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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윤의 서재입니다.

투시透視, Second Sight

웹소설 > 자유연재 > 공포·미스테리, 추리

최승윤
작품등록일 :
2014.08.03 00:37
최근연재일 :
2014.12.18 17:34
연재수 :
3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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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877
추천수 :
518
글자수 :
272,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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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8.03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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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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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Episode 01 빨간 드레스 (5)

DUMMY

시간, 그리고 일정.


이 두 가지였다. 희현의 계약서를 보는 순간, 무의식적으로 이상하다고 생각한 부분은 그것이다.


“정확히는 차희현 씨가 계약서를 작성한 시간과 피살을 당한 시간이 이상하다는 겁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대리님? 물론 결론적으로 보면, 차희현 씨의 계약은 피살을 당하기 ‘한 달’ 전에 우리와 계약을 맺었어요. 그런데 그리고 한 달 후에 바로 피살을 당했습니다. 계약서의 내용을 보면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세준은 떠오르는 대로 이야기했다.


「나 차희현(갑)은 만약에 있을지 모를 내 신변의 이상을 고려하며 이 계약서를 체결한다. 나 차희현(갑)은 이 계약으로 내 사후에도 ‘우리’들의 명예가 지켜지기를 원한다. Secret Saver(을)은 이 사항을 위해 계약자의 언니 차우현에게 반드시 시크릿 박스 안의 웨딩드레스를 전달한다. 또한 샵의 운영에 대한 권리를 제한하며, 샵을 반드시 폐기하고, 그 안의······.」


권계영이 직접 일어나 카페로 향했다. 커다란 테이크 어웨이 컵을 양손에 쥐었기 때문인지, 손은 더 작고 사랑스러워 보였다.


“여기, 이거 마셔. 그리고 계속해.”


은근히 사랑받고 있는 건가, 나?


세준은 좋아해야 할지 불편해야 할지 갈등하며 이어갔다.


“네, 전후관계를 잘 따져서 계약서의 문맥을 고려해보면, 시간이 이상하다는 게 나옵니다. 그러니까……, 차희현 씨는 무슨 이유로 ‘만약에 있을지 모를 내 신변의 이상을 고려하며’라는 문장으로 계약서를 적게 한 걸까요?”


시크릿 세이버는 물론 법률팀을 가지고 있다. 법률팀이란 자고로, 아이디카드를 목에 걸고 흐느적흐느적 점심을 먹으러 가서도 어디 하나 문구에 문제가 없는지를 검토하게 되어 있는 법이다.


대개의 경우, 지난 1년 동안 세준이 본 계약서의 문장들은 이렇게 시작했다.


「나 ○○○(갑)은 만약에 있을지 모를 내 사후의 일들을 다음과 같이 유지하거나 정리해주길 원하여 이 계약서를 체결한다.」


지금까지는 어느 누구도 「내 신변의 이상을 고려하며-」라고 적은 것을 본 적이 없다. 지금까지는 일반적인 경우만 다뤘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나 형사사건, 그것도 강력범죄 위주의 이행2팀이라고 해도 자신의 사고를 미리 예측하듯 계약서를 적는 경우는 드물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차희현 씨처럼 자신이 사고를 당할 것을 미리 계약서에 남기는 일은 더욱 희귀하다. 차희현이 신데렐라 스토커에게 피살을 당하기 직전까지 친언니와 치정의 분란을 겪었던 상황이라면 그의 계약서 문구는 매우 특이했다.


“……하지만 차희현 씨는 실제로도 한 달 뒤에 피살당했어. 그러니 신변의 이상을 어느 정도 직감했을 수도 있지 않을까?”


계영의 목소리가 논리적인 분석에 끼어들었다. 놀리는 어투였다.


“아뇨.”


세준은 연하게 빛나는 갈색 눈동자를 쏘아보았다.


“그렇지 않다는 거 선배도 아시지 않습니까. 차희현 씨에게 일어난 사건과 계약서의 내용은 기본 맥락이 다릅니다, 안 그렇습니까? 신데렐라 스토커는 지능적 사이코패스라고 알려져 있고, 차희현 씨는 그런 놈의 레이더에 본인이 걸렸다는 사실을 한 달 전부터 미리 알진 않았을 겁니다.”


“반대로 생각해 볼 수도 있지.”


