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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먹는형제 님의 서재입니다.

드라마 찍는 천마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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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먹는형제
작품등록일 :
2021.07.27 13:27
최근연재일 :
2021.08.10 15:45
연재수 :
1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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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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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1,235

작성
21.07.27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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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프롤로그

DUMMY

사극 복장의 한 남성이 암살자 무리와 대치 중이다.


팟아─


돌연, 남성이 허공으로 높이 뛰어올라, 무려 7번에 달하는 발차기를 날린다. 그것도 줄조차 없이···.


퍼어퍼버버벗퍽──!


눈에 안 보일 정도의 화려한 발놀림에 암살자 모두 한순간에 뒤로 나자빠졌다.


컷──!


모니터로 신을 감상한 감독이 사극 복장의 남성을 호들갑스럽게 칭찬한다.


"이야! 역시 SSD 출신이라 그런가! 액션이 너무 판타스틱 합니다. 완전 죽였어─!"

“평소대로 찍었을 뿐입니다. 하하하”

“오늘 촬영은 여기까지고 다음 촬영 일정은 3일 뒤입니다. 그때도 지금과 같은 화려한 액션 신 기대할께요.”

“저, 남지석입니다. 걱정 않으셔도 됩니다.”

“크하하하. 걱정은요. 당연히 믿습니다."


간단히 인사를 마친 후 세트장을 빠져나오는 남배우를 향해 다가오는 사람들이 있다.

미리 인터뷰 약속을 한 '스타팩트'의 기자들이었다.


“황홀한 액션 신 덕분에 잘 담았습니다. 진짜 언제 봐도 남배우님의 액션은 정말 예술입니다. 예술. 괜히 30만 팬클럽을 거느린 게 아니네요. ”


기자의 칭찬에 남지석의 콧대가 한껏 높아진다.


“그냥 감독이 시킨 대로 살짝 재주 한번 부려본 것뿐이에요. 너무 공치사하니 몸 둘 바를 모르겠네요.”

“에이. 참. 오버 없이 그냥 있는 사실대로 말한 거 뿐인데요 뭘···. 이번엔 시청률도 20%를 돌파하면서, 애초에 걸어둔 공약 10%를 넘어선 상황인데, 그럼 '아는 형들'에 출현하셔서 그 위대한 작품의 썰을 푸시는 겁니까?

“뭐! 약속이니 지켜야죠. 허락도 이미 받아 논 상태고···.”

"거기에, 이번 드라마 여주이신 한세진 역시 같이 출현······.”

...

...


간단히 인터뷰를 끝낸 남배우는 매니저의 안내에 따라 주차장으로 향했다.

주차장에 도착하고 보니, 백여 명이 넘는 수많은 인파가 몰려 있다.


전부 남지석 이란 이름이 새겨진 풍선을 들고 있는 젊은 여성 팬들로, 30만 팬클럽 남사모에서 나온 회원들이었다.


“우와왕! 남지석이다. 사랑해요 오빠!”

“얼굴, 몸매 완벽 그 자체. 오빠. 이쪽 좀 봐주세요. 사진 좀 찍게!”

“사극 풍 복장도 왜 이렇게 잘 어울려요!”


그가 나오기를 무려 2~3시간 동안 죽치고 기다린 팬들에게 하나하나 인사하거나 손을 흔들어 호응해주는 남배우.

수많은 여성 팬들을 뚫고 겨우 거무스레한 밴에 탑승한다.


“에휴. 처음엔 이런 반응 좋았는데··· 맨날 이러니, 좀 힘드네.”

“에이! 막상 팬들 안 오시면 실망하실 거면서.”


행복에 겨운 그의 투덜거림에 운전대 앉아 있던 매니저가 응대해줬다.


“···뭐. 그럴지도, 어쨌든 다음 스케줄은 뭐지?”

“오늘 마지막 일정으로 본관에서 촬영이 잡혀 있습니다. 시간이 빠듯하니 서둘러 가야 합니다.”

