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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opold2 님의 서재입니다.

마나 수치 99.99999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로쿤
작품등록일 :
2024.02.12 23:50
최근연재일 :
2024.04.04 16:05
연재수 :
5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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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383
추천수 :
1,138
글자수 :
284,751

작성
24.03.25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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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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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연금술사 손나래

DUMMY

피부색도 나와 비슷하고 귀가 뾰족하지도 않았다.

정말 인간이라구?

만감이 교차한다.

살면서 나 이외의 인간을 보는 건 처음이었으니 어쩌면 당연했다.

당장 눈으로 보고 있으면서도 믿기지가 않는다.


“아이고! 내 정신 좀 봐! 얼른 들어오세요 헌터님.”


턱까지 오는 작은 인간이 옆으로 비켜서며 말했다.

주택의 내부는 밖에서 보이는 것처럼 좁지 않았다.

무엇보다 거실에 물건이 많이 없었다.

연금술사는 중앙에 있는 널따란 테이블로 나를 안내했다.


“홍차가 여러 종류 있는데··· 아! 커피 좋아하시죠? 원두도 세 종류 있어요. 에티오피아랑, 케냐, 콜롬비아인데 에티오피아만 싱글이에요! 그것 말고 시원한 음료도··· 혹시 식사는 하셨어요? 안 하셨으면 간단히 샌드위치라도 만들어 드릴까요? 헤헤···”


아이고, 정신없어.


“저, 커피면 됩니다. 에티오피아로 하겠습니다.”

“아··· 그럴까요? 네! 얼른 준비해서 올게요.”


연금술사로 추정되는 인물이 후다닥 부엌으로 사라졌다.

그런데 내가 커피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어떻게 안 거지?


연금술사가 부엌에 있는 동안 가볍게 실내를 돌아봤다.

그러고 보니 복층 구조라서 층고가 높아 내부가 답답해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어랏?”


아무리 살펴봐도 2층으로 가는 계단이 보이지 않았다.

나처럼 날아다니는 걸까?

연금술사라고 해서 시험관과 먼지 쌓인 책상, 떡진 머리, 하얀 가운 같은 것들을 상상했는데 그 어느 것도 맞아떨어진 게 없었다.

게다가 인간이라니!

그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좀 이상했다.


천장에 붙은 앤티크한 디자인의 실링팬을 멍하니 바라보는데 연금술사가 다가왔다.


“그거 예쁘죠 헌터님! 구하느라 애먹은 건데 그 작품으로 말할 것 같으면···”


어쩌구저쩌구, 주저리주저리···

그녀는 실링팬 하나를 가지고도 10분 넘게 떠들 수 있는 만담가였다.

딱히 듣기 싫은 건 아니라서 가만히 들어 주었다.

무엇보다 첫 동족상봉이기도 했고.

나뭇잎 무늬가 돋보이는 은쟁반 위에는 커피 말고도 주사기, 파란색 음료가 담긴 크리스털 잔도 있었다.

내 시선이 크리스털 잔에 머무른 것을 본 연금술사가 말했다.


“협회장님께 말씀 듣자마자 샘플로 제작해 봤어요. 마나 포션이 필요하다고 하셨죠? 아! 내 정신 좀 봐! 이름도 말씀 안 드리고. 저는 연금술사 손나래입니다!”


허허···

놀라운 속도였다.


“하루 만에요?”

“흐흣, 어려운 건 아니에요! 시중에 이미 체력 포션이 나와 있잖아요! 물론 메커니즘은 다르지만 크게 다를 것도 없어서요. 엄밀히 말하면 체력 포션 쪽이 더 어려운 기술이에요!”


그녀는 말했다.


“마나 포션은 산소를 산소통에 압축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시면 돼요!”


처음에는 말이 너무 많다고 느꼈지만, 나는 차츰 그녀에게 호감을 느꼈다.

같은 종으로서 느끼는 좋은 감정이었을까?


“일단 샘플을 가지고 오긴 했는데··· 지금은 아마도 헌터님 몸 속 마나가 충분한 상태일 테니 마셔도 체감이 어렵지 않을까요?”

“그러게요. 그런데 주사기는 왜···”


내 말에 손나래는 고개를 숙이고 얼굴을 붉혔다.


“괜찮으니 말씀해 보세요.”


바닥을 보며 쭈뼛거리던 그녀가 나를 흘끔 봤다.


“혈액을 좀··· 채취해도 될는지···”


그 말을 하면서 다시금 얼굴이 홍당무가 되었다.


