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Leopold2 님의 서재입니다.

마나 수치 99.99999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로쿤
작품등록일 :
2024.02.12 23:50
최근연재일 :
2024.04.04 16:05
연재수 :
55 회
조회수 :
52,387
추천수 :
1,138
글자수 :
284,751

작성
24.03.11 22:55
조회
264
추천
13
글자
12쪽

아이돌과 함께 춤을

DUMMY

베스카가 입구 쪽을 주시하다 내게 귀띔했다.

그러고는 황급히 자리를 피해 주었다.

나는 입구 쪽으로 몸을, 고개를 틀었다.

후광.

인터넷에서 누군가가 말했다.


‘연예인들은 후광이 비쳐요.’


자체 발광.

그게 진짜일 줄이야···

라울은 찬란하게 빛났다.

그의 새하얀 머리색과 똑 닮은 화이트 슈트와 블랙 셔츠의 대비가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라울이 이쪽으로 걸어온다.

바지 주머니에 꽂은 한쪽 손마저 특별한 무언가를 상상하게 만든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라울만 빼놓고 주위의 시간이 멈춘 듯 느껴졌다.


“안녕하세요.”


라울이 내게 인사를 건넬 때까지 나는 내 입이 벌어져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아··· 안녕하세요.”


무표정하지만 차갑지 않은 표정.


“차원영 헌터님.”


라울은 그렇게 말하고는 자리에 앉았다.

그가 착석한 뒤에 종업원이 음료를 내왔다.


“그래, 대충 얘기는 들었습니다.”


‘스카웃 제의라고 언질을 드렸어요.’


베스카의 말이 머리를 스쳤다.


“따로 더 하실 말씀은 없으신가요?”


라울이 내 눈을 똑바로 보며 물었다.


“꼭 들어와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그렇게 말했다.

불편해···

불편하다!

라울이 똑바로 나를 쳐다보기에 나도 억지로 그러고는 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컨택이 부담스러워지고 있었다.


“훗.”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라울의 시선이 앞에 놓인 찻잔으로 옮아가자 안도감마저 느껴졌다.

휴···

두근.

그런데 아까부터 심장이 이상하다.

심장아 제발 진정해라···

저 분은 남자라구!


“좋습니다.”


음?


“안 그래도 좀 지루하던 참이었어요.”


라울은 자신의 비서를 통해 서류 작업을 마무리 짓겠다고 말했다.

잠시, 그전 대화를 복기하고 나서야 상황을 이해했다.


호로록.


뭔가 심각한 생각에 잠긴 듯이 커피를 마셨다.

한 모금, 또 한 모금.

당장 떠오르는 행동이 그것뿐이었던 것이다.

따뜻한 커피를 마셔서 좀 긴장이 풀렸나?

내 입이 말을 주워 담기 시작했다.


“최근까지 게이트 안에 계셨다고 들었어요.” 내가 말했다.

“네. 매일 거기서 덩치들 상대하면서 지냈죠 뭐.”


무엇이든 처음이 어려운 모양.

대화가 이어지며 어색함이 눈 녹듯 사라졌다.


어느새 우리는 신나게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종류별로 다른 드래곤의 습성과 녀석들의 전투력, 골렘, 강철군주···


한 시간이 10분처럼 흘렀고.

우리는 밝은 얼굴로 악수까지 나누었다.


라울이 레스토랑을 나선 뒤 곧장 베스카가 다가와 물었다.


“대화는 잘 하셨어요?”

“네. 좋았어요.”


이제 어떻게 되는 거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혼자 정찰 임무에 나가지 않아도 되는 건가?

라울도 하늘을 날 수 있으려나?

궁금한 게 많았다.


*


저녁 때가 되어 저택으로 사이다가 찾아왔다.


“중앙 협회장님 오셨습니다.”


집사장 랄프가 직접 식당으로 사이다를 안내했다.

나는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다.


“어서오세요.”

“이야기가 잘 됐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사이다가 내 앞에 있는 의자를 빼서 앉으며 말했다.