“아··· 그래. 드뎌 오늘부터 시작이군. 어서 가자. 늦으면 큰일 나.”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 바닥만 벌써 10년 차입니다. 무슨 수를 쓰든 딱 맞춰서 도착하겠습니다.“


말이 끝남과 동시에 밴이 도로를 미친 듯이 유린하며 질주한다. 내비에도 제대로 찍히지 않을 한적한 골목길 같은, 그런 지름길을 통해서 말이다.

30분 정도의 광란한 질주 후, 도착한 곳은 조립식 건물이 간간이 보이는 어느 산속의 세트장이었다.


밴에서 다급히 내려 대기실로 향했다.

문을 열자, 자신을 반겨주는 이가 있다.


“여! 남스타 왔어. 좀 늦었네?”

“어우! 최스타. 오늘 바쁘다고 하더니. 생각보다 빨리 왔네.”

“뭐. 조금 바쁘기는 했는데, 여기에 늦게 올 만큼 간땡이가 붓지는 않았다.”

“하긴··· 늦으면 좆 되는거지.”

“참─. 남배우, 드라마 시청률 20% 돌파했다며 축하한다.”

“아니. 뭘. 너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저번 달에 상영한 영화, 천만 달성한 거 축하해. 최배우··· 아니 천만배우님.”


서로 마주 보며 실실거리는 둘.


“근데, 너 오늘 무슨 배역이야?”

“나? 오크 B."

"나는 코볼트 F인데."

"······."

"······."


방금전만 해도 희희낙락하던 그들이 서로의 배역을 가르쳐주자마자, 그 밝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암울해진다.


"으음─ 오늘은 가볍게 10번 정도만 죽었으면 원이 없겠다."

"꿈도 꾸지 마. 최소 20번은 더 될 껄."

"PD님이 적당히 넘어가주셔야 하는데."


두 사람의 눈빛에 언뜻 두려움이 깃들어있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 그들을 재촉해 왔다.


“야─ 잡담 그만하고 빨리 옷이나 갈아입어! 시간 없다. 벌써 준비 다 끝내고 밖에서 대기하는 얘들도 있다.”

“아··· 문선배! 알겠습니다. ”

“죄송합니다. 후딱 갈아입겠습니다.”


날카로운 인상의 문선배는 저번 아케데미 시상식에서 조연 부분 대상을 거머쥔 대한민국에서도 알아주는 실력파 배우다.

뭐, 여기선 우리들의 직속 선배이기도 하고.


푸르스름한 전신 슈트를 주섬주섬 입기 시작하는 남배우.

마무리로 얼굴의 탈까지 쓰자, 훈남의 멋진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다.

그 자리에는 왠 건장한 오크 한 마리가 서 있다.


변형기공의 내기를 움직이자 슈트가 착 달라붙으며 오크의 미세한 근육들은 물론 핏줄 하나하나까지 생동감 있게 움직인다.


“이야. 이건 언제봐도 정말 정교하다.”

“그러게, 핏줄 디테일 봐라. 진짜 예술 그 자체 아니냐.”


최배우··· 아니 지금은 회색 피부의 긴 이빨을 드러낸 험상궂게 생긴 코볼트가 남배우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동조하듯 씨익 웃는다.

분명 탈을 쓴 얼굴인데 너무 세밀하게 움직이는 피부조직으로 인해, 실제로 괴물이 능글맞게 웃는 거처럼 기괴했다.


“이것도 전부 송철호님의 작품이잖아. 정말 대단하신 분이야. 우리의 예상을 아득히 넘어섰다니깐. 게다가··· 그 세트장은 정말··· 어휴. 설마 그런 일도 가능하실 줄이야. ”

“하긴, 나도 처음엔 엄청 놀랐다. 무슨 SF 미래 세계에서 온 줄 알았다니까.”


별 시답잖은 잡담을 나누던 사이.

갑자기 대기실 문이 벌꺽 열리더니, 스탭 한 명이 소리친다.


