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냥이목소리 님의 서재입니다.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이세계 소환수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라이트노벨

냥이목소리
작품등록일 :
2020.05.30 18:26
최근연재일 :
2020.08.01 18:02
연재수 :
56 회
조회수 :
3,145
추천수 :
95
글자수 :
350,891

작성
20.06.09 18:19
조회
31
추천
1
글자
12쪽

뻔한 클리셰 - 2

DUMMY

······우리가 『던전』에 오기 전, 세이트를 만나기 전으로 되돌아가 보자.


얼빠진 표정으로 서로를 보고 있는 나와 리아.


각자의 상황이 당황스러워서, 시간이 멈춘 것처럼 사고도 멈췄다.


나의 미지의 힘이 만든 먼지들은 아직 시야에서 일렁이고,

파동이 숲 안쪽의 나뭇가지들을 떨리게 하는 소리가 들린다.


뭐야······. 지금 이 상황······.


방금까지 리아와의 관계를 회복하는, 용서와 화해의 감동적인 장면이 연출되고 있었는데.


도대체가 어떻게 되먹은 거야?


“······!”


갑자기 언데드가 나왔던 수풀 옆, 다른 수풀이 움직인다.


숨 막히는 분위기를 깨줘서 고맙지만, 다음 숨 막히는 분위기가 형성 되어 곧바로 경계 태세를 취했다.


이번에는 내 감지능력에 걸리는 존재다.


아마 내 능력은 단순한 『감지』가 아닌, 『생명체 감지』인 듯하다.


언데드가 감지되지 않은 게 그 증거.


애초부터 스킬이름이 [『생명체 감지』(페시브)]인데, 내가 이걸 제대로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난 고개를 돌려 수풀 쪽으로 몸을 향하게 하고, 방금 전 언데드의 습격이 있었을 때처럼 리아를 등지고 섰다.


뭔지는 파악할 수 없지만, 느린 속도로 이쪽을 향해 오고 있었다.


그리고 이 녀석······.


아까부터 멀지않은 곳에서 멈춰있었던 녀석인데.


언데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움직였다.


이쪽을 보고 있었다는 건가?


다른 마물들과 달리 지능이 어느 정도 있는 녀석인 듯하다.


다른 마물들처럼 살기를 내뿜고 있지는 않지만, 경계를 늦추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


“······!”


수풀이 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감지되는 생명체가 느린 속도로 계속해서 멈추지 않고, 이곳을 향해 오고 있다.


소리와, 감지되는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나의 심장이 빠르고, 거세게 진동했다.


분명, 내 쪽이 더 강할 텐데.


천천히, 살의 없이 이곳으로 오는 존재가, 괜히 긴장되는 분위기를 만든다.


“······!”


“어···?”


수풀이 잿빛 섬광에 의해 엑스 자로 베여져, 양옆으로 갈라지며 길을 열었다.


열린 길에서 나오는 감지된 생명체는, 다름 아닌 양손에 장검을 쥐고 있는 세이트였다.


칠흑의 후드와 두건으로 왼쪽 짙은 녹안을 제외한 얼굴을 가리고,

본인이 여성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바디슈트같은 칠흑의 경갑은 역시나 암살자의 모습처럼 보인다.


또 단검이 몇 개 빠져있지만, 11개의 칼집을 전신에 두르고 있어,

그 풍채는 가히 압도적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감지로 알아낸, 여기를 지켜보던 생명체가 세이트···?


아니, 지금은 그것보다······.


“하아······. 공포영화인줄 알았네. 왜, 긴장감을 고조시키면서 나오는 거야?! 괜히 겁먹었잖아!”


“리아, 님, 『던전』을, 발견, 했습니다.”


처음 봤을 때와는 다르게 어눌했던 말이 어느 정도 늘은 세이트가 내 질문을 무시한 채, 리아에게 본인의 성과를 보고했다.


““『던전』···?””


나와 리아는 동시에 물음을 던졌다.『던전』이라고?


이 세계가 게임과 연관성이 높다고는 생각했지만, 『던전』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네. 어찌 보면 당연한 소리.


