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솥불의 서재

일해라,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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솥불
작품등록일 :
2018.04.09 23:01
최근연재일 :
2019.09.10 13:00
연재수 :
160 회
조회수 :
69,706
추천수 :
1,397
글자수 :
635,868

작성
18.05.14 13:00
조회
615
추천
12
글자
7쪽

42. 실마리를 찾다 (3)

DUMMY

마크는 걸음을 재촉했다. 묵직한 금화 주머니가 마음을 짓누르는 것 같았다. 해가 완전히 저물면 왕국 출입이 불가능 하니, 서둘러야했다. 마크는 지름길인 골목으로 들어갔다. 가장 빨리 왕궁으로 갈 수 있는 길이었다. 그러나 골목을 빠져나가는 길 앞을 검은 로브를 입은 두 명의 인영이 막았다.


“마크 클라드.”


두 인영 전부 제법 키가 컸다. 그 중 한 명은 마크가 고개를 꺾고 올려다 봐야 할 정도로 거대한 덩치를 가지고 있었다. 마크가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나자, 재빨리 한 명이 담을 넘어 뒤로 향하는 통로를 막았다.


“우리와 함께 가야 합니다.”


낮고 중후한 사내의 목소리가 덩치 큰 그림자에게서 튀어나왔다. 마크는 침을 꿀꺽 삼키고 천천히 주머니를 내려놓았다. 분명 이 주머니와 관련되어 있는 사람이라고 짐작했기 때문이었다.


숙련된 병사인 마크는, 내려놓은 주머니를 걷어찼다. 금화가 사방으로 굴러다녔고, 빠르게 가벼워진 주머니를 상대에게 던지고 틈을 향해 뛰었다. 날렵한 몸짓이었다.

그러나 덩치 큰 인영은 가볍게 주머니를 한 손으로 막고, 빠져나가는 마크의 덜미를 잡아 벽에 내동댕이쳤다.


“컥!”


마크가 충격으로 바닥을 굴렀다. 인영은 천천히 다가와 마크를 일으켜 세웠다. 나머지 한 명도 다가오기 시작했다.


“마크 님-!”


그 때 뒤에서 목소리가 들리고, 왕궁 병사가 들고 다니는 창이 날아왔다. 그림자 둘은 빠르게 뒤로 물러나 창을 피했다. 왕궁 수비대의 갑옷을 입은 병사 둘이 숨을 헐떡이며 마크의 근처로 다가왔다.


“이놈들! 이 분의 털끝 하나 못 건드릴 줄 알아라!”

“수비대의 힘을 보여 줄 테다!”


창을 꽉 쥐고 마크의 앞을 막아선 두 명의 병사는 왕궁에 임관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듯 갑옷이 반질거렸다. 병사 둘이 천천히 창을 쥐고 앞으로 향하자, 검은 그림자들은 뒷걸음을 치다가 사라졌다. 마크는 안도의 숨을 몰아쉬었다.


“고맙습니다. 수비대인가요? 처음 보는 얼굴인데. 다른 소대인가 보군요.”


병사 한 명이 뿌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 전입 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아서 모르시는 게 당연합니다! 저는 짐이고, 옆에 있는 녀석은 같은 소대 소속인 베일이라고 합니다.”

“아, 다행이군. 정문 수비대 소속 마크 클라드라고 해. 덕분에 살았다.”

“별 말씀을 하십니다.”


앳되어 보이는 병사가 쾌활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마크는 다시 물었다.


“어떻게 여기로 올 수 있었지?”

“아, 그게, 어떤 분이 마크 님을 주의 깊게 관찰하라는 말씀을 하셔서, 순찰을 하다 뒤를 밟았습니다.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합니다.”

“아니야, 이유가 있었겠지. 아마 어떤 사건에 휘말린 것 같다.”

“예, 그 분도 같은 말씀을 하셨습니다. 계시는 곳을 알고 있는데, 그 쪽으로 안내하겠습니다.”

“부탁해. 아마 대단히 지혜로운 분인가 보군.”


병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크는 조용히 그들의 뒤를 따랐다. 혹시나 싶어 금화를 주워 주머니에 담았다. 분명 주머니의 근원지를 알고 있는 사람이리라.



병사가 안내한 곳은, 폐허라고 말해도 될 정도로 낡은 집이었다. 왕궁 근처에 이런 곳이 있었나 싶었지만, 생각보다 가까워 언제든 왕궁으로 달려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기다리는 분이 만약 주머니를 왕궁에 반납하라고 한다면, 기꺼이 그렇게 할 생각이었다. 역시 큰 행운은 화를 부르는 법이었다.


“여기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문이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덜렁거리는 판자를 밀어 내자, 어두운 공간이 드러났다. 가운데 놓여 있는 의자에, 사람이 한 명 앉아 있었다. 어두워서 얼굴을 잘 확인 할 수 없었다.


“어서 와, 마크.”


