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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opold2 님의 서재입니다.

마나 수치 99.99999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로쿤
작품등록일 :
2024.02.12 23:50
최근연재일 :
2024.04.04 16:05
연재수 :
55 회
조회수 :
52,458
추천수 :
1,138
글자수 :
284,751

작성
24.02.13 09:08
조회
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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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글자
12쪽

코어 결정

DUMMY

그로부터 한 달 후.

트롤 커플에게 엿될 뻔한 나를 구해준 리자드맨.

나는 그와 친구 비스무리한 게 되었다.

하지만 각성자와 비각성자가 진정한 친구가 되기란 어렵다고 생각한다.

처한 상황이 너무나도 다르니 말이다.


“차워뇽! 차워뇽!”


아··· 일도 하기 싫은데 저기 해맑은 도마뱀은 나만 보면 좋다고 다가와서 어깨에 팔을 두른다.

으, 벌써부터 몸이 끈적끈적해지는 것 같아!


“응! 자이라! 오늘도 땡땡이야?” 내가 물었다.

“쉿! 너만 닥치면 돼. 이 꼬맹아.”


여느 때처럼, 자이라가 내게 어깨동무를 하며 말했다.

윽!

꿉꿉해!

아무리 고마워도 꿉꿉한 건 꿉꿉한 거다.

뒤뜰로 나를 끌고 간 자이라가 담배를 내밀었다.

마블링 레드.

자이라가 쭈그려 앉아 담배에 불을 붙이며 말했다.


“워뇽, 나 교육 끝나고 탱커로 취직되면 나랑 같이 529 지구로 이사 가자. 거기서 청소일 하면 훨씬 더 많이 벌 걸? 괴롭히는 놈들은 내가 혼내 줄게. 거주 비용도 일단은 내가. 넌 맘 편히 청소만 하면 돼.”


순간 정신이 멍해졌다.

내가 무슨 말을 들은 거지?

아니, 이딴 생각을 할 때가 아니다.

생존 본능에 충실해야 한다!


“우와! 정말? 정말이지? 약속했다!”


믿어지지 않았다.

우리가 그렇게나 친한 사이던가?

이런 기회가 아니면 평생 1129 지구에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529 지구라니!

꿈만 같은 일이었다.

같은 청소일을 해도 숫자가 적은 지구에서 일할수록 페이가 세다.

각성자들은 지역 이동이 활발한 편이다.

자이라처럼 첫 직업이 정해질 때 특히 드라마틱한 이동을 하게 된다.

그렇다고는 해도 층을 이동할 수는 없다.

나는 층을 이동했다는 각성자를 한 번도 보지 못했다.


*


세 달 후.

자이라는 의리 있는 도마뱀이었다.

나와 한 약속을 잊지 않았다.


“꼬맹아! 이사 가자!”


역시나.

탱커는 취직이 빠르다.

그가 취직한 곳은 층에서 중간은 가는 길드였다.


“일단 보조 탱커로 취직 됐어. 열심히 해서 메인 탱커가 되고 만다!”


양심상 내 이사 비용은 내가 치렀다.


“이야, 우리 이제 동거인 됐네!”


자이라는 진심으로 좋아했다.

좀 찔리긴 했다.

난 도마뱀 녀석이랑 한집에 사는 게 별로였으니까.

녀석의 손이 닿는 곳마다 끈적끈적!

분명 손이 많이 갈 거다.

뭐, 무슨 상관인가.

자이라 덕분에 혼자서는 평생 꿈도 못 꿀 529지구에 왔는데.

그게 중요하다.

종생은 종맥!


“나 아직은 수습이라 사냥터에서 사냥하고 놀아야 되는데 같이 갈래?” 자이라가 물었다.

“그래도 돼? 난 방해만 될 텐데. 싸울 줄도 모르고···”

“얌마, 형님이 텔로미어 예비 메인 탱커 아니시냐. 뭔 걱정을!”

“그래, 좋아! 나야 땡큐지!”

“파밍만 좀 도와주면 뽀찌 좀 떼 줄게. 그것만 해도 네 살림에 도움이 많이 될 거다.”


529지구의 아파트는 24평형이었다.

방이 무려 세 개!

원룸 수준의 아파트에서 24평형으로 오니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었다.

화장실도 두 개였다!

끼요옷!


다음날.

자이라는 각성자답게 아침형 도마뱀이었다.


“일어나 임마! 아직 자냐!”


발로 툭툭 걷어차이면서도 좀처럼 정신이 돌아오지 않는다.

나는 잠이 많다.

내 종족이 뭐라더라.

맞다.

인간.

나는 태어나서 나와 같은 종족을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피지컬이나 전투 능력도 다른 종족에 비해 한참이나 떨어지고···

체구도 작고···

생각하면 짜증만 나지.


