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솥불의 서재

일해라,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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솥불
작품등록일 :
2018.04.09 23:01
최근연재일 :
2019.09.10 13:00
연재수 :
160 회
조회수 :
69,725
추천수 :
1,397
글자수 :
635,868

작성
18.05.15 12:28
조회
686
추천
14
글자
8쪽

43. 마족과 배신자 (1)

DUMMY

상기된 호세의 얼굴 앞으로 톱밥이 날아다녔다. 쿰쿰한 냄새가 물씬 풍겼다.


“낯이 익은 얼굴이군. 최근 네드와 어울리던 녀석. 호세라고 했던가?”


백부장이 침착하게 대응하자, 당황한 표정의 호세를 보고 그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문을 부수고 들어오던 박력은 금세 사라졌다. 차오가 낮게 말했다.


“아마 녀석들은 네드 군 주위를 유심히 살피고 있었을 겁니다. 대장이 예측하신 방법으로 말이죠.”

“한동안 왕궁에서도 행동을 조심해야겠어요. 차오 씨.”


백부장의 옆에 있던 짐이 눈썹을 꿈틀거렸다.


“예측? 그게 무슨 소리지?”


호세가 그제야 미소를 지었다. 대장과 조금 닮은 미소였다.



네드의 편지를 읽은 다음, 대장은 호세에게 금화 자루를 주고 마크의 집으로 보낸 뒤, 실험실로 내려갔다.


“데이지. 만들어야 할 게 있다.”

“뭔데?”


대장은 가만히 데이지를 바라보며 눈을 몇 초간 마주치다가, 네드의 옷가지로 시선을 돌렸다.


“네드란 녀석은 제법 영리한 구석이 있더군.”


데이지는 갑자기 대장이 네드를 칭찬하는 바람에 어리둥절한 표정이 됐다.


“무슨 소리야?”

“마족은 아주 가까이에 있으며, 숨어 있다.”


대장이 네드의 편지에 적혀 있던 내용을 중얼거렸다.


“그 말은, 가까이에 있어도 들키지 않는다는 말이다. 어떤 ‘장소’에 숨은 게 아니란 말이야.”

“그렇다면?”


데이지가 눈치를 챈 듯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래, 모습을 감추거나 변형하는 마법을 사용한 거겠지.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마법의 흔적을 감춘다는 정보다. 우리가 찾을 수 없게.”

“흑마법의 흔적을 감추는 흑마법이라는 소리야?”

“마력이 흘렀던 모습을 완전히 지울 수는 없어.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순간에도 마력은 움직이고 있으니까. 아마 주변의 마력을 흡수하는 형태의 마법을 사용하고 있을 거다. 자신이 쓴 마법의 흔적을 빨아들여 버리는 거지.”

“마력 흡수 마법은 상당히 고급 마법인데? 어떻게 항상 사용해?”


대장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몸에 마법진을 새긴 거겠지.”


데이지가 얼굴을 찌푸렸다.


“생명을 갉아 먹으면서 까지 여기에 침투한 이유는 뭘까?”

“그건 놈들의 입에서 직접 들어야 한다.”


데이지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마력 흡수 마법이라면, 신체에 더 악영향을 미칠거야. 억지로 몸에 마력을 구겨넣으니까. 그러니 체력이 좋은 건장한 남성일 확률이 높고, 주변에 비해 주위 마력이 비정상적으로 낮은 사람을 찾으면 되겠네.”

“그래. 마력을 측정하는 도구는 어려운 작업도 아니지.”


데이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완충석 검사 할 때도 쓰이는 걸. 아마 그쪽 관련 부서에 많을거야. 일단 급한 대로 내가 몇 개 만들고, 나머지는 빌려 올게.”

“좋아. 검사는 에밀리아에게 부탁해서 구원 기사단에게 맡기겠다.”

“응!”


대장은 검은 옷자락을 펄럭이며 실험실을 떠났다. 데이지는 완성된 방패를 미리 꺼냈다. 조금 뒤에 호세에게 함께 건네줘야 했으므로.


호세와 차오는 대장의 말대로 마크에게 접근할 때 최대한 정체를 감추고 다가갔다. 그래야 마족의 입장에서 왕궁의 비밀 요원으로 알 테고, 서둘러 마크를 손에 넣으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호세와 차오는 누군가 접근할 때 까지 시간을 끌었고, 곧 병사가 도착했다.


호세는 데이지의 장비로 마력을 측정했고, 주변보다 훨씬 낯은 마력의 흐름을 확인했다. 그리고 나서 그들에게 저지당한 것처럼 물러났다. 그리고 뒤를 쫒았다.


