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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뇨기 님의 서재입니다.

소환수인 그녀는 안드로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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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뇨기
작품등록일 :
2019.09.02 18:05
최근연재일 :
2019.10.01 19:00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2,178
추천수 :
11
글자수 :
56,780

작성
19.09.02 19:00
조회
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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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0쪽

1화(1)

DUMMY

검술 아카데미 강의실 안.

아카데미 학생들은 교수의 열띤 강의를 듣기 바빴다.


교수의 강의 내용 중 하나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는 와중, 한 학생만이 수업을 듣는 둥 마는 둥 하고 있었다.


보통의 교수라면 지적하고도 남을 상황이었지만, 익숙한 상황이고 성적이 괜찮았던 학생인지라 딱히 건드리지 않고 묵묵히 강의를 이어나갔다.


수업이 끝났다는 것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자 교수는 강의하던 내용을 끊고, 다음 시간에 이어서 하겠다고 말한 뒤 강의실 밖으로 나갔다.


그와 동시에 학생들의 목소리가 동시 다발적으로 울려 퍼졌다.

쉬는 시간이라는 달콤한 휴식 시간의 모습은 어딜 가던 똑같았다.


“야, 야. 다음 수업은 무슨 수업이야?”


“하이고. 이제 좀 외울 때가 됐지 않았냐?”


“그치만···.”


“그것 좀 그만해라. 됐고, 다음 시간 실습 시간이니까 갈아입고 얼른 나가자.”


“오케이.”


두 명의 남학생의 대화가 끝나자 곧바로 강의실을 나가고, 곧이어 다른 학생들도 연달아 나갔다. 이제 강의실 안에 남아있는 학생은 한 명뿐이었다.


자기 혼자 남은 것을 알고 슬슬 갈아입으러 가려는데, 등 뒤에서 누가 안은 채로 말을 걸어왔다. 그 사람은 옷을 다 갈아입고 다시 강의실로 돌아온 모양이었다.


“태진아, 이제 옷 갈아입으러 가는 거야?”


자기를 부르는 것임을 자각한 그는 시선의 방향을 그녀에게 향했다.

바로 코앞의 거리여서 금방이라도 부딪힐 것만 같은 거리였다.

김태진을 부른 인물은 같은 검술 학원 아카데미 학생인 ‘잔느’라는 외국인 유학생이다.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눈매, 깨끗한 바다 깊은 곳을 떠오르게 하는 푸른 눈동자, 달빛을 받으면 별보다도 더욱 빛날 거 같은 단발 형태의 금발 소유자.


외형과 더불어 적극적이고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나는 성격이 더해지니 남녀노소 그녀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었다.


누구에게나 평등하고 살갑게 구는 완벽한 그녀의 모습에, 그녀의 친구들과 다른 학생들은 그녀가 누굴 좋아하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하지만 이런 궁금증도 얼마 가지 않아 금방 해결됐다.

그녀가 유독 다른 사람 앞에서만 태도가 유달리 달라 보이는 것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었다. 바로 김태진 앞에서였다.


처음에는 잔느, 그녀조차 김태진 앞에서는 다른 친구들과 다를 바 없었다.

그러나 태도가 바뀌고 적극적으로 들이대게 된 원인에는 어느 사건이 원인이었다.






검술 아카데미 수업에는 현장 실습이라는 강의가 있었다.

혼자가 아닌 3인 1조를 이루어 디몬을 처리하는 방식을 배우는 것이다.


그들 개개인의 전투력은 낮고, 현장 경험이 다분히 부족하므로 이런 강의를 통해서라도 그들의 경험을 넓힐 수 있게 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생기게 됐다.


“그럼 같이 임하게 될 팀원은 랜덤으로 배분할 테니 잘 협력해보라고.”


교수의 말을 듣고 학생들은 각각 좋은 팀원을 만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교수는 그들의 생각을 빤히 알고 있지만, 겉으로 티를 내지 않고 팀원을 분배시켰다.


