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솥불의 서재

일해라,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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솥불
작품등록일 :
2018.04.09 23:01
최근연재일 :
2019.09.10 13:00
연재수 :
160 회
조회수 :
69,711
추천수 :
1,397
글자수 :
635,868

작성
18.04.24 20:00
조회
749
추천
16
글자
7쪽

22. 선택의 이유 (2)

DUMMY

“엄청난 연습이 필요하겠지.”


데이지가 말했다. 차오는 여전히 호세의 어깨를 두드려주고 있었다. 호세는 갑작스러운 부담에 속이 울렁거리는 것 같았다.


“당장 내일부터 공부를 해야겠군. 데이지가 마법공학을, 에밀리아와 차오가 체력 단련을 맡아라. 빠르면 빠를수록 좋으니까. 나는 종합적인 기술을 파악해보지.”


대장의 말에 호세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이 전부 고개를 끄덕였다. 호세만이 긴장때문에 노래진 얼굴로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벌써부터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호세 군. 차근차근 시작할 테니까요. 누구든 시작하는 순간이 있기 마련입니다.”


차오가 마지막으로 호세의 어깨를 툭 치고 말했다. 호세는 얼떨떨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지만, 가슴에 돌 덩어리가 얹힌 것처럼 답답했다. 자신이 과연 역할을 소화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 때문이었다.


“일단 오늘은 돌아가서 쉬도록. 정보를 소화할 시간도 필요할 테니까.”

“네에···.”


대장의 말에 호세는 급체한 사람처럼 핼쑥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데이지가 달려가 등짝을 한 대 때렸다. 호세는 꽥 소리와 함께 앞으로 고꾸라졌다. 차오는 반쯤 정신이 나간 호세를 끌다시피 하며 저택으로 돌아갔다. 대장의 지팡이가 번쩍이며 그들을 배웅했다.


돌아가는 길에 호세는 엉덩이에 ‘이제 우리는 가족입니다 1호’를 붙였다. 가벼운 금속음이 경쾌하게 울렸다. 차오는 그 모습을 보며 빙그레 웃었고, 호세는 다른 용족들의 반응이 궁금해졌다. 다행히 제법 익숙해진 꼬리 덕택에 잠시 긴장을 풀 수 있었다. 여전히 걱정되긴 마찬가지였지만.


저택에 도착하자 코무앗이 미리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어느새 어둑해진 하늘이 호세의 얼굴에도 내려앉아 우중충한 빛깔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호세는 포크를 쥐고 멍하니 구운 고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소?”


코무앗이 부루퉁한 표정으로 호세를 향해 물었다. 호세는 퍼뜩 정신을 차리고는 고개를 젓고 고기를 입으로 가져갔다. 무의식중에 고기의 소화가 처음보다 익숙해진 호세의 위장은 저번보다 많은 양을 받아들였다. 덕분에 코무앗은 기분이 좋아진듯 더이상 질문하지 않았다.


“꼬리가 생겼군. 제법 어울리오.”


코무앗이 가져다 준 산더미 같이 쌓인 과일은 전부 먹을 수 없었다. 호세는 든든해진 배 덕택에 조금 기운을 차렸지만, 여전히 앞으로 자신이 해야 할 일들에 대한 고민으로 머리를 쥐어뜯고 있었다.

차오는 차를 마시며 호세의 행동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자신의 맡은 바를 걱정하는 모습이 대견하긴 했지만, 누구의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극복해나가는 것이 중요했다.


“좀 걸을까요?”


차오가 찻잔을 내려놓고 호세에게 말했다. 호세는 복잡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코무앗이 접시를 가져가자, 둘은 의자에서 일어나 밖으로 향했다. 꼬리가 의자에 걸려 넘어질뻔했다. 그러고 보니 의자에 앉은 적은 처음이었다. 호세는 더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밖으로 나오자 노을이 마지막 빛을 아롱거리며 지평선 너머의 잠자리로 사라지고 있었다.


“걱정 되십니까? 호세 군.”

“네···.”