길드도 있고, 몬스터도 있다.


단지 보고들은 것이 없었기 때문에 간과하고 있었던 거다.


생각해보면 이 세계는

인벤토리 사용과 스탯 분배

스킬 포인트 투자, HP/SP관찰

내 맘대로 로그아웃이 불가능한 것을 제외하면

평범한 RPG게임이다.


“숲, 안쪽에, 『던전』이, 있습, 니다.”


“······아! [단애의 던전]!”


“[단애의 던전]···?”


리아는 쭈그려 앉은 채로 뭔가 떠오른 듯 [단애의 던전]이라는 게임 속 던전이름 같은 것을 말했다.


세이트가 말한 『던전』에 뭔가 짚이는 것이라도 있는 건가?


“응, [단애의 던전]은 우리 아빠가 옛날에 모험가셨을 때, 숲 속 절벽에서 발견하신 거대한 던전이야. 이 숲 안쪽에 절벽이 있는데. 그 절벽에는 큰 입구의 동굴이 있다고, 세이트와 마을 둘러봤을 때 들었어.”


오오, 소환되고 처음으로 완전 새로운 정보!


게다가 『던전』이라니, 퀘스트를 받은 듯한 느낌이다.


리아는 허리춤에 맨 가방에서 돌돌 말아 놓은 살짝 구겨진 지도를 펼치면서, 마을에서 들은 소문에 대해 설명했다.


 “『라이트 마커』! 우리 위치는 여기고, 여기가 이 숲이야.”


현재위치를 알려주기 위해 리아는 마법을 써서, 지도 위에 작은 빛으로 점을 찍었다.


마법을 이런 데에도 쓸 수 있는 건가?


저런 스킬은 언제 배운 거야.


마법이란 거 신기하네······.


그건 그렇고 세이트의 등장 이후로 우리는 방금까지 있었던 일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넘어갔다.


나는 언데드의 출현

리아의 황당한 언행

세이트의 등장으로 감정이 뒤죽박죽이고, 리아도 언데드 때문에 놀라서 상황을 잊은 것 같다.


아무튼 리아의 관심이 『던전』 쪽으로 쏠린 덕분에 분위기가 잘 풀린 것 같다.


뭔가 찝찝하지만, 세이트, 나이스 타이밍.


난 허리를 굽혀서 리아가 펼친 지도의 찍힌 점을 응시했다.


점 근처에는 넓게 표시된 숲이 있고, 그 안쪽에 숲을 가르는 얇은 선을 발견했다.


“우와, 마법 많이 늘었네. ······확실히 숲 가운데에 난 선이 절벽인 것 같고, 이 선 어딘가에 있는 동굴이 [단애의 던전]이라는 거야?”


“으음, 세이트씨······세이트, 던전의 입구는 어떻게 생겼죠?”


“절벽에, 크게, 있습, 니다.”


“와하······. 그렇다면 맞을 거예요!”


나는 리아가 말한 [단애의 던전]이 지도의 표시된 절벽에 있는 것이 맞는 지, 리아에게 물었다.


리아는 그에 대한 답이 확실하지 않은지 신음하다가, 세이트에게 존칭을 쓰지 않는 것이 어색한 건지.


살짝 망설이다가 『던전』 입구의 생김새를 물었다.


세이트의 간결한 대답에, 리아는 환희에 차, 눈을 반짝이며 [단애의 던전]의 존재에 긍정했다.


본인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 중 한 명인 아버지가 발견한 『던전』을 찾은 것은, 리아에게 있어 매우 기쁜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근데······.


“잠깐만, 그것만 가지고 확신할 수 있는 거야? 세이트, 별다른 특징은 없어?”


“······없습, 니다.”


“아빠가 절벽에 크게 있다고만 말했거든. 솔직히 이거 말고는 단서가 없어······.”


“······.”


어이, 리아 아버지라는 양반······.


따님을 마법사 겸 모험가로 키울 거였으면, 좀 더 제대로 알려주란 말이야.