팀원이 전부 정해지고 나서 각자의 반응은 전부 달랐다.

그중에서 유달리 눈에 띄는 반응은 잔느가 속한 팀이었다.


“아싸! 잔느랑 같은 팀이라니··· 너무 행복해!”


“나도, 나도! 이런 천사랑 같은 팀을 할 수 있게 해준 신한테 감사해야지.”


“그렇게 대놓고 얘기하면 부끄럽다고···.”


“······.”


남학생 3명 여학생 1명으로 이루어진 잔느 팀의 모습이었다.

남학생 둘은 매우 기뻐했지만, 그와 달리 나머지 한 명인 김태진은 침묵을 고집하여 아무 말도 없었다.


잔느는 그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어 그저 묵묵히 볼 수밖에 없었다.


“자, 이제 밖에 나가서 디몬들을 무찔러보렴. 교수인 나도 같이 갈 테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처음으로 디몬을 상대해야 하는 압박감이 드는 수업이라 적지 않은 학생들이 걱정이 많았지만, 교수의 마지막 한 마디에 다들 안도의 한숨을 내셨다.


여러 팀이 우르르 몰려나가고, 마지막으로 잔느의 팀이 강의실을 뒤로하고 밖으로 나갔다.


평소에 많이 봐서 눈에 익숙한 아카데미와 도시의 풍경이 아닌, 금방이라도 디몬이 나타나서 누군가를 죽일 것만 같은 현장에 도착했다.


아무리 긴장이 풀렸다고 했지만, 이 현장에 도착하기만 하면 현장의 분위기에 압도되어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다들 긴장한 탓에 아무도 나서려 하지 않던 찰나, 겉보기에도 약할 거처럼 생긴 디몬이 나타났다.


디몬들은 아카데미 학생들을 보자 적의를 드러내며 공격에 나섰다.

이에 학생들은 겁을 먹은 탓에 몸이 굳어 있었는데, 눈에 보일 정도의 느릿한 디몬들의 공격을 보자 긴장이 풀려 공격을 피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모든 학생의 긴장감은 이제 사라졌다.

대신 여기에 있는 디몬들은 자신들을 위협할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남았다.


방금 공격을 시도했던 디몬들은 눈앞에 있던 학생들에 의해 두 동강이 나서 죽어버렸다.

그와 동시에 다른 학생들도 팀원을 이끌고 디몬을 죽이기 위해 떠났다.


잔느와 태진이 속한 팀은 남들이 다 떠나는 것을 보고 나서야 출발했다.

이리저리 둘러 보며 다른 팀은 어떻게 하는지 살펴보는 등 느긋하게 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약한 디몬들을 나타나 죽인 가벼운 해프닝 빼고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생각 외로 별거 없네.”


“그러게. 교수님이 한 말을 듣고 잔뜩 긴장했었는데.”


남학생 둘이 담소를 나누는 것을 보며 잔느는 그저 웃을 뿐이었다.


“이렇게 시시하게 끝나야겠어?”


“그니까. 이왕 온 김에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 볼래?”


잔느와 같은 팀이 된 이상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두 남학생은 깊숙이 들어가자는 제안을 했다.


하지만 잔느는 뭔가 불안할 거 같아 제안을 거절하려고 했다.


“교수님 지시를 어기면서까지 그럴 필요가······”


“잔느는 걱정하지 마! 위험에 처할 일도 없을뿐더러, 만약 위험에 처하면 우리 둘이서 구해줄 테니까.”


“맞아, 맞아. 애초에 교수님은 디몬들을 죽이라고만 했지. 멀리까지 나가지 말라는 말은 없었어. 혹시나 하는 상황에 교수님도 오실 테니 괜찮을 거야.”


“하아··· 알았어. 대신 위험할 거라 판단하면 바로 도망치는 거야. 알았어?”


““응, 응.””


잔느는 두 사람의 밀어붙이는 식의 제안을 하는 수 없이 받아들였다.

