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냥이목소리 님의 서재입니다.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이세계 소환수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라이트노벨

냥이목소리
작품등록일 :
2020.05.30 18:26
최근연재일 :
2020.08.01 18:02
연재수 :
5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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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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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글자수 :
350,8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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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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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뻔한 클리셰 - 5

DUMMY

세이트가 먼저 앞서가는 바람에, 그녀는 리아의 빛마법이 닿지 않는 어둠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한 쪽 눈밖에 안 보이는 게, 빛도 없이 멋대로 앞서나가면 어쩌자는 거야?!


‘······! ······!’


감지로 세이트의 위치를 확인하면서 달리는 도중, 정면에서 날카로운 금속음이 날아와 고막을 울렸다.


앞에서 전투가 벌어진 것이다.


그렇다는 건, 세이트는 지금 빛도 없이 전투를 하고 있단 것인가.


예상치도 못한,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암흑으로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곳에서 터무니없는 짓을 하고 자빠졌어!


“세이트! 괜찮은 거냐? ······죽지마라. 아직 나한테는 초중반이라고. 엔딩보기 전에, 이딴 곳에서 무덤이나 만들고 자빠지긴 싫단 말이야!”


난 속도를 내어 세이트가 있는 쪽으로 계속 달려간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리아의 빛은 정면에 무언가를 비추었다.


어둠과 동화된 칠흑의 후드가 동작 이후였던 것인지 펄럭이는 모습이 보인다.


“세이트! 무사한 거냐?”


난 멈춰 서서, 뒤돌아 서있는 세이트의 등에다가 목숨의 안녕을 물었다.


내 말을 들은 세이트는 천천히 이쪽을 향해 몸을 돌린······.


“야! 너, 피가···!”


뒤로 돌아 정면을 보인 세이트는 검에는 물론, 목과 복부에 피가 흥건하게 묻어있었다.


바디슈트 같은 갑옷은 찢겨진 듯 손상되어있었고, 쓰고 있던 후드의 일부가 찢겨져 있었다.


그 모습에 난 중상을 입은 꼴을 한 세이트에게 달려갔다.


몇 발자국 지나지 않아 그녀 뒤에 보이는 배경을 확인했다.


검은 실루엣이 세이트를 감싸듯 거대하게 있고, 바닥엔 피의 바다가 펼쳐져있었다.


그리고 세이트의 발밑엔 송곳니를 드러내고, 머리에 뿔이 달려있는, 대가리가 세 갈래로 찢어진······.


“······웁···!”


토하지마토하지마! 리아가 있어!

안고 있어! 안고 있다고!

토하면, 안, 돼!


“···꾸울꺽···! 으허···”


“하준···?”


가까스로 차오르는 구역질을 참고, 목구멍 너머로 다시 삼켜 넘겼다.


정면에 보이는 위장을 자극시킨 장면은,

양쪽 눈이 세로로 베어져 세 갈래로 찢어진 호각수의 대가리가 바닥에 뇌와 베어진 눈을 액체처럼 흘려보내고 있었다.


이번 청록빛 호각수의 레벨은 30. 아까 전 호각수보다 10이 늘었다.


아무래도 갈림길을 지날 때 마다 레벨이 10씩 늘어나는 방식인 듯하다.


마물의 레벨과 이름은 곧바로 없어지고, [호각수의 시체]로 이름을 바꾸었다.


죽은 건가···?


아니, 그보다······.


“왜, 왜 평범하게 못 죽이는 거야?! 차라리 아까처럼 배를 가르던가! 목을 베!”


“······.”


세이트는 말없이 쓰러진 호각수의 배를 가르고, 머리를 베었다.


혐오스러운 장면은 더욱 끔찍한 참상으로 바뀌어,

눈 뜨고는 도저히 볼 수가 없기에 세이트의 눈만을 주시했다.


고분고분하게 내가 말한 대로 행동하다니.


언제부터 내 말을 그렇게 잘 들었다고······.


내가 혐오하는 표정을 짓자, 세이트는 의아하다는 듯 머리를 갸우뚱했다.


“궁금한 건, 내 쪽이야.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곳에서 어떻게 싸운 거야?”


“감, 입니다.”


“허, 참, 잘나서 좋겠습니다. 하아, 상처는 괜찮은 거냐? 하는 행동만 보면 괜찮은 것 같다만.”


