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냥이목소리 님의 서재입니다.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이세계 소환수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라이트노벨

냥이목소리
작품등록일 :
2020.05.30 18:26
최근연재일 :
2020.08.01 18:02
연재수 :
5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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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44
추천수 :
95
글자수 :
350,891

작성
20.06.11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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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1쪽

뻔한 클리셰 - 6

DUMMY

······459걸음.

이 숫자의 의미는 갈림길에서 갈림길까지의 거리를 나타낸다.


그리고 그 사실을 방금 증명했다.


······마력이 빠져나가는 뿔.

그것은 이미 손에 없었다.

리아의 가방에 뿔도 이미 없었다.


그 이유는 아직 증명하지 못했다.


정면에는 T자 갈림길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걸음을 멈춘 그 자리에 있다.


처음과 끝이 같은 갈림길에 위화감을 어느 정도 느꼈지만, 지금 그 위화감은 방대하게 커져, 머릿속을 지배했다.


이 던전에 들어오고 난관이라고 생각했던 첫 번째는, 다시 눈앞에 직면했다.


······아니, 사실 처음부터 첫 번째는 끝나지 않았다.


두 번째, 세 번째, ······, 이딴 건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


굳이 따진다면 이번 갈림길은 다섯 번째.


말도 안 되잖아.


이 던전이 한쪽으로 돌고 도는 소용돌이 같은 길이라고 한다면, 다섯 번째 『갈림길』이란 것은 존재할 수 없다.


“이번에도 왼쪽······.”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같은 선택에 의해 똑같은 상황에 다다름에 따른 죄책감이, 같은 선택을 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이번에도 틀리면, 또 똑같은 상황을 되풀이 하고 만다.


괜찮은 건가? 이대로 가도, 똑같은 선택을 해도, 정말로······.


“크윽, 이제 나도 모르겠다. 도박이다. 이번엔 오른쪽으로······.”


목소리엔 자신감이 없다.


그럼에도 도전해볼 가치는 있다고 생각했기에, 어리석은 선택이라고 생각 한 쪽 구석에 박아놓았던, 버려진 선택지를 택했다.


선택의 무의미함을 알지 못한 채······.


60, 70, 80, 90······.

노랑, 주황, 주홍, 빨강······.


어느 길을 가던, 계속되는 루프.


만나는 마물, 호각수는 점점 더 강해지고, 거대해지고, 기괴해진다.


그런데도 탈출할 기미는 눈곱만큼도 보이지 않는다.


루프에 퍼즐 조각처럼 퍼진 사고를 맞추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아홉 번째 루프, 갈림길과 마주했다.


“이번엔 100짜리 호각수에, 무슨 색이지? 빨강은 이미 지나갔는데······.”


스스로도 정신적으로 지친 걸 알 수 있을 만큼, 목소리에 힘과 의지가 빠져 있었다.


이미 지나간 건 색뿐만 아니라, 레벨도 이미 수치화 된 우리의 최대 레벨인 세이트의 레벨도 진즉에 넘었다.


솔직히 이제 레벨이고, 색깔이고, 뭐고, 상관없다.


나가고 싶다.


어둡고, 마물이 있고, 쉴 수도 없는 이곳은······.


재미없다.


“이쪽으로 가자······.”


“······.”


리아는 내가 걱정스러운 듯 쳐다보지만, 본인이 할 수 있는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인지한 듯, 고개를 떨어뜨렸다.


······이런 게 아닌데, 행복해야 되는데.


내가 여기 있는 이유는, 리아에게서 받았고, 그녀를 위해 움직이는 것인데.


그런데······.


아, 걸었다.

126걸음······.


역시 감지가······.


“······!!”


돌을 긁어내는 거대한 굉음이 앞쪽 어둠을 뚫고 고막을 울렸다.


천둥 같이 울려 퍼지는 소리에 이제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것이 다가오는 것이라고 느껴진다.