우리가 대화하는 사이에 식사 준비가 끝났다.


“저 역시 게이트 쪽 기술 지원팀과 연구원들을 대폭 늘리는 업무를 대략 처리해 놓고 왔습니다.”


마침 협회장에게 궁금한 것들이 많았다.

사이다의 지식은 무척 광범위해서, 내가 묻는 대부분이 질문에 재깍 답이 나왔다.

그중 가장 중요한 사실 하나.

역시나, 초대형 게이트는 던전이었다.

급으로 따지면 SSS+급쯤 되는 초대형 던전인 것이다.

조금 안도했던 것은 비스레인이 A급 던전 게이트에다 장치를 설치했던 것처럼, 초대형 게이트 역시 얼마간 마나 컨트롤이 가능하다고 하는 점이었다.

그리고 더 중요한 내용 하나가 있었다.


“초대형 게이트 안쪽에 마나가 가득찰 일은 아마 없을 겁니다.”


사이다는 그렇게 말했다.

그에 따르면 22층의 모든 마나가 초대형 게이트를 축으로 몰리는 상황이 올지언정, 그것이 그쪽 게이트 안을 가득 채우는 일을 없을 거란다.


“수학자들이 22층의 마나량과 게이트 안쪽 마나량을 얼추 계산해 냈어요. 마나의 성질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만큼 확실하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일단은··· 그렇습니다.”


내게는 희소식이었다.

적어도 시간은 벌었으니 말이다.

거종 마을 근처 몬스터에게 코어 결정이 떨어진다는 것은 여전히 불안 요소였지만, 오로지 코어 결정만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희망적이었다.

또한 그들의 문명화 수준을 보았을 때 결정을 이용해 당장 뭔가를 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


다음날.

일단은 게이트 입구에서 전투 복장으로 라울을 만나기로 했다.

그다지 긴장한 건 아니었지만 어쩌다 보니 30분이나 일찍 와 버렸다.


「대마법사의 로브: 마법사 전용

로브라서 불편할 줄 아셨다구요? 오산입니다!

로브인데도 푸른 용의 비늘을 갈아 넣은, 무척 방어력이 높은 방어구입니다.

* 효과: 캐스팅 속도 증가 11%

* 효과: 마나 수치 증가 1%」


「신속의 검: 모든 클래스

애매한 길이가 매, 매력적인 마검. 여차하면 가까이 다가온 적을 썰어 버릴 수 있거든요!

* 효과: 캐스팅 속도 증가 10%」


아이템을 그다지 신경 쓴 적은 없었는데, 막상 약속 장소에 나오고 보니 융튜브에서 보았던 라울의 용맹한 모습이 떠올랐던 것이다.

그의 외모와 멋진 전투 복장에 비하면 내 모습이 초라할 것 같았다.


“차원영 헌터님 아니십니까!”


자괴감에 빠져 있는데 어느새 다가온 누군가가 내게 알은 체를 했다.

아는 얼굴이 아니었다.

뿐만 아니라 그 뒤로도 종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차원영 헌터님이다!”

“맞네, 맞아!”

“응? 그 S급 헌터? 어디어디?”


일부러 게이트에서 좀 멀찍이 서 있었는데 어떻게 안 거지?


“아.”


각성자들이라 그런 건가.

각성자들은 대체로 시력이 좋으니.

삽시간에 목줄을 찬 기자들과 헌터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나는 평소처럼 도망치지 않았다.

어디 한 번 두고보자는 생각이 들었던 것.

이번에는 경호원들도 없었다.

신발 앞코로 바닥에 선을 긋고는 뒤쪽의 마나를 응축해 물러났다.

기자 하나가 내가 그어 놓은 선을 넘었다.


“거기! 거기까집니다!”


나는 선을 가리키며 외쳤다.

마나가 실린 외침이라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우렁찬 외침에 모두들 얼음이 되었다가 주춤거리며 바닥의 선을 확인했다.

몰려든 이들은 금세 선 뒤로, 횡으로 펼쳐 섰다.

