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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opold2 님의 서재입니다.

마나 수치 99.99999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로쿤
작품등록일 :
2024.02.12 23:50
최근연재일 :
2024.04.04 16:05
연재수 :
55 회
조회수 :
52,386
추천수 :
1,138
글자수 :
284,751

작성
24.03.04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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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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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이세계의 용사가 되었다

DUMMY

비스레인은 방금 생성된 게이트 주변을 돌며 손에 든 기기의 버튼을 눌렀다.

그러는 동안 일행은 가만히 서서 침묵을 지켰다.

앙증맞은 게이트였다.

내가 처음 본 게이트는 최전방의 초대형 게이트.

그것에 비하면 눈앞의 이것은 그저 귀여운 수준이었다.

응애응애, 어디선가 아이의 울음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A급 맞습니다. 입장하시죠.”


비스레인의 신호가 떨어졌고.


“자, 그럼 들어갈까요?” 에리얼이 말했다.


모두가 던전 경험이 많은 터라 무심했지만 나는 달랐다.

콩닥콩닥콩닥···

심장이 빠르게 뛰고 있었다.

게이트는 자이라가 몸을 구겨 겨우 들어갈 정도의 크기.


“베스카가 안 보이네요.” 에리얼이 말했다.


그녀의 말에 일행들은 서로를 쳐다본다.

“어맛?”

“어머!”


나도 까맣게 잊고 있었다.

베스카는 크루엘라가 캠핑 용품을 꺼낼 때 잠시 주변을 둘러본다며 자리를 떴다.


“제가 다녀오겠습니다.” 내가 말했다.


어떻게 그걸 까먹을 수가 있지.

미안한 마음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나는 황급히 점멸을 사용하며 주변 마나의 흐름을 살폈다.

점점이 모여 있는 마나들은 아마도 다른 파티일 테고···


“아!”


숲에 마나가 풍부해서 그런지 구분이 쉽지 않았다.


“흠···”


이런 식으로는 안 되겠다.

나는 하늘로 날아올랐다.

숲은 무성했지만 마나의 흐름을 보기에는 위쪽의 사정이 훨씬 나았다.

베스카는 B급 전후의 마나량을 가졌다.

나는 눈을 감고 평소 그녀가 흘리던 마나량을 가늠했다.

그런 뒤 눈을 뜨고, 낮게 하늘을 날았다.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그 시간이 아주 길게 느껴졌다.

베스카와 비슷한 마나량을 가진 이들 몇몇을 탐색한 끝에.


“찾았다. 거 멀리도 왔네.”


그녀를 찾아냈다.

외따로 숲을 헤매는 점 하나.

나는 점이 흘리는 마나량을 보고 확신했다.

아래로 내려가자 역시나 베스카가 보였다.

그녀는 비셔스 타이거와 대치 중이었다.


“저리 가!”


벌벌 떨리는 손으로 롱소드를 들고 있는 베스카.

반면 비셔스 타이거는 몸을 숙이고는 느긋하게 입맛을 다신다.

마치 베스카에게 전투 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아는 듯한 움직임.


“크르르···”


나를 본 비셔스 타이거가 불쾌하다는 듯 으르렁거렸다.

내가 베스카를 제치고 앞으로 나서자 맹수는 머리를 돌려 터벅터벅 멀어졌다.

호랑이가 충분히 멀어진 뒤에야 베스카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휴··· 죽는 줄 알았네.”


나는 주저앉은 베스카에게 손을 내밀었다.


“어, 헌터님···”


그제야 상황이 어떻게 된 것인지 깨달은 베스카.


“고마워요. 덕분에 고양이밥 신세는 면했네요.”


베스카는 내 설명을 듣고 자신이 제법 먼 곳까지 왔음을 알았다.

그녀의 얘기를 듣고 보니, 왜 이 숲에서 실종 사건이 일어나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레이더가 오작동하는 것이 숲의 풍부한 마나량 때문인 줄 알았는데, 이유가 그것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저길 봐요.”


발이 달린 것도 아닌데 어느새 나무들의 위치가 바뀌어 있었다.

뭐, 그래 봤자 내게는 그다지 상관없는 일이지만.

확실히 마나가 보이지 않는다면 좀 곤란할 것 같았다.


아주 먼 거리는 아니라서 걷기로 했다.


“허··· 완전히 길이 달라졌어요.”


베스카가 주변을 살피며 말했다.

나는 베스카를 먼저 게이트 안으로 들여보냈다.


“죄송합니다! 길을 잃었어요!”


베스카가 일행들에게 사과했다.


“좀 늦길래 걱정했어요.” 에리얼이 대답했다.

“차 팀장님 말로는 숲이 형태를 바꾼다나 봐요.”

“네?”

“나무들이 움직인다구요.”

“정말요?”

“소문이 사실이었군요···”

“대놓고 움직이는 정도는 아니구요. 슬금슬금?” 내가 말했다.