감지되는 살기는 감지뿐만 아니라 눈에도 보일정도로 공기가 일그러져 있었다.


일그러진 어둠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건······.


“뭐야······. 이거 같은 거 맞아···?”


호각수······.


검은 바탕에 빛나는 적색 줄무늬,

머리와 등, 어깨 등 온몸 여러 부위에 난 뿔,

거대한 입으로도 감추지 못한 거대한 송곳니,

범의 얼굴은 온대간대 없는,

문자 그대로 괴물이 던전을 채우는 거구로 던전을 부수면서

어둠에서 그 모습을 드러냈다.


세이트는 본능적으로 장검을 뽑았고, 나도 자세를 취해 리아를 등지고 섰다.


“······.”


세이트는 빠른 속도로 호각수의 정면으로 육박했다.


······그러나 세이트의 돌진은 일순간 거부당했다.


일순간······.


그것은 속도가 아니었다.

속도라고 불리면 안 되는 것이다.


마물은 말도 안 되는 속도의 앞발로 세이트를 벌레를 대하듯이 쳐냈다.


앞발의 움직임은 너무도 순간적.


세이트는 빠르게 날아가 석재 벽 한쪽을 함몰시키고 쓰러졌다.


“세이트···!!”

“세이트씨···!!”


"······!"

 

괴물은 자신의 승리를 알리기라도 하는 듯, 던전이 떠나가라 포효했다.


시간을 멈추기 위해 움직인다······.


괴물의 속도를 보기위해 시간을 멈춰야한다.


괴물을 향해 달려가자, 세계는 잿빛으로 물들었다.


하지만 위화감 넘치는 움직이는 괴물은, 멈춘 시간에 구애받지 않았다.


멈춘 시간 속에 앞발은, 내게 빠른 속도로 날아온다.


보인다···!


빠르지만, 보인다.


그러니까, 조금만, 조금만 더 느려지게 한다면,


내가 더 빠르게 된다면······.


오감이 묘한 느낌을 받으면서, 앞발의 속도가 점점 느려지는 것이 느껴졌다.


‘이 정도면, 충분해! 핫···!!’


말이 나오지 않는다.


흐르지 않는 듯한 시간 속 소리는 아주 가까이 있어도 전달되지 않을 만큼 느려졌다.


상관없다.


저 거대한 괴물, 호각수와의 거리를 좁힐 수 있으면, 그걸로 충분하다.


날아오는 앞발로 뛰어, 그 앞발을 발판삼아 도약해 괴물의 얼굴과 마주했다.


마주한 괴물은 눈에서 빛을 내며 나를 주시하며, 아가리를 천천히 열려고 했다.


‘늦었어!’


괴물의 아가리를 여는 판단은 당연하지만, 이미 늦었다.


그리고 너무 느리다.


주먹을 꽉 쥐고, 그 주먹을 스트레이트로 호각수의 코에 꽂아 넣었다.


‘······!’


그 순간 시간은 원래대로 흐르고, 가공할 만한 위력에 던전 내부는 강력한 돌풍이 휘몰아쳤다.


괴물은 코가 함몰 직전까지 간 고통에 포효하며, 자신이 부수면서 온 던전 통로를 다시 한 층 더 크게 부수면서, 어둠의 뒤로 나가떨어졌다.


리아는 돌풍을 방어 마법으로 본인이 날아가는 것을 방지했고, 세이트는 아직 벽에 박혀서 기절해 있는 상태에 벗어나지 못했다.


“어이, 세이트! 괜찮아!”


난 주먹을 내지르고, 착지한 후, 기절해 있는 세이트에게 달려가 상태를 확인했다.


아직 숨은 붙어있어.


어서 빨리 리아에게······.


“······!”


마물이 나가떨어진 어둠 속에서 분노어린 포효가 들려온다.


죽지 않은 건가?

게다가, 기절도 아니라고?

