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리미엔 님의 서재입니다.

이기는 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리미엔
작품등록일 :
2022.05.11 23:10
최근연재일 :
2022.09.15 18:00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996
추천수 :
17
글자수 :
212,042

작성
22.05.18 22:31
조회
36
추천
1
글자
13쪽

8화. 학교

DUMMY

8화



학교에서는 매일 아침과 저녁에 점호를 한다.

당연히 인원 체크 및 공지와 방 상태 점검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점호 전까지 기숙사 방을 깨끗히 정리해야 했다.

만약 청소 부실로 걸리면 벌점을 받고 수업에 참여도 못하게 되게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1725호 학생들은 자신의 방을 열심히 청소하고 있었다.


"근데 갑자기 이 시간에 왜 점호를 해?"


원래는 지금 점호를 하지 않는다.

항상 자기 전에 점호를 했었다.

그런데 갑자기 오늘 저녁을 먹은 후에 점호를 실시한다고 공지가 뜬 것이다.

덕분에 이 아이들은 저녁을 먹자마자 방 청소를 하고 있었다.


1725호에는 3명의 학생들이 살고 있으며, '17'25호인 만큼 모두 졸업을 앞둔 17살이었다.


"몰라. 뭔 일 있나보지."


퉁명스럽게 답하고는 자신의 침대를 정리하는 이안.


"한 번도 이런 적 없었는데? 무슨 일이지?"


청소를 하다 말고 자신의 침대에 앉아 생각을 하기 시작한 로니.


"아, 짜증나. 이 시간에 청소라니. 계획 다 짜놨는데."


그리고 툴툴거리면서 바닥을 쓸고 있는 콜린.


작년부터 같은 방을 쓰고 있는 이 세 명의 학생은 졸업을 앞둔 17살 학생들 중 유일하게 4인실을 3명이서 사용하고 있었다.

올해 17살의 찾는자는 99명이었기 때문이다.


"무슨 계획?"


로니가 콜린에게 물었다.

콜린은 여전히 얼굴을 찡그린 채로 쓸어담은 먼지를 쓰레기통에 버리며 답했다.


"오늘은 보충 없어서 내일 거 공부하려고 했지. 근데 이게 뭐야."

"계획은 무슨, 그냥 그럴 생각만 한 거겠지."


이안이 자신의 침대에서 발견한 쓰레기를 쓰레기통에 버리며 말했다.

그러자 콜린이 이안을 째려봤다.


"넌 대체 언제쯤 말을 이쁘게 할래?"

"난 얼굴이 이뻐서 괜찮아."

"미친놈."


순식간에 지나간 대화에 로니가 익숙한 듯 웃으며 싸움을 중재했다.

정확히는 중재할 시도만 했다.


"애들아, 싸우지 마."

"안 싸웠어."


이안이 몸을 홱 돌리며 자신의 침대로 향했다.


"그럼. 안 싸웠지."


콜린이 이안을 째려보며 말했다.


"싸운 거 같은—​"


쿵.


로니가 미소지으며 말을 하던 순간 작지만 선명한 무언가가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분명히 들려왔기에 3명이 동시에 고개를 홱 돌렸다.


"나만 들은 거 아니지...?"


로니가 중얼거렸다.

이안은 로니와 콜린이 바라보는 곳을 똑같이 바라보며 말했다.


"나도 들었어."

"운동장 쪽 같은데?"


콜린의 말에 세 명의 학생들은 서로 눈을 마주치더니 동시에 방문을 열고 나갔다.

복도로 나가보니 이 소리를 들은 학생이 한둘이 아닌 것 같았다.

거의 모든 학생들이 방에서 나와 운동장이 있는 본관으로 가고 있었다.

이안과 로니, 그리고 콜린도 다른 학생들과 함께 기숙사와 본관을 잇는 통로를 지나 본관 가운데에 있는 운동장으로 향했다.


"어? 제이스 님 아니야?"

"그 옆은 누군데?"


운동장을 내려다보니 지금은 아무도 없어야 할 공간에 두 사람이 서있었다.

그것도 찾은자들 중 전설로 불리는 제이스와 한 외부인, 알렌.


"뭐지?"


이안이 중얼거렸다.


"갑자기 왜 여기로 오신 거지?"


콜린도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때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알렌과 눈을 마주친 로니가 꽤 큰 목소리로 말했다.


