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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현실 님의 서재입니다.

후천적 재벌 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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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새글

이상현실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1
최근연재일 :
2024.06.27 20:10
연재수 :
5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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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60
추천수 :
195
글자수 :
342,759

작성
24.05.15 09:44
조회
488
추천
7
글자
12쪽

10. 눈멀 정도의 욕망

DUMMY

***


이틀 후.


5만 90개. 그리고 34억 5개가 내 손안에 들려있다.


마음 같아선 장모님이랑 같이 가려 했지만, 장모님께선 사양하셨다.


‘박서방. 마음은 고마운데 1년 내로 받아가면 되는 거잖아? 이건 내가 알아서 할게.’


뭐. 알아서 하시겠다는데 계속 권유하는 것도 민폐겠지.


꽈악-


건조대에 얹어진 흰 운동화를 신곤 발사이즈에 맞춰 신발 끈을 묶는다.


굳은 몸을 풀기위해 스트레칭을 더하자 민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 자기야. 아침부터 나갈려고?”

“오늘은 생각할 게 좀 있어서. 먼저 갈게.”

“응! 조심히 다녀와!”


찬공기로 뒤덮인 거리.


선선하게 낀 안개들 사이로 택시들이 일렬로 서있었다.


이들 중. 나는 가장 앞에선 택시를 붙잡곤 고려은행으로 향했다.


“어디로 가드릴까요?”

“서대문 경찰서로 가주세요.”


기사는 짤막한 침묵을 유지했다. 덜덜거리는 미세한 진동은 심란한 마음을 진정시켰다.


희안하네. 보통은 오히려 떨려야하지 않나?


기다리는 동안 무료하기도하겠다. 당첨된 금액을 다시 한 번 검토해보았다.


[보상 : 12,851,890,120 + GP 1,285,189]


흠... 조금 모자라는데...


아마 세금 때문에 그런가?


로또로 상금을 받게 되면 세금 얼마정도를 때더라?


띠링


[5만원 초과 ~ 3억 이하 : 22% (소득세 20% + 주민세 2%)]

[3억원 초과 : 33% (소득세 30% + 주민세 3%)]


음. 조금 모자라는 건 세금 33%가 빠져서 그런가 보다.


더럽게도 많이 떼어가네.


“저 손님?”

“네?”

“슬슬 도착했습니다만...”


벌써?


생각보다 깊게 생각하느라 그런지 목적지에 도착한 줄도 몰랐다.


“얼마에요?”

“만 8천 원입니다.”

“아. 잠시만요.”


습관처럼 체크카드를 건네려다가 핸드폰 케이스에 숨긴 2만 원을 그에게 건냈다.


뭐? 왜 이렇게 예민해져 있냐고?


이러는데엔 다 이유가 있다. 로또 당첨된 것을 최대한 숨기려고.


예전에 비슷한 일이 있었거든.


‘엄마! 엄마!’

‘인석아? 왜그러니?’

‘오늘 집가는 길에 돈 주웠어요!!’


당시의 나는 길가다 만 원짜리를 주웠던 걸로 기억한다.


운 좋게 얻은 돈에 나는 철없이 자랑했고.


예상과는 달리, 어머니께선 잠시 고민하다 조심스레 내게 물었었지.


‘인석아. 혹시 그거 훔친거는 아니지?’

‘응!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떨어져 있었어요!!’


그때였을까? 신문을 읽고 있던 아버지가 내게 물었던게?


‘... 주웠다고?’

‘네!’

‘얼만데?’

‘만원이요!!!’


태연하게 묻는 아버지완 다르게 어머니는 근심이 가득했다.


‘여보. 아무리 그래도 돌려주는게 맞지 않을까요?’

‘... 어떻게 찾아주려고? 잃은 사람이 잘못한거지.’

‘그래도...’


터업.


그리곤 아버지는 몸을 일으켜 내 어깨를 움켜쥐셨다.