제길······.


여태까지 중에 가장 강한 공격이었는데······.


난 나의 약함에 이를 갈았다.


강했다고 생각했던 공격은, 결국 자만심으로 똘똘 뭉친 허세덩어리였던 건가.


“크윽······. 작전상 후퇴다! 리아!”


“어? 으잉···?!”


난 기절해서 쓰러진 세이트를 한쪽 옆구리에 안고, 돌풍을 버티면서 눈을 감고 서있던 리아를 나머지 한쪽 옆구리에 안았다.


그러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왔던 통로를 되돌아 뛰어갔다.


······쓸데없는 짓인 걸 알면서도······.


“제길, 왜 막혀있냐고!! 여긴 도대체 뭐야? 던전이고, 미궁이고, 자시고, 그냥 갇혀버린 거잖아!”


‘쿵···!’


“하준······.”


역시나 『벽』에 의해 막혀있는 통로에 답답한 마음을 표출했다.


단단한 벽을 이마로 쳤음에도 상처하나 없음에 이세계를 실감했지만, 거지같은 상황과 맞물려서 쓸데없는 생각을 한 내가 다시 한 번 싫어졌다.


리아는 무릎을 꿇고 기절해있는 세이트에게 치유마법을 걸어주면서, 걱정스럽게 내 이름을 불렀다.


그 부름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에, 난 너무나도 큰 좌절감을 느꼈다.


이제 무엇 하나 제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다.


“······!”


포효가 가깝다.


『독 안에 든 쥐다』라는 관용구가 어울리는 상황이다.


내가 지킨다고, 반드시 그런다고 다짐했는데, 뭐가 어쨌든 간에 살려낸다고 약속했는데······.


“······생각, 생각해, 생각하라고. 한탄할 여유가 있으면, 생각이나 쳐 하라고!!”


‘쿵···!’


난 어둠으로 가득 찬 머리가 너무 한심스러워서, 다시 한 번 벽에 세게 박치기했다.


여기서 포기할거야?


책임이고 뭐고 전부 다 내던지고서,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것으로 후회나 쳐하면서 뒤질 거냐고!


소환된 주제에 지키지도 못하고, 리아를, 세이트를 죽게 내버려둘 거냐고!


리아도, 세이트도 절대 마음대로 죽게 내버려두지 않을 거야.


이기적이라고 해도 좋아.


그러니까 생각해, 생각해.


‘쿵···!’


생각해, 생각해, 생각해내.


‘쿵···!’


생각해생각해생각해생각해생각해생각해생각해.


‘쿵···!!’


타개책을 생각해 내란 말이야···!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

아무것도, 아무것도······.

······없다.


‘후두둑······.’


연거푸 박치기를 해대던 벽에 머리를 때자, 작은 무언가가 발밑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돌···조각···? 그렇다는 건······.


발밑으로 둔 시야를 박치기를 해대던 벽으로 옮겼다.


벽에는 돌 조각이 적게 떨어져 나간, 작은 균열이 일어 있었다.


“············하, 하하, 하하하하하하, 하하, 하······”


웃음이 다 나온다.


진짜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멈추지 않는다.


이제 것, 이 세계는 현실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세계를 현실적으로 바라봤다고 생각했는데······.


“정신 똑바로 차려!!!”


완벽하게 꽉꽉 막혀서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뻔한 클리셰에 걸려들어 놓고는 허세부리고 있었던 거다.


난 힘껏 박치기를 해서 퇴로를 막고 있던 벽을 허물었다.


안경 덕에 게임처럼 보이는 세계지만,

의식주에 돈이 들고,

한 번 죽으면 그대로 인생 끝인 현실적인 현실.


이세계를 현실로 생각하지 않으면,

리아가 죽는다고 단정을 짓고 돈을 벌어다가 리아에게 투자하고,

리아를 습격하는 마물을 죽이고,

수련하는 리아를 도와준다.