“으으으···”


잠은 어찌나 많은지!

아침에 몸을 일으키는 것도 죽을 맛이다.

딸려 가는 주제에 결국 자이라를 기다리게 했다.


“미안미안, 얼른 가자.”

“괜찮아. 어차피 사냥터에서 사냥만 하는 건데 뭐.”


설렜다.

사냥 지역은 난생처음이었다.

어린 시절 각성자 테스트 때, 유리창 너머로 슬라임을 잡는 각성자를 봤을 때 얼마나 설렜던가!

오래된 기억이지만 새록새록하다.

비각성자로 판명나고, 다시는 그 광경을 보지 못하리라는 생각에 일주일이나 우울했었다.


“와, 장비는 언제 마련한 거야? 삐까뻔쩍한데!”

“뭐 별거 아냐. 이거 몇 달 됐는데··· 아무튼 가 보자.”


자이라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앞쪽 지구일수록, 랭크가 높은 길드일수록, 사냥터가 잘 되어 있다고 한다.

사냥터에 출몰하는 몬스터의 등급도 다르다고.

529 지구의 최하위 몹은 무엇이려나.


부스럭부스럭-


“뒤로 가!”


자이라의 눈빛이 변했다.


“오오!”


입에서 절로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자이라에게 달려든 것은 웨어울프였다.

하위 몹이 웨어울프라니!

리자드맨 자이라에게 뒤지지 않는 덩치였다.

회색빛 털이 복슬복슬 몸을 뒤덮고 있는 근육질의 웨어울프가 자이라를 보며 몸을 부풀렸다.


“캬오오오오!”


웨어울프는 선공몹으로 알려져 있다.


콱!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웨어울프가 자이라의 허벅지를 깨물었다.


“억! 자이라!”


내가 놀라서 소리쳤다.

그러고는 걱정스레 쳐다봤지만.

자이라는 웃고 있었다.


“마나 보호막!”


말로만 듣던 마나 보호막이었다.

실제로 보니 신기했다.

웨어울프가 힘껏 깨물었는데도 송곳니가 자이라의 허벅지에 아슬하게 닿지 않았다.

허벅지와 웨어울프의 이빨.

그 사이.

저 빈 공간에 마나가 채워져 있는 모양이다.

보고 있으면서도 보지 못하는 신세라니.

하···


퍽!


자이라는 들고 있던 롱소드로 간단히 웨어울프의 목을 쳐냈다.

몸만 덩그러니 남은 웨어울프의 사체가 버둥거리다 푸른 빛을 발하며 띵! 소리를 냈다.

헉.

저것이 말로만 듣던 코어 결정인가?

코어 결정이 1g만 돼도 1,000골드다!

각성자들이 왜 부자인 줄 알겠다.

몹 열 마리만 잡아도 일만 골드라니!

아, 물론 잡는 몹마다 코어 결정이 나오는 것은 아니겠지···

생각했지만, 오산이었다.


띵! 띵! 띵!


영롱한 소리와 함께 바닥에 떨어진 푸른 결정이 빛을 냈다.


“짜야! 원래 이렇게 계속 나와?” 내가 물었다.

“응? 당연하지. 그래야 먹고살지.”


흥분한 나와는 다르게 자이라는 하품을 하며 웨어울프를 잡았다.

한 마리씩 잡는 게 귀찮았는지, 이 덩치 큰 리자드맨은 웨어울프 몇 마리를 몰아 왔다.


“위험하니까 좀 떨어져 있어.”


그가 롱소드를 한 번 휘두를 때마다 웨어울프의 목이 뎅강뎅강 날아갔다.


띵! 띵! 띵! 띵!


···


난이도는 거의 제로였다.


“괴, 괴물 녀석!”


한 시간가량 동안 자이라가 사냥해서 얻은 전리품은 코어 결정 스무 개.

2만 골드에 달하는 금액이었다!


“너 한 시간 만에 2만 골드 벌었어!”

“응 아니야.”

“응?”

“세금 내야 해. 절반.”

“세금이 그렇게나 비싸다고?”


나는 청소부라 세금을 월급의 10%만 낸다.


“각성자들은 다 그래. 절반은 정부가 가져가. 그런데 난 도무지 놈들이 뭘 하는지 모르겠단 말이지? 도둑놈의 새키들···”

“아···”


나는 안다.

국가는 세금을 취약층에게 되돌려 준다.

그래서 나 같은 비각성자가 그나마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고맙네···”

“응? 뭐가?”

“아, 아냐!”

“크크크, 싱겁기는.”


정말이지 버러지 같은 인생이다.

나도 자이라처럼 각성자라면 얼마나 좋을까!

물론 이번 생엔 글렀지만···


자이라와 두 시간가량 전투를 치렀다.

