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냥이목소리 님의 서재입니다.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이세계 소환수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라이트노벨

냥이목소리
작품등록일 :
2020.05.30 18:26
최근연재일 :
2020.08.01 18:02
연재수 :
5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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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46
추천수 :
95
글자수 :
350,891

작성
20.05.30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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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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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갑자기 또 갑자기 - 1

DUMMY

“하아······, 또 가야하는 건가.”


대충 벌린 입에 대충 걸친 칫솔

힘없이 좌우로 흔들리는 오른팔

일단은 존재하는 코와 귀

아직 물기가 남아있는 뺨

불만이 가득 차있는 반만 뜬 눈

생기라곤 눈곱보다 존재감 없는 검은 눈동자

감았지만 여기저기 머리카락이 삐져나온 검은 더벅머리가 눈앞에 있다.


거울 속 비춰진 한 명의 남자 고교생······ 나는 시체 같은 모습으로 이빨을 닦고 있다.


오늘도 학교에 가는, 매일이 똑같은 패턴에 한숨이 절로 나온다.


학교 같은 거 당연히 때려치우고 싶다.


하지만 미래에 내가 스스로 의식주를 가지기 위해서는 이 나라에서 필요한 절차이고, 날 거두어주시는 부모님께 괜한 걱정과 폐를 끼치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나 스스로가 고등학교 졸업장은 있어야 되지 않겠냐고 하면서 매일 등교를 부추긴다.


그래도 학교가기 싫은 감정은, 어떻게 할 수 없는 모양이다.


“또 재미없게 똑같이 학교에 박혀있어야 하는 건가······ 퉤엣!”


난 가래침을 뱉어내듯 치약을 뱉어내고, 물이 뚝뚝 떨어지는 얼굴을 수건으로 닦았다.


방에 들어가 한 쪽 벽에 걸려있는 교복을 보고······.


“망할!”


교복에다 욕을 박는, 매일하는 의식 같은 걸 하고선 교복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어느새 가방을 메고, 학교까지는 중간 정도.


가방에 든 것이라곤, 볼펜과 지우개와 노트 1장 이 전부.


안 들고 다녀도 상관이 없을 정도지만, 일단 겉치레 용도로 메고 다닌다.


그래서 무게가 가벼운 나머지 걸을 때 마다 가방이 조금 들썩거리는 감이 없지 않아 있다.


“음? 여기 또 폐업했네. 몇 번째냐······.”


어제까지 빵집이 있었던 가게는 간판을 내리고, 인테리어 기술자들이 열심히 벽지를 갈고 있는 중이다.


매일 걷는 등굣길은 가게들이 개업과 폐업을 반복해 변화해보려 하지만, 색다른 느낌은 1도 없는, 역시나 재미없는 거리다.


거리의 사람들도 개성이란 것도 없고, 똑같은 교복에, 똑같은 정장들이 거리를 잿빛으로 물들인다.


······뒤에서 기척이 느껴진다.


낯설지 않은 장난스러운 기척.


누구인지는 확실히 알고 있다.


하지만, 일단 모르는 척, 급하게 뒤를 돌아보지 않고 때를 기다린다.


마치 야생의 포식자가 사냥감을 노릴 때처럼 정확한 타이밍을 노리는 것이다.


타이밍이다. 타이밍이다······.

지금!


“으아···!!”


난 고개를 홱 돌려 뒤를 돌아봤다.


눈에 들어온 것은 나를 놀래키려다가 되려 놀란 토끼······가 아닌 사람.


“하, 하준, 여어! 오랜만! 하하하, 하. 잘 지냈었냐? 하하, 하, 하.”


당황한 채 내 이름을 부르고, 이후 애니 대사를 읊는 이 남자는,

클래스메이트 겸, 유일하게 등하교를 같이하는 4년 지기 덕후 친구, 승현이다.


짙은 갈색 머리에 적당히 생긴, 웃는 상도 아닌데 잘 웃는, 긍정적인 그런 놈이다.


“오랜만은 무슨···. 우리 다시 만난 지 24시간 조금 안되거든? 이 패턴 지겹지도 않냐? 나 놀래키려고 하는 놈이 나보고 놀라면 어쩌자는 거냐?”


“하루씩이나 지났으니까 오랜만이라고 하는 거고, 네가 놀라주면 그걸로 그만! 것보다 내가 추천해준 거 봤어?”