‘인석아. 다음부터는 함부로 말하지마라.’

‘네? 왜요?’

‘우리에겐 단돈 만 원이지만, 그것조차도 갈망하는 사람들이 있거든. 운이 나쁘면 그들에게 빼앗기고 말거다.’


그때는 그 의미를 잘 몰랐다.


다음날.


학교에서 제일 친한 친구들에게 말하기 전까지는.


‘야! 내가 분명히 너희들에게만 쏜다고 했는데 왜 다른 애들까지 오는거야?’


‘인석아. 어짜피 그 돈 니꺼 아니잖아.’

‘맞아! 운 좋게 주은거잖아.’


‘아니... 그래도...’

‘와... 인석이 실망이다. 우리 친구 아니야?’

‘째재하긴. 고작 만원가지고 그러기냐.’


그때 요금이 3만 7천 500원 나왔던걸로 기억한다.


무튼


갑작스런 돈은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법.


그걸 난 11살 때 깨우쳤다.


후우... 집중하자. 이제부터 시작이다.


지잉.


현관문이 저절로 열렸다. 그러나 얼굴은 자연스레 구겨졌다.


바로 앞에 그놈.


아니 임성민과 강부장이 웃으며 나왔기에.


“이야~ 역시 부장님이십니다! 한번 말씀하시니깐 통크게 100억이 나오는 군요!”

“통 크긴 무슨. 당연한 것을”

“에이~ 부장님께선 너무 겸손하십니다. 제가 했으면 100억은커녕... 여긴 무슨 일로 왔냐?”


임성민은 말을 끊고는 나를 노려보았다.


허... 짜식. 변한거 없네.


“보면 몰라? 돈 찾으러 왔지.”

“허. 이새끼 봐라?”


뒤에서 강부장이 눈치를 주었지만 나는 이를 무시했다. 어짜피 이젠 남이지 않는가?


“퇴직금으로 잘 지내는지 모르겠다?”

“뭐, 덕분에 많이 벌었죠.”

“없는 말 잘하네?”


흠... 1억이 그렇게 적은 돈이었나? 이 인간은 대체 얼마나 벌었길레?


[253,813,725]

[53,112,317]


2억이라고? 전에 봤던거랑은 다른데? 그에 반해 강부장은 5300인가.


“왜? 막상 일 벌리니깐 후회되냐?”


그럴 리가.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그랬겠지만, 내겐 100억이 있거든.


“그보다 좀 비켜주시지 않겠습니까? 대체 언제까지 서있으려고?”

“흥! 끝까지 가오 부리긴.”


툭.


놈은 나이에 맞지않게 어깨빵을 쳤다.


끝까지 적의를 들어내는군. 뭐, 애초에 넌 그런 놈이었으니깐.


지금은 참지만.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박터지게 싸워보자고.


툴툴.


더러운 먼지가 어깨에 묻었기에 손으로 쓰려내렸다. 최대한 심호흡을 하며 3층으로 향했다.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되겠지.’


접수번호를 뽑아 자리에 앉았다. 9시인데도 사람은 북적거렸다.


생각보다 당첨된 사람이 좀 있나보네? 일찍왔다 생각됐는데 약 6명 정도가 줄을 서고 있었다.


하긴. 이번 금액이 조금 크긴 했으니깐. 당첨자 수가 좀 많을 수도 있겠지.


기다리는 사이 행복한 상상을 떠올렸다.


100억이 생기면 뭐부터 할까?


집? 차? 아니면 여행?


머릿속엔 행복한 상상이 떠올라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야!!!”


저기 또 다른 당첨자가 소리지르기 전까진.


“저기 손님. 잠시 진정하시고...”

“진정? 진정? 아니 씨발!! 니 같으면 내가 진정해 보이냐고!! 어?! 내가 말했잖아!! 하기 싫다고!”


뭐지?