"어? 저 사람 표식 있는데?"


혼자한 말이었지만 로니의 목소리는 꽤 컸고, 이 말을 들은 학생들의 웅성거림은 더 커졌다.


"찾는자가 왜 저기 있어?"

"쟤 처음 보는데?"

"너 쟤 알아?"


학생들의 웅성거림이 커진 걸 느낀 알렌이 자기도 모르게 표식이 있는 자리를 손으로 가렸다.

그러자 제이스가 그 손을 내리며 말했다.


"왜 가리는 거지? 창피한가?"

"아, 그냥... 어색해서.."


알렌이 손을 내리며 말했다.

제이스는 그런 알렌을 보며 말했다.


"당당해져. 살아남으려면 당당해져야 한다."

"살아남다니요?"

"저 아이들은 10년 간 여기서 살면서 모든 걸 익혔어. 그런데 너한테 주어진 시간은 단 6개월 뿐이지. 그러니 당당하고 뻔뻔하게 살아. 그래야 살아남는다. 이 정도면 이해하겠지?"


알렌은 당연히 제이스의 말을 이해했다.

그래서 당당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오셨습니까."


그때 한쪽에서 누군가가 달려나오며 제이스를 맞이했다.


"아, 이 아이입니까?"


그리고 알렌을 보며 제이스에게 물었다.

보아하니 알렌이 올 걸 알고 있었던 것 같았다.


제이스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 남자에게 간단한 정보를 전달해주기 시작했다.


"이름은 알렌. 17살이다. 들었겠지만 얘도 이번 성인식 때 벽으로 들어갈 거야."

"어후, 괜찮을까요?"

"왕께서 명하신 거야. 오늘은 간단히 설명만 해주고 내일부터 바로 졸업 학년과 같이 수업 들어가."

"네,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제이스가 호기심에 가득찬 눈빛으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는 학생들을 보다 남자에게 다가가 남자의 어깨를 잡으며 말을 이었다.


"애들 정리 좀 해."


이 말에 그 사람은 흠칫 놀라며 답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수고해."


제이스는 자신이 할 일을 마쳤다는 듯이 뒤로 물러났다.

알렌은 그런 제이스를 보았고, 제이스도 알렌을 보았다.


"...무운을 빌지."


그리고 제이스는 사라졌다.

갑자기 사라진 제이스를 보며 알렌은 생각했다.


'왜 이번에는 원을 안 그리지? 혼자서 이동할 때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는 건가?'


그때 그 사람이 크게 소리질렀다.


"조용! 들어가! 지금 안 들어가면 벌점 부여한다!"


알렌은 깜짝 놀라 소리지른 사람을 보았다.

그 사람은 위를 올려다보고 있었고, 그 시선을 따라가보니 학생들이 순식간에 다시 들어가고 있었다.


"알렌이라고 했나?"


다시 들려온 목소리.

알렌은 다시 그 사람을 보았다.


"아, 네."


알렌은 순간 긴장했다.

가문을 물을까봐.

원래 잘 안 물어보는데 왕이 물어본 이후로 긴장하게 됐다.


'앞으로도 계속 긴장하겠네. 한동안.'


알렌은 이렇게 생각하며 다음 말을 기다렸다.

하지만 걱정과는 달리 그 사람은 가문을 물어보지 않았다.

대신 자신의 이름을 알려주었다.


"난 졸업 학년 담당 제리라고 한다. 원래는 짐부터 풀라고 하려고 했는데 짐이..."


제리가 알렌의 등에 있는 짐을 보았다.

딱 봐도 별 거 없어보였다.


"얼마 없어보이니 그냥 설명부터 하고 방에 가는 걸로 하지."

"네."

"따라와."


제리가 앞장 섰고, 알렌이 그 뒤를 따랐다.


"지금 서있는 곳이 운동장, 여기는 관리관, 나머지 건물은 본관이다."


제리가 관리관 쪽으로 가며 설명했다.

지금 보니 관리관이라고 하는 곳과 본관이라고 하는 곳은 2층을 제외하고 서로 분리되어 있었다.

관리관은 운동장의 한 면을 차지하고 있었고, 본관은 나머지 세 면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까 봤을지 모르겠지만 아이들이 나온 곳이 기숙사로 가는 통로다."


알렌이 제리의 말에 뒤를 돌아 2층을 올려다보았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있는 문 다섯 개.