도중에 인파들 사이로 숨어든 마크와 병사를 잠깐 놓쳤지만, 다행히 차오가 용족 특유의 넓은 시야로 발견해 조금 늦는 정도로 끝났다. 호세 혼자였다면 분명 놓쳤으리라. 그렇게 되었다면 마크가 폭력의 희생양이 되었을지도 몰랐다.



“이제 너희 친구들을 찾는 건 시간 문제야.”


호세의 말이 끝나자, 갑자기 창이 날아왔다. 호세는 화들짝 놀라며 피했고, 차오는 손으로 창 옆을 쳐내 가볍게 튕겨냈다.


“글쎄, 네놈이 입을 놀리지 못하게 되는 것이 먼저일 텐데.”


백부장이 검을 뽑았다. 검은색 기검이 만들어졌다. 호세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너희 배신자들은 항상 우리를 아래로 보지. ‘마족’들은 마법도, 검술도 자신들보다 하등하다고 믿으며 말이야. 그러나 틀렸다. 너희들은 우리의 것을 훔친 배신자들일 뿐이야.”


백부장이 이를 갈며 말했다. 차오는 창을 주워 들고 전투 자세를 취했다. 호세도 재빨리 데이지가 만들어 준 방패를 펼쳤다. 푸른 빛이 은은하게 폐허를 맴돌았다.


눈빛이 공중에서 부딪히고, 마족이 먼저 검과 창을 들고 돌진했다. 베일이 창으로 빠르게 호세를 찔렀고, 호세는 방패로 창을 막으며 베일을 밀어냈다. 완력이 상상 이상이어서 이를 악물었다.


차오와 백부장은 검과 창을 맞대며 힘을 겨루고 있었다.


“증오하는 용족에게 복수할 좋은 기회로군.”

“용족은 증오에 무릎 꿇지 않는다, 마족.”


백부장이 검을 위로 올려 쳤고, 차오의 갑옷이 살짝 긁혔다. 차오는 신경쓰지 않고 몸을 그대로 밀어붙여 창을 마족의 허리 쪽으로 휘둘렀다. 창의 나무 부분에 맞은 백부장은 발로 땅을 긁으며 옆으로 밀려났다. 빠르게 다음 공격이 이어졌다.


베일의 창이 잠시 호세의 방패에 막혀 있자, 짐의 발차기가 방패가 닿지 않는 곳으로 날아왔다. 호세는 몸을 틀어 피했지만, 중심이 흔들려 창을 막아내던 방패가 빗겨나갔다. 베일의 창은 호세를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땅에 박혔다. 호세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꼬리를 펼처 반동으로 짐을 후려쳤다. 짐이 썩은 나무 판자들 사이로 날아가 부딪혔다. 호세는 방패의 끝 부분으로 베일이 쥔 창을 걷어냈다. 베일은 휘청였지만 다시 창을 쥐고 방패를 힘껏 찔렀다. 둔탁한 소리가 울렸다.


마족의 무예는 결코 호락호락한 것이 아니었다. 구원 기사단의 그것처럼 절제되고, 단련된 무술이었다. 호세는 숨을 고르며 방패를 꽉 쥐었다. 손에서 땀이 배어나오고 있었다.



“시끄럽군.”


그 때, 이미 날아가 버린 문으로 한 사람이 들어왔다. 온통 검은 옷을 입은, 푸른 눈의 사내였다.


“대장!”


대장의 손에는 거대한 무기가 들려있었다. 도끼와 창을 반 쯤 섞어 놓은듯한 병기였다. 대장이 눈으로 신호하고, 무기를 던지자 차오가 그것을 받았다. 차오의 눈처럼 황금빛 기운이 창의 끝에서 거대하게 뿜어져나왔다. 강한 기운으로 뭉쳐진 망치 같았다.


차오가 땅을 내려치자, 거대한 소리와 함께 바닥이 흔들렸다. 백부장과 마족들은 중심을 잃고 잠시 바닥에 쓰러졌다. 그들이 다시 일어설 때, 차오는 용맹한 모습으로 무기를 쥐고 있었다.


“붉은 날개를 보여주마.”


차오가 빠르게 무기를 휘둘렀다. 양 팔이 쉴새없이 움직여서 마치 거대한 날개가 차오의 몸에서 돋아나는 것처럼 보였다. 바람이 호세를 지나 마족의 몸을 스쳤다. 차오는 빠르게 땅을 박차 휘두르던 무기의 끝을 백부장에게 꽂았다. 백부장이 급하게 검을 들어 막았지만, 거대한 파열음과 함께 짐처럼 땅을 굴렀다. 그의 입에서 핏줄기가 흘렀다.


차오의 피부만큼 붉은 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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