승현이는 빠르게 결론을 내리고, 바로 화제를 돌렸다.


결론에는 앞으로도 계속 나를 놀래키려는 노력을 할 것이라는 근성이 엿보여서, 뭔가 대단해 보였다.


계속 실패할 것만 같은 예감이 든다마는······.


“근성 하나는 대단한 놈···. 아아, 전부다 봤어. 후속작하고, OVA포함해서 전부. 게임은 별로 재미없더라.”


“와··· 하루 만에 어떻게 그걸 다 하냐. 나보다 더 대단한 건 너인 것 같다야······.”


승현이는 질린 표정으로 날 보면서 그렇게 말했다.


본인도 상당한 덕후면서 누가 누구보고 뭐라 하는지······.


나와 승현이는 흔한 덕후들이 하는 얘기들을 하다보니 어느새 학교에 도착해 있었다.


“하준 하이.”


“어어, 하이.”


“와썹 맨!”


“와썹.”


교실에 입실하자, 친구들이 인사를 걸어온다.


한 손을 대충 흔들고, 손과 손이 차진 소리를 내며 악수를 한다.


난 성격이 내성적인 편이고, 긍정적이지 못하지만, 학교 친구들과는 두루두루 친하게 지내는 편이다.

학교에서 겉돌기만 해서는 좋을 건 없고, 너무 친하게 지내면서 친구들에게 의존하거나 의존 받는 것도 내 취향은 아니다.


학교에서의 내 위치를 말하자면 가운데와 가장자리 사이, 그쯤이다.


이거를 내가 판단하는 게 웃기는 짓이긴 하지만, 표면상으로는 정확하다.


날 괴롭히는 애도 없고, 의지하는 애도 없다.


존재감 자체도 중간 이하라는 요인이 가장 크게 작용하긴 하지만······.


‘딩동댕동······딩동댕동······’


조례시간 바로 직전에 들어온 나와 승현은 친구들과 간단하게 인사를 주고받고, 종이 울리자 각자자리에 앉아서 조례를 기다렸다.


“자··· 지각한 사람은 없지? 핸드폰 걷고 수업준비하고. 어제 담배 걸린 하나, 둘, 셋, 네 놈은 지금 교무실로 따라와.”


금방 입실하신 담임선생님은 교탁에 핸드폰 수거함을 놓고는, 빠르게 출결을 체크해 간결하게 조례를 마치고, 문제아들을 집어내 교무실로 부르면서 일사천리로 교실을 퇴장하셨다.


역시나 똑같은 조례시간이다.


중학생 때부터 시작된 반복되는 이 영상은 결코 바뀌지 않았다.


담임선생님이 신기하게 5년간 바뀌지 않아서 대사가 하나같이 똑같은 영상이다.


중학교 3년 동안 똑같은 담임선생님이어서 고등학교에서는 다른 담임선생님을 만나게 되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우리가 졸업할 때 선생님도 같이 이쪽 고등학교로 넘어오셨다.


그래서 조례시간도 고등학교로 넘어와서 생긴, 일상이 재미없어지는 이유 중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그 이유들이란 건 아직 많이 남아있다······.


‘딩동댕동······딩동댕동······’


······4교시가 끝났다는 종이 학교에 울려 퍼졌다.


고로 점심시간.


난 1교시부터 지금까지 계속 자기만 했다.


그래서 그런지 몸이 중력의 압박을 배로 받는 것처럼 찌뿌둥하다.


일어나고 싶지 않은 기분이 들지만, 허기를 채우려 급식을 먹어야 하기에 억지로라도 몸을 일어나게 한······ 일으키고 싶다.


오늘의 수업내용은······ 기억 안 난다.


어차피 거기서 거기일게 뻔하고, 귀찮다.


뭐 성적은 반에서 중간은 하니, 수업은 안 들어도 딱히 상관없고.


무엇보다 ······재미가 없다.


이 현실의 모든 게 재미가 없다. 지루하다.


잔혹할 정도로 지루하다.


어떻게 하면 이렇게까지 인생을 무료하게 살 수 있는지, 나도 내가 궁금할 지경에 다다랐다.


반복되는 하루일과, 변하지 않는 교육방식, 잿빛으로 물들어가는 세상 등등, 정답은 알고 있지만, 나 이외의 사람들은 어째서 무료하게 살지 않는 것인지는 알 수가 없다.


왜 저 친구들은 웃고 있는 것인가.