진한 커피향이 일갈했다.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들보다 그런 범죄적인 신호를 더 잘 읽을 수도 있어. 신데렐라 스토커는 네 말대로 지능범이고, 자신의 취향을 가진 놈이야. 그런 놈들은 자기가 편하다고 생각하는 반경 내의 범위에서 자기 취향을 오랫동안 관찰해서 표적을 삼는 경우가 많아. 차희현 씨가 그걸 미리 무의식적으로 알아차렸을 수도 있지 않을까?”


이 여자는 왜 이런 범죄적 심리에 대해 알고 있는 거지? TV에서 떠드는 걸 유심히 들었나.


세준은 혼란스럽게 만드는 갈색 눈동자에서 시선을 돌렸다. 참새들이 길거리의 빵가루를 먹고 있었다.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이 아무도 페라리를 힐끔거리지 않는 곳, 바로 청담동의 빵가루를-.


“그것도 이 상황에서는 틀린 논리라는 거, 선배도 아시잖아요. 항간에 알려진 신데렐라 스토커는 반드시 세 가지 패턴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 비가 오는 길의 외지고 어두운 곳에 있는 여자, 둘째, 통화를 하며 누군가와 싸우는 여자, 셋째, 발목…….”


발목을 왜 가져가는 건지는 알 길이 없다. 어떤 뒤틀린 기제가 그 사악한 범죄자에게 있는 건지도 알 길이 없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런 점이 아니다. 계영의 눈이 다시 반짝, 하고 부드럽게 빛났다. 세준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빙고, 어느 정도 맞혀간다는 의미였다.


“그렇다는 말은……, 언니와의 통화로 정신이 팔린 차희현 씨가 한 달 전부터 자신에게 어떤 변고가 생길지 미리 예측할 신경도 없었을 뿐더러, 그런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거액을 들여 우리 시크릿 세이버에 사후 관리를 의탁하진 않았을 거라는 말입니다. 선배 말대로 어떤 불길한 예감 때문에 그럴 수 있다는 건 확률이 지극히 작아져요. 그 말은…….”


“그래, 맞아. 차희현 씨가 신데렐라 스토커에게 쫓기는 기분이라서 우리 회사와 그런 계약서를 적었다면 사실 가족에게 가장 먼저 털어놓았겠지. 사이가 안 좋더라도 남편이나 그런 관계 말이야. 아니면 가장 친한 친구에게라도 털어놨을 거야. 그리고 그런 기분이라면 사고를 당하던 그날, 남편에게 데리러 와 달라고 했을 거야. 주로 그 스토커 미친 새끼는 거리에서 희생자를 관찰했을 테니까. 그런 눈길을 느꼈다면 말이지.”


“네, 신데렐라 스토커의 행적이 어느 정도 알려진 마당에, 차희현 씨가 우려한 상대가 그 스토커였다면……, 우리에게 사후 관리를 의뢰하기 전에 다른 방법을 먼저 생각하겠죠. 돈도 많으니 신변 보호라든지, 경호라든지, 하다못해 선배 말처럼 남편이라든지, 아무튼 그 살인마의 표적에 걸리지 않을 뭔가를 생각했을 거예요. 자기의 사후를 계약하기 전에.”


맞아, 권계영이 개를 칭찬하듯 말했다. 역시 좋아해야 하는지 불편해야 하는지 판단은 서지 않았다. 그래서? 하고 같은 목소리가 입을 열 때까지, 세준은 비싼 땅의 참새를 응시하며 부러워했다.


나도 참 좋겠다, 저렇게 거저먹을 수만 있다면!


“그래서 어디까지 떠오른 거야?”


“그래서……, 아무튼, 아까 공사예정 안내서를 보면서 떠올랐는데……, 그렇게 생각하니까 정말 이상했습니다. 뭔가를 예측하면서 미리 경고하고 부탁하고 양해를 구한다는 것, 그것도 근시일 내에 일어날 일을 예상할 수 있었다는 것……. 그건 공사를 시작할 건물에 있는 사람이 미리 안내서를 적듯, 차희현 씨도 자기가 속한 어떤 상황의 위험함을 어느 정도 알기 때문에 그런 계약서를 적었다는 말이 됩니다. 한마디로 신데렐라 스토커와 차희현 씨의 계약서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으니, 차희현 씨는 이 계약서를 적을 때, 자신의 샵이 처분되길 원하고 언니가 뭔가 알아내기를 원하는 마음이 컸으리라 예상됩니다. 그 희즈웨딩샵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거죠.”