그래야만 이세계가, 리아가 유지가 된다고······.


“미친, 제일 게임 같은 마인드로 이 세계에 발을 들였잖냐!”


난 RPG게임을 하고 있었던 거나 다름이 없었다.


완전 캐릭터를 키우고 있던 거다.


레벨을 올리는 것만이 절대적이고, 던전에 기대를 품고, 이세계에 두근거리는 일상을 꿈꾸다니.


제일 멍청한 생각들만 하고 앉아있었다.


현실은 재미없다고 내팽개친 지 오래면서,

이곳에서는 현실적으로 생각한다고 착각하고 있었던 거다.


현실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면,

난 대체 왜 던전의 벽은 부술 수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인가.


쉽게 말해, 왜 『맵 훼손』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인가······.


“······!!”


벽이 무너져 내리자 여태까지 지나왔던 가공된 석재 통로가 아닌, 자연동굴 같은 통로가 있어 위화감이 느껴진다.


포효가, 벽을 긁는 굉음이 가깝다.


이대로 있다간 몸이 두 동강나던, 이빨에 씹히면서 먹히던, 살해당하는 건 순식간이다.


난 회복마법을 쓰고 있던 리아와, 기절해 있는 세이트를 다시 안고, 자연동굴 통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울퉁불퉁한 바닥은 한 발자국 디딜 때마다 도약하기 어려운 지형의 연속이고,

벽과 천장은 자칫 잘못해서 부딪히기라도 하면 몸이 바스라질 것 같이 불규칙적이고 험난한 길로 되어있다.


게다가 뭔지도 모르겠는 기분 나쁜 액체가 천장에서 새어나오고, 바닥에도 고여 있어 불쾌감이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도대체, 어디로, 이어지는 거야! 에잇! 이 액체 뭐야? 기분 더럽게···.”


“하준, 앞에 빛이···!”


리아가 내 옆구리에 안겨있는 채로, 앞에 보이는 빛을 스태프로 가리켰다.


확실히 빛이 보인다.


자세히 보니 바닥에 빛이 샘처럼 고여 있는 형태로, 마치 포탈처럼 보인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그 빛으로 확인하건데.

이제 막다른 길에 공간이 넓다. 유일한 길은 아마도 저 빛···.


“아! 이제 몰라! 뭐든 될 대로 되라! 간다아아앗!”


샘의 빛이 비추는 동굴의 거대한 방에 들어왔다.


빛을 향해 일직선으로 달린다.


빠르게는 달릴 수는 없다.


리아와 세이트는 방어력이 특히나 낮기에, 이를 무시하고 빠르게 달려 나갔다가는 그녀들의 몸이 산산조각이 날 것이다.


괜찮아, 이제 거의 다······.


“······!!!”


호각수의 포효가 가깝게 느껴지는 것 같다.


아니, 가깝다.


거대한 무언가가 뒤쪽에서 감지되고, 굉음이 온몸을 꿰뚫는 기세로 육박하고 있다.


마물에게는 비좁은 동굴 통로를 부숴가면서 달려오는 호각수가, 동굴 파편을 흩뿌리며, 빛의 방 안으로 난입했기 때문이다.


앞발만 내밀면 닿는 거리.

손만 뻗으면 닿는 거리.


적과의 거리는 너무나도 가까워져서, 또 리아와 세이트를 안고 있어서 도저히 손쓸 수 없는 상황······ 이지만.


‘쿵···!!’


“손이 안 되니까. 발이라도, 뭐라도 써주마! 받아라!!”


발을 세차게 굴러 공중으로 떠올라 옹달샘 한가운데 위로 튀어 날아가며, 뒤로 돌아 호각수의 모습을 제대로 봤다.


이미 양 앞발은 내 양쪽을 감쌌고, 크게 벌린 아가리 속에 보이는 무수한 이빨이 나를 향해 있었다.