그는 웨어울프만 잡는 게 지겹다고 했지만 나는 그냥 보고만 있어도 재미있었다.


“그런 건 얼마나 해?”


나는 자이라가 들고 있는 롱소드를 가리켰다.


“아, 이거? 3만 골드쯤 줬나? 기억이 가물가물하네. 쩝··· 아무튼 장비 바꿀 때 됐어.”

“뭘로 바꿀 건데?”

“블레이드.”

“헉!”


블레이드라면 인터넷에서 본 적 있다.

마법이 부여된 검이다.

10만 골드도 넘을 텐데···

하긴, 하루에 몇 만 골드씩 버는데 10만 골드가 대수겠냐.

부럽다.

부러워 죽겠네 증말!


사냥을 마치고 돌아와서는 상대적 박탈감에 빠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내게 호의를 베푼 자이라를 위해 집을 청결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이 넓어진 만큼 시간이 걸렸다.

그래도 나는 프로 의식을 가진 청소부!

잽싸게 먼지를 털고, 청소기를 돌렸다.

그런 다음에 스팀기를 돌렸다.

스물 네 평을 모두 청소하는 데 걸린 시간 30분!

등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일단 오늘은 화장실 청소까지만 해야겠다.

한 시간 만에 청소를 끝내고 나는 내 방 침대에 벌렁 드러누웠다.

자이라의 사냥을 떠올렸다.


‘띵! 띵! 띵!’


코어 결정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선연하다.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가방 속주머니에서 코어 결정을 꺼냈다.

아까 자이라가 준 코어 결정이 손바닥 위에서 빛나고 있었다.

코어 결정을 가져 보는 건 당연히 처음이었다.

자이라에 따르면 모든 몬스터는 코어를 장착하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보니 너무나 찬란해서 넋을 잃을 지경이었다.

나는 새끼손톱보다도 작은 코어 결정을 바라보고 또 바라보았다.

작은 주제에 결정이 가진 깊이감은 호수 같았다.

질리지 않는 아름다움이 있다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코어 결정은 마나가 고체화 된 것이라고 한다.

이런 조그만 것이 하나에 1,000골드라니.

믿어지지 않았다.

너무나도 사랑스럽다.

나는 코어 결정을 바라보고 또 바라보다 손에 꼭 쥐고 잠들었다.


다음날.

면접을 위해 529지구 클리너 사무소에 방문했다.

사무실이 넓은 것도 넓은 것인데 무척 깔끔했다.


“차원영···”

“네!”

“이게 이름인가요?”

“네, 그런데요 뭐 문제라도···”

“아, 아닙니다. 저는 앙드레라고 해요. 이곳의 총 책임자입니다.”


자이라 만큼은 아니었지만 거구의 사내였다.

올 화이트로 된 의상이 청결함을 상징하는 듯했다.


“지금··· 7단지에 거주하고 계시네요? 잘 됐어요. 마침 7단지 클리너가 공석인데. 요즘 개나 소나 다 각성자라서 이런 일을 할 사람이 드물어요. 환영합니다. 오! 게다가 경력자시네요?”

“아, 네···”


나는 뒷머리를 긁었다.

앙드레.

참 괜찮은 종 같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는 하나 클리너에게 이렇게 친절하게 대해 주는 사람은 드물다.

청소 인생 10년 동안 손에 꼽을 정도로.

하물며 앙드레는 초록 피부가 매력적인 오크족이다.

저 늠름한 어금니를 보라!

당연히 각성자일 것이다.

각성자라고 전부다 헌터가 되는 것은 아니다.

위험한 일이 싫은 이들은 공직에서 일한다.

클리너 사무소 매니저도 엄연한 공직이다.


“그럼 바로 투입해 주시고요. 궁금한 거 있으시면 언제든 톡 주세요.”

“옙! 잘 부탁드립니다!”


나는 곧장 내가 살고 있는 7단지로 향했다.

어제 어떻게 잠든지도 모르겠다.

나는 코어 결정을 떠올리며 금세 흐뭇한 마음이 되었다.

자이라는 지금쯤 웨어울프를 잡으며 투덜거리고 있겠지?

부럽다.

어제 자이라를 따라갔다가 받은 1g의 코어 결정.

1,000골드···

그 돈은 청소 업체에서 한 달 넘게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이었다.


“하···”


그런 생각을 하면 박탈감만 심해진다.

정신 차려 차원영!

나는 열심히 비질을 했다.

공간이 넓다는 것은 비질할 곳이 무지하게 많다는 말이었다.

청소 머신이 닿지 못하는 계단과 화단 등, 내 청소를 기다리고 있는 곳이 지천에 널렸다!

꼬박 세 시간 동안 비질을 했다.


“후아··· 뒈지겠네!”


작가의말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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