피 늦든 빠르든 죽는 건 매한가지이긴 했지만···.


과거, 백현은 손쉽게 동방을 일통 했었다. 그 후 동방은 천마신교의 치세 아래 10년간 평화로웠다.

하지만, 언제나 불만을 품은 자들은 있는 법, 숨 죽인 채 세력을 키워왔던 정의연맹은 다시 결성되어 제 2차 정마대전을 일으켰다.


싸움은 백현이 손쉽게 이기는 듯 보였으나 세외에서 온 제3의 세력으로 인해 정세가 급격히 변하기 시작했다.

그 시커먼 개새끼들이 정마대전으로 인해 죽은 목숨들을 제물 삼아 터무니 없는 놈을 소환해 버린 것이다.


"아니, 저건?"


백현의 시선에 허공을 뒤덮은 거무스레한 차원 문이 보인다.

이내, 족히 10미터는 넘어갈만한 거대한 손 하나가 갑자기 그 문을 통해 튀어나왔다.


콰아앙!!


"크아아악!!!"


내려치는 거대한 손에 정의연맹과 천마신교의 부하들 수십명이 미처 피하지 못해 깔려 찌부된다.

전장을 한바탕 휘저은 그 거대한 손은 끝끝내 차원 공간을 찢어발겼다.

으윽고, 끝없이 비대해진 차원 문에서 무지막지한 존재가 비집고 걸어 나왔다.


발걸음 하나만으로도 지진이 발생할 정도의 압도적 위압감을 발산하는 존재.

신장이 100미터 쯤 될까? 산만큼 거대한 존재가 움직인다는 게 이런 느낌일지도 모른다.


크아앙~!!!


흑빛깔의 그 거신이 하늘을 향해 포효를 내지른다.

별 것 아닌 단순한 외침일 뿐인데도 그 여파는 결코 범상치 않았다.


크어억!!


퍼억! 퍼억!


주변 일대의 무인들이 그 괴성에 괴로워하다가 머리통이 터지며 죽어 나갔다.

그렇게 어이없이 죽어나간 인원만 무려 천여명.


"젠장."


거대한 존재에 잠시 당혹하긴 했지만 금세 정신을 차린 백현.

눈 앞에 펼쳐진 참혹한 현장에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거신을 향해 뛰어들었다.


허공답보의 극치라 할 수 있는 천마군림보로 하늘 높이 날아오른 백현.

그의 손에 들린 신검 '천무애'가 구슬프게 진동한다.

신과 검이 완전한 하나 될 때 울려 퍼지는 한없이 맑고 깨끗한 검명.

신검합일의 극의.

그리고, 펼쳐지는 천마의 오의.


천마공간참.


지잉~!


흉폭한 기운을 갈무리한 거무스레한 기운이 검날에 스며들기 무섭게 50미터 가까이 쭈욱 길어졌다.

이내, 맹렬하게 허공을 그어버린다.

번개같은 백현의 공세에 당황한 듯 째빠르게 팔을 들어 막아내는 거신.

아니 막았다고 생각했지만···.


싹둑~!


공간참의 강기는 그리 녹록하지 않다. 팔목을 넘어 어깨까지 통째로 떨어져 나갔다.


쿠아아아아!!!


쿠궁~!


그 육중한 팔이 바닥에 떨구어지자, 마치 산사태라도 난 거 마냥 돌 부스러기와 먼지가 주변 일대를 뒤덮는다.

연기가 가시고··· 팔목의 잘린 단면이 드러났다.

얼마나 날카로웠는지 잘린 단면이 자로 잰 듯 아주 반듯했다.

거신이 죽일듯 한 시선으로 허공에 떠 있는 백현을 노려본다.


덜컥!


돌연, 거신의 가슴 부분에서 해치마냥 작은 공간이 스르륵 열리더니, 금발의 한 존재가 느긋하게 걸어 나왔다.

머리에 두 개의 뿔이 달린 압도적인 마력을 방출하는 남성.


"헐··· 이따위 작은 변방의 세계에··· 너 같은 놈이 존재하다니. 재밌군, 재밌어. 크크크."


갑작스럽게 등장한 놈에게 백현이 물었다.


"네놈은 누구지?"