난 리아와 세이트를 위로 던져놓고, 발을 뒤로 쭉 빼, 그대로 허공을 발로 차면서,

신고 있던 한 쪽 슬리퍼를 괴물의 머리를 향해 날려 보냈다.


대포알처럼 날아가는 슬리퍼는 괴물의 이마의 거대한 뿔을 관통하고, 머리에 가공할만한 위력으로 꽂혔다.


“······!!!”


슬리퍼의 위력에 목이 꺾인 호각수는 괴상한 포효를 내지르며, 그대로 몸이 뒤집어지면서 나가떨어지고 있었다.


'······.'


그 괴물의 바닥에 곤두박질치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새하얀 빛이 몸을 감싸고 주위에는 흰색 빛 말고는 볼 수 없게 되었다.


빛의 샘······ 몸이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빠져버린 것이다.


떨어지고 있다.


눈에 보이는 건, 이상하게 눈부시지 않은 새하얀 빛이지만, 밑에서 불어오는 풍압이 현재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몸에 힘이 빠지면서, 왠지 모르게 편안한 기분에 빠져들었다.


끝난······건가?


이번에는 제대로 된 길이겠지?

이제 잘못되지 않겠지?

내가 다 구한 거겠지?


아아, 내가 다 끝장낼 뻔해놓고 뻔뻔하게······.


가장 앞으로 나서면서

가장 멋진 척했으면서

가장 많이 아는 척했으면서.


가장 민폐란 민폐는 다 끼치고, 가장 뭘 모르는 놈이었잖아······.


이세계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고,

이세계에서의 나의 대해서도 모르고.


그러고 보니 리아에게 아직 내 얘기를 못했는데···.


오자마자······ 아아··· 기억하기 싫어.


흑역사다 흑역사.


결국 하나 더 생겼네.


하아······. 이게 내가 원하던 이세계 생활인가?


누구한테 뭐라고도 못하겠구만···.


그런 관계로, 이번에는 꼭 리아에게 말해줘야겠어.


내가 누군지······.


뭐, 이렇게 다짐해봤자, 현실은 그냥 평범한 고2지만.


······마음속 독백이 끝나자마자 날 감싸던 빛이 사라졌다.


정확히는 사라진 게 아니라 멀어지고 있다.


빠지기 전에 보았던 빛의 샘처럼.


빛이 점점 멀어지자, 그 근처에 작은 빛이 여러 개가 보인다.


하나, 둘, 셋넷다섯·········.


그 수는 점점 많아져, 눈으로 다 셀 수 없을 만큼 빛이 방대하게 많아져있었다.


위화감에 고개를 살짝 기울이자······.


“별···?”


별···처럼 보이는 수많은 빛이 어두운 배경에 은하수처럼 아름답게 장식되어있다.


“아름답잖아······.”


떨어지면서 보는 밤하늘의 별, 같은 것을 보니 뭔가 마음이 힐링되는 기분이다.


이대로 편안하게 추락되고 싶다.


절대 정상적인 생각이라곤 말 못하지마는.


“이제 떨어지는 걸 기다리면 되나? 모든 걸 내려놓은 비워진 상태로 편안하게······.”


내가 입으로 얘기한 거지만, 내가 발음한 말들에 너무나도 위화감이 느껴졌다.


“편안하게···? 모든 걸 내려놓은······ 비워진······, ······!!?!!!?!”


없다. 없다없다없다.


있어야 하는 두 명이 없다.


어디에? 어디로? 어디지? 언제? 도대체 언제?


머리를 굴린다.


이 상황이 어떻게 된 건지 사고를 가동시키는 것과,

시야를 넓히기 위한 이중적인 의미로.


“리아! 세이트! 리아! 리아!!!”


떨어지면서 맛보는 풍압 덕에, 정확하게 들리지 않은 음성으로 소리쳐 이름을 부른다.


하지만 보이는 시야 어디에도 없다.