아버지가 알려준 단서를 들은 것만 가지고 좋아한 리아도 너무 순수해서 문제다.


내가 알던 선생님 리아는 어디로 가버린 거야?


뭔가 못 미덥지만, 던전이 있다는 사실 자체는 세이트가 보장하고 있으니 어쩔 수 없지.


난 크게 심호흡하고 기대와 긴장으로 진동하는 심장박동을 느끼면서 입가에 미소를 지어보이며 한 손으로 주먹을 쥐었다.


“그럼, 이번에는 던전을 탐험하는 건가? 오랜만에 소환돼서 그런지, 더 기대가 되는데?”


4일만에 소환되고서, 바로 던전 탐험이라니.


기대가 안 될 리가 없다.


그리고 던전이라······.


“던전이라······ 뭔가 그리운 느낌이네.”


“응? 하준의 세계에도 던전이 있었어?”


“아, 음, 뭐라고 해야 할까. 그렇고, 그런 게, 거시기한데······. 있다면 많은 편에 속한달까나?”


게임에서 『던전』이라고 하는 것들을 수없이 보고, 수없이 경험했지만, 게임이었기에 대답하기가 참 애매하다.


“으응······. 뭔 말인지 모르겠어.”


“모르는 게, 나을 거야. 내 세계는 나조차도 모르는 게 너무 많아서 문제니까. 자, 이제 가볼까. 리아?”


난 대화를 마치고, 아직까지 쭈그리고 앉아있는 리아에게 손을 뻗었다.내가 뻗은 손을 향해 리아의 손이 움직이고, 그녀의 다리는 점점 펴진······.


“어···?”


‘······툭···털썩······.’


내 손을 잡으려는 리아의 손이 내 손과 맞닿기 바로 직전 갑자기 아래로 떨궈졌고,

무릎이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지면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얼굴을 바닥으로 향하게 하고, 두 팔로 몸을 지탱하고 있는 리아는,

마치 좌절(OTL)자세와 같은 모습을 하면서 온몸이 부르르 떨리고 있다.


특히 다리가······.


“리···아?”


“······.”


지금, 엄청 부끄러운 상황이 연출되어 버렸다.


난 엎드려 뒤통수를 보이는 리아를 보고, 나의 몇 없는 흑역사 중 하나인 그때 그 상황을 떠올려버렸다······.


······과거 10년 전, 합기도를 이제 막 배우기 시작했을 무렵.


정신력을 다지기 위해서 정좌자세를 하고 명상하는 시간이 있었다.


무릎을 꿇고, 사부님의 “명상 시작.”이라는 말이 들려오자, 일동이 눈을 감았다.


명상 시간이 끝나고서, 난 자리에서 일어나야 했다.


“전체! 일어섯!”


그 큰 소리에 일동은 제식을 맞추며 정좌한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단 한명이 그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모두의 주목을 받으며 좌절하고 있었다.


난생 처음으로 오랫동안 무릎 꿇고 앉아있었던 소년은, 무릎을 세워 일어나려다가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것을 느끼고,


그대로 앞으로 꼬꾸라지면서 좌절자세를 취하게 되었다.


다리근육이 서로 뒤얽히는 고통과,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비웃음소리를 울리는 고막의 떨림에,

이 사태를 타개하지 못하는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다.


피를 끓이며 얼굴을 붉히고, 누구도 볼 수 없게, 얼굴을 숙여 본인도 모르는 표정을 감췄었다.


그때의 기억이······ 떠올라······.


“하준······.”


“어? 어···.”


리아가 날 부르는 소리에 난 기억 회상에서 벗어나 현실로 각성했다.


리아는 그때의 나처럼 고개를 숙여 표정이 드러내지 않은 채로 날 불렀다.


“사, 살려줘······.”


“······.”


난 현재 리아가 느끼고 있는 감정을 너무 잘 알고 있다.


죽을 만큼이나 부끄러워 ‘도와줘’가 아닌 ‘살려줘’인 것이다.


그때의 나도 그랬으니까.


