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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opold2 님의 서재입니다.

마나 수치 99.99999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로쿤
작품등록일 :
2024.02.12 23:50
최근연재일 :
2024.04.04 16:05
연재수 :
5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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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389
추천수 :
1,138
글자수 :
284,751

작성
24.03.05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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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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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글자
12쪽

용사님들의 계획

DUMMY

“자, 그럼 이제 무얼 하면 되나요?”


나는 파티원들을 돌아보며 물었다.

다들 나처럼 설레지는 않는 모양이다.


“음··· 문투스랬나? 지금부터 그냥 문며들면 돼요 헌터님.”


크루엘라가 킥킥, 웃으며 말했다.


“잔류 팀은 이곳 마을 종들과 지내면서 상황 파악하고, 정찰 팀은 상대 진영 쪽을 확인해 봐야 할 것 같아요. 베스카··· 님이라고 하셨죠?”

“네.”


내내 옆에서 묵묵하게 있었던 베스카가 짧게 대답했다.

둘이서 있을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차 헌터님이랑 떨어져도 괜찮겠어요?” 에리얼이 물었다.

“그래야 한다면요.”

“정찰은 소수 인원이 좋을 것 같습니다. 위험할 수도 있거든요.”


에리얼은 든든한 리더였다.

그녀의 말 대로 잔류팀은 문투스에 관한 자료를 최대한 수집하고, 정찰팀은 외부 정보를 수집하기로 했다.


자이라가 이곳 병력들과 함께 문투스를 지키고, 나는 정찰팀에 배치되었다.

정찰팀은 나와, 에리얼.

단 둘이었다.

임무이지만, 둘이서만 이렇게 밖에 나온 건 아마도 처음?


콩닥콩닥콩닥-


심장 박동이 조금은 빨라진 것 같다.


충분히 휴식을 취하다 항성이 뉘엿뉘엿할 즈음 문투스를 나섰다.

길이 정말로 복잡했다.


치익- 치익-


에리얼은 나무에다 표식을 새기며 나아갔다.

그녀가 스킬을 사용하면 나무에 별 모양이 새겨졌다.


“뭐하는 거예요?” 내가 물었다.

“길을 잃을까 봐서요. 신성 마법이에요.”

“아하?”


길을 잃어도 좋을 것 같은데.

여차하면 내가 에리얼을 안고 비행하고, 그러면 내가 하늘을 나는 모습에 에리얼은 감동하고.

머릿속에 장면이 그려진다.


“안 오고 뭐해요?”

“아, 갑니다!”


조금 아쉽군···

걸음이 조금 더뎠다.

에리얼은 적에게 발각되지 않아야 하니 너무 대놓고 표시하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어둑어둑해질 즈음 겨우 산자락에 다다랐다.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네요. 이제 속도를 좀 내 볼까요?”

“옙!”


나는 에리얼의 뒤에 바짝 붙어서 걸으며 슬쩍 마나를 응축해 보았다.

초대형 게이트 안에서처럼 마나가 방울지진 않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 때문이었다.

이번에는 하늘을 날 때처럼 허공에 있는 마나를 응축.


슈욱-


오우···

제대로 몸이 떠오른다.

이쯤이면 22층에서처럼 비행이 가능할 것이다.


챱.


바닥에 착지.


“저기 에리얼.”

“네?”


그녀가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봤다.


“아까, 생각보다 늦어졌다고 하셨죠?”

“음, 네.”

“그럼 우리 조금 빨리 갈래요?”

“빨리요? 알겠어요, 속도를 높여 볼게요.”


아, 그런 말이 아닌데.


“그게 아니라··· 하늘을 날아서 가지 않을래요?”

“네? 아, 날아서요. 음? 날아서요?”


아무렇지 않게 던진 말이었지만···

갑자기 얼굴이 화끈거리며 심장이 터질 듯이 뛰었다.

에리얼을 안고 하늘을 나는 이미지가 머릿속에 선명히 그려졌던 것이다.

몸이 좀 이상하다.

나··· 음흉한 놈이던가?


“좋아요. 해 보죠.”


에리얼도 내가 하늘을 날 수 있다는 사실은 어렴풋이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푸하!”


에리얼이 대답하기까지, 나도 모르게 숨을 참고 있었다.


“제가 어떻게 하면 되나요?” 에리얼이 물었다.


쿵쾅쿵쾅쿵쾅!


조금 느슨해졌던 심장 박동이 급격히 빨라진다.

이제 와서 뺄 수도 없는 노릇.

에라 모르겠다!


“이리로···”


나는 손을 뻗어 과감하게 에리얼의 허리를 당겼다.

그러고는 마나를 응축했다.