아무튼 지금은 던전을 공략하는 것이 우선이다.


게이트를 통과한 뒤로 쭉.

우리는 악취가 가득한 하수구를 통과하고 있었다.


“잠깐.”


자이라가 팔을 들어 멈춤 신호를 보냈다.

사사삭- 사사삭- 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베스카는 내 옆에 딱 붙어 있었고, 나머지 인원은 앞뒤에서 대형을 갖추었다.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가자 앞뒤에서 동시에 뭔가가 덮쳐 왔다.


깡! 깡깡깡!


퍽! 퍽! 퍽!


피융- 피융피융피융!


피융피융피융!


화르륵!


[리자드맨을 처치했습니다.]

[코어 결정 2kg 획득!]

[리자드맨을 처치했습니다.]

[코어 결정 2kg 획득!]

[리자드맨을 처치했습니다.]

[코어 결정 2kg 획득!]

···


전투는 순식간에 끝났다.

앞 뒤로 세 마리씩.

모두 여섯 마리였다.


“뭐가 어떻게 된 거예요?”


에리얼이 물었고.

모두가 비슷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크하핫!

내 이럴 줄 알고 새로운 스킬을 준비해 왔지!


“크흠, 새로운 스킬을 배웠어요.”


나는 시스템 창을 파티원들에게 공유해 주었다.


「화염탄: 마법사 전용

쿨타임: 즉시 시전

요구 사항: 마나 수치 50% 이상

엔리케 대마법사가 개발한 마법으로, 격이 높은 마법사에게 어울리는 마법입니다.

파괴력은 낮지만 즉발!

마법사에게 즉발이 무슨 의미인지는 마법사 만이 아는 법이죠.

* 주의: 능력에 따라 깜짝 놀랄 정도로 파괴력이 낮을 수도 있습니다!」


내게는 정말이지 안성맞춤인 마법이었다.

원샷 원킬인 걸 보면 설명처럼 파괴력이 낮은 것 같지도 않고.

확실히 잘한 선택이었다.

게다가 50% 할인권을 사용해 싸게 구매했다.

개꿀!


하수구를 통과하는 동안에만 우리를 습격하는 리자드맨을 수십 마리는 잡았다.

리자드맨을 잡을 때마다 어쩐지 자이라의 눈치가 보였지만 도리어 이 녀석이 더 신났다.


“크하핡! 검은 전사님의 대검 맛이 어떠시냐!”

“저기요, 헌터님. 사냥은 차 헌터님이 다 하고 계신데요···”


크루엘라가 말했지만 자이라는 듣지 않았다.


“크하핡핡핡! 다 덤비라구! 이 도마뱀 시끼들!”

“차 헌터님 덕분에 공략이 엄청 빨라지겠어요.” 비스레인이 말했다.

“좀 쉬었다 갈까요?”


에리얼의 제안에 다들 동의했다.

하수구 냄새 때문에 그리 오래 쉬지는 못하겠지만.


하수구를 벗어나자 다시 숲이 나왔다.

사일런스 우드처럼 고즈넉한 느낌의 숲이 아니었다.

아니, 숲이라고 하기 어렵다.

이곳은 정글이었다.

무성하게 하늘을 가린 나무들.

갖가지 새와 벌레의 울음소리가 시끄럽게 울렸다.

얼마간 정신없는 풍경을 지나다 보니 무기를 든 리자드맨 둘이 보였다.

그들은 경계했지만 앞선 녀석들처럼 다짜고짜 공격해 오지는 않았다.

자이라가 대검을 어깨에 걸친 채 앞장섰다.

혹시나 전투가 벌어진다 해도 자이라라면 괜찮을 것이다.

잠깐 이야기를 나누더니 자이라가 손짓한다.


“이야기를 들어 보니 우리가 죽인 녀석들이랑은 다른 진영 같은데?”


그들은 문투스의 순찰병이었다.

순찰병은 우리를 ‘용사님’이라고 불렀다.

우리는 순찰병을 따라갔다.



보초병을 따라 10분쯤 정글을 헤쳐 가니 높다란 통나무 벽이 나왔다.


“오···”


문투스는 정글에 세워진 작은 마을이었다.

자이라가 통나무 벽과 방벽, 울타리 등을 보고 감탄했다.

주변 환경에 아주 잘 녹아들었다.

경계 구역을 통과하니 언덕을 따라 아기자기한 마을이 펼쳐졌다.

보초병들은 자신들의 상급자에게 우리를 인계했다.


“어서오십시오 용사님들. 기다리고 계십니다.”


응?

기다리고 있었다고?

나와는 다르게 일행들은 이 상황을 납득하는 모양이다.

순순히 따라가는 것을 보면.

상급자는 다시 우리를 자신의 상급자에게 데리고 갔다.

우리는 언덕을 한참 동안 올랐다.


