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솥불의 서재

일해라,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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솥불
작품등록일 :
2018.04.09 23:01
최근연재일 :
2019.09.10 13:00
연재수 :
160 회
조회수 :
69,708
추천수 :
1,397
글자수 :
635,868

작성
18.05.04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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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9
추천
15
글자
7쪽

32. 용족의 축제 (2)

DUMMY

호세가 광장에 도착 했을 때는 어둠이 내리고 해가 뉘엿뉘엿 저물고 있을 무렵이었다.


“차오 씨!”


제단 위에 서 있는 차오를 보고 호세가 외쳤다. 차오도 호세를 발견하고 계단을 내려왔다. 갑옷이 아닌 예복을 입고 있는 차오의 모습은 낯설었다. 붉은 용족을 상징하는 문양이 수놓아진 검은 옷은, 태양처럼 붉은 차오의 몸과 어우러져 다가가기 힘든 위압감을 뿜어내고 있었다.


“호세 군. 안내를 하러 가려고 했는데 늦어졌군요.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다른 분들이 잘 알려주셨어요.”


호세가 코무앗과 코하투를 떠올리며 대답했다.


“성인식이라면서요? 큰 행사라고 들었어요.”

“그렇습니다. 일주일간 축제를 할 정도로 말이지요.”


호세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일주일씩이나요?”

“하하. 일 년에 몇 번 없는 연휴가 되는 셈이지요. 축하를 하기 위해선 여유가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호세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저택 전체가 분주하면서도 결코 귀찮아하지 않고 웃으며 참여하는 까닭이 있었다. 말 그대로 모두가 참가하는 축제인 것이다.


“호세 군은 이번에 축제에 참여 할 수 있겠군요.”

“네?”

“용족의 상징도 있고, 무예도 전수 받지 않았습니까. 벌써 발을 빼시려는 건 아니겠지요?”


차오가 한 쪽 눈썹을 치뜨며 은근하게 말했다. 호세는 당황한 얼굴이 되어 우물쭈물거렸다. 그러자 차오가 호세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웃었다. 호세는 그의 장난을 눈치 채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광장 제단에 쌓인 장작에 불을 지피면, 본격적인 연회의 시작입니다. 얼추 준비가 끝난 것 같으니, 시작하겠군요.”


차오가 가리킨 방향으로 고개를 들자, 어느새 다른 용족이 횃불을 들고 장작에 가까이 가고 있었다. 제단 옆에는 나팔을 든 용족들이 양 쪽으로 정렬했다. 제단 위의 용족은 차오를 한 번 바라보았고, 차오가 고개를 끄덕이자 불을 장작에 가져갔다. 기름을 먹인 장작이 빠른 속도로 타오르기 시작했고, 제단 양 쪽의 용족들이 나팔을 힘껏 불었다.


힘찬 나팔소리에 깜짝 놀라 귀를 막은 호세는, 여기저기서 음식이나 꽃을 들고 오는 용족의 무리를 보며 감탄했다. 마치 무예처럼 절제된 동작이면서도, 구름이 흘러가듯이 유려한 모습이었다.


성인식의 주인공인 용족들이 목걸이를 메고 나타났다. 차오는 호세에게 따라오라는 신호를 보낸 뒤 제단 위로 올라갔다. 호세는 자신이 일족의 수장인 차오와 같은 위치의 공간으로 가는 것을 망설였지만, 차오의 연이은 손짓에 쭈뼛거리며 계단을 올랐다. 용족 몇몇이 호세를 신기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연회를 시작하기에 앞서, 소개하고자 한다.”


차오의 낮은 목소리에 호세는 어쩔 줄 모르고 안절부절했다.


“칸의 인정을 받은 손님으로, 일족 모두가 반겨 주었으면 한다. 왕궁의 귀한 분이시다.”


호세는 어정쩡한 표정을 지으며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아무래도 차오가 자신을 부담감으로 눌러 죽일 작정인 모양이었다. 차오가 다시 손짓하자 그의 옆에 선 호세는 연신 고개를 꾸벅꾸벅 숙이며 인사했다. 관중들이 박수를 보냈지만 여전히 호세의 등에는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코무앗이 제단 아래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본격적인 연회가 시작되자 용족들이 춤을 주거나 음식을 먹으며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되었다. 호세의 키보다 큰 술통 수십 개가 쌓였다. 갓 성인이 된 용족들에게 가족이나 스승인 투하쿰이 첫 잔을 건네고 있었다.


“술을 잘 하십니까?”