한 번에 질문이 쏟아지는 통에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질문은 손을 들고 해 주셨으면 합니다!”


척, 척척척척.

다들 말은 잘 듣는군.


“거기 안경 쓴 기자분.”


나는 트롤 여기자를 가리켰다.


“최근 중앙 협회로 자리를 옮기셨다고 들었습니다! 텔로미어 길드는 탈퇴한 건가요?”

“임시로 중앙 협회에 협력하고 있습니다. 그 이상은 말씀 드리기 어렵습니다. 다음. 거기 붉은 머리카락 헌터님?”

“아, 전··· 음···”


보아 하니 그냥 종들이 몰려들기에 따라온 이 같았다.


“그럼 다음으로···”


다음 질문자를 지목하려던 참에 붉은 머리카락의 헌터가 말했다.


“텔로미어 길드장님과 사귄다는 소문이 있는데 사실인가요?”

“네?”

“에리얼 길드장님과 연인 사이입니까?”

“그건···”


하, 저 헌터놈이?


“그냥 가까운 동료입니다.”


사실 나는 에리얼이 좋다.

좋다는 말로 한참 부족할 만큼 좋다구!

이 말을 할 수 없는 내 심정을 네가 알기나 해?

그런 생각이 들자 얼굴이 화끈거렸다.


“후우···”


심호흡으로 마음을 다스렸다.

그런 다음, 아무렇지 않은 척 다음 질문자를 지목했다.


한참 질의응답을 주고받고 있는데 라울이 도착했다.

내게 쏟아지던 관심이 얼마간 그로 옮겨갔다.


“호오.”


죄다 몰려갈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도리어 남아 있는 이들이 더 많았다.

게다가 라울에게 몰려간 인파는 허탕을 쳤다.

그가 정중히 그들의 관심을 거절한 탓이었다.


“음.”


저런 것도 가능하군.

하나 배웠다.

종들이 가진 관심의 종류를 잘 몰랐을 때는 그저 불편하고 반감이 들기도 했었는데, 막상 대면하고 보니 별거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좀 귀찮긴 했지만.


종들의 관심을 뒤로하고 라울과 나는 나란히 게이트를 통과했다.

도열한 공격대를 지나는데 헌터들이 라울에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셨어요, 라울님!”

“안녕하세요 라울님!”

“잘생겼어요!”

“꺄!”


도열해 있다고는 해도 그리 딱딱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날아서 게이트를 통과하는 것과는 또 다른 맛이 있었다.

위에서 보기에는 착착, 줄을 맞추고 있는 모습이 딱딱하게만 보였었다.

옆에서 약간 머쓱해 하고 있는데···


“차원영 헌터님!”

“안녕하세요!”

“와, 멋있다!”

“멋져요!”

“끼얏!”


나한테도 관심이 쏠렸다.

갑작스런 일에 허둥대다가 그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관심이라는 게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열한 공격대들을 지나 전투 중인 공격대들도 하나둘 지났다.

행여 방해가 될까, 전투 중인 공격대는 최대한 우회했다.


“혹시 장거리 이동은 어떤 식으로 하시나요?”


어제 고민하던 부분을 라울에게 물었다.


“개인적인 이동 수단이 있습니다. 정찰 업무 얘기는 대충 들었는데, 멀리 가야 합니까?”

“네. 좀 멉니다.”


함께 거종 마을을 확인하러 가긴 해야 하는데···

어제도 이 부분이 좀 마음에 걸렸더랬다.

그런데 라울이 인벤토리를 열었다.

그 안에서 매끈하게 빠진 바이크가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폴짝.


라울은 가볍게 바이크에 올라탔다.

시동을 걸자.


투다다다다-


잠에서 깬 바이크가 울부짖었다.


“최고 시속 1500km.”


그 말을 하고 새침한 표정을 짓는 라울.

실제로 그가 웃지는 않았지만 그의 입에서 훗, 하는 효과음이 들리는 듯했다.