왜 저 친구는 열심히 하려고 하는 것인가.

왜 저 친구는 화를 내는 것인가.

왜 이 친구는 이리로 왔는······.


“얌마! 일어나. 같이 밥 먹으러 가야지.”


승현이가 정면에서 내가 엎드려 있는 책상을 치면서, 나에게 같이 밥 먹으러 갈 것을 권유(?)했다.


대답은 당연히 예스.


고등학교를 입학한 이후로, 급식은 매일 승현이 하고 먹었으니, 익숙한 쪽으로 선택하는 것이 편하다.


반복되는 일상 중에 유일하게 반복되는 게 괜찮고, 편한 선택지다.


“으어, 알겠어···.”


그래도 반복되는 일상은 역시 재미가 없다.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 해도 인식이 그리 쉽게 바뀌지 않는다.


······다른 세계로 가고 싶다.


취미생활이 생긴 이후, 매일매일 계속해서 드는 생각을 또 다시 반복한다.


다른 세계로 가면 지금 내가 보내는 일상과 완벽하게 다른 일상을 보내게 되겠지.

그렇다면 그 다른 세계는 어떨까?

내가본 애니, 해본 게임과 같을까 아님 다를까······.


이런 망상이 무슨 소용이야.


애니하고 게임은 현실이 아니기에, 애니하고 게임인 것이다.


아아, 또 똑같은 망상을 반복하고 있었네.


나도 모르게도 반복되는 이런 현실은······.


‘역시 재[////]미 없다’


난 책상에 손을 짚고, 두 발을 바닥에 정확히 댄 다음, 내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났다.


······발에 느껴지는 감각이 평소와 다르다.


완전 딱딱한 느낌이 아닌, 약간이지만 푹신한 느낌이다.


바닥을 향한 손바닥이 허공에 있다.


분명히 짚고 일어났는데도 감각도, 책상도 없다.


탁했던 공기가 후각과 미각을 통해서 숲의 깨끗한 공기로 뒤바뀌었다는 것도 알아챘다.


···············뭐지?


방금 나는 교실에서 일어났는데.


그리고 내 앞에는 책상이 있어야하고 내 뒤에는 의자가 있어야하는데······.


뭐지 여긴???


장소가 바뀌었다.


아무런 예고도, 이펙트도 없이 장면은 전환됐다.


내 발밑은 강화마루로 된 교실바닥이 아닌 흙으로 된 맨땅이 되어있고,

여기저기서 떠들던 반 친구들은 나무가 되어 숲을 이루고,

전등으로 가득했던 교실천장은 뭉게구름이 조금 낀 푸른 하늘이 되어 있었다.


숲 속 한가운데 서있는 나는 때마침 오른쪽에서 불어오는 산들바람에 눈을 살짝 찡그렸고, 아래로 내리쬐는 햇빛을 손으로 가리고 하늘을 봤다.


그 순간 사선으로 빠르게 새······같은 뭔가가 사선으로 빠르게 날아갔다.


평소에 볼 수 없는 크기의 새, 라고 볼 수 없는 해양생물이 하늘에 날아가는 느낌이었다.


처음 보는 생물에, 처음 보는 장소······.


왜 내가 여기 있는 거지?


갑작스러운 배경의 변화에 의문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나를 여기로 보낸 건지, 육하원칙에 의거하여 현재 상황을 정리······.


잠깐, 잠깐만······, 그렇다는 건······.


“여긴, 이세계······라는 건가?”


······꿈이 이루어졌다.


갑작스럽게 꿈이 이루어진 현실을 맞닥뜨렸다.


갑작스러운 『이세계 전이』에 기쁘고 신나는 감정보다, 당혹감이 훨씬 커져있었다.


“······.”


이세계에 전이 되었다는 사실에 넋을 놓고 있으니, 등 뒤에서 조용히 그림자가 나와, 나를 비추는 햇빛을 가렸다.


또 다시 갑작스러운 배경 변화.


그림자가 나온 등 뒤를 돌아보자,

검고 거대한 덩어리 같은 실루엣과,

나란한 두 개의 붉게 빛나는 점,

덩어리에 기괴하게 튀어나온 뾰족한 실루엣이 보인다.


그 검은 덩어리는 나에게 붉은빛을 쏘며 그르렁거린다.


음······ 난 아직 이 상황이 뭔지 잘 모르겠다.