손 위로 떠오른 숫자를 보니 저 사람도 1등에 당첨된 사람이다.


굳이 여기서 소란을 피울 이유가 없는데도 저 사람은 왜 저러는 거지?


“아니... 그게 아니라 저희는...”

“저희고 나발이고! 닥치고 돈이나 내놔!!!”


뭔가가 수상하군.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핸드폰을 들어올렸다.


꾹.


되도록 싸우기는 싫지만, 준비는 해두는게 좋겠지.


“7번 고객님?”


최대한 침착한 표정을 지으며 로또 번호를 보여주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당첨 금액이... 헥!!”

“쉿!”


이 눈앞에 있는 직원은 눈이 휘둥그래진 것을 감출생각이 없어 보였다.


이해는 한다.


30억이라 생각했던게 130억이니깐.


“... 최대한 조용히 끝내줬으면 합니다.”

“아아... 잠시만 기다려 주실 수 있나요?”

“아니요. 바로 끝내주시죠. 일시불로 받을 겁니다.”


이 직원이 왜 기다리라 했는지는 이미 알고 있다. 지 실적을 올리려고 그런거지.


“저 고객님. 그래도 한 번에 큰 금액이 들어오면 금감원에 의심을 받을 수 있어서...”


이것 봐라? 이젠 거짓말까지 하네?


틀린 말은 아니다.


매 월 300만원만 들어오다가 그 이상되는 금액이 사용된다면 금감원에서 감시가 들어오는건 사실이니깐.


하지만, 로또 수령에 대한 것은 예외로 친다.


수령을 받는 순간 33%의 세금을 떼어가기에.


...


일단은 한번 지켜봐볼까?


“아아... 그렇군요.”

“네. 그래서 저희가 몇 가지 혜택들을 추천하는데 저희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것들은...”


이놈은 이제 양해를 바라지 않는다.


가식적인 웃음을 지으며 포장하려 들지만, 내게는 보였다.


저놈이 나를 돈주머니로 보고 있다는게.


“저기요.”

“네?”

“아까 제가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안 한다고요.”

“아... 그래도 이 상품같은 경우엔...”


해도해도 계속 말하려 드니 내가 말했다.


“연금저축펀드. 이거 정말로 이렇게 되는 거 맞습니까?”

“네? 아 네! 확실합니다. 저축이란게 말입니다. 넣기만 하면 돈이 자연스럽게 쌓이는...”


자연스럽게 쌓인다고?


지랄하네. 지금이 1980년도냐?


이자율이 많아봤자 2퍼샌트인데 30년동안 넣어둔다 쳐도 얼마 되지 않는다.


왜냐? 돈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줄어드니깐.


달러를 기반으로 고려은행이 원화를 발행한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우리나라 만이 아니라 모든 국가가 그리 하니깐.


하지만, 달러가 아무리 강세라고 한들 미 연방은행에선 매번 달러를 뽑아대는 바람에 희소성이 줄어들고 있지.


즉, 화페의 가치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이치.


2퍼센트의 이자율에 저축을 해둔다는 것은 스스로 돈이 녹아내리는 것을 바라보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데 그런 내게


저축을 하는게 이득이라 말한다고?


개소리지.


저놈이 말한대로 움직이려면 한국에 외환 위기가 다시 일어나야한다.


그것도 달러를 보유한 상태에서.


“그러면 묻겠습니다.”

“네. 말씀해주십시오.”

“이 적금에 저축을 한다면 달러로 받을 수 있습니까?”

“네? 하하. 농담도 참. 당연히 원화로 돌려 받는거죠. 원화로 넣는 건데요.”


거 봐라. 안된다고 하잖나.


“고객님께선 이 상품이 좋으신 것 같은데 이걸로 해드릴까요?”

“아니요. 달러로 받지 못한다면 거절하겠습니다.”

“흐음... 그러면 이 상품은 어떻습니까? 고객님께서는 해외에 관심이 있으신 것 같은데 BRICS 국가 펀드에 넣는 겁니다.”