“너무 무리한 부탁이라서 원래는 안 하려고 다짐했는데! 헌터님이 물어봐 주시는 바람에 요놈의 염치 없는 입이 제멋대로 주절거렸습니다! 거절하셔도 아무런 문제 없어요!”


손나래의 말이 끝나고 나는 오른 팔뚝을 걷었다.


“허어······”


그녀는 눈을 깜빡거리며 나를 봤다.

“정말요? 정말 그래도 될까요? 혹시나 피 뽑았다가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쩌죠? 저, 22층민 모두의 원수가 되는 거 아닐까요?”


당황하는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났다.

나는 입꼬리를 올린 채로 팔뚝을 더 앞으로 내밀었다.

손나래는 덜덜 떠는 손으로 주사기를 들었다.

어린 시절, 예방 접종을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그때의 내가 아니다.


“저 튼튼해서 괜찮으니까 맘 편히 하세요.”

“알겠습니다! 저,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손나래가 눈을 질끈 감으며 말했다.

이봐요?

눈은 뜨고 찔러야죠?

그런데.


뚝.


“어랏? 이게 왜 이러지···”


주삿바늘이 부러졌다.

당황한 손나래를 향해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후다닥 뛰어가서 새 바늘을 들고 와 허겁지겁 팔뚝을 찔렀다.


뚝.


그런데···

또 부러졌다.

우연이 아니었던 것 같다.


이번에는 아예 주삿바늘을 상자째 들고왔다.

하지만 몇 번이고 시도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정말로 튼튼하시긴 한가 보네요. 흐흣! 이쯤 되면 포오기. 저는 포기할 때를 아는 여자거든요.”


나는 주먹을 몇 번 쥐었다 펴면서 말했다.


“이상하네요.”


그러고 보니 각성한 뒤로 피를 본 적이 있던가?

···

잘 모르겠다.


“아무래도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간 것 같네요. 제가 최대한 힘을 빼 볼 테니까 다시 한 번 해 보실래요?”

“그러면 딱 한 번만 더 실례하겠습니다!”


나는 눈을 감고 심호흡을 했다.

릴렉스하자.

릴렉스···

푸욱-


“돼, 됐다! 됐어요 헌터님!”


바늘이 팔뚝 안에 들어왔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누름대가 뽑히지 않았던 것이다.


“으응··· 끙! 아, 이게 왜 이러지? 잠깐만요. 으읍!”


안간힘을 쓰는 것 같은데 누름대는 요지부동이었다.


“제가 한번 해 볼까요?”

“아? 아. 네네···”


나는 왼손으로 누름대를 당겼다.

그러자 새빨간 피가 배럴에 가득 담겼다.


“오오오오! 성공이에요, 성공하셨어요!”


그녀는 꺄아꺄아 소리를 질렀다.

그런 뒤에 조심조심 뒤처리를 하고는 상기된 얼굴로 테이블에 돌아와 앉았다.


“그런데 피는 뭐하시게요?” 내가 물었다.

“연구요! 각성자들의 피는 비각성자랑 성질이 다르거든요! 연구할 거리는 무궁무진합니다!”


그러고는 수줍은 소녀처럼 배시시 웃었다.

그런 모습이 귀여웠다.

인간 여인이라니, 다시 봐도 놀랍다.


우리는 얼마간 둘이 마주앉아서 인간들끼리 수다를 떨었다.

손나래도 하급이긴 했지만 각성자였다.


“저는 원래 마나를 믿지 않았어요. 차 헌터님은요?”

“마나요? 글쎄요···”


과거를 떠올려 본다.


“믿었던 것 같은데요? 전 아주 오래 전부터 각성자를 동경했어요.”

“와, 저랑은 되게 다르시네요. 전 각성자들을 증오··· 아니, 미워했는데.”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당하신 거예요?”

“그건 아니에요.”

“그런데 왜···”

“음··· 그냥 잘난 척하는 게 재수 없었어요.”

“풉.”


수다를 떨다 보니 당황하던 모습도 어느새 사라진 듯했다.

덕분에 더 편하게, 오랫동안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


인간 연금술사를 만난 후 사흘 만에 완제품이 도착했다.

포션 문제가 생각보다 쉽게 해결된 덕분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이제는 포션을 실험해 볼 차례다.

실험 장소는 새로 발견한 동쪽 도시가 될 것이다.


음속에서 더 속도를 올리면 주변 풍경이 뭉개져 버린다.

오랜 시간 비행을 하며 어떻게 해야 장거리 비행을 더 수월하게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아침 일찍 출발해서 꼬박 다섯 시간을 거의 최고속으로 비행한 끝에 동쪽 도시에 다다랐다.

