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솥불의 서재

일해라, 공무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솥불
작품등록일 :
2018.04.09 23:01
최근연재일 :
2019.09.10 13:00
연재수 :
160 회
조회수 :
69,734
추천수 :
1,397
글자수 :
635,868

작성
18.05.16 13:00
조회
563
추천
12
글자
7쪽

44. 마족과 배신자 (2)

DUMMY

‘마족의 피도 붉구나···.’


호세는 잠시 감상에 젖었다. 처음 보는 인간형 마족의 다를 것 없는 모습에, 붉은 선혈까지 보니 마치 진짜 인간을 대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왜, 피를 보니 당황스럽나? 너희와 같은 색이어서?”


흔들리는 호세의 눈동자를 보고 백부장이 소리쳤다. 대장이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대꾸했다.


“길가에 돌아다니는 짐승도 피가 붉다. 허튼 소리는 집어 치워.”


망토처럼 긴 옷자락이 펄럭였다. 백부장은 피가 섞인 침을 바닥에 뱉고는 다시 일어서 대장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차오가 다시 그의 앞을 막고 거대한 무기를 휘둘렀다.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공간을 울렸다. 호세는 작게 감탄을 뱉었다.


대장은 이미 바닥에 마법진을 완성한 뒤였다. 차오의 등 뒤로 얼음이 솟아나 백부장과 나머지 마족의 다리를 감쌌다. 백부장은 몸을 피했지만, 짐과 베일인 종아리까지 얼어붙어 움직이지 못하고 휘청거렸다.


“빌어먹을···.”


백부장은 욕을 중얼거리고 빠르게 차오의 뒤로 돌아 마법진을 향해 검을 뻗었다. 검은 기검이 바닥을 긁으며 대장을 향해 다가왔다. 얼음이 솟아 백부장의 검을 막았지만, 속도가 붙은 검이 얼음을 뚫고 마법진의 가장자리를 파괴했다. 백부장은 다시 빠르게 검을 회수한 다음 얼음을 부수고 대장에게로 향했다. 차오가 뒤따라 무기를 뻗었지만 백부장은 몸으로 받아냈다. 붉은 핏자국이 길게 이어졌다.


이를 악문 백부장의 검이 대장에게로 향했다. 대장은 빠르게 뒷걸음질쳤다. 그러나 피를 흘리며 다가오는 검의 속도가 더 빨랐다.


“죽어라, 배신자!”


검 끝이 대장의 얼굴로 향했다. 날카로운 검날이 대장의 몸에 닿기 까지 한 뼘 정도 남았을 때, 백부장의 몸이 멈췄다. 어느새 백부장의 다리를 타고 올라온 얼음이 그의 움직임을 막았다.


“어떻게···?”


백부장은 고개를 돌려 마법진을 바라보았다. 분명 자신의 검이 마법진의 흐름을 파괴한 흔적이 보였다.


“생각이 짧군.”


백부장이 다시 바닥을 보니, 대장을 중심으로 새로운 원이 그려져 기존의 마법진과 연결되어 있었다. 대장이 빠르게 뒤로 움직이며 지팡이로 바닥에 훼손된 부분을 대체할 진을 그려낸 것이었다. 대장은 손을 툭툭 털더니 차오에게 고갯짓을 했다. 차오는 알겠다는 눈빛을 보낸 후, 준비한 수갑을 채웠다. 백부장의 검이 탱그랑,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너희는 우리의 국왕을 직접 보게 될 거다. 좋은 모습은 아니겠지만 말이야.”


대장이 말했다. 차오가 수갑을 전부 채우자, 얼음이 서서히 녹았다. 강한 압박에 경직된 다리 근육이 풀려 마족들이 무릎을 꿇었다. 호세는 주춤거리며 그들에게 다가갔다. 백부장이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호세를 쳐다보았다.


“네놈이 눈엣가시였어. 네드를 미행하질 않나, 마크의 집에 물건을 전달하질 않나···. 제법 영특하고 몸놀림이 빠르더군. 인파 사이로 숨는 것도 말이야.”


호세는 갑작스러운 칭찬에 당황하며 우물쭈물거렸다. 그러자 백부장이 폭소를 터뜨렸다. 그리곤 갑자기 웃음을 뚝 그치더니 말했다.


“분명 네 녀석은 앞으로 걸림돌이 될 게 분명하다. 아직 어려보이니까 더욱. 여기서 데려가야겠군.”


대장은 눈썹을 치켜떴다. 손과 발을 움직일 수 없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백부장의 말 치고는 지나치게 자신만만한 말투였다. 호세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대장과 차오를 번갈아 바라보다가, 다시 백부장에게 시선을 옮겼다. 차오가 호세 곁으로 다가왔다.


“호세 군, 뭔가 꿍꿍이가 있는 모양이니 제 뒤로···.”


차오가 말을 마치기 전에 백부장의 가슴에서 검은색 빛이 점점 나타나기 시작했다. 윗옷의 앞가슴 부분이 검게 불탔다. 재가 되어 떨어지는 옷가지 사이로 마법진이 보였다. 몸에 직접 새긴 모양이었다. 호세는 숨을 삼키고 뒷걸음질 쳤다. 백부장은 크게 웃으며 외쳤다.


“배신자들의 종말을 위하여!”


검은 불꽃이 가슴으로부터 번지기 시작했다. 마치 폭발이라도 할 것처럼 타닥거리는 소리와 함께 작은 불꽃이 튀었다. 차오와 대장이 당황하여 호세 쪽으로 몸을 날렸다. 그러나 호세는 그들의 예상과 달리 백부장의 쪽으로 달려들었다.