그리고 태진은 그저 세 사람을 지켜보며 아무 말 없이 뒤따랐다.


그들의 발걸음은 계속해서 나아갔다.

익숙했던 주위 풍경이 바뀌고 처음 보는 듯한 풍경으로 변했다.


하지만 그런데도 그들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아무리 교수가 지켜준다고 했지만, 이미 그의 영역을 벗어났다.


아무도 지켜줄 리 없는 장소까지 가는 이유는 오직 하나였다.

자만심과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잘 보이고 싶다는 욕구.


남자라는 수컷은 암컷을 쟁취하기 위해서라면 어떠한 짓을 하든 했다.

물론 그게 때론 좋은 일이 되기도 하고, 나쁜 일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 이 상황은 확실히 후자에 속하는 것이었다.


“뭐야. 꽤 깊게 들어온 거 같은데 별것도 없잖아?”


“그러게. 잔느 앞이어서 멋진 모습 좀 보여주려고 했더니 김만 샜네.”


잔느의 앞에 앞장선 두 남학생은 서로 떠들며 앞을 나아갔다.

그러다 잔느가 큰 외침으로 경고하였지만, 두 남학생은 별일 아니라고 생각한 탓에 방심하고 있었다.


“두 사람 다 지금 앞을 조심해!”


“에이~ 잔느. 이 주위에 별 볼 일 없는 마물들만 있는데······.”


“맞아······”


두 남학생 중 한 명이 맞장구치기도 전에 새로운 형태의 디몬이 나타나더니 남학생 한 명의 머리를 날카로운 이빨로 물어 으깨버렸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있던 친구가 없어지고 시체로 변하자, 옆에 있던 남학생은 공포에 물들어서 어쩔 줄 몰랐다.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털썩 앉은 그는 새로운 형태인 디몬의 먹이로 전락할 뿐이었다.


잔느는 눈앞에서 두 사람의 죽음을 목격함과 더불어 디몬의 힘 앞에 압도당하여 아무것도 못했다.

도망가라고 하면 도망갈 수 있었겠지만, 그녀의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이대로 자신도 조금 전과 같은 풍경의 한 부분이 될 것으로 생각한 잔느는 모든 걸 포기한 채 눈을 감았다.


디몬은 새로운 먹이감인 그녀를 포착하여 그녀의 곁으로 다가간 뒤, 입을 쩍 벌려 한입에 삼키려고 했다.


그러자 뒤에서 그저 지켜보기만 했던 태진이 순식간에 그녀 곁으로 이동하여 검을 휘둘렀다. 입을 벌리고 있던 디몬의 턱은 반으로 갈라졌다.


생긴 것만큼 디몬의 피부가 두껍고 단단할 텐데 그걸 손 쉽게 두부 자르듯 잘라냈다.

곧이어 태진은 마구잡이로 디몬을 난도질했다.


멀쩡했던 디몬의 몸은 산산조각이 나버리고, 바닥에 흩어졌다.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디몬을 죽인 그의 솜씨는 동급생에 비해 뛰어났다.


잔느는 시간이 지나도 자기가 죽지 않자 살며시 눈을 떴다.

그녀가 눈을 뜨고 처음 본 광경은 태진이 손을 내민 장면이었다.


“괜찮아?”


무덤덤하게 말하는 태진의 목소리에 잔느는 자신을 구해준 왕자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재빨리 주위를 파악하여 디몬을 물리치고 구해준 것이 태진인 것을 깨닫고, 그의 손을 붙잡아 일어났다.


“고마워, 태진아!”


고맙다는 한마디를 받자 태진은 곧바로 왔던 길을 되돌아가려고 발걸음을 옮겼다.

잔느는 그의 뒤를 꼭 붙어 뒤따라가는데, 그의 늠름한 뒷모습을 눈에서 떼지 않으며 따라갔다.


이때부터 잔느는 태진이라는 남자를 좋아하게 된 것이다.

위기의 순간에 맞춰 나타난 왕자님에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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