"나?·· 크크크··· 너 같은 하찮은 생물과는 격이 다른 존재, 마왕 퀠레우스다."


그렇게 중얼거린 그가 벌레보듯 경멸스런 눈빛으로 여기저기를 둘러본다.


"이따위 더러운 쓰레기 같은 별도··· 잘만 정비하면 몬스터의 우리 정도로는 쓸 수 있겠군."


놈이 품평하듯이 떠들었다.


"뭐, 몬스터 우리? 무슨 개소리인지 모르겠지만, 다시는 아가리를 못 털도록 아그작 씹어먹어 줄께."

"크크크··· 가소롭기 그지없네. 고작 장난감의 손 하나 날렸다고··· 기고만장이라니. "


손을 들어 올려 작게 핑거 스냅을 날리는 마왕 퀠레우스.


딱.


동시에, 바닥에 떨구어져 있던 거신의 팔에서 균열이 발생하더니, 잘게 부서져 허공으로 떠 오른다.


스스스슥!


이내, 잘린 거신의 어깨 쪽으로 빠르게 모여들어 팔목이 재생되고, 순식간에 원상태로 복원되었다.

언제 팔이 잘렸다는 거 마냥 정상으로 되돌아온 거신은 다시 한번 크게 울부짖는다.


크아아앙~!


"다시 놀아보자고. 하찮은 인간! 과연, 얼마나 버틸지 볼까···."


그렇게 퀠레우스와 백현의 죽음의 사투가 시작되었다.


3일 밤낮으로 벌어진 치열한 전투.


음!!!


뭐 보다 싶히 패했다.


마지막, 마왕에게 치명상과 함께 뿔 하나를 잘라 버리긴 했는데···.

분노한 놈이 펼친 오의에 의해 몸의 절반이 날아가는 건 물론, 주변 일대 전부가 칠흑처럼 어두운 웜홀에 빨려 들어가 버렸다.

분하게도 거기까지가 피육으로 이루어진 인간의 한계였던 거 같다.

어쨌든, 반갈죽된 자신을 포함해, 살아남은 부하들 상당수도 그 웜홀에 휩쓸렸던 거 같던데······.


어떻게 되었으려나.


아마 다 죽었겠지.


자신 역시 아무것도 없는 어두운 무의 공간을 잠시간 떠 돌다가 그렇게 숨이 끊어졌다.


하~~


"그 퀠레우스 개새끼."


이후로도 백현은 한참을 욕하다 겨우 잠들었다.



...

..

.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


삐빅~! 삐빅~!


"어!? 뭐야? 본좌가 자는데 누가 감히···!!"


어둡고 좁은 방안. 너무도 낮선 공간이다.


"여기는? 아!? 그렇지·· 우혁의 방."


싸늘한 방 안의 공기가 마치 현 상황의 암울함을 표현하는 거 같다.

그러다, 문득 오른쪽 눈 위에 반투명한 뭔가가 깜빡거리고 있는 걸 발견한다.


어!?


[아카식 레코드 100% 인스톨 완료.]


"응? 뭔 100프로!?"


신경 쓸 게 많아서 관심을 끊고 있었는데, 느리게나마 계속 숫자가 올라가던 것이 100%를 채우고 드디어 완료되었다.


'이게 다 돼서 알림 같은 게 울렸던 건가?'


그런데,


[아카식 레코드 시스템 대기 중···]


이라고 멘트가 바뀌고 아무런 변화가 없다.


'뭐야?'


뭔가 요상한 일이 벌어질 거 같아 기대했는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손으로 휘져어 보거나.


"새끼야. 뭐라도 좀 해보지."


육성으로 명령을 내려봤으나, 역시나 묵묵부답.


하~


백현이 탄식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다 문득, 앞을 보았다.

어지럽고 더러운 방이 자신을 반긴다.


뭔지 모를 아카식 레코드에 대한 호기심은 잠시 접어두고, 방 청소부터 해야 할 판이다.

딱 봐도 한동안 계속 지내게 될 장소인데··· 이렇게 더러운 건 아무래도 품위에 안 맞는다.


'흐음···'


일단 먹은 거부터 치우자.