호세는 데이지와 했던 마법진을 읽는 훈련을 떠올렸다. 모양과 기호는 달랐지만, 진행되는 모습은 비슷했다. 호세는 빠르게 방패를 전개한 다음 마법진의 중심 부위에 방패를 찔러넣었다. 강한 폭발음과 함께 몸이 뒤로 날아갔다. 백부장의 몸은 바닥에 한 번 크게 부딪히고 옆으로 밀려났다. 불꽃이 사그라들었고, 백부장은 입에서 피을 토해냈다.


“백부장님!”


짐과 베일이 사색이 되어 소리쳤다.


“이게, 쿨럭, 대체···!”


백부장이 죽어가는 표정 가운데서 놀라운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뱉었다. 그는 마법으로 새긴 문신을 파훼하는 자가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일반 마법진과 달리 흐름을 쉽게 이해하기 힘들기 때문이었다. 아직 소년 티를 벗어나지 못한 저 풋내기가 마력의 흐름을 직접 차단한 것이다. 이미 시전 되는 중인 마법을.


“저, 이런 것도 잘 해요.”


썩은 나뭇잎 사이에 파묻힌 호세가 담담하게 말하면서 걸어나왔다. 자부심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백부장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피를 떨구며 호세를 바라보았다. 비상식적인 일을 만들어내는 소년이었다.


“놀란 표정이군 그래. 왕궁까지 그걸 유지했으면 참 좋겠어.”


대장이 킬킬대며 웃었다. 차오는 짐과 베일에게 다가가 완력으로 일으켜 세웠다. 이를 악물고 욕을 내뱉는 둘의 목덜미를 끌고 걸었다. 발버둥쳤지만 강한 용족의 힘을 뿌리치지 못했다. 백부장은 계속 피를 쿨럭이고 있었다.


그 때, 지붕이 무너져 내렸다. 호세는 재빨리 방패로 머리 위로 떨어지는 나무들을 쳐냈다. 자욱한 먼지가 시야를 가렸다.


“꼴 사나운 모습을 보이지 마라.”


낮고 굵은 목소리가 먼지 사이를 뚫고 호세의 고막을 때렸다. 누군가 천천히 하늘에서 내려왔다. 검은 눈동자와, 검은 머리와, 이마를 가로지르는 복잡한 무늬가 있는 사내였다. 대장의 눈빛이 변했다.


“오래간만이군, 배신자의 수재여.”

“너는···.”

“내가 빠른 시일 내에 다시 만나게 될 것이라고 했지. 위대한 뜻을 따르는 자는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


호세는 긴장한 얼굴로 물었다.


“누구에요? 대장.”


차오는 방어 태세를 취하며 대장의 앞에 섰다.


“상급 마족이다. 저번에 마주친 놈 말이야. 대규모 폭발 마법을 날리던.”

“못 보던 얼굴이 있군.”


천천히 바닥에 착지한 상급 마족은 조용하고 뚜렷하게 말했다.


“영광인 줄 알거라. 나는 위대한 의지를 잇는 전사다. 배신자의 새싹이여.”


검은 눈동자가 밤하늘처럼 고요하게 빛났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일해라, 공무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2 42. 실마리를 찾다 (3) +1 18.05.14 617 12 7쪽
41 41. 실마리를 찾다 (2) +4 18.05.13 626 13 7쪽
40 40. 실마리를 찾다 (1) +1 18.05.12 623 13 8쪽
39 39. 그을음 (3) +1 18.05.11 619 10 8쪽
38 38. 그을음 (2) +2 18.05.10 598 10 7쪽
37 37. 그을음 (1) +4 18.05.09 610 13 7쪽
36 36. 돌아가는 길 (3) +3 18.05.08 638 13 7쪽
35 35 돌아가는 길 (2) +4 18.05.07 637 13 7쪽
34 34. 돌아가는 길 (1) +2 18.05.06 628 15 7쪽
33 33. 용족의 축제 (3) +3 18.05.05 634 16 7쪽
32 32. 용족의 축제 (2) +2 18.05.04 662 15 7쪽
31 31. 용족의 축제 (1) +4 18.05.03 696 19 8쪽
30 30. 놀라운 만남 (4) +4 18.05.02 683 17 7쪽
29 29. 놀라운 만남 (3) +10 18.05.01 714 16 7쪽
28 28. 놀라운 만남 (2) +5 18.04.30 685 19 7쪽
27 27. 놀라운 만남 (1) +1 18.04.29 699 18 8쪽
26 26. 걸음마를 떼다 (3) +2 18.04.28 716 19 7쪽
25 25. 걸음마를 떼다 (2) (수정) +1 18.04.27 694 18 8쪽
24 24. 걸음마를 떼다 (1) +4 18.04.26 716 18 8쪽
23 23. 선택의 이유 (3) +4 18.04.25 745 18 7쪽
22 22. 선택의 이유 (2) +6 18.04.24 751 16 7쪽
21 21. 선택의 이유 (1) +1 18.04.23 782 18 8쪽
20 20. 이제 우리는 (4) +2 18.04.22 794 20 7쪽
19 19. 이제 우리는 (3) +4 18.04.21 777 18 7쪽
18 18 이제 우리는 (2) +3 18.04.20 823 19 8쪽
17 17. 이제 우리는 (1) +4 18.04.19 826 17 7쪽
16 16. 차오의 저택(3) +5 18.04.18 863 18 7쪽
15 15. 차오의 저택(2) +2 18.04.17 893 17 8쪽
14 14. 차오의 저택(1) +5 18.04.16 909 18 7쪽
13 13. 구원 기사단(2) +3 18.04.15 920 19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