밝은 목소리가 들렸다. 마크는 상대를 자세히 보기 위해 눈을 약간 찌푸리며 가까이 다가갔다. 상대도 천천히 걸어나왔다. 부서진 지붕 사이로 달빛이 새어 들어와 얼굴을 비췄다.



검은 눈과 검은 머리였다.



“안녕? 반갑네.”


마크는 화들짝 놀라 뒷걸음질 쳤다. 등에 무엇인가 부딪혔다. 자신을 여기로 안내했던 병사들이었다. 마크는 그들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왕국을 배신하다니!”

“배신?”


짐이라고 말했던 병사가 피식 웃었다. 투구를 벗고 천천히 마크의 얼굴에 다가왔다. 옅은 푸른색 머리와 노란색 눈이 마크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눈과 머리가 천천히 검은색으로 물들었다.


“배신은 너네들이 하는 거지. 이 배신자들아.”


송곳니가 보이게 씨익 웃은 둘은 완전히 검은 머리와 눈이 되어 창으로 마크를 겨누고 있었다. 마크는 충격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덜덜 떨고 있었다.


“처음 보나? 하긴. ‘마족’이 너희 배신자들보다 뛰어난 마법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겠지. 그런 족속들이니까.”


의자에 앉아있는 마족이 말했다.


“백부장님, 마족이라는 단어를 입에 담으시다니, 혀가 더럽혀지십니다.”

“그렇군.”


짐이 능글맞게 웃었다. 의자에서 천천히 일어난 백부장이라고 불린 마족은 천천히 마크에게 다가왔다.


“마크, 왜 네드를 죽였지?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인재였는데 말이야. 응?”


마크는 이를 악물고 소리쳤다.


“그건 사고일 뿐이야!”

“사고, 사고라···. 아주 정직하군. 배운 대로 말하는 걸?”


백부장은 마크의 멱살을 잡아 허물어져가는 벽에 던졌다. 벽이 무너지며 마크가 땅을 굴렀다.


“커헉!”

“왕궁이 아주 영리하더군. 너도 모르는 사람을 통해 명령을 전달하려고 하니 말이야. 그것까지 예측하진 못했지만, 다행히 현장에서 발견할 수 있었지.”


게일이라고 했던 마족이 마크의 배를 걷어찼다. 마크는 숨을 쉬지 못한 채 나무 조각 사이를 굴러다녔다.


“말해! 무엇을 알아낸 거지? 너에게 네드를 죽이라고 시킨 사람은 누구지? 아무것도 모른다면, 지금까지 일어난 일들을 모두 말해라. 우리가 멍청한 너희 배신자들의 계획을 읽어낼 테니까.”


마크는 고통에 몸부림치면서도 입을 다물었다. 짐과 게일이 몇 번 더 마크를 때리고 밟았지만, 입을 열지는 못했다.


“죽지 않을 정도라면, 입을 제외한 어디라도 떼어내. 너희들의 역할이다.”


백부장이 두 명의 마족을 향해 말했다. 그들은 팔을 걷어붙이고 창을 쥐고 마크에게 다가갔다. 창에 달빛이 비쳐 더 날카로워보였다.


콰앙-!


그때, 낡은 집의 문이 통째로 날아갔다.


“그만-!”


날아온 문에 맞아 게일이라고 불린 마족이 넘어져 나뒹굴었다. 백부장은 인상을 찌푸리며 불청객들을 바라보았다. 처음 마크를 잡았던, 검은 로브의 인영들이었다. 로브를 벗자, 붉은 용족과, 갓 공무원이 된 한 청년의 얼굴이 드러났다.


“잡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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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99 Nuan
    작성일
    18.06.30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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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37. 그을음 (1) +4 18.05.09 610 13 7쪽
36 36. 돌아가는 길 (3) +3 18.05.08 638 13 7쪽
35 35 돌아가는 길 (2) +4 18.05.07 637 13 7쪽
34 34. 돌아가는 길 (1) +2 18.05.06 628 15 7쪽
33 33. 용족의 축제 (3) +3 18.05.05 633 16 7쪽
32 32. 용족의 축제 (2) +2 18.05.04 659 15 7쪽
31 31. 용족의 축제 (1) +4 18.05.03 696 19 8쪽
30 30. 놀라운 만남 (4) +4 18.05.02 683 17 7쪽
29 29. 놀라운 만남 (3) +10 18.05.01 713 16 7쪽
28 28. 놀라운 만남 (2) +5 18.04.30 683 19 7쪽
27 27. 놀라운 만남 (1) +1 18.04.29 697 18 8쪽
26 26. 걸음마를 떼다 (3) +2 18.04.28 716 19 7쪽
25 25. 걸음마를 떼다 (2) (수정) +1 18.04.27 694 18 8쪽
24 24. 걸음마를 떼다 (1) +4 18.04.26 715 18 8쪽
23 23. 선택의 이유 (3) +4 18.04.25 745 18 7쪽
22 22. 선택의 이유 (2) +6 18.04.24 749 16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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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4. 차오의 저택(1) +5 18.04.16 908 18 7쪽
13 13. 구원 기사단(2) +3 18.04.15 920 19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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