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솥불의 서재

일해라,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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솥불
작품등록일 :
2018.04.09 23:01
최근연재일 :
2019.09.10 13:00
연재수 :
160 회
조회수 :
69,709
추천수 :
1,397
글자수 :
635,868

작성
18.04.20 20:00
조회
819
추천
19
글자
8쪽

18 이제 우리는 (2)

DUMMY

호세가 꽥꽥거리며 비명을 질러대자 대장은 귀찮은 듯 호세에게 달린 꼬리를 발로 걷어찼다. 그러자 꼬리가 촤르륵 소리와 함께 접혔다. 호세의 엉덩이에는 작은 고리만 남았다. 대장은 고리를 툭 떼서 호세의 손에 쥐여주었다. 호세는 얼떨결에 고리를 받아 들고 대장의 얼굴과 그것을 번갈아 가며 쳐다보았다.


“고리 양쪽에 단추가 있다. 오른쪽 단추를 한 번 누르면 꼬리가 펴지고, 다시 누르면 접어지지.”


대장이 단추를 여러 번 누르자 꼬리가 접혔다가 펴지기를 반복했다. 호세는 감탄사를 내뱉으며 자신도 단추를 눌렀다. 경쾌한 소리와 함께 꼬리가 나타났다. 허리를 좌우로 흔들 때마다 반대로 살랑거리는 모습을 보니, 익숙해지면 꽤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다. 호세는 문득 남은 하나의 단추의 쓰임새가 궁금해졌다.


“왼쪽 단추는 어디에 쓰는 거에요?”


대장은 왜 이제야 묻냐는 표정으로 천천히 웃기 시작했다. 이젠 호세도 익은 날카로운 이빨과 짙은 하늘빛의 눈이 일렁였다.


“물론 자폭이다.”

“으악!”


호세는 허겁지겁 엉덩이에 붙은 고리를 떼서는 차오에게 넘기고 그의 등 뒤로 숨었다. 자신이 왜 여기에 숨었는지는 몰랐으나, 아마도 차오의 뒤라면 어떤 공격에도 안전할 것 같다는 본능 때문인 것 같았다. 차오는 고리를 대장에게 건네주었다. 데이지는 호세에게 꼴사납다며 핀잔을 주었고, 그래도 호세는 여전히 차오의 등 뒤에서 슬쩍슬쩍 대장의 눈치를 볼 뿐이었다.


“누르지만 않으면 괜찮다.”


대장은 차오에게 ‘이제 우리의 가족입니다 1호’를 다시 던졌고, 차오는 조심스럽게 받아 이번엔 호세에게 넘겨주었다. 호세는 망연한 표정으로 고리를 들고 한숨을 푹푹 쉬었다. 그리고 문득 의아함을 느꼈는지 데이지에게 물었다.


“왜 이름이 ‘이제 우리의 가족입니다’야?”


데이지는 당연한 걸 묻는다는 얼굴로 대답했다.


“잠시나마 차오의 가족이 되는 거고, 이제 마법공학실험부의 일원이 되는 거니까. 무지 좋은 이름 아냐?”


데이지의 말에 호세는 조금 기분이 좋아져서 작게 웃으며 말을 덧붙였다.


“그렇게 말하니까 의미는 좋은데, 그래도 너무 대충 지은 것 같잖아.”


호세의 말이 끝나자 데이지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데이지의 뒤에 있던 에밀리아가 나와 호세를 바라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참고할게.”


무표정의 에밀리아는 차분하다 못해 사라질 것만 같은 분위기를 풍기며 휴게실로 들어갔다. 호세가 어버버 거리고 있자, 데이지는 그 모습을 보며 계속 고개를 저었다.


“우리가 개발한 모든 물건에는 에밀리아가 이름을 붙여.”


호세는 창백해진 얼굴로 휴게실을 뒤돌아봤다. 검기가 몰아치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대장 다음으로 무서운 사람이었는데, 아무래도 밉보인 게 확실했다. 대장은 재미있는 걸 봤다는 표정으로 연신 웃음을 흘렸다. 낮은 웃음소리가 무서운 배경음악이 되어 호세의 심장을 때렸다.


“차오, 연무장으로 가서 애송이가 적응할 수 있게 도와줘라. 아무래도 몇 번 넘어질 것 같으니까 말이야.”


차오도 재미있는지 그르렁거리며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대장.”