“상처는, 없습니다.”


“‘없습니다.’는 무슨. 배에 난 이건, 상처가 아니고 뭔데? 빛도 없이 싸워서, 부상이나 입은 주제에 ‘감’은 개뿔.”


“······.”


난 손가락으로 세이트의 찢어지고, 피를 뒤집어 쓴 갑옷을 가리켰다.


찢어진 갑옷 틈새로 얇아 보이지만, 깊은 상처가 피를 흘려내며, 호각수의 피와 섞이고 있었다.


세이트는 할 말이 없는 듯 고개를 돌리고,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내가 말했고, 너도 동의했잖아. 우리 모두 만전에 상태에 있어야 한다고. 나 참, 리아, 회복 마법은 쓸 수 있어?”


“응, ······근데, 이대로 해?”


“응? 아아, 내려줄까?”


“으음, 아니야, 상관없을 거 같아. 『힐링 라이트』!”


“오오···!”


내가 내려주려고 하기 바로 직전에, 내게 안겨있는 상태의 리아는 눈을 질끈 감고, 회복 마법을 영창했다.


판단이 빠른 것 같지만, 마법 쩐다! 쩐다!!


영창 후 리아의 몸에서 연두색 빛이 피어올라, 세이트의 상처에 스며들었다.


빛이 스며든 상처는, 빠르게 아물어 흉터도 남기지 않고 완치됐다.


역시 마법은 최고야!!


마법사는 스킬 보는 맛이 있다니까. 흠흠.


“후우, 빛이 있는 곳에서 싸워주세요. 세이트. ······하준?”


“음? 아아, 이제 치료도 끝났으니. 빨리 탈출이나 하러 가자고. 또 부상입어서, 리아한테 걱정 끼치기 싫으면 너무 앞서가지 말라고, 세이트.”


“죄송, 합니다. 리아, 님”


난 마물의 시체를 뒤로하고, 세이트에게 리아의 타이름을 보충하는 것으로 대화를 마무리하고,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세이트는 내 속도에 맞추어, 옆에서 나란히 달리고 있다.


달리기는 얼마 지나지 않아 멈추었다.


멈출 수밖에 없었다.


······갈림길.


이게, 어떻게 가능한 거지?


세 번째, T자 갈림길.


이번에도 왼쪽으로 가면 왔던 곳을 관통하게 된다.


통로가 짧아진다거나 위나 아래로 가는 길이 나오 게 된다면, 이론상 맞게 되긴 하지만······.


“리아 여기서부터 걸을 거야. 이제 걸을 수 있지?”


“응. 이제, 괜찮아졌어.”


난 리아를 천천히 내려주고, 이번에도 왼쪽으로 향했다.


이번에는 전과는 다르게 철저하게 세어가며 천천히 걸어가기로 했다.


······. ······. ······. 감지된다.


“126걸음인가. 세이트, 앞을 부탁해.”


“······.”


예상대로 어둠 속에서 천천히 나오는 마물은,

레벨 40. 초록빛 호각수, 이번엔 덩치가 꽤 큰 놈이다.


세이트가 달려가자, 처음과는 확연하게 다른 호각수의 움직임이 눈에 띈다.


마물의 앞발은 튀어 날아가듯 달리는 세이트의 속도에 육박해, 강한 파동을 만들어, 통로 내부를 돌풍으로 가득 채웠다.


“『2장』.”


그러나 처음과는 확연히 차이나는, 마물의 스피드에 세이트는 아랑곳하지 않고,

보다 빠른 몸놀림으로 등에서 뽑은 두 자루의 장검과 춤을 추며, 마물의 앞발을 유린했다.


상처의 농도는 앞발에서부터 짙어지면서, 빠르게 목으로 이어져, 이후 잿빛이 번쩍이며 넓은 공백을 만들어냈다.


단 몇 초 만에 벌어진 살육의 장면.


칠흑이 아름답기 짝이 없는 몸놀림으로, 잿빛을 내뿜어 낸 결과물은,

범의 목 아래에서부터 치솟는 피분수.


역시 괴물이란 거냐······.


 “아주 그냥 병기구만. 저걸, 누가 감당한다냐.”


마물의 대가리는 석제 바닥으로 떨어져, 바닥에 펼쳐진 피바다를 파도치게 만들었다.