좌식책상 위에 지저분하게 놓인 빈 라면 용기를 치우는데, 여기저기 국물이 묻은 회색 빛깔의 판때기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아··· 이건 처음부터 책상 위에 놓여 있던 것으로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라면 받침대로 썼던 물건이다.


국물이 묻었던 곳을 손으로 쓰윽~ 닦으려던 순간.

불현듯, 뇌리에서 떠오르는 정보들.


삼송전자 스페이스북 플렉스 알파 NT700QC- A72

CPU : 코어S7 - 1005U 쿼드코어 , 램: DDR4 8GB , 용량: SSD 500GB , 디스플레이 종류: QLED , 해상도:1920X1080······.


에엥? 이게 뭐야?


이 철판때기가 컴퓨터 노트북?


'컴퓨터가 뭐지?'


이런 의문을 상기하기 무섭게, 컴퓨터에 대한 간략한 정보가 뒤따라 들어온다.

전기를 이용한 전자 장치로 각종 데이터를 계산 처리하거나, 영상 또는 문서, 세계의 각종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최첨단 전자 기계?

이 우혁이란 놈이 알고 있던 기본상식인 건가?


에휴···.


뭔 개소린지 솔직히 모르겠다. 다만, 이렇게 세세히 알고 있는 걸 보면 왠지 이거에 대한 사용법도 알 것만 같은 기분이다.


일단, 이미 하던 청소를 재빠르게 마무리한 백현은 다시 좌식책상 앞으로 앉았다.

이내, 손을 뻗어 옆면에 이음새 같은 걸 붙 잡고 노트북을 활짝 펼친다.


그러자 드러나는 액정 화면과 키보드.

신기하게 둘러보다가 오른쪽에 구석에 위치한 전원 버튼을 눌렀다.

왠지 이걸 누르면 작동할 거 같다는 생각이 본능적으로 들었다.


지이잉~


작은 소음이 울려 퍼지면서 액정에 불이 들어온다.

화면이 휙휙 빠르게 바뀌면서 윈도우10 로그가 뜨더니, 각종 아이콘이 빼곡히 놓인 파란색 배경이 등장했다.


'오오··· 진짜 뭐야? 요술 상자 같은 건가? 겉보기엔 빛나는 동경처럼 보이기는 한데··· 겁나 신기하군.'


호기심이 치밀어 액정 화면을 손으로 어루만지는데··· 언뜻, 손가락 끝에서 생전 처음 느껴보는 미묘한 기운이 감돌았다.


"어라? 이··· 이건!?"


반가운 마음에 자신도 모르게 육성이 터져나왔다.

설마 하는 심정으로 이번엔 두 손을 쭈욱 내밀어 노트북을 꽉 붙잡았다.

다시 한번 손끝으로 집중을 해 보았더니, 이번엔 확연히 느껴졌다.


이건 분명···.


"내·· 내단???"


작가의말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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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시나리오. (2) - 외전 완. 21.08.10 40 3 12쪽
17 시나리오. (1) - 외전 16화 21.08.09 40 2 11쪽
16 아트필름. (7) - 외전 15화 21.08.07 38 2 16쪽
15 아트필름. (6) - 외전 14화 21.08.06 46 2 11쪽
14 아트필름. (5) - 외전 13화 21.08.05 45 2 11쪽
13 아트필름. (4) - 외전 12화 21.08.04 53 2 16쪽
12 아트필름. (3) - 외전 11화 21.08.03 52 3 12쪽
11 아트필름. (2) - 외전 10화 21.08.02 72 4 12쪽
10 아트필름. (1) - 외전 9화 21.08.02 74 4 12쪽
9 극한 치킨집. (4) - 외전 8화 21.07.31 100 5 11쪽
8 극한 치킨집. (3) - 외전 7화 +1 21.07.30 124 5 11쪽
7 극한 치킨집. (2) - 외전 6화 21.07.29 130 5 11쪽
6 극한 치킨집. (1) - 외전 5화 +2 21.07.29 141 6 11쪽
5 적응. (4) - 외전 4화 +1 21.07.28 150 6 11쪽
4 적응. (3) - 외전 3화 21.07.27 175 7 15쪽
» 적응. (2) 외전 2화 21.07.27 189 1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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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롤로그 21.07.27 297 1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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