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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윤의 서재입니다.

내 일상


[내 일상] 나는 나의 가장 좋은 독자



글을 쓴 지 오래 될수록, 혹은 출판을 많이 했거나 사랑을 많이 받을수록 [타성]이라는 녀석보다 더 어려운 놈을 만나게 된다.

바로 [나]라는 존재다.




나는 며칠 동안 (심지어 몇 달 동안), 내가 올린 소설들의 조회수가 사실은 전부 내 조회수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어떤 경우에는 나만 읽어서 1이고, 어떤 경우에는 아무도 읽지 않아 0인 곳도 있다. (저 먼곳의 사이트에서......)

글을 올린 갯수가 적어서 뿐만은 아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고, 혹은 그 모든 것이 아닐 수도 있다.

단지 나는, 오늘 커피를 마시며 어제 자게를 달궜던 사건을 보다가, 그 모든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여기서 생각을 멈추는 게 좋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오래전, 15년 전 내가 처음으로 글을 쓰기 시작할 때, 작가들 사이의 선후배 문제로 다툼이 있었을 때 어떤 작가가 이런 말로 상황에 종지부를 찍었다.

[글을 쓰는 일차적인 즐거움은 자기 만족적인 것이며, 이 즐기는 행위를 시작하는 시간이 좀 늦었다는 이유만으로 선후배의 형식적인 틀을 따진다는 것은 무의미하다]

이 말의 옳고 그름에 대한 가부는 대하는 사람의 몫이다. 다만 나는 이 말의 어떤 한 부분에 대해, 오랫동안 의식했다. 이 말의 한 구절이, 오랫동안 나를 따라다니며 [글을 쓴다, 혹은 소설을 쓴다(스토리텔링을 한다)] 라는 것의 본질을 계속 떠올리게 했다. 인기가 있을 때도, 혹은 인기가 없을 때도.

오늘은 명구名句에 가까운 이 말이, 나에게 새로운 제안을 내어놓았다.

글을 쓰는 행위 자체가 목적적이 된다면, 나는 항상 나의 가장 좋은 독자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보니 그렇다.

나의 가장 좋은 독자는 나다. 건설적인 수정안을 스스로 들여다보고, 즐거움을 느끼는 일차적인 목적 대상은 바로 나 자신이어야 한다. 그래서 0의 추천수, 1의 조회수에도 불구하고 즐거움을 느끼고 글을 쓴다는 행위 그 자체에 몰입하고 있어야 하고, 그렇지 않다면 그곳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독자들은 칭찬도 하고, 비판도 한다. 칭찬은 마감에 시달리다가도 타우린보다 더 한 기력을 보충하게 만들고 (실제로 타우린이 그런 기능성이 있진 않지만), 비판은 속이 쓰리고 잠을 설치게 하다가도 그 사람의 [생각]일 뿐인 부분과 실제의 현상을 비교 분석하게 되면 결국 작가에게는 약이 된다. 추천을 올리고 선작을 많이하게 하는 방법을, 모른다고는 할 수 없다. 말했듯이 오래 쓸수록, 출판을 많이 했거나 사랑을 많이 받았을수록 더 확실한 방법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떠나서, 사람들의 환호나 칭찬이나 응대 이전에 있어야 하는 것은 내가 과연 무엇을 위해서 이러고 있느냐에 대한 본질적 회귀다.

뭐, 이렇게까지 심각하자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이렇게 말했다.

글을 쓰고 싶은 욕구가 당신의 가슴 깊숙한 곳으로부터 뿌리를 뻗어 나오고 있는지 확인해보고, 글쓰기를 그만두느니 차라리 죽음을 택할 수 있는지 자문해보십시오. (라이너 마리아 릴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中)

또한 저렇게까지 심각하라는 말은 절대 아니지만....^^


진지와 심각은 다르지 않은가. 글을 쓸 때, 심각하진 않더라도, 적어도 진지한 즐거움을 향유할 수는 있다는 의미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심지어 비평의 무용함에 대해 젊은 작가에게 강설했다. 물론 글을 쓰다가 누군가 봐줬으면 좋겠고, 좋든 싫든 반응을 알려줬으면 좋겠고 하는 마음이 들 때도 있으리라는 걸 안다. 정말 조회수 1의, 추천수나 선작수 0의 글을 적는 괴로움이 뭔지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대놓고 걸릴 정도의 꼼수를 쓸 마음이 든다면, 언제든지, 한 번쯤은......


릴케가 이야기한 부분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게 좋을 것 같다.


글을 쓴다는 것의 본질적인 즐거움은 커뮤니케이션의 기능 이전에 일차적으로 자기를 표현하는 즐거움이다. 가장 만족해야 하는 것은 자기 자신이라는 의미! 그리고 그 즐거움에 기꺼이 동참하는 독자를 만나는 것은 그 즐거움을 배가시키는 의미지, 사람들이 덜 찾는 글을 쓴다고 해서 그 즐거움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댓글 2

  • 001. Lv.36 온연두콩

    14.09.09 01:59

    이 글에 누를 추천 버튼이 없는게 아쉽네요. 공감합니다.

  • 002. Lv.22 젤라

    14.09.13 12:24

    저도 요즘에 많이 생각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언제나 결론은 스스로 만족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깊게 공감이 가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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