허리와 허리 사이에 마나를 뭉쳐 안전장치를 만들었다.


꾹꾹.


아직 점도가 부족하다.

거의 단단해질 때까지 마나를 응축하고 또 응축했다.

내가 마나를 다루는 것을 보고는 에리얼이 말했다.


“마나로 이런 게 다 가능하군요?”

“하하···”


내가 멋쩍게 웃었다.

그뿐이겠습니까.


“준비 됐죠?”

“네.”


에리얼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파앙!


나는 저 위.

최대한 먼 곳의 마나를 응축해 우리의 몸을 띄웠다.


“꺄악!”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에리얼의 두 팔이 내 목을 감고 있었다.


“후욱···”


어쩐지 숨쉬기가 어려워 살짝 주춤했지만.

비행은 이제 눈 감고도 할 수 있을 만큼 숙련되었다.


나는 두 팔로 훨훨 날았다.

내 몸보다도 훨씬 크고 매끄러운 날개였다.

대기의 마나를 응축하며 빠르게 나는 대신에 독수리처럼 하늘을 날았다.

그 편이 에리얼에게 좋을 것 같아서였다.


“대단해요 원영 씨!”


에리얼이 신이 난 목소리로 외쳤다.

그런데 뭐?

내가 잘못 들었나?

방금 원영 씨라고 한 거 맞지?

기억하는 한 에리얼이 나를 그렇게 부른 건 처음이었다!


“하하, 그, 그렇죠?”


하늘을 날고 있는데도 에리얼의 그윽한 향기에 자꾸만 정신이 팔렸다.

가녀린 두 팔로 내 품에서, 내게 의지하고 있는 에리얼을 보고 있자니 어떤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지켜 주고 싶다!

에리얼이 비스듬히 고개를 돌려 아래를 내려다봤다.


“우와···”


그제야 나도 아래를 내려다봤다.

저 앞쪽으로 불꽃이 점점이 수놓인 마을이 보인다.


“예뻐요.” 에리얼이 말했다.

“그러게, 예쁘네요.”


물론 마을이 아름답긴 했지만, 나는 마을 따위에는 관심도 없었다.

바로 내 앞에 있는 여인.

당신!

당신이 훨씬 더 예쁘다구요!

멀리 불꽃으로 수놓인 마을 전에, 비교적 가까운 곳에도 불꽃들이 있었다.


“일단은 저기로 가 볼까요?”


지상에 내려앉을 때까지 내 화가 난 심장 박동은 잦아들 줄 몰랐다.

땅이 가까워 올수록 아쉬움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챱.


“헌터님 덕분에 하늘을 다 날아 보고. 횡재했어요.”


에리얼이 상기된 목소리로 말했다.


“아, 그럼 다음에 또···”


너무 작게 말했나···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위에서 볼 때는 딴 데 정신이 팔려서 몰랐는데, 이곳도 제법 규모가 되는 진영이었다.


“쉿.”


에리얼이 말하며 내 몸을 당겼다.

다가오는 기척이 있었다.

내가 손으로 권총 모양을 만들어 녀석들에게 겨누었는데 에리얼이 내 손목을 잡았다.

그러고는 고개를 저었다.

우리는 숨 죽인 채 그들이 지나가길 기다렸다.


“오늘은 정찰만요.” 에리얼이 말했다.


우리 둘은 살금살금 움직이며 막사들로 이루어진 진영을 염탐했다.

얼마간 살펴본 결과···

군대의 규모가 제법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산 속 문투스가 발각된다면 보나마나 전멸이다.

물론.

우리가 없다는 가정 하에.


막사촌을 충분히 정찰한 뒤에 다시 문투스 쪽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이제 어떻게 되는 건가요?” 내가 물었다.

“날이 밝은 뒤에 교섭을 시도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이렇게 겉으로만 봐서는 이곳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제대로 알지 못 하니까요. 언뜻 보기에 우리가 있는 문투스 쪽이 약자에 더 선해 보이는 건 맞지만, 선하다고 해서 그들이 옳은 건 아니니까요.”


음?

이건 또 무슨 얘기람.

정치인가.

에리얼이 손짓하자 아까 나무에 새겨 놓았던 표식이 빛났다.


“이쪽이네요.”

“엇! 네!”


에리얼을 안고 하늘을 날던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다른 생각이 끼어들 틈 따윈 없었다.


우리가 도착하자 일행들은 이미 꿈나라였다.

에리얼과 나는 더듬더듬 빈 공간을 찾아 각자 침낭을 펼쳤다.


*


“밥 먹으래요!”


벌써 아침이었다.

아이의 새 된 목소리가 잠을 깨웠다.

정확하게는 한숨도 못 잤다.