그래서 경찰이 신데렐라 스토커의 짓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주변인들을 먼저 조사하느라 시간이 더 걸렸을지도 모른다.


바로 그거였군, 세준은 머리를 의자에 기대며 툴툴댔다. 씹할, 그런 거였어, 정말.


“맞아, 잘 유추했어. 보통 사람들은 그렇지 못하거든.”


“그렇습니까?”


계영은 대수롭지 않아하는 투로 칭찬했다.


“어, 그래. 보통은 차희현 씨가 계약 한 달 후에 피살로 사망했기 때문에 결과에 원인을 붙여서 잘못 해석한 게 전부지. 일종의 인지부조화야. 하지만……, 사실은 네 말이 맞아. 내가 그 계약서를 보면서 생각한 것도 너와 같은 거야. 게다가 차희현 씨가 남긴 이행 조건 자체가 정말 고인이 계약을 체결할 당시 얼마나 위험한 상황을 예상했는지 짐작할 수 있게 해주지 않아? 그 계약 내용을 봐. 웨딩드레스와 샵의 처분에 관한 문제, 이건 상징적인 의미로나 샵 자체의 명의로나 언니와의 불화가 끝나지 않을 것을 암시하는 거잖아? 자기가 당장 죽을 것 같은 위협을 느낄 때나 가능한 표현이라고 생각해. 훨씬 나중에 일어날 일이라면 그런 구체적이고 희한한 조건을 걸지 않겠지. 아, 그건 그렇고, 자기? 컵 씹지 마라, 보기 흉하다, 응?”


종이컵을 씹어대는 버릇이 아직 나아지지 않은 모양이다. 세준은 찌푸린 채 컵을 확인했다. 계영은 개를 달래듯 말하는 바람에 공연히 자존심이 상했다.


“아, 이건……, 금연의 습관입니다!”


“사장의 숨겨진 아들이여!”


계영은 탄식했다.


“무릇, 금연에는 껌이라든지, 패치라든지……, 다른 걸로 대치할 만한 중독성 물질이라는 게 있지.”


먹튀 참새 녀석이 빵을 잽싸게 처먹고 사라졌다. 계영은 근처 빌딩 난간에 오종종하게 앉아 있는 귀여운 머리통들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가자.”하고 말했다.


“가요? 어디를? 희즈 웨딩샵요? 아니면…….”


“언니인 쪽. 이 샵 근처에 살아. 물론 그 집을 찾아갈 건 아니지만.”


옅은 갈색의 눈이 뒷자리를 일별一瞥하며 대답했다. 트렁크에는 차희현이 제 언니에게 꼭 전했으면 하는 의문의 웨딩드레스 박스가 있었다.


세준은 시동을 걸며 툴툴거렸다.


“이번에는 뭔가 계획이 있는 겁니까? 계획이 없으면 가도 소용이 없지 않을까요? 다섯 번이나 출입을 거절당하셨다면서…….”


“없어.”


카페 앞의 사거리, 고급 일식집 간판 앞에서 차가 멈췄다. 신호를 받기 위해서였지만 타이어가 끼익,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


“……없다고요?”


붉은 신호등이 낙막한 생명체처럼 홀로 빛났다. 계영은 커피를 홀짝이며 무릎을 모아 앉았다.


“어, 없어.”


“……그러니까, 정말 계획이 없다고요?”


“없어. ……이제야 내막을 알 것 같아. 이 계약을 이행할 수 없게 만드는 그들만의 비밀을 짐작했다는 거지.”


잠시 끊어진 말이 이어졌다.


“원래도 차씨 자매들이 왜 저러는지 가설이 하나 있었는데, 네가 컵을 씹는 바람에 그 가설을 재빨리 증명할 방법을 찾은 거야. 좋아, 용감하게 차씨 아가씨들의 비밀에 접근해 보자고. 그 비밀이 이 이행건을 힘겹게 하니까, 우리가 그걸 알아내야만 일을 처리할 수 있어.”


뭔 말이래?