검의 묻은 피를 털고, 리아의 옆으로 돌아온 세이트는, 자신의 존재로 임무 완수를 보고했다.


그렇다. 생명이 종국을 맞이했다.


머리와 몸통이 분리되어 자비도, 고통도, 단말마도 없이 마물의 시간은

거기서 끝이 났다.


“······가자.”


나의 윤리관이 점점 깨지는 것을 느낀다.


하지만 살아야한다. 살아남아야한다.

살려야한다. 살려내야만 한다.


갑옷 틈새에 상처를 봤었을 때 아무렇지 않은 듯이 넘어갔지만, 동료라고 생각한 마물의 상처는 심장을 옥죄어서 목메게 했다.


겉으로 드러내지 않은 건, 나의 오기와 배려다.


걱정 하는 모습을 드러내고 싶지 않다.

걱정 받고 싶지 않다.


앞으로도 말이다.


······. ······. ······. 총 459걸음.


“이번에도냐, 갈림길······.”


눈앞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T자 갈림길.


그 자리 멈춰서, 의문과 분노를 뇌중으로 끌어올렸다.


걷는다.

정한다.

죽인다.

생각한다.

걱정한다.

분노한다.

슬퍼한다.

극복한다.

되돌아갈 수 없다.


······되풀이한다.


굴레에서 갇힌 상황에 머리를 쥐어뜯고 싶은 충동이 꿈틀된다.


소리를 지르고 격노하고 싶어 하는, 내 안에 공포심이 문을 두드린다.


참는다. 참아야한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고 멍청한 놈아.


내 옆에 서있는 두 명도 겉으로 드러내지 못할 뿐, 나와 똑같이 답답하고, 무섭고, 포기하고 싶을 것이라고.


그녀들도 참고 있는 것이라고.


“이번에도 왼쪽이야. 가자.”


왼쪽 통로로 발을 옮긴다.


천천히 걸어나아간다.


보다 더 정확한 결과를 얻기 위해서.


······. ······. ······. 126걸음.


“세이트, 이번에도 부탁한다.”


전과 같은 걸음수와 같은 타이밍이다.


······감지.


어둠에서 걸어 나오는 호랑이 마물, 레벨 50의 호각수는 으르렁거리며 엄청난 살기를 내뿜고 있다.


이번엔 연두색, 레벨뿐만 아니라 색도 바뀌고 있었다.


솔직히 아까까지는 별 차이가 없어서 색이 약간 다르다고만 생각했지만, 한층 밝아진 색은 그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했다.


뭔가, 이젠 전대물 같아지기도 한 것 같기도······.


뿐만 아니라 크기도 더욱 커져있어, 높이는 이미 내 신장을 넘었다.


“······!”


호각수는 자비 없이 우리의 머리 위로 거구를 뛰어 올렸다.


포효하며 벌린 입은, 사람 한 명은 한 입에 거뜬하게 삼킬 수 있을 만큼

크게 벌린 아가리를 내리 꽂으며, 우릴 죽이려 들고 있었다.


그녀가 뛰어오르기 전까진······.


“『2단』.”


세이트는 짧은 기술명을 말하곤, 허리 뒤의 두 개의 단검을 뽑아, 머리 위에 마물을 향해 튀어 올랐다.


아가리를 향해 뛰어든 세이트가 뒤통수를 뚫고 나온 것은 일순간.


드릴로 꿰뚫은 것처럼 마물의 아가리 안에는, 빛이 관통하는 구멍이 깔끔하게 뚫렸다.


호각수의 눈은 생기를 잃어, 이리저리 굴러다니고, 뚫린 구멍엔 선혈이 터져나오고 있다.


“어라···? 자, 잠깐···?! [라이트······.”


“내가 할게, 리아.”


마물의 시체는 힘없이 그대로 나와 리아의 머리 위로 떨어지고 있다.


이대로 놔두면 나는 모르겠다만, 리아는 빈대떡이 되고 만다.


리아는 떨어지는 마물에 당황해 어쩔 줄 몰라 하다가, 금방 마음을 다잡고, 스태프를 세워 올려 마법을 영창하려 했지만,

나로 충분하다.


“그러니까, 그냥 치면 터져버리니까. 여기서, 힘조절을 해서······. 헛···!”


난 손을 펴서 손바닥으로 떨어지는 호각수의 복부를 밀어내듯이 쳤다.