"두 학년이 같은 건물을 쓰는 건가요?"

"맞아. 너는 저쪽 건물이다."


제리가 관리관과 마주보고 있는 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알렌은 그곳을 힐끔 보고는 다시 제리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설명을 하기는 할 건데, 아마 다 아는 내용일 거다. 어디 앉아서 할 만큼 중요한 내용은 아니니 학교 구조 파악하면서 들어."

"네."


그렇게 알렌은 제리를 따라 관리관부터 구경하기 시작했다.


"여기는 아까 말했다시피 관리관. 학생들을 관리하고 수업하는 선생님들이 머무는 곳이다. 외부에서 본관으로 들어오는 방법은 관리관을 통하는 것 뿐이다. 아마 사고치지 않는 이상 관리관에 올 일은 거의 없을 거다."


제리와 알렌은 2층으로 올라가 본관으로 건너갔다.


"본관 3층은 교실만 있고, 2층은 기숙사로 가는 통로랑 교실, 1층은 식당과 도서관이 있다. 학교 구조 설명은 여기까지 하고 이제는 벽에 대한 설명을 할 거다."


알렌이 침을 꿀꺽 삼켰다.

솔직히 앞에 내용은 별로 관심없었다.

정말 관심있었던 건 벽이었다.


"너도 알다시피 찾는자는 성인식 날 벽으로 들어가야 한다."


앞서 가던 제리가 갑자기 멈춰섰다.


"근데 왜 들어가야 하는지는 알고 있나?"


그리고 갑자기 뒤를 돌아보며 물었다.

알렌은 순간 당황했지만 일단 답했다.


"답을... 찾기 위해서 그런 거 아닌가요?"


제리는 그런 알렌을 빤히 보다 말했다.


"넌 내가 그 답을 원한 게 아닌 걸 알고 있는 거 같은데."


제리의 말에 알렌은 오른편 아래에 있는 운동장을 빤히 내려다보다 말했다.


"...들어가라고 했으니까요. 나라에서 그렇게 정했으니까 들어가는 거겠죠. 솔직히 저는..."


알렌은 무슨 말을 하려다 제리의 눈치를 보며 멈췄다.

제리는 주변을 돌아보다 알렌을 한 교실로 끌고 들어갔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주변이 신경 쓰여 멈춘 거라면 지금은 말해도 된다. 여기는 방음이 잘 되어 있으니까."

"...제리 님 눈치를 본 거라면요?"


제리는 피식 웃더니 말했다.


"난 찾은자야. 너보다 많은 걸 겪었고, 많은 걸 알게 되었어. 그런 내가 네 생각을 물은 데에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알렌은 잠시 고민하다 그냥 솔직해지기로 했다.


"저는 왜 그렇게 사람들이 답에 열광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뭔지도 모르면서 그냥 무작정 찾은자를 찬양하고, 찾는자를 응원하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알렌의 말을 듣던 제리가 팔짱을 꼈다.

알렌은 그 모습을 보며 계속 말을 이었다.


"가끔은 사람들이 뭐에 홀린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냥... 그냥 이런 상황이 잘 이해되지 않습니다. 찾는자가 아무런 불평 없이 벽에 들어가는 것도, 찾는자 중 대부분이 벽에서 나오지 못하는데 그거에 대해서 아무렇지 않아 하는 것도 다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말을 하며 알렌은 시원함을 느꼈다.

그동안 혼자서 생각만 했던 말을 입 밖으로 뱉어서 그런지 몰라도 지금 기분이 너무 좋았다.

그래서 알렌은 멈추지 않고 계속 말했다.


"주변 사람들과 찾는자나 답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돌아오는 반응이 다 똑같습니다. 다 당연한 걸로 알고 있고, 의문을 갖지 않습니다. 심지어 당사자들도요. 마치 무슨 계—"


그때 갑자기 제리가 알렌의 입을 막았다.

알렌이 놀라 제리를 보았다.

제리는 미소지으며 말했다.


"네 마음은 알겠다만, 그 이야기까지 가면 안 돼."


제리는 천천히 알렌의 입에서 손을 떼었고, 알렌은 입을 꾹 다물었다.


'아, 너무 흥분해버렸다. 조심했어야 했는데...'


알렌은 자신이 실수했다고 생각해 주먹을 꽉 쥐었다.

제리는 그 모습을 보며 말했다.