마나가 듬성듬성 비어 있는 하늘.

조금은 어색한 풍경이다.

마나 방울과 지상과의 거리를 가늠하며 도시 위를 순회했다.

고공에서 도시를 내려다보는데 언뜻 1지구의 모습이 겹쳐졌다.


“조금 더 내려가도 괜찮을 것 같은데···”


지상으로 다가갈수록 왠지 모를 불안감에 뱃속이 불편해진다.


“많구만···”


거종들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

도시를 살피던 중, 몸이 주춤하는 것을 느꼈다.


서둘러 도시를 벗어난 나는, 안전한 장소를 찾아 랜딩했다.

살펴보니 날개에 이상이 생겼다.

등 쪽에 견고하게 빚어 놓은 날개의 일부가 변형된 것.

마나 포션만 있으면 어떻게든 될 거라고 생각한 것은 오산이었다.

공기 중의 마나량이 줄어든 만큼, 주변 마나를 응축해서 폭발적으로 속도를 높이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


“역시···”


무엇이든 직접 부딪쳐 봐야 안다는 생각이 들었다.


까딱까딱.


가까운 마나 방울로 가서 날개를 보수한 뒤, 움직여 본다.


“흠.”


나는 다시금, 저 멀리 방울진 마나를 응축해 몸을 띄웠다.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마나가 없는 곳에서 비행을 하려면 몸속에 있는 마나를 밖으로 분출할 줄 알아야 한다.

해 본 적은 없지만 불가능할 것 같지는 않았다.


“스킬.”


처음 스킬을 익히던 때가 떠올랐다.

이어서 얼음 감옥을 사용하며 몸에서 마나가 빠져나가는 감각도.

스킬을 사용한다는 것의 의미는···


“마나를 이용해 몸에 각인된 동작을 꺼낸다. 접착제 같이 사용하는 건가?”


그러면 동작을 꺼내지 않고 마나만 꺼내려면?


“···”


생각에 생각을 거듭했지만···

쉽사리 답을 구할 수 없었다.

몸에서 마나를 내보내는 방법을 모르면 포션은 무용지물이었다.

계획 대로라면 포션을 마시며 자유로운 비행이 가능해야 했다.


몇 번이고 마나 분출을 시도했지만 불발.


“제길···”


차츰 마음이 조급해졌다.


털썩!


“후우···”


다시 안전한 장소로 와서 주저앉아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식으로는 안 된다.


얼마간 그러고 앉아 있다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동료들이 있는 동굴을 향해 날아갔다.


*


이따금 내가 클리너 시절의 관성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럴 때면 각성자가 되면서 새로이 생긴 습관을 검열해 본다.

지금껏 새로이 생긴 습관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안 되는 걸 억지로 밀고 나가 봤자다.”


하늘을 날면서 나직이 중얼거렸다.

나는 하루아침에 엄청난 능력을 얻었다.

각성 직후에는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착각을 했었다.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었다.


동굴 근처에서부터 맛있는 냄새가 났다.


동굴 안, 캠핑 테이블 옆에 냄비가 끓고 있었다.


“오셨습니까! 저녁 시간에 맞춰 잘 오셨습니다!”


사이다가 싱글벙글 웃으며 나를 맞았다.


“예···”


그의 웃는 얼굴을 보며 대답했다.

달라진 게 있었다.

부담스럽기만 하던 협회장이 조금은 친근하게 느껴진 것.


“오늘은 제라드 헌터님이 솜씨를 발휘했어.” 라울이 말했다.


동태 매운탕이었다.


“어엇?”


웬 한식?

제라드가 한식을 알고 있다니, 놀라웠다.


“매운탕엔 소주죠!”


사이다까지···

놀랄 노자였다.


“원래 요리를 즐겨 하시나요?”


내가 의자에 앉으며 물었다.


“남는 시간에 검색을 좀 했습니다.”


앞치마를 두른 제라드가 점잖게 대답했다.


아하, 남는 시간?

누구는 뼈 빠지게 날아다니는데···

잠시 나쁜 생각이 머릿속에 스쳤지만 이내 머리를 저었다.


“잘 먹겠습니다.”


웬일로 사이다가 조용했다.

사이다가 입을 다무니 식사 테이블이 고요하다.

중간중간 매운 기운에 캑캑거리는 소리가 들릴 뿐이었다.


테이블을 치우고 티타임을 가졌다.


“저기··· 질문이 있습니다.”


나는 일행들을 두루 돌아보며 물었다.


“혹시 마나를 분출할 줄 아시는 분 계신가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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