감지에 없다.

대답이 없다.


나와줘,

곁에 있어줘,

대답해줘······.


“하준···!”


멀리서 목소리가 들린다.


놀란 목소리가,

동시에 다행이라고 안도하는 목소리가.


목소리의 잔향을 따라서 시야를 바로 잡았다.


그 곳엔 허우적거리는 리아가 작은 점처럼 보였다.


공중에서 엎드리고, 팔과 다리를 넓게 펴서 리아와 조금이라도 가까워지게 공기저항을 늘렸다.


“리아! 무사해?”


그녀와의 거리가 가까워지자, 곧바로 무사를 물었다.


당연한 것을 물어보는 거지만, 리아를 보자 다행이라고 생각해 자동적으로 말이 튀어나간 것이다.


그녀는 당연히 무사.

상처 하나 없이 매우매우 건강한 상태.


같이 수직낙하하고 있다는 상황을 제외하면 말이다.


“하준! 세이트가!”


리아는 급박하게, 빛나는 스태프로 한쪽 방향을 가리켰다.


그 방향을 주시하니, 어두운 배경에 조화되어 잘 보이지 않는 칠흑의 검객, 세이트가 기절한 채로 수직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난 세이트를 잡으려고 손을 뻗고 허우적대지만, 손이 닿기에는 너무 멀다.


“세이트···! 제발 닿아라! 제발···!”


이런 곳에서 개죽음 당하는 걸 그냥 보고 있을까보냐.


이제야 빠져나왔는데.


절대 바로 못 보내!


닿아라···! 제발···!


손을 뻗는다.

닿지 않는다.

허공을 헤엄친다.

도달하지 않는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다.


절대, 절대 여기서 죽게 내버려두지 않아···!


“『매직 실드』!”


영창 소리가 들리자, 세이트를 둘러싸는 흰색 반투명한 방어막이 생성되었다.


영창이 들리는 방향으로 고개를 틀었다.


한 손으로 모자를 잡고, 남은 한 손으로 꽉 잡은 스태프로 세이트를 가리키고 있는 리아가

황안을 반짝이며 굳은 의지로 마법에 집중하고 있었다.


“『매직 실드』『매직 실드』『매직 실드』『매직 실드』『매직 실드』『매직 실드』!”


리아가 연거푸 지원 마법을 영창했다.


세이트를 두른 방어막이 중첩 되어, 두꺼워지고 반투명의 옅은 흰색은 점점 짙어졌다.


그와 동시에 떨어지는 우리는 점점 바닥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별빛이 비추는 지면은 그 모습을 드러냈고,

계속해서 세이트에게 지원 마법을 거는 리아는 아직 상황을 인지하지 못했다.


“······『퍼펙트 실드』!!”


쥐어짜는 듯한 영창을 마지막으로 정하고, 난 스태프를 잡은 리아의 뻗은 손을 잡아 끌어 리아를 내 품에 안았다.


충격을 줄이기 위해 리아를 내 위에 두고, 몸에 딱 붙도록 꼭 안았다.


“좋아. 이제 충격에 대비를······!”


‘쿵···!!!’


지면에 등이 닿자마자 흙먼지가 터지고, 거대한 크레이터를 만들어냈다.


맨땅에 등치기를 한 나는 엄청난 고통을 동반한 충격이 온 몸에 고스란히 전해지······지 않고,

떨어진 자세를 그대로 유지한 채 크레이터 중심에 고통 하나 없이 누워있었다.


“콜록, 콜록, 아으 먼지. 나 어떻게 살아있는 거냐? 엄청 높은 곳에서 추락했는데도 정말 기묘할 정도로 안 아파. 역시 말도 안 되는 방어력, 인 건가? 리아 무사해?”


엄청난 고도에서 떨어져 몸의 일부가 지면에 박혔음에도 너무 멀쩡한 몸에 감탄한 다음,

내가 안고 있는 리아에게 무사를 물었다.