"괜찮아. 실수한 건 아니니까. 그런 의문이 드는 게 당연한 거지."


알렌이 고개를 들어 제리를 보았다.


"묻고 싶은 것도, 듣고 싶은 것도 많을 거다. 그런데 미안하지만 난 해줄 수 있는 말이 없어."

"그럼 왜 제 이야기를 들어주신 겁니까?"


제리는 알렌을 빤히 보다 말했다.


"너는 특별할 거 같아서 확인해보고 싶었다."

"갑자기 표식이 생긴 걸 말씀하시는 겁니까?"


제리는 발을 옮겨 교실의 문을 열며 말했다.


"답을 찾으면 알 수 있을 거다."


그리고 제리는 교실을 나갔다.


"설명은 여기까지. 자세한 일과 같은 건 같은 방의 찾는자들이 도와줄 거다. 저 문으로 가면 졸업 학년이 쓰는 기숙사가 나오는데 넌 1725호다. 질문 있나?"


제리가 아직 교실 안에 서있는 알렌에게 물었다.

알렌은 제리를 보며 말했다.


"제리 님이 답해주실 수 있는 질문은 없습니다."


알렌의 말에 제리는 피식 웃었다.


"그래. 그럼 이제 들어가봐라. 좀 있으면 점호 할 거다."


알렌은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하고 제리를 지나쳐 기숙사로 향했다.


제리는 기숙사로 향하는 알렌의 뒤를 빤히 보다 알렌이 문 너머로 사라지자 다시 교실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잘 들리셨습니까?"


제리가 허공에 묻자 제리의 어깨가 푸른색으로 빛났다.

그리고 제리의 앞에 제이스가 다시 나타났다.


"생각보다 잘 들리더군."

"놀랐습니다. 갑자기 새기셔서."


제리가 이제는 푸른빛이 사라진 자신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


"그래도 내가 원하는 걸 잘 이끌어내던데."

"제가 잘 할 거 아시고 맡기신 거 다 압니다."


제리의 말에 제이스가 피식 웃었다.


"그런데 정말 저 아이가 할 수 있을까요?"


제리가 물었다.

제이스는 알렌이 있을 기숙사 방향을 보며 말했다.


"아마. 적어도 작은 변화는 가져올 거다."


제이스의 말에 제리가 제이스와 같은 방향을 보았다.

그리고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말했다.


"이미 가져온 것 같은데요."


제이스는 제리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변화는 이미 시작됐을 수도."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기는 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중단 공지 22.09.18 25 0 -
33 32화. 좀 많이 이상한 22.09.15 18 0 15쪽
32 31화. 조금은 평화로운 22.09.12 21 0 15쪽
31 특별편. 찾은자들의 과거 22.09.08 20 0 13쪽
30 30화. 두번째 전말 22.09.05 20 0 15쪽
29 29화. 이해 22.09.01 20 0 15쪽
28 28화. 처리 22.08.29 23 0 15쪽
27 27화. 전말 22.08.25 17 0 15쪽
26 26화. 결전 22.08.22 22 0 15쪽
25 25화. 유력한 용의자 22.08.18 19 0 14쪽
24 24화. 쪽지 22.08.15 18 0 14쪽
23 23화. 믿는 사람 22.08.11 20 0 14쪽
22 22화. 속셈 22.08.08 19 0 14쪽
21 21화. 용의자 22.08.04 23 0 14쪽
20 20화. 반응 22.08.01 24 0 14쪽
19 19화. 무거운 사실 22.07.28 26 0 13쪽
18 18화. 불안 22.07.25 25 0 13쪽
17 17화. 첩자 +2 22.05.31 29 1 15쪽
16 16화. 표정 22.05.30 27 1 14쪽
15 15화. 도서관 22.05.27 28 0 14쪽
14 14화. 수업 +2 22.05.26 30 1 13쪽
13 13화. 첫만남 +2 22.05.25 33 1 15쪽
12 12화. 대련 22.05.24 32 0 14쪽
11 11화. 시선 22.05.23 33 1 15쪽
10 10화. 아침 점호 +2 22.05.20 38 2 14쪽
9 9화. 1725호 22.05.19 33 0 14쪽
» 8화. 학교 22.05.18 37 1 13쪽
7 7화. 이별 +2 22.05.17 39 1 13쪽
6 6화. 왕 22.05.16 37 2 15쪽
5 5화. 발각 22.05.13 36 1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