“바퀴 둘 달린 녀석들 중 단연 최고입니다.”

“아 네···”


나는 라울의 자랑질이 끝난 뒤 덤덤하게 말했다.


“저는 하늘을 날 수 있어요.”


그의 붉은 입술이 동그랗게 벌어졌다.


“보여 드릴까요?”


라울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마나를 응축해 몸을 띄운 뒤···


쿠와앙!


소닉붐을 일으키며 날아갔다.

열 마디 말보다 한 번의 행동!


챱.


착지한 뒤에 돌아보니 저 멀리서 부랴부랴 다가오는 라울이 보였다.


“대단하십니다!”


라울이 엄지를 척, 들어 보이며 외쳤다.


“음?”


가까워 오는 라울의 얼굴에서 기시감을 느꼈다.

뭔가 했더니 꼬마 레온에게서 보았던 표정과 겹쳐졌다.

헐···

나를 부러워한다고?

그 라울이?

괜스레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들뜬 마음을 조금 가라앉힌 뒤에 말했다.


“서로 전투 능력도 확인할 겸, 몸이나 풀면 어때요?”

“좋습니다!”


라울이 뚜뚝, 손을 꺾으며 대답했다.

갑옷도 멋있었지만, 라울이 인벤토리에서 꺼낸 검은 정말이지 예술이었다.


“후···”


그 앞에서 내 신속의 검은···


“후후···”


내가 아이템이 없지, 돈이나 능력이 없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억지로 상기해야 했다.

이래서 다들 템빨, 템빨 하는 건가?

부족한 자신감을 아이템으로 메우는 것이다.


라울은 탱킹에 자신감을 보였다.

아무리 대형 몬스터라도 대부분 솔로 탱킹이 가능하다고.


“저 녀석이 좋겠군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마나 수치 99.99999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후기 (시유순!) 24.04.04 69 0 -
55 데드 라인 (1부 끝) 24.04.04 100 3 14쪽
54 007 제임스 본··· 24.04.03 88 2 13쪽
53 딜리버리 서비스 (2) 24.04.02 80 3 11쪽
52 딜리버리 서비스 (1) 24.04.01 94 3 11쪽
51 형제유감 24.03.29 105 3 11쪽
50 아··· 빠? 24.03.28 117 4 11쪽
49 달밤의 전투 24.03.27 112 3 11쪽
48 차원이 다른 클래스 24.03.26 127 3 11쪽
47 연금술사 손나래 24.03.25 131 3 11쪽
46 밤하늘 가득 수놓인/ 푸른 실/ 어디에서 왔나 24.03.22 154 3 11쪽
45 히스테리? 미스터리! 24.03.21 151 6 12쪽
44 피미엔토 피칸테 24.03.20 160 6 11쪽
43 공모자들 24.03.19 180 7 11쪽
42 랭킹북 24.03.18 194 7 11쪽
41 투움바는 내 친구 24.03.16 207 12 12쪽
40 모솔은 뚠뚠··· 오늘도 뚠뚠··· 열심히··· 24.03.15 218 11 11쪽
39 낚시의 신 +1 24.03.14 223 13 11쪽
38 왕벌의 비행 +1 24.03.13 246 14 12쪽
37 워크숍 +1 24.03.12 270 13 12쪽
» 아이돌과 함께 춤을 +1 24.03.11 265 13 12쪽
35 마이 아이돌 +1 24.03.10 297 12 12쪽
34 ■■, 결코 시들지 않는··· +1 24.03.09 315 17 11쪽
33 배후 +2 24.03.08 327 17 12쪽
32 왕좌의 주인 +1 24.03.07 341 16 11쪽
31 암살은 반칙? +1 24.03.06 357 18 11쪽
30 용사님들의 계획 +1 24.03.05 414 16 12쪽
29 이세계의 용사가 되었다 +1 24.03.04 477 17 12쪽
28 던전 피크닉 +1 24.03.03 530 24 12쪽
27 게이트만 큰 게 아니었나 봅니다. +4 24.03.02 615 24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