“촬영시작 5분 남았습니다. 세트장에 모두 모여 주십시오!”

“예! 바로 나갑니다!”




*****




나무 판대기로 대충 허름하게 세워진 건물 수십 채가 산속 한 공터에 이질적인 모습으로 턱 하니 들어서 있다.


그곳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무언가를 준비 중이다.


“잠시 물러나세요. 환영무결진 특수효과 가동합니다! 레디 큐!”


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태극문양의 진 형태로 바닥에 설치된 수 백대의 프로젝트에서 새하얀 빔이 뿜어져 나오더니, 주변 일대를 빠르게 뒤덮는다.


점차 변모되어가는 건물의 외양들.


볼품없는 나무판자들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외벽의 재질이 시멘트나 철판으로 뒤바뀐 건물들이 우후죽순 새로이 나타났다.


낡거나 부서진 마치 폭격이라도 맞은 듯한 거대한 세기말 풍 도시의 전경이 산속 한복판에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환영무결진 이상 없이 가동되었습니다! 이제 배우들 소품 들고 모두 준비하십시오!”


빨간 가디건을 걸친 스탭의 말에 따라, 각종 전신 슈트를 입은 수많은 배우들이 세트장 안으로 진입했다.




*****




'드디어 올 게 온다.'


꿀꺽─


오크B를 포함, 여기저기의 수많은 괴물들이 잔뜩 긴장한 얼굴로 무언가와 대치하고 있었다.

그들의 눈동자는 오직 한 곳에만 고정되어 떨어질 줄 모른다.


수많은 시선이 쏠린 지점엔, 5톤가량의 대형 트럭이 시뻘겋게 불타오른 채 허공에 두둥실 떠 있는 것도 모자라, 맹렬하게 회전까지 하고 있었다. 마치 당장이라도 덮쳐 올 거 마냥 무시무시한 기세를 내 뿜으면서 말이다.


휘리릭─


마침내, 폭탄이 터지는 굉음과 함께 괴물들을 향해 무참히 내려꼽힌다.


쿠오오웅─!


재빠르게 호신강기를 펼쳐 몸을 보호하는 괴물들.

그러나,


쿠과과과앙───!


대형 트럭이 그대로 오크들을 무참히 휩쓸며 지나친다.


쿠에에엑─


수많은 괴물들이 짜부라지거나 튕겨져 날아가 벽에 부딪히는 등, 참혹한 현장이 펼쳐졌다.

그 여파로 대체로 기절하거나, 혹은 짧은 신음성을 흘리며 괴로워하고 있는 가운데, 유독, 다른 괴물들과 달리 자지러지는 비명을 내지르는 오크 한 마리가 있었다.


“우어어억─! ”


운이 좋게도 트럭에 휩쓸리지 않았던 '코볼트 F'가 죽네사네 고통에 몸부림 치고 있던 '오크 B'에게로 다급하게 달려간다.


“나··· 남배우! 괘···괜찮아?”

“내··내팔이! 내··· 내 다리가!?"


오크 B, 즉 남배우라 불린 오크의 팔과 다리가 기형적인 모습으로 뒤틀려 있었다.


그때였다.

부드럽고 아름다운 목소리가 들려온 건······.


“컷─! 다시 찍습니다. "


아리따운 음성의 주인이 오크에게 뛰어간 코볼트를 질책하듯 주시하고 있다.


"함부로 동선에서 벗어나다니.”


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빨간 가디건의 스탭이 고함을 치며 무시무시한 기세로 득달같이 달려든다.


“야! 이 새끼야! 누가 자리에서 이탈하래!”

“아··· 아니 그게 남배우의 팔과 다리가···."

“뭐? 남배우? 이게 스타병 걸렸나? 빠져가지고, 긴장 안 해!”

“죄··· 죄송합니다.”

“일단 원래 자리로 되돌아가. 그리고, 좀 있다 끝나고 보자.”