그렇기에 난 리아의 옆으로 가, 뒤로 돌아 쭈그리고 앉아서, 아무 말 없이 내 등에 업히는 것을 권유했다.


“······.”


리아 또한 말없이 내 권유를 받아들이고, 고개를 숙인 채로 양 손을 내 양쪽 어깨로 뻗었다.


가까워진 허벅지를 잡아서 리아를 끌어올리고, 일어서면서 자세를 바로 잡았다.


내 얼굴 옆으로 가까이 온 리아의 얼굴은 홍조가 띄어져 있고, 귀까지 붉어져 있었다.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은, 그 때의 나를 보는 것 같아, 과거의 나의 이미지가 스치는 게 부끄럽고, 싫어서 시선을 세이트에게로 돌렸다.


리아는 손에 잡히는 내 옷을 쥐어 잡고는 얼굴을 후드모자에 묻었다.


“세이트, 던전으로 가자······.”


“······.”


난 리아를 대신해서 세이트에게 던전으로 가는 길안내를 부탁했다.


세이트 또한 아무 말 없이 숲 안쪽으로 본인이 만들어 놓은 길로 걸음을 옮겼다.


“하준······. 미안해. 미안해요. 죄송합니다······.”


“으, 응···.”


숲에 만들어진 좁은 길에 들어섰다.


리아는 민망해서 후드모자에 파묻은 얼굴을 들지 못한 채로 사과를 연거푸 되풀이하기만 했다.


나는 그 사과들을 받아주면서, 바지주머니에 있던 안경을 꺼내 써 정확한 시야로, 앞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은 숲 안쪽을 보며,


세이트의 뒤를 따라 걸어 나아갔다······.


작가의말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이세계 소환수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8 위화감 - 1 +1 20.06.12 24 1 12쪽
27 뻔한 클리셰 - 6 +1 20.06.11 24 2 21쪽
26 뻔한 클리셰 - 5 +1 20.06.11 26 1 12쪽
25 뻔한 클리셰 - 4 +1 20.06.10 28 2 14쪽
24 뻔한 클리셰 - 3 20.06.10 25 0 14쪽
» 뻔한 클리셰 - 2 +1 20.06.09 32 1 12쪽
22 뻔한 클리셰 - 1 20.06.09 31 1 13쪽
21 시간의 흐름과 비례하는 고통 - 5 +1 20.06.08 38 1 12쪽
20 시간의 흐름과 비례하는 고통 - 4 20.06.07 35 0 13쪽
19 시간의 흐름과 비례하는 고통 - 3 20.06.07 37 0 14쪽
18 시간의 흐름과 비례하는 고통 - 2 20.06.06 40 0 13쪽
17 시간의 흐름과 비례하는 고통 - 1 20.06.06 40 1 14쪽
16 검의 여인 - 5 +1 20.06.05 54 2 13쪽
15 검의 여인 - 4 20.06.05 55 1 13쪽
14 검의 여인 - 3 20.06.04 61 2 17쪽
13 검의 여인 - 2 20.06.04 65 1 13쪽
12 검의 여인 - 1 20.06.03 73 1 13쪽
11 낯설지 않은 새로운 세계 - 4 20.06.03 73 2 13쪽
10 낯설지 않은 새로운 세계 - 3 +1 20.06.02 79 2 12쪽
9 낯설지 않은 새로운 세계 - 2 20.06.02 80 1 12쪽
8 낯설지 않은 새로운 세계 - 1 20.06.01 97 1 12쪽
7 다시 시작하는 - 3 +1 20.06.01 98 1 12쪽
6 다시 시작하는 - 2 20.05.31 104 1 12쪽
5 다시 시작하는 - 1 20.05.31 123 2 13쪽
4 갑자기 또 갑자기 - 3 +2 20.05.30 169 4 14쪽
3 갑자기 또 갑자기 - 2 20.05.30 192 7 12쪽
2 갑자기 또 갑자기 - 1 +1 20.05.30 269 5 12쪽
1 꿈 - 0 +2 20.05.30 421 19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