이제 막 잠들려고 했는데···

심장이 콩닥거려 밤새 한 숨도 못 잤다!


“밥! 밥! 밥! 밥! 밥! ···”


그것을 모르는 아이는 밥 타령만 꿋꿋하게 하고 있었다.

돌아보니 숙소에는 나와 에리얼밖에 없었다.


“응 고마워.”


침낭에서 몸을 일으킨 에리얼이 아이에게 다가갔다.

저런 조그만 리자드맨은 처음 본다.

음···

귀여운데?

게다가···

너무 작다.

몸 안의 혈관이 다 보일 정도로 피부가 얇은 어린아이였다.

에리얼은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서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여어.”


나가 보니 일행들은 이미 식사를 거의 끝낸 상태였다.


“헌터님! 어제 언니랑 늦게까지 뭐 했어요? 안 들어오는 줄?”


크루엘라가 킥킥거리며 말했다.

그녀의 말에 에리얼을 안고 비행한 것이 떠올라 얼굴이 홍당무가 되고 말았다.


“어? 요것 봐라? 진짜로 무슨 일이 있긴 했나 본데?”

“아! 아니거든요!”


나는 양손을 흔들어가면서까지 부정했지만.

내가 부정할수록 일행들의 눈이 가늘어졌다.

에리얼은 입가에 웃음을 머금고 자리에 가서 앉았다.


특유의 향신료 냄새가 후각을 사로잡는다.

메뉴는 문투스 전통 커리라고 했다.

야외에 차려진 식탁에 가지런히 담긴 음식이 김을 피워 올리고 있었다.

밑반찬이랄 것은 없었다.

에리얼과 나란히 앉았고, 그 다른 옆쪽에는 베스카가 미리 앉아 있었다.

그녀는 나와 눈을 맞추며 살짝 고개를 숙였다.

베스카의 무릎 위에 앉은 아이가 나를 쳐다봤다.

아까 우리를 깨우러 왔던 아이가 어느새 베스카의 무릎 위에 앉아 있었다.

나는 에리얼이 그랬던 것처럼 머리를 쓰다듬으려다 아이가 움찔하는 것을 보고 손을 거두었다.

아이 말고는 테이블에 우리 일행들밖에 없었다.


“얘기 좀 나눴어요?”

“네. 정보가 있어요.”


에리얼의 물음에 비스레인이 대답했다.

비스레인이 물을 한 모금 마신 뒤 이야기를 시작했다.

원래 이곳 리자드맨들의 왕이었던 타로잔.

그는 자신의 혈육인 마로잔에게 축출되었다.

타로잔은 자신을 추종하던 신하들 중 일부를 데리고 이리로 피신했다.

운이 좋은 이들은 가족 모두가 왔지만, 개중에는 찢어진 가족들도 많다고 한다.

마로잔은 잔인한 폭군으로 타로잔을 지지하던 이들을 모두 처단하려 했다고.

다행히 그 수가 너무 많아서 다 죽이지는 못 했단다.

백성들과 측근들의 만류가 있었다.

그럼에도 얼마간 처형식은 계속 되었다.

마로잔의 잔인함에 문투스의 주민들은 그를 지지하는 척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가능성이 있겠는데요. 어렴풋하게나마 그림이 그려져요.” 에리얼이 말했다.


그림?

무슨 그림.

나는 비스레인의 말을 듣고 암울하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았다.

이를테면 생각보다 처치해야 할 녀석들이 많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비스레인이 나를 봤다.


“차원영 헌터님께 부연해야 할 것 같네요.”


그녀의 말에 다들 약속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A급 이상 던전에서 가장 좋은 그림은 싸우지 않고 게이트를 닫는 것이거든요.”


그런게 가능하다고?

내 생각이 얼굴에 드러난 모양인지 비스레인이 곧장 말을 이었다.


“물론 최소한의 전투는 불가피합니다. 하지만 싸움의 크기. 규모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어요.”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조금씩 감이 왔다.


“최소한의 전투로···”

“최대한의 효율을 낸다.”


내가 비스레인의 말을 완성했다.


“후후···”

에리얼이 나를 보며 웃고 있었다.


식사하는 동안 동료들은 갖가지 아이디어를 냈다.

자이라는 다함께 정면 돌파하자는 아이디어를, 크루엘라는 차원영 헌터를 보내서 다 쓸어 버리자는 아이디어를, 비스레인은 족장과 더 상의해 보자고 말했고, 에리얼은 그들의 의견을 가만히 듣고 있었다.

마침내 모두의 시선이 내게로 쏠렸다.

나는 에리얼을 봤다.


“차원영 헌터님도 의견 있으신가요?” 에리얼이 물었다.


물론 내게도 생각이 있었다.


“제 생각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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