왜 난 한 번도 본적도 와 본적도 없는 장소에 와있고, 왜 내 앞에는 게임에서 최종보스로 나와야 될 괴물이 있는 건지············.


“아······. 아, 아아, 아······.”


현실을 맞닥뜨렸다.


거대한 검은 괴물에서 나오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날 압박하고 있다.


뭔가 내 몸에 빨려 들어가, 몸 구석구석을 휘젓는 느낌이다.


고통스럽고, 무섭고, 도망치고 싶다.


온몸의 피가 활성화되어 몸이 뜨거워지고, 산소를 더욱 필요로 하기에 호흡이 가빠진다.


외피에 수분이 생성되어, 차가운 액체가 턱 라인을 그리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머릿속에서는 사고가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단 한가지만이 뇌리에 맴돈다.


『죽는다.』

진짜로 『죽는다.』

진짜 『죽는다.』

이건 진짜 『죽는다.』

거짓이 아니라 진짜 『죽는다.』

말뿐만이 아니다. 『죽는다.』

『죽는다.』『죽는다.』『죽는다.』『죽는다.』


난 난생처음으로 『살기』라는 것을 지금 이 순간에 알았고, 『죽음』의 공포가 무엇인지 깨달았다.


그리고 이해해버렸다.


나는 지금 여기서 죽을 것이라고······.


작가의말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본격적인 스토리는 여기서부터 시작!


+줄임표 점 하나가 글자수 하나라니;;

글자수 늘리려고 꼼수 쓰는 것 같잖아유ㅠㅠ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27 동네선수
    작성일
    20.05.30 21:48
    No. 1

    세상이 지루하고 재미 없어서 다른 세상을 찾는 건가요 ?

    주인공이 어쩔수 없는 상황이 되어 다른 세계로 간다는 설정이 좋아 보입니다.
    그리고 먼가 설정 부분이 약해 보여요

    제목부터 고려하심이 좋을 듯 합니다.

    주인공이 왜 다른 세계에 가야만 하는지. 그 세계에서 무엇을 이룰려고 하는지
    좀더 디테일 하게 하시는게 어떤가 싶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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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위화감 - 1 +1 20.06.12 24 1 12쪽
27 뻔한 클리셰 - 6 +1 20.06.11 24 2 21쪽
26 뻔한 클리셰 - 5 +1 20.06.11 26 1 12쪽
25 뻔한 클리셰 - 4 +1 20.06.10 28 2 14쪽
24 뻔한 클리셰 - 3 20.06.10 25 0 14쪽
23 뻔한 클리셰 - 2 +1 20.06.09 32 1 12쪽
22 뻔한 클리셰 - 1 20.06.09 31 1 13쪽
21 시간의 흐름과 비례하는 고통 - 5 +1 20.06.08 38 1 12쪽
20 시간의 흐름과 비례하는 고통 - 4 20.06.07 35 0 13쪽
19 시간의 흐름과 비례하는 고통 - 3 20.06.07 37 0 14쪽
18 시간의 흐름과 비례하는 고통 - 2 20.06.06 40 0 13쪽
17 시간의 흐름과 비례하는 고통 - 1 20.06.06 40 1 14쪽
16 검의 여인 - 5 +1 20.06.05 54 2 13쪽
15 검의 여인 - 4 20.06.05 55 1 13쪽
14 검의 여인 - 3 20.06.04 61 2 17쪽
13 검의 여인 - 2 20.06.04 65 1 13쪽
12 검의 여인 - 1 20.06.03 73 1 13쪽
11 낯설지 않은 새로운 세계 - 4 20.06.03 73 2 13쪽
10 낯설지 않은 새로운 세계 - 3 +1 20.06.02 79 2 12쪽
9 낯설지 않은 새로운 세계 - 2 20.06.02 80 1 12쪽
8 낯설지 않은 새로운 세계 - 1 20.06.01 97 1 12쪽
7 다시 시작하는 - 3 +1 20.06.01 98 1 12쪽
6 다시 시작하는 - 2 20.05.31 104 1 12쪽
5 다시 시작하는 - 1 20.05.31 123 2 13쪽
4 갑자기 또 갑자기 - 3 +2 20.05.30 169 4 14쪽
3 갑자기 또 갑자기 - 2 20.05.30 192 7 12쪽
» 갑자기 또 갑자기 - 1 +1 20.05.30 270 5 12쪽
1 꿈 - 0 +2 20.05.30 421 19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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