차오가 창백한 호세의 표정을 보고 웃으며 물었다. 호세는 고개를 저었다. 고향에서 아버지와 몇 번 마신 적이 있었지만, 항상 중간에 기억이 끊기고 눈을 뜨면 자신의 방 안이었다. 아버지의 말로는 자신이 술버릇이 고약하다고 했다.


“하하, 우리 일족의 술은 제법 맛이 있습니다. 한 잔 정도는 받으시지요.”


제단을 내려가며 차오가 말했다. 호세는 거절하려고 했으나, 수많은 시선 속에 목이 메일 것 같은 기분을 느꼈기 때문에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새 코무앗이 두 개의 잔을 차오에게 가져왔다.


“올해도 고생하십시오, 칸.”


코무앗이 짖궃게 말하며 차오의 잔에 술을 채웠다. 차오는 너털웃음을 지으며 코무앗의 잔과 건배했다. 연한 황금빛 액체가 두 붉은 용족의 강인한 목으로 벌컥벌컥 들어갔다. 이후 몇 명의 용족이 더 차오와 술을 나눴다. 호세는 마른침을 삼키며 자신에게 인사하는 용족에게 또 고개를 꾸벅이고 있었다. 신기한 듯 호세의 꼬리를 만져보는 이도 있었기 때문에, 호세는 곤란한 표정으로 차오의 구원을 바랐지만, 차오는 웃으며 넘길 뿐이었다.


“즐기십시오, 호세 군.”


꽤 많은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차오가 호세의 잔을 가져와 술을 따라주었다. 호세는 얼른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잔에 담긴 술을 전부 마셨다. 차오가 많은 양을 먹어도 끄떡없는 걸 보니, 약한 술이라고 생각한 까닭이었다. 그러나 곧 목과 위장에 타는 듯한 뜨거움이 찾아왔다. 분명 과일을 응축시킨 좋은 향이었지만, 호세가 맛을 즐기기엔 지나치게 강했다.


호세는 하늘이 빙글빙글 돌기 시작한 것을 깨달았다.


‘큰일났다···.’


마지막으로 떠올린 말은 고작 그것 뿐이었다. 차오는 호세가 비틀거리자 의자를 준비해 주고는, 다른 용족과 이야기를 나누러 사라졌다. 호세는 깜빡 잠이 들었다.


눈을 뜨자, 호세는 시간을 알 수 없었다. 제법 지난 것 같기도 했고,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기도 했다. 여전히 용족들은 담소를 나누며 술을 마시고 있었다. 취한 사람은 자신 뿐인 것 같았다.


“비무(比武)를 신청합니다!”


젊은 용족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마 이번에 갓 성인이 된 자일 것이다. 호세는 몽롱한 시선으로 소리 나는 곳을 쳐다보았다. 목걸이를 하고 있는 젊은 용족이 연장자처럼 보이는 용족과 무예 겨루기를 하고 있었다.


“성인이 된 용족이 연장자와 서로의 무예를 가볍게 견주어 보는 전통입니다. 오직 성인식 때만 할 수 있죠.”


호세가 풀린 눈을 돌리자, 코하투가 어느새 자신의 옆에 앉아 과일을 우물거리고 있었다. 아직 성인이 되지 못한 코하투는 비무 중인 그들을 부러워 하는 것처럼 보였다.


“음식은 많이 드셨는지요? 아까 소개하는 걸 봤습니다.”


코하투가 웃으며 말했지만, 호세는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고 고개를 좌우로 갸웃거리고 있었다.


“하하, 벌써 취하신 모습 같은데, 따뜻한 차라도 마시러 갈까요? 저쪽에···. 윽!”


일어나며 엉덩이를 털던 코하투의 말이 끝나기 전에 누군가 다가와 어깨를 밀었다. 덕분에 코하투는 앞으로 넘어져 얼굴에 먼지를 뒤집어썼다.


“어이쿠, 미안하다. 어린애가 있을 줄 몰랐네.”


말을 꺼낸 용족의 말에는 비아냥이 섞여 있었다. 목에는 목걸이가 걸려있는 걸로 보아, 이번에 성인이 된 용족이었다. 코하투는 분한 듯 상대를 노려보았지만,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다. 그 때, 호세의 큰 목소리가 광장을 울렸다.


“비무를 신청한다-, 짜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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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34. 돌아가는 길 (1) +2 18.05.06 628 15 7쪽
33 33. 용족의 축제 (3) +3 18.05.05 633 16 7쪽
» 32. 용족의 축제 (2) +2 18.05.04 660 15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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