마물의 떨어지는 각도가 달라져, 앞으로 날아가 어둠속으로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그 와중에 세이트는 허공에서 쏟아지는 마물 피를 검으로 퍼트려 나와 리아가 피에 젖는 것을 막았다.


떨어지기 전 공중에서 검을 수납하고, 몸을 움츠리고 있던 리아 옆으로 착지.


동작 하나하나가 괜히 멋있어 보이고, 그 동작에는 괴물 같은 능력이 숨겨져 있었다.


이 녀석 진짜로 단순한 마물은 아닌 거 맞지?


지금 리아 옆에 없었으면, 최종보스로 나와도 위화감이 전혀 없을 정도로 강한 녀석이다.


지금 아군으로 있는 게 천만다행이네.


“가자.”


다시 이 던전을 탈출하기 위해서 걸음을 옮기 시작했다.


몇 걸음이 지나자 내가 날려 보낸 호각수가 충격으로 뿔이 부러진 채 쓰러져 있었다.


“······.”


난 말없이 발밑에 있는 뿔을 주웠다.


처음 뿔을 주웠을 때 리아는 마나가 빠져나간다고 했다.


그 현상이 평범하지 않고, 오히려 이상하다는 듯한 표정과 말······.


“리아, 이건 어때? 이것도 마나가 빠져나가?”


“응, 이상해······.”


역시 경계하는 표정을 보인 리아.


전에는 가볍게 넘어갔지만, 지금은 모든 것이 사고에서 의문으로 치부된다.


이 미궁은 얼마나 넓은 것인가.

왜 갈림길이 계속되는 가.

왜 똑같은 마물만 나오는 것인가.

왜 거대한 소리가 울렸는가.

왜 마력이 빠져나가는가.

왜 난 여기 있는가.


여기서 나갈 수는 있는가······.


그걸 알기 위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한 손엔 마력이 빠져나가는 뿔을 들고서······.


작가의말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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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평범하지 않은 이세계 소환수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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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위화감 - 1 +1 20.06.12 24 1 12쪽
27 뻔한 클리셰 - 6 +1 20.06.11 23 2 21쪽
» 뻔한 클리셰 - 5 +1 20.06.11 25 1 12쪽
25 뻔한 클리셰 - 4 +1 20.06.10 28 2 14쪽
24 뻔한 클리셰 - 3 20.06.10 25 0 14쪽
23 뻔한 클리셰 - 2 +1 20.06.09 31 1 12쪽
22 뻔한 클리셰 - 1 20.06.09 31 1 13쪽
21 시간의 흐름과 비례하는 고통 - 5 +1 20.06.08 38 1 12쪽
20 시간의 흐름과 비례하는 고통 - 4 20.06.07 35 0 13쪽
19 시간의 흐름과 비례하는 고통 - 3 20.06.07 37 0 14쪽
18 시간의 흐름과 비례하는 고통 - 2 20.06.06 40 0 13쪽
17 시간의 흐름과 비례하는 고통 - 1 20.06.06 40 1 14쪽
16 검의 여인 - 5 +1 20.06.05 54 2 13쪽
15 검의 여인 - 4 20.06.05 55 1 13쪽
14 검의 여인 - 3 20.06.04 61 2 17쪽
13 검의 여인 - 2 20.06.04 65 1 13쪽
12 검의 여인 - 1 20.06.03 73 1 13쪽
11 낯설지 않은 새로운 세계 - 4 20.06.03 73 2 13쪽
10 낯설지 않은 새로운 세계 - 3 +1 20.06.02 79 2 12쪽
9 낯설지 않은 새로운 세계 - 2 20.06.02 80 1 12쪽
8 낯설지 않은 새로운 세계 - 1 20.06.01 97 1 12쪽
7 다시 시작하는 - 3 +1 20.06.01 98 1 12쪽
6 다시 시작하는 - 2 20.05.31 104 1 12쪽
5 다시 시작하는 - 1 20.05.31 123 2 13쪽
4 갑자기 또 갑자기 - 3 +2 20.05.30 169 4 14쪽
3 갑자기 또 갑자기 - 2 20.05.30 192 7 12쪽
2 갑자기 또 갑자기 - 1 +1 20.05.30 269 5 12쪽
1 꿈 - 0 +2 20.05.30 421 19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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