“걱정은 때때로 긍정적인 효과를 낼 때가 있지요. 항상 고민없이 사는 사람은, 자신의 삶을 사랑하지 않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나무가 흔들리는 소리를 제외하면 조용한 산책길을 걸으며 차오가 나직히 말했다. 낮은 목소리가 나뭇잎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잔잔한 평화를 만들어주고 있었다. 호세는 다시 고개를 끄덕이며 차오에게 감사인사를 했다. 차오가 없었더라면 혼자 끙끙 앓았을 것이 분명했다. 그가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않았지만, 단순히 문제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도움이 되었다.


숙소 앞에 도착하자, 차오는 인자한 목소리로 인사하고 완연히 찾아온 어둠 사이로 사라졌다. 호세는 숙소에 들어가지 못하고 문 앞에서 서성이다 결국 잠시 더 걷기로 마음먹었다.


어둑한 거리를 혼자 걷고 있자, 마음이 가라앉기는커녕 더 불안해졌다. 괜히 나왔다 싶어 다시 뒤로 향한 호세는, 어느새 자신이 세갈래 길을 지나서 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어디서 왔는지 잊어버렸다는 것도. 길을 잃어버린 것이다. 어두컴컴한 저택은 웅장한 장소에서 공포스러운 곳으로 금세 변했다. 차분하게 느껴졌던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가 음산하게 호세의 등줄기를 타고 다가왔다. 호세는 침을 꿀꺽 삼키고 기억을 열심히 더듬었다.


‘가운데 길이 맞을거야. 아냐, 왼쪽인가? 올 때는 저 나무가 없었던 것 같은데···.’


호세가 열심히 머리를 굴리고 있을 무렵, 나무 사이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났다. 호세는 의식하지 못하고 있다가, 소리가 점점 커지자 화들짝 놀라 소리가 나는 곳을 바라보았다. 기다랗게 자란 풀이 흔들리며 금방이라도 무엇인가가 튀어 나올듯이 어두운 공간이 움직였다.


호세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호신용 무기가 될만한 것들을 궁리했지만, 도무지 상대를 위협할만한 것이 없었다. 꼬리를 떼서 휘두르는 방법도 생각해 보았지만, 망가지는 순간 대장에 의해 지옥으로 갈 것이 분명했기 때문에 그만두었다. 호세가 창백한 얼굴로 근처 돌멩이를 주워 들 때, 검은 그림자가 풀 사이에서 불쑥 튀어나왔다.


“으악-!”

“으아악-!”


양쪽에서 비명이 울렸다. 호세는 질끈 감은 눈을 뜨고 상대방을 바라보았다.


“코하투?”


작은 용족이 대답하는 것처럼 함께 외쳤다.


“인간···, 손님?”


호세는 한숨을 몰아쉬며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닦아냈다.


“여기서 뭐 하는 거야? 이제 밤인데.”

“저는 오늘 순찰 담당이라···, 손님이야 말로 이런 곳에서 뭐 하시는 겁니까?”


코하투가 의심스러워하며 물었다. 그러나 곧 호세의 엉덩이에 달린 꼬리를 보고 깜짝 놀라 말했다.


“꼬리? 어떻게···, 설마, 설마 마족은 아니겠죠?”


코하투는 들고 있던 작은 창을 꼬나 쥐고 덜덜 떨었다. 무섭기는 녀석도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어, 이건 우리 대장이 만들어 준거야. 이것 봐, 떼지지?”


호세는 보란듯이 꼬리를 떼었다 붙였다 했다. 코하투는 더 얼이 빠진 얼굴로 호세의 행동을 바라보다가, 신기한 얼굴로 금속 꼬리를 만지작거렸다.


“신기하지? 나도 신기해.”


코하투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그제야 붉은 비늘로 덮힌 얼굴에서 어린 소년 같은 느낌이 났다. 호세는 마주보며 웃고는 작게 말했다.


“저기, 그런데···. 사실 길을 잃어버린 것 같아서 말이지. 나 좀 데려다 줄래?”


코하투는 콧김을 내뿜더니 고개를 끄덕이고는 앞장섰다. 신기하게도 작은 길동무가 하나 더 생긴 것 뿐인데, 더 이상 무섭지 않았다.


나뭇잎이 서로 부딪히는 소리도 이젠 잔잔하게 들렸다. 호세는 코하투에게 내심 감사하며 뒤를 따라갔다. 호세의 금속 꼬리보다도 작은 꼬리가 살랑거리며 길을 안내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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