연무장은 여전히 조용하고 넓었다. 호세는 처음 불꽃과의 싸움이 있었을 때를 생각하며 치를 떨었다. 그리고 문득 잠시 전 차오와 나누었던 대화가 떠올랐다. 대장은 왜 자신을 뽑은 걸까? 호세가 고민하고 있자 차오의 손이 시야에 들어왔다. 손에는 ‘이제 우리의 가족입니다 1호’가 들려 있었다. 호세는 한숨을 푹 내쉬고 꼬리뼈 근처에 고리를 붙였다. 접착 재질이 있는지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호세가 오른쪽 단추를 누르자 경쾌한 소리와 함께 꼬리가 만들어졌다. 길이에 비해 그렇게 무겁지 않은 걸 보니 내부는 비어 있는 것 같았다. 호세가 손으로 꼬리를 툭툭 치자 종을 치는 것처럼 맑은소리가 들렸다. 호세는 고개를 돌려 꼬리를 찬찬히 살펴보았다. 대나무처럼 층층이 마디가 있는 걸 제외하면 제법 그럴듯했다. 움직일 때마다 나는 가벼운 차르륵 소리는 금세 익숙해졌다.


“점점 몸에 익으시는군요.”


차오가 호세의 몸놀림을 보고 말했다. 호세는 웃으며 계속 몸의 중심을 잡았다. 기본적인 순발력이 나쁘지 않은 까닭에 금방 뛰어다닐 수 있었다. 새 장난감을 얻은 기분이 된 호세는 한편으로는 걱정된 마음에 물었다.


“용족이 아닌 사람들이 보면 눈에 튀겠죠?”

“게다가 붉은색이니까요.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편이 좋겠습니다. 시선을 한몸에 받으실 테니까요.”


호세는 상상만 해도 부담스러운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꼬리가 몸에 맞춰 흔들렸고, 꼬리의 반동을 느끼며 입을 열었다.


“아까 하시려던 말씀이 뭐였어요?”


차오는 기억을 더듬다가 대답했다.


“호세 군이 우리 부서에 뽑힌 이유 말인가요?”

“네,”


호세는 꼬리를 다시 접고 차오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진지한 표정이었다. 호세는 아직도 궁금한 게 많았다. 특히 자신이 거대한 저택에 머무르거나, 대단한 양의 마력석을 보게 된, 갑작스러운 특혜의 이유가. 호세는 자신에게 주어진 행운이 거저라고 생각할 만큼 바보는 아니었다.


“호세 군은 우리가 필요한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능력이요?”

“아직 호세 군이 알아채지 못한 능력이지요. 무척 대단한.”


호세는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망설이다 다시 물었다.


“지금까지 같은 능력을 가진 사람이 없을 정도인가요?”


차오는 흥미로운 표정으로 잠시 말을 멈췄다.


‘예리하군,’


왕궁에 지원하는 사람은 셀 수 없이 많았고, 대장은 그들을 부서로 데려올 능력이 있었다. 차오는 진중한 표정으로 호세와 눈을 마주쳤다.


“호세 군, 미안한 말을 먼저 해야겠군요.”


호세는 불안한 표정이 되어 물었다.


“어떤 말인데요?”


이번엔 정말 해고의 선언을 듣는 것인지 걱정이 된 까닭이었다. 그러나 이어진 차오의 말은 그것보다 더욱 충격적인 것이었다.


“저는 아직 호세 군을 완전히 믿지 않습니다.”


호세는 머리를 망치로 얻어맞은 표정이 되었다.


“대장은 사람을 가려내는 데 특출난 분이십니다. 에밀리아 경과 데이지 양도 모두 우수하고 필요한 인재들이지요. 때문에 대장의 의견에 불만은 없습니다만.”


차오의 표정 덕분에 풍채가 더욱 강인해 보였다. 번쩍이는 갑주부터, 미소가 없는 표정까지.


“저는 사람을 겪은 다음에 인정하는 사람입니다. 일족의 수장이라면 반드시 그래야 합니다. 함부로 누군가에게 의지했다간, 모든 것이 무너지기 때문입니다.”


호세는 아직 충격에 헤어나오지 못하고 차오의 말을 듣고 있었다.


“제가 저택에 호세 군을 지내게 한 것도,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입니다. 제 나름의 판단이 필요하니까요.”


호세는 울 것 같은 표정이 되었다. 차오는 다시 얼굴에 미소를 띄웠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렇다고 호세 군을 믿지 않겠다는 뜻이 아닙니다.”


차오는 호세에게 가까이 다가가 고리의 단추를 눌렀다. 붉은 꼬리가 가벼운 소리와 함께 제 모습을 갖췄다.


“가족을 맞이하려면 응당한 준비가 필요한 법이니까요.”


무척이나 따뜻한 차오의 목소리가 호세의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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