호통을 친 스탭이 아직도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던 남배우의 몸을 짐짝 옮기듯 한 손으로 끌고 갔다.

세트장 밖에 의무실이란 팻말이 적힌 막사 같은 곳으로 내던지듯 그를 우겨넣는다.


그 의무실 막사 안에는 이미 다친 사람들로 인해 포화 된 상태였다.

남지석처럼 다리나 팔목이 부러지거나, 혹은 허리가 무참히 뒤틀린 자들도 더러 있었다.


의무실 담당자로 보이는 늙은 노인하나가 그 빨간 스탭에게 핀잔을 준다.

“야·· 이놈아 얘들 교육 좀 제대로 시켜, 다들 약해빠져서 다치기나 하고, 병상 안 보여? 자리도 없어 이제!”

“죄·· 죄송합니다. 애들 수련의 강도 좀 높이겠습니다. 그리고 저─ 빨리 장로님이 치료 좀 해주셔야 다음 장면을 찍을 수 있는데···.”

“치잇! 말년에 이게 먼 고생이야. 에잉·· 알았어. 꺼져. 더 이상 환자 안 생기게 잘 좀 하라고 해.”

“네. 주의하겠습니다.”

공손하게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고 빠져나오는 스탭.


노인이 새로운 들어온 남배우의 팔과 다리를 살펴보더니, 가볍게 손을 댄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발생되었다. 노인의 손에서 푸른 빛이 일렁이더니, 아작난 뼈가 눈 깜짝할 새에 달라붙는 게 아닌가.


“치료 다 됐어. 얼른 일어나.”

“아··예 감사합니다. 장로님.”


노인이 혀를 차며 잔소리를 늘어 놓는다.


“쯧쯧! 젊은 놈이 이렇게 몸이 약해서야. 나 때는 안 그랬는데.”

“···예. 제가 수련이 부족했···.”


중도에 말을 끊고, 턱짓으로 세트장을 가리키는 노인.


“알면 됐고, 어서 복귀해! PD가 눈 시퍼렇게 뜨고 너 기다리는 거 안 보여?”


노인의 말대로 한 아리따운 여인이 환한 미소를 머금은 채 이쪽을 지그시 응시하고 있다.

분명 얼굴은 웃고 있으나, 알 수 없는 싸늘한 한기가 느껴져 온다.


“아··· 이런! 죄··죄송합니다. 전 이만···.”


그녀의 집요함이 엿보인다. 고작 오크 한 마리가 빠졌으면 그냥 빠진 대로 촬영하면 될 터인데, 단 하나의 오점도 남기고 싶지 않은 듯 자신의 구상대로 완벽하게 찍어야 직성이 풀리는 예민한 성격인 것 같았다.


"갑니다 가요─! 오크 B 당장 갑니다!"


그렇게 남배우가 후닥닥 뛰어 들어가 서둘러 세트장으로 복귀했다.


남배우는 밖에서는 스타 소리를 들으며 온갖 추앙 받았는데, 여기서는 주연 배우들에게 어이없이 뚜들겨맞는, 그저 괴물 탈이나 쓰고 있던 한낱 엑스트라 잡몹 B였을 뿐이었다······.


과연 밖에 있는 30만 팬클럽 회원들이, 이 사실을 알면 얼마나 황당해 할까?


쿠에에엑~!


환영으로 만들어진 다 부서진 도심 속에서 다시금 돼지 멱따는 괴성이 구슬프게 울려 퍼져왔다.


작가의말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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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아트필름. (6) - 외전 14화 21.08.06 46 2 11쪽
14 아트필름. (5) - 외전 13화 21.08.05 45 2 11쪽
13 아트필름. (4) - 외전 12화 21.08.04 51 2 16쪽
12 아트필름. (3) - 외전 11화 21.08.03 51 3 12쪽
11 아트필름. (2) - 외전 10화 21.08.02 72 4 12쪽
10 아트필름. (1) - 외전 9화 21.08.02 74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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