외계인이라도 만난 기분이었다. 한반도에서 정착한, 흰 옷을 즐겨 입고 머리에 상투를 틀며 가무를 즐겼다는 인종이 우랄알타이 언어족을 쓴 이후로 이런 기분은 최초였다.


“제가 컵을 씹는 게 선배의 가설에 뭔가 좋은 방법을 알려줬다고요?”


차가 출발하면서 튀어나온 질문은 곧 소음에 묻혔다. 계영이 격한 출발에 아이처럼 휘청거렸다.


“뭐야, 너! 운전을 어디서 배웠냐! 면허를 제대로 따기는 했어? 앙?”


“뭐랍니까.”


세준은 목숨의 소중함도 잊고 가볍게 개갰다. 운전에 대한 자부심은 남달랐다. 8년 전, 무려 절에 들어가 나름 열심으로 공부했던 국가 공인 자격증이 아닌가.


아직도 그때가 눈에 선했다. 스님은 일백년 절의 창건 역사 이래, 운전고시를 위해 찾은 이는 처음이라 하셨다. 사람이 그 정도의 비웃음을 당하면서까지 스스로 은거해서 공부에 매진하려면 굳은 심지가 필요하다.


그러니 다 좋은데, 내 면허를 비웃지 말라고!


“대답이나 해주세요!”


세준은 바람을 핑계 삼아 대놓고 소리쳤다.


“그러니까, 제가 컵을 씹은 거랑, 선배의 가설이랑 무슨 관계가 있는지! 아니, 가설이라니, 그게 뭡니까, 도대체!”


계영도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여기서는 가설이 곧 계획이야! X 팀의 프로젝트는 형사 사건이 연루되어 있다고! 지금 이 일처럼 형사 사건 자체를 무시하고 계약을 진행했는데 이행이 어렵다면…… 그건 이 계약에 관련된 다른 비밀이 있다는 거야. 결국 이 계약에 관련된 사람들에게도 뭔가 밝히지 못할 이야기가 있다는 거잖아! 그러니까 그 사연을 풀어내거나 접근을 해야, 차우현씨가 드레스인지 뭔지 저 망할 놈을 받을 거라는 이야기야! 샵의 처분도 설득이 되고!”


“그래서 그들만의 비밀을 가설로 세워보셨다는 겁니까? 차희현 씨가 계약서를 적을 당시에 느낀 위협을 설명할 가설? 그 가설을 증명할 계획이 섰다고요?!”


“그래!”


바람이 찢기는 소리와 고함소리가 귀를 멍하게 했다.


“너도 알아냈잖아! 차희현이 신데렐라 스토커와는 상관이 없는 어떤 위협을 느끼고 있었다고! 그거야! 그게 차우현이 드레스를 받지 않으려고 하고, 샵을 처분하지 않으려고 하는 이유일 수도 있다고! 위협을 받을 정도면 어느 정도 범죄적인 이유야! 난 그 비밀이 뭔지 대충 알겠고, 이제 증명할 거라고!”


“그러니까, 그게 컵하고 무슨 상관인데요?!”


우리는 왜 소리를 지르고 있는가. 뚜껑을 닫으면 그만인 것을.


세준이 자괴감에 빠질 때, 옆자리의 고양잇과 인간이 다시 소리쳤다.


“왼쪽으로 가, 인마! 오른쪽 아니고!”


운전대를 잡으면 인성이 변하는 사람은 많이 봤지만, 조수석에 앉아서 과격해지는 사람은 처음 보았다. 세준은 고개를 저으며 고분고분 그 말에 따랐다. 계영이 중얼거림이 바람의 절규에 묻혀 희미하게 들렸다.


“……중독에 대한 거지. 폭력성, 공격성, 살의……, 적대적인 감정이나 생각도 습관적인 중독이지. 담배처럼. 뭔가 중독된 것을 끊을 때는 다른 것을 찾아 그 갈증을 어느 정도 대체하는 것처럼……, 내가 생각한 그게 옳다면……, 아, 그러니까, 정말 맞는다면……‘그 사람’은 또 그런 행동을 여러 번 했을 거야.”


유언인가? 세준은 생각했다. 유언이었으면 좋겠는데.


차는 이미 계영의 손가락 끝이 걸린 장소, 하얀 선녀-인지 말인지- 조각상이 있는 오피스텔 건물 앞에 도착했다.