도착한 곳은 가장 높은 곳에 지어진 오두막이었다.

나는 오르는 동안 낯선 광경들을 보았다.

이곳의 리자드맨은 자이라랑 다르다.

옷을 거의 입고 있지 않았고, 등도 더 구부정했다.

비스레인이 놀란 내 얼굴을 보고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던전 안의 세계들은 대개 우리가 사는 세계에 비하면 아주 협소하고 뒤떨어진 문명을 가졌어요.”


동료들을 돌아봤지만 다들 던전 밖에서와 다름없다.


“흠···”


다들 경력자라 이거지?

비스레인의 설명을 듣고 나서야 왜 저들이 우리를 용사님이라고 부르는지 어렴풋이 알겠다.

오두막 앞에 서 있는데 문이 열리며 마른 리자드맨 하나가 나왔다.


“안녕하십니까, 용사님들. 제 이름은 타로잔. 문투스의 족장이라오.”


그의 양쪽에 선 보초병들이 덩치가 훨씬 좋았다.

지도자라고 하기에는 영 박력이 없었다.

타로잔은 오두막 안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차를 대접했고,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웬만하면 무력 충돌을 피하고는 있지만, 그쪽 정찰병들은 어쩔 수 없이 제거하고 있습니다. 병력 차이가 심해서 이곳 위치가 발각되어서는 안 됩니다.”


병력이 많은 건 별로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은데···

나는 그들을 운석 소환으로 간단히 쓸어 버리는 상상을 했다.

족장이 그런 내 생각을 읽은 듯이 말했다.


“설득해야 합니다.”


으잉?

나는 잘 이해가 안 갔다.

30분의 1도 안 되는 병력을 가진 주제에 무슨 수로 설득한다는 거지?

설령 힘이 더 세다고 한들, 무력이 크게 차이 나지 않는 이상 설득은 어렵다.

다들 족장의 말을 경청하기에 굳이 입을 열지는 않았다.


족장은 우리에게 숙소를 제공해 주었다.

숙소 내부가 더없이 깔끔하다.


“말 더럽게 많네 영감탱이. 그냥 다 쓸어 버리면 되는 거 아녀?”


오두막에 도착하자마자 자이라가 툴툴거렸다.

족장이 늙었다는 사실을 자이라의 말을 듣고 알았다.

내가 보기에는 자이라나 타로잔이나 다 비슷해 보이는데.

크루엘라는 침대에 벌렁 드러누웠고, 나머지 동료들은 숙소 안에 있는 의자를 빼서 앉았다.

이때를 기다렸지.


“상대 진영을 힘으로 제압하는 건 안 되나요?” 내가 물었다.

“안 될 건··· 없습니다.”


내 물음에 비스레인이 답했다.


“그런데요?”

“힘으로 밀어붙일 경우, 공략이 더 어려워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그게 A급 이상의 던전이 까다로운 이유예요. 그리고··· 최악의 경우에는 해당 던전에 갇힐 수도 있고요. 물론 아주 희박한 확률이지만요. ” 에리얼이 말했다.


이 세계에 갇힌다고?

잘 이해가 안 되네···

내 표정을 본 비스레인이 강의를 시작했다.


그녀에 따르면 A급 이상의 던전을 클리어하는 건 섬세하고 예술적인 일이었다.

모든 일을 힘으로 해결하다 보면 십중팔구 함정에 빠지게 된다고 한다.

던전을 공략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가능성까지 모두 부수어 버리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한참 이야기를 이어가던 비스레인은 자신이 하는 일이 자랑스럽다며 삼천포로 빠졌다.


“아, 네···”


공략 가능성이 부수어 지는 것처럼, 그때부터 내 집중력도 산산이 부서졌다.

비스레인의 설명만으로 모든 것을 이해하기는 어려웠지만 어느 정도 납득은 갔다.

영향을 최대한 덜 끼치면서 이 작은 세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

비스레인이 저택에서 했던 강의의 일부가 떠올랐다.


‘B급 이하는 힘으로 제압할 수 있는 경우가 많지만···’


아하, 그래.

확실히 기억 난다.

애초에 힘만 가지고 제압할 수 있으면 어떤 던전이든 나 혼자 공략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야 의문이 좀 풀린다.

나는 파티원들의 얼굴을 조목조목 훑어 봤다.

좀 사납게 생겼지만 마음은 착한 자이라.

언제나 침착하고 아름다운 에리얼.

크루엘라는···

음···

비스레인에게는 명석함이 흐른다.

끝으로 베스카는 꿋꿋이 내 옆을 지키는 게 기특했다.

처음에는 매혹적인 외모에 홀려 그녀를 채용했지만 그런 건 이미 잊었다.

모두가 하나같이 의지가 되는 인물 들이다.

아무튼 A급 이상의 던전은 팀워크가 중요한 것이다.

조금.

가슴이 뭉클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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