겉으로만 보면 아주 멀쩡한 상태.


다행이도, 상처 하나 없다.


난 상체를 세우고, 고개를 돌려서 피어오른 흙먼지 사이로 세이트를 발견했다.


흰색 방어막이 유지된 채로 떨어져 방어막 안에 있는 세이트는 충격으로부터 완벽하게 보호된 것을 알 수 있었다.


드디어 별 탈 없이······.


“······.”


대답이 없다.


공포심 때문인지, 본인도 살아있는 게 어이없어서 말도 안 나오는 건지.


나로선 알 수 없다.


‘팅···티팅팅······.’


갑자기 내 옆으로 쇠파이프가 떨어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쇠파이프가 아닌 리아의 스태프.


빛이 사라져 있었다······.


나는 리아를 살짝 흔들었다.

반응이 없다.


다시 한 번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반응이 없다.


눈을 가린 앞머리를 거두고 아주 살짝 꿀밤을 때렸다.

반응이······.


눈을······감고 있다······.


“리아······. 리아. 리아! 어이! 리아!!”


하염없이 눈을 감고 있는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숨결이 닿을 만큼 지근거리에 있음에도 목청껏 소리쳐 그녀를 불렀다.


하지만, 반응이 없다······.


“아······아···아”


그때, 내 감지범위에 눈치 없이 들어온 불청객들이 우리를 중심으로 원으로 둘러쌌다.


그 존재들이 내뿜는 빛 덕에, 완전히 포위되고 있다는 걸 알아챘다.


난 내 안에 슬픔과 분노가 차오르는 상태로, 눈을 뜨지 않는 두 명과 함께 또 다른 시련을 맞이했다.


작가의말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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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뻔한 클리셰 - 6 +1 20.06.11 24 2 21쪽
26 뻔한 클리셰 - 5 +1 20.06.11 26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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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뻔한 클리셰 - 3 20.06.10 25 0 14쪽
23 뻔한 클리셰 - 2 +1 20.06.09 31 1 12쪽
22 뻔한 클리셰 - 1 20.06.09 31 1 13쪽
21 시간의 흐름과 비례하는 고통 - 5 +1 20.06.08 38 1 12쪽
20 시간의 흐름과 비례하는 고통 - 4 20.06.07 35 0 13쪽
19 시간의 흐름과 비례하는 고통 - 3 20.06.07 37 0 14쪽
18 시간의 흐름과 비례하는 고통 - 2 20.06.06 40 0 13쪽
17 시간의 흐름과 비례하는 고통 - 1 20.06.06 40 1 14쪽
16 검의 여인 - 5 +1 20.06.05 54 2 13쪽
15 검의 여인 - 4 20.06.05 55 1 13쪽
14 검의 여인 - 3 20.06.04 61 2 17쪽
13 검의 여인 - 2 20.06.04 65 1 13쪽
12 검의 여인 - 1 20.06.03 73 1 13쪽
11 낯설지 않은 새로운 세계 - 4 20.06.03 73 2 13쪽
10 낯설지 않은 새로운 세계 - 3 +1 20.06.02 79 2 12쪽
9 낯설지 않은 새로운 세계 - 2 20.06.02 80 1 12쪽
8 낯설지 않은 새로운 세계 - 1 20.06.01 97 1 12쪽
7 다시 시작하는 - 3 +1 20.06.01 98 1 12쪽
6 다시 시작하는 - 2 20.05.31 104 1 12쪽
5 다시 시작하는 - 1 20.05.31 123 2 13쪽
4 갑자기 또 갑자기 - 3 +2 20.05.30 169 4 14쪽
3 갑자기 또 갑자기 - 2 20.05.30 192 7 12쪽
2 갑자기 또 갑자기 - 1 +1 20.05.30 269 5 12쪽
1 꿈 - 0 +2 20.05.30 421 19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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