세준은 차우현의 집으로 보이는 15층을 올려다봤다. 창문이 워낙 많아서 사실 어느 집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일하는 생색은 내야했다.


“……아무튼 널 데리고 오긴 잘했어, 친구.”


인마에서 친구로 승격되는 것은 역시 한순간이다. 계영은 상대를 고려하지 않는 자기애로 늠름하게 웃었다. 후후-. 호러쇼의 귀신 같은 웃음과 혼잣말이 느긋하게 이어졌다.


“역시 널 데리고 오길 잘했어. 맞아, 그래서 궁금했던 거야. 상자, 저 안의 웨딩드레스에 얽힌 어떤 스토리, 그게 뭐기에 언니는 죽은 동생이 남긴 유일한 유품을 그렇게 완강히 거절하는 걸까.”


“지금 저에게 질문하시는 거 아니죠?”


“그럴 리가 없지.”


굉장히 딱 자른 말투였다. 세준은 버름한 기분으로 피식 웃었다.


“아, 뭐, 대충은 알아들었습니다. 어쨌든 이 계약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고객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는 거?”


“그렇지. 그러려면 그들 사이의 약점인……, 치명적인 비밀을 알아야 한다는 거야. 지금, 이 사달을 나게 만든!”


문제적 여자는 저주를 품듯이 중얼대더니 갑자기 홱 하고 돌아봤다.


“맞아, 너, 청담동에서 좀 놀았지? 1년 몇 개월 전쯤에 우리 이 근처 클럽에서 마주쳤으니까.”


언제 꺼내나 조마조마했던 말이다. 그래, 이래서 이 여자와 같은 팀이 되는 게 싫었다. X팀에 가는 것은 환영이었지만.


“그러니까, 대리님, 그때 제가 그 클럽에서 대리님과 키스를 했던 건…….”


세준이 한숨과 함께 준비된 대답을 꺼내려 할 때였다. 계영은 성가셔하는 투로 손을 저었다.


“닥치고.”


사실 계영에게 키스 같은 사소한 일은 언급하지 않는 게 좋았다. 그에게는 ‘사장의 숨겨진 아들’과의 키스 같은 것은 더욱 예사로운 문제였다. 어쩌면 그에게 ‘누구나 다 아는 사장의 숨겨진 아들’과의 딥키스 사건은 아주 단순하고 매일 겪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런 하찮은 이야기 말고, 내가 알고 싶은 건 단 하나야, 그러니까 청담동 이 바닥이 네가 노는 물이었냐고 묻는 거야.”


권계영이 오피스텔의 위를 바라보며 악마 인형처럼 웃었다. 네, 세준은 열없는 투로 대답하며 조각상을 바라봤다. 흰 옷을 입은 천사-인지 말인지- 하는 조각상이 계영의 얼굴 위로 그림자를 떨어뜨렸다.


……임팩트가 꽤 있는 그림자였다.


작가의말

업데이트 기록 _ 14.11.10 수정(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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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5

  • 작성자
    Lv.36 온연두콩
    작성일
    14.09.09 01:34
    No. 1

    두 사람의 궁합이 재밌네요.
    오고가는 일적인 대사 속에서 자꾸 개인적인 감정이 같이 오고가는 것 같은 건 제 기분 탓만은 아니겠죠?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0 최승윤
    작성일
    14.09.10 21:44
    No. 2

    네, 둘이 잘 될 거예요...^^ 티격태격하면서 잘 되는 거라, 그렇게 에로틱한 분위기는 아니겠지만요..^^ 읽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_ _)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마니
    작성일
    14.09.16 01:41
    No. 3

    계영은 원래 특이한 캐릭터지만 세준은 뭔가 숨겨진 것이 많네요. 그나저나 운전면허를 따려고 절에 가다눀ㅋㅋ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1 윤도경
    작성일
    14.11.22 23:52
    No. 4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 작성자
    Lv.22 젤라
    작성일
    14.12.09 15:13
    No. 5

    두 사람이 서로 툭탁거리면서도 미묘하게 감정을 주고받는 느낌이 확연이 나는군요. 하지만 지금은 일단 일을 먼저 해야겠죠? ㅎㅎㅎ 저는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열심히 따라가보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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