브릭스?


들어본 적은 있다.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그리고 남아프리카 공화국.


5개의 개발도상국에 투자를 해 래버러지를 얻는 방식.


“최근에 유명한 앨런 머스크도 남아프리카 공화국 출신이지 않습니까? 그리고 브라질, 중국, 인도, 러시아의 경우엔 천연자원을 가지고 있어서 이들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은 높게 평가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잠재력이 모든걸 해결해주지는 않지.


자원이 많으면 뭘 하나.


그 분배가 제대로 되지 않는데.


러시아의 경우엔 천연가스를 무기 삼아 협상의 도구로 이용한다. 중국의 경우엔 센카쿠열도 분쟁으로 희토류 수출을 금지했다.


즉, 이들이 돌아서는 순간 나가리가 되는 거다.


그리고 앨런 머스크? 그래 남아프리카 공화국 출신이지. 그런데 지금은 어디에 있는가?


미국이지 않는가?


그곳에 가능성이 있다면 굳이 미국으로 떠날 필요가 있을까?


세계의 대부호조차 미국으로 떠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흐음... 그래도 달러로 받는게 아니라면 거절하죠.”

“네... 알겠습니다.”


직원은 결국엔 미련을 버리지 못했는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거참. 그냥 당첨금만 주면 되는 것을 이렇게나 끌어댈 줄이야.


쓰잘데기 없는 권유만 없었어도 10분이면 끝났겠다.


타칵... 타칵카칵...


몇 번의 타자 질을 하는 동안 침묵이 유지되었다.


직원은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 한체 손을 바쁘게 놀렸다.


“그러면 계좌는 어떤걸로 하시겠습니까?”

“새로 만들어주세요.”

“네 잠시만요.”


후우... 잘 참았다. 이제 이것만 해결되면 130억이 들어온다.


“... 네! 이제 계좌 비밀번호 불러주시면 됩니다.”


...뭐?


계좌 비밀번호를 불러달라고?


“여기는 계좌번호를 직접 말해야 합니까?”

“보다시피 이곳엔 기계가 없는지라. 직접 말씀 드려야합니다.”


이런 개같은 경우를 봤나!


개인보호법을 대놓고 무시하네?


“그러면 제가 직접 입력할테니깐 잠시 그쪽으로 가도 되겠습니까?”

“에이~ 그러시는 건 좀...”

“그럼 어떻게 입력하라는 겁니까?”

“아까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직접 불러주시면...”


꾹.


더는 들을 필요가 없었다.


이딴 취급을 받으려고 이곳에 온게 아니었으니깐.


“... 여기 담당자가 누구입니까?”


말이 안 통하니 높은 사람을 부르는 수 밖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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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1. 씨앗을 물어다 주는 새. 24.05.25 336 3 12쪽
20 20. 새로운 선물 (2) 24.05.24 338 5 12쪽
19 19. 새로운 선물 24.05.23 366 5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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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6. 배려없는 자에게 존중은 없다. +1 24.05.20 414 7 13쪽
15 15. D - Day 24.05.19 429 8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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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2. 투자는 이렇게 하는 건가? +1 24.05.16 478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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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눈멀 정도의 욕망 24.05.15 489 7 12쪽
9 9. 천운에 다다른 자 +1 24.05.14 494 9 12쪽
8 8. 더 좋은 곳으로 (2) +1 24.05.13 520 6 15쪽
7 7. 더 좋은 곳으로 +1 24.05.12 547 9 15쪽
6 6. 지근거리는 머리. +3 24.05.11 555 9 15쪽
5 5. 목소리가 높다고 다 해결되는 게 아니다. 24.05.10 567 11 12쪽
4 4. 안도 할 시간은 없다. 24.05.09 602 1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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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 한순간의 선택